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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일상의 굴레, 때론 지루하고 때론 따분합니다. 변화가 없는 탓입니다. 나도 모르게 열정을 갉아먹으며 저만치서 웃고 있죠. 홀연 벗어나 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일탈을 꿈꾸는 게 아이러니하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밤은 늘 마음을 짓눌렀습니다. 타성에 젖어 외로움마저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푸른 별의 사는 사람들은 그랬죠. 밤은 달이 있어 외롭지 않다고. 오히려 낭만적이어서 좋다고. 그들의 달콤한 말에 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이 밤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들이 너무 슬퍼할 것 같아 일탈을 꿈꾸지 못했던 겁니다. 그게 위로가 되었으니까요. 사실 지금도 겨우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일탈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고. 새로운 경험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고. 심지어 생각지도 못한 우연한 일탈은 설레는 감정과 짜릿한 흥분까지 선물한다고. 마치 무료했던 삶을 한순간에 반전시키는 사이다같다고. 그러나 우연한 일탈은 나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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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벗어나 보고 싶었습니다. 작은 용기가 필요했죠. 바로 지금이라고. 지루한 밤을 슬그머니 벗어나 빛이 가득한 태양의 영역으로 잠입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무척이나 궁금했거든요. 그러나 이런 일탈이 마치 신성불가침의 영역을 침범한 것 같아 큰 죄라도 짓는 것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누가 볼까 살짝 들어왔습니다.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빛의 세계는 신비로움이 가득했죠. 눈부실 정도로 환상적이었죠. 놀라움이 가득한 세상이 내 앞에 펼쳐졌거든요. 세상은 활기가 넘쳐났고, 너무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어둠의 세계와는 정반대였습니다. 이렇게 좋은 세상이 있나 싶었습니다. 우주의 다른 별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세상이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람들이 날 본 모양입니다.
“어라, 쟤가 왜 벌써 나온 거야. 달이 너무 수척해 보여.”
“겨울밤이 너무 지겹고 힘드나 보지 뭐.”
“어쨌든 달은 밤에 떠야 하는 거잖아?”
“그렇긴 하지. 그나저나 왠지 서글퍼 보인다. 안 그래.”
“하긴 밤에 뜨면 그렇게 안 보일 텐데.”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왜 낮에 뜬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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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날 보며 부질없이 별별 수다를 늘어놓았습니다. 왠지 애처로웠다는 둥, 자기 영역도 아닌데 뭐가 못마땅한 게 있어 낮까지 넘보는 거느냐는 둥, 떠들어댔습니다. 낮에 뜬 달이 외롭고 측은해 보인 사람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누군가는 ‘조금만 기다리면 너의 세상이 열릴 텐데 뭐가 급해 그런 거냐며 조금만 더 참지.’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일탈은 어떤 틀을 벗어나는 것은 새로운 변화입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많습니다. 정도(正度)를 벗어난 행위일 때 그렇습니다. 사회적 이익에 해로운 것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한적입니다. 우리의 일탈이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아닐 수도 있거든요. 일탈은 개인이 속한 공동체 문화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산책길에 우연히 만난 달을 보고 상상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시선으로 달을 보고, 우리만의 감정으로 이렇게 말할 겁니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밤에 나와야지.” 맞습니다. 왜 낮에 나왔을까? 달의 마음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습니다. 달의 일탈이 사람 마음 같지는 않을 듯싶습니다. 사진을 보고 ‘달의 일탈’이라고 제목을 붙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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