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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행복, 그대와 춤을

찍는 즐거움, 쓰는 즐거움

by 훈 작가 2025. 2. 27.

사진은 이미지를 프레임 안에 옮기는 겁니다. 한문으로 베낄 사(寫)에 참 진(眞)이 합쳐 만든 단어거든요. 별거 없습니다. 셔터만 누르면 되고, 스마트 폰은 손으로 살짝 대면 찍힙니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죠. 참 좋은 세상입니다. 담고 싶은 피사체가 무엇이든 내가 정하면 그만입니다. 쉬워도 너무 쉬운 게 사진입니다.
 
예전엔 특별한 날이 아니면 사진 찍을 일이 없었습니다. 학교 졸업식이나 결혼식, 아니면 수학여행 정도였을 겁니다. 아름다운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을 때 사진을 찍었습니다. 젊은 부모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기록해 훗날 남겨 주기 위해 사진 찍어주려고 사진을 배워 앨범을 만들기도 했었죠.
 
사진도 즐기다 보면 욕심이 생깁니다. 더 잘 찍고 싶고, 더 멋진 사진을 담고 싶은 거죠. 자연스러운 인간의 심리적 본성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름답고 멋진 사진은 찍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단순히 찍는 즐거움보다 더 큰 만족감을 얻으려면 어느 정도 사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때부터 고민이 생깁니다. 무엇을 찍어야지? 하는 물음에 답을 찾지 못했죠. 그런데 의외로 쉽게 답을 찾았습니다. 사진은 표현입니다. 글이 표현인 것처럼.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 글로 쓰듯, 내가 찍고 싶은 것을 찍는 겁니다. 내 시선이 끌리고, 느낌이 닿는 걸 무조건 찍어보는 겁니다. 쉽게 고민이 해결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하늘의 구름이든, 베란다의 꽃이든, 지나가는 자동차든, 산책길의 강아지든. 그렇게 찍다 보면 어떻게 찍어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조금씩 느낌이 옵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얼마든지 유용한 팁이 있어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심과 열정이 따르지 않으면 항상 제자리입니다.
 
어떤 취미든 맛을 느끼지 못하면 꾸준히 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맛을 느끼기까지 알게 모르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루아침에 맛을 느낄 수 없습니다. 알게 되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껴야 취미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게 쉽게 말해 재미입니다.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그건 취미가 될 수 없습니다. 취향에 맞지 않으니 다른 걸 찾아야 합니다.
 
즐기는 개념을 넘어 표현의 개념으로 다가가면 사진은 달라집니다. 이때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미학이 됩니다. 작품이 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느끼게 만들죠. 프로 작가들이 찍은 사진은 말 그대로 예술작품으로 평가받는 창작의 영역이 되는 겁니다. 작가가 지닌 고도의 창작과 자기표현의 세계가 되는 겁니다.
 
사진의 즐거움 찍는 겁니다. 내 경우 시선을 사로잡은 걸 보면 일단 셔터를 누릅니다. 비록 그게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리고 찍은 이미지를 컴퓨터로 보면서 나만의 감성이 꽂힌 사진이나 마음에 드는 컷에 키워드를 찾아 나만의 느낌이나 생각을 써 내려갑니다. 찍는 즐거움의 종착점이 글쓰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야 즐거움이 두 배가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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