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은 생물학적 노화현상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과학적으로 기온변화에 따른 색소변화입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수명이 다한 겁니다. 잎이 늙어 색깔이 바래지고 떨어져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불과합니다. 죽음의 서곡인데 사람들은 환호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새로운 생명을 예고하기 때문일 겁니다. 생명력 없는 소멸은 본질적으로 추하고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단풍은 다음 생을 기약하는 희망이 있음을 암시하기에 아름다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단풍은 병든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늙음입니다. 삶의 역정에서 자기의 할 일을 다 하고 떨어진 생명의 마지막 길이기에 아름다운 겁니다. 그걸 알기에 우리는 단풍의 미학을 인생의 황혼에 비유하며 닮고자 합니다. 단풍은 잎으로서 삶의 절정이며, 그 시점을 경계로 소멸의 길을 걷습니다. 마찬가지로 인생여정의 마무리도 붉게 물든 저녁 노을처럼 아름다웠으면 할겁니다. 낙엽을 태우면 그 냄새에 정취를 느끼듯 인생도 마지막 시간도 그래야 합니다.
아름다움이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겁니다. 사람도 나이 들면 병들거나 아파도 아름다울 수 있고, 늙음에도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이 한낱 젊음으로만 정의되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의 관점이 달라져야 합니다. 젊음이 항상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외모지상주의에 매몰된 가치관에 노예가 되어버리면 우리의 진정한 행복이 사라집니다. 청춘예찬만 아름다운 인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청춘은 잠깐 스치는 여름과도 같습니다. 나무가 싹이 나 자라서 꽃을 피우고, 과일도 맺고, 단풍으로 물든 후, 낙엽지는 과정이 모두 가치 있고 아름답듯이 인생도 다 의미있고 아름다운 겁니다. 어차피 삶은 늙어가는 과정입니다. 다만 추하지 않게 단풍처럼 곱게 늙어야 합니다. 그게 멋진 인생입니다. 세월이 야속하다 원망하며 '청춘을 돌려다오' 크게 소리치며 노래 부를 필요없습니다. 그냥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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