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는 아픔을 어루만진다. 고요함이 위로가 되어 안개는 침묵으로 대지를 입맞춤하며 안아주었다. 숨 쉬는 생명은 느낀다. 고요함은 고통을 씻어주고, 상처 속에서 희망을 잃지 말고 힘내라고 응원하는 것을. 우린 고통을 피하려 하지만, 세상에 내 던져진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생은 어차피 산고(産苦)의 산물이다.
여명은 빛의 칼로 고요함을 물리치려 진격하지만, 안개는 의연하게 고요 속에 죽음을 맞으며 자신의 고통조차 내색하지 않은 채 이승에서 사라진다. 그럼에도 빛에 저항하지 않고 패배의 고통을 움켜쥐며 시간의 바다로 소멸의 항해를 한다. 빛의 승리로 쟁취한 일상은 그렇게 고요함이 물리치고 승리의 깃발을 흔든다.
아무도 안개가 떠나는 마지막 발길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사라져야 하늘이 열리고 사람들은 고통에서 해방된 듯 일상의 창문을 연다. 안개의 소멸은 곧 아침의 기쁨이자, 환희에 찬 대지의 작은 선물이다. 안개는 그렇게 시간을 일상에게 물려주고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은 후 떠났다. 그러니 아침 항로에 안개가 자욱하다고 고통스럽게 여길 필요가 없다.
고요 속에 가려진 고통은 한순간 감정일 뿐이고, 빛을 만나는 순간 사라질 마음의 생채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 짧은 시간을 세상은 아우성치고 난리다. 삶은 늘 아픔을 안고 아침을 맞이하고, 저마다 고통 속에서 눈을 뜬다. 어떤 삶도 예외 없다. 다만 우리는 안개 뒤에 가려진 빛이 있기에 삶의 항로는 언제나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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