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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다 보면 엉뚱한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지나치면 별거 아닌데 호기심이 발동하면 일단 셔터를 눌러봅니다. 그리고 찍은 사진을 보며 상상에 빠져들죠. 이게 뭐지? 하며 찍은 피사체에 뭔가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우연히 찍은 구름사진이 사실은 별것도 아닌데 상상은 무한 공간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이때부터 상상은 자유라는 날개를 펴죠. 도무지 이게 뭘까? 끝도 깊이도 모르는 상상은 우주의 미아를 찾아 나서는 것처럼 여행을 즐깁니다. 단지 하늘에 있는 구름을 찍었을 뿐인데. 자꾸 질문을 던집니다. 이게 뭐지? 도대체 뭔데 이렇게 이상하게 보이는 거지? 이상야릇한 구름사진 한 장에 내게 던진 물음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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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묘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구름사진입니다. 이름 없이 죽어간 유기견의 강아지 얼굴 같기도 하고, 이름 모를 괴물 모습 같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는 상상력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상상이 자유이긴 하지만 뚫어지게 사진을 보았습니다. 의미를 부여하고 키워드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는 겁니다.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 도깨비였습니다. 아들이 어렸을 때 내가 종종 읽어 주던 <혹부리 영감>이 생각났던 겁니다. 아시다시피 동화 속에 도깨비가 나오는데, 그때 본 도깨비 이미지가 떠오른 겁니다. 물론 동화책 속에 나오는 이미지와 똑같지는 않지만, ‘도깨비’란 단어가 뇌리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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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혹부리 영감이 도깨비들을 만나죠. 늘 동화 속의 얘기가 그렇듯 우연히 말이죠. 혹부리 영감은 그곳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그 노래가 어디서 나오느냐고 도깨비들이 묻습니다. 그러자 혹에서 나온다고 대답하죠. 도깨비들은 금은보화를 주고 혹을 떼어 사갑니다. 혹부리 영감은 잘살게 되죠.
그런데 이 소문을 들은 이웃의 다른 혹부리 영감이 도깨비를 찾아가 노래를 부르죠. 도깨비들은 더 이상 속아 넘어가지 않고, 할아버지를 거짓말쟁이라며 다른 혹마저 붙여 줍니다. 망신만 당한 게 아니라 혹을 떼려다 부친 꼴이 된 겁니다. 여기에서 비롯된 속담이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여 온다."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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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제라면 X도 좋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남대문 도깨비시장(수입 상가)에 가면 별천지나 다름없었습니다. 별별 물건이 다 있었죠. 대부분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건이었습니다. 당시 구경하기 힘들었던 초콜릿, 땅콩버터, 시레이션 등등 없는 게 없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도깨비 요술 방망이가 아니면 불가능했던 물건들이 다 있었던 겁니다.
도깨비시장엔 도깨비는 없고 온통 미제(美製)뿐이었습니다. 현실에서 만난 도깨비의 정체가 수입 상품이었던 겁니다. 어쨌든 도깨비는 시장은 있지만, 도깨비는 만날 수 없습니다. 이름만 도깨비시장이니까요, 아이들이 도깨비가 뭐야? 하고 물으면 어떡하죠. 답하기 어려우면 도깨비시장에나 데리고 가 보는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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