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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

오늘을 위한 해만 뜬다

by 훈 작가 2024. 12. 12.

 
내일을 만나려면 낯선 내일의 나를 만나야 합니다. 오늘의 나는 오늘에 묻어야만 내일의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궁금합니다. 내일이 어떤 모습일지? 내일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습니다.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 다. 그러면 내일이 어디서 올까. 오늘을 사는 건 내일을 만나기 위함인데. 우린 실체도 없는 보이지 않는 내일을 당연히 만날 거라 여기죠. 그래서일까요. 궁금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오늘이 또 내일로 이어질 걸로 믿고 있으니까요.
 
우린 오늘 뒤에 가려져 있던 시간 저편에 있는 내일을 만났습니다. 그 순간 내일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우린 아무도 내일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내일이 있다고 생각하고 만났지만, 막상 만나면 ‘내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일, 아무도 살아 본 적 없는 날입니다. 아무리 유능하고 위대한 사람일지라도 내일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그런 내일이 어떤 날이 될지, 우린 미지의 내일을 향해, 태양 저편의 세상을 향해 걱정하며 살고 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커피를 마시고, 누군가와 수다를 즐기고, 누군가와 다투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마지막 날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항상 마지막 날일 수 있습니다. 미루지 말길 바랍니다. 내일로.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오늘 하기 바랍니다. 내일은 없습니다. 상상 속에만 있는 겁니다. 내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믿고 싶지 않아도, 믿기 어려워도, 우리는 오늘만 사는 겁니다.
 
늦가을 아침, 호숫가에 안개가 짙게 깔렸습니다. 다리 건너 저편은 온통 안갯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건 태양뿐이죠. 아침해가 오늘과 함께 왔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은 안갯속 어딘가에 내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내일(來日)', 사전에만 존재하는 단어입니다. 현실에선 오늘만 있습니다. 내일은 없습니다. 이것저것 핑계 대고 오늘 일을 미루면 항상 제자리입니다. 태양은 오늘을 위해서만 뜹니다. 내일을 위한 태양은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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