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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96

별을 죽인 달(4) 딸의 상처 멀리 조명 빛을 받은 남산타워가 등대처럼 보였다. 불과 두 시간 전만 해도 모녀가 식사하며 정담(情談)을 즐기던 곳이다. 시선을 돌려 아래쪽을 보았다. 소월길로 무언가에 쫓기듯 승용차 한 대가 빠르게 사라졌다. “엄마! 다 준비됐어. 근데 정말 엄마 놀라워.” “뭐가?” “와인잔까지 가져온 거 말이야.” “그게 뭐가 놀라워. 바늘 가는 데 실 가는 건 당연하잖아.” “그래서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는 건가.” “하하하… 모녀가 웃었다. “엄마! 우리 건배 하자.” “그래.” 와인잔 부딪히는 소리가 청아하게 호텔 방 안으로 퍼졌다. 두 사람이 와인을 한 모금씩 마신 다음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엄마! 다 이야기할게.” 청와대 경내에서 주말 테니스 시합이 있었다. 남·여 복식 게임에 우연히 .. 2023. 6. 30.
별을 죽인 달(3) 엄마의 비밀 보여야 할 별들이 보이지 않았다. 삭막하게 느껴지는 밤하늘이다. San Francisco에서는 만날 수 있는 별들을 왜 서울에서 왜 볼 수 없을까? 왠지 꿈과 낭만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밤하늘이 아닌 것 같다. 도심의 밤이 눈 뜨기 시작했다. 서울의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불빛이 퍼져나갔다. 수많은 별이 떨어져 꽃밭에 핀 것처럼 반짝였다. 그 위로 봄바람이 살짝 불었다. 지나간 바람이 날개를 접으면서 한강 변에 내려앉았다. 남산타워가 조명을 받아 한결 돋보였다. Anna는 Seattle 타워보다 더 멋진 것 같다고 Susan에게 말했다. Seattle 타워는 도심 한복판 빌딩들과 어울려 있어 돋보이지 않는데 남산타워는 산 위에 우뚝 서 있어 서울의 랜드 마크 같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 2023. 6. 29.
별을 죽인 달(2) 재회(再會) 입국장 문이 열렸다. 갑자기 공연무대에 오른 것처럼 한꺼번에 많은 사람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딸을 찾느라 잠시 두리번거렸다. “엄마! 여기야, 여기.” 마중 나온 사람들 사이로 딸이 보였다. 카트를 밀고 나가자 Anna가 달려들며 가슴팍에 안겼다. Susan은 딸을 안으며 격한 감정을 달랬다. 모녀는 이산가족이 상봉한 것처럼 서로를 안고 떨어지지 않았다. “어디 우리 딸 얼굴 좀 볼까?” “오랜만에 엄마를 보니까, 눈물이 다 나올 것 같아.” Susan이 Anna를 살짝 밀치며 얼굴을 봤다. 딸의 눈가에 살짝 이슬이 보였다. Anna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우리 딸 새벽부터 엄마 마중 나오느라 잠도 못 잤겠네.” “내가 보고 싶어 오라고 했는데 그깟 잠이 문제야.” “엄마.. 2023. 6. 28.
별을 죽인 달(1) 회상(回想) 만감(萬感)이 교차한다. 30년 세월이 지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조국을 등지고 떠날 때 다시는 이 땅을 밟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세상이란 게 내 마음 같지 않다. 차라리 여행을 떠나는 마음이라면 작은 설렘이라도 있으련만… 왠지 모르게 마음만 어수선하다. 비행기가 뒤로 움직였다. 기내 창에 보이는 탑승동 건물 불빛이 멀어져 갔다. 기체가 활주로로 진입하기 위해 달렸다. 동체가 크게 원을 그리듯 선회하자 기내 창에 활주로 유도등 불빛이 잠깐 보이다 사라졌다. 이어 곧 이륙할 예정이니 안전벨트가 제대로 착용되었는지 점검해 보라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 비행기 엔진에서 뿜어대는 굉음이 크게 들렸다. 동체가 활주로를 빠르게 질주했다. 좌석이 뒤로 기울면서 하늘로 뜨는 느낌이 들었다. 반짝이는 San .. 2023. 6. 27.
시계가 죽었네 “시계가 죽었네.” 아내의 말에 벽시계를 보았다. 그네 타듯 움직여야 할 시계추가 제자리에 서있다. 멈춘 지 2시간 이상 되었다. 얼른 새 건전지로 교체하고 시침을 돌려 시간을 맞추었다. 다시 시계를 벽에 걸고 시계 몸통을 좌우로 흔들어 시계추가 다시 움직이게 한 다음 수평을 바로 잡았다. 죽었던 시계가 다시 살아 숨을 쉬기 시작한다. 얼마쯤 지난 뒤 아내가 다시 말했다. “시계가 가지 않는 것 같아.” 또 시계추가 움직이지 않는다. 건전지가 이상 있다 싶어 다른 건전지로 바꾸어 넣고 다시 벽에 걸고 시계추가 움직이도록 했다. 심정지 상태 같았던 시계가 정상적인 소리를 내며 다시 그네를 타듯 왔다 갔다 하기 시작한다. 혹시나 하고 잠시 동안 시계추를 보았다. 정상적으로 움직인다. 혹시나 해서 몇 분 뒤 .. 2023. 2. 28.
유통기한 일반적으로 식품에 표시된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기 마련이다. 냉장고에 보관 중인 식품 중 유통기한 임박했거나 지난 식품을 버리는 소비자가 생각보다 많다. 아깝기는 하지만 혹시나 탈이 날까 봐서다. 보통의 소비자라만 그런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아마도 그게 상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일 것이다. 2023년부터 이런 개념이 바뀐다. ‘유통기한’ 대신 실제로 섭취가 가능한 '소비기한'을 제품에 표시하도록 개정된 법이 적용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비기한'까지는 먹어도 도 괜찮다는 뜻이다. 주부라면 "유통기한이 일주일 지난 두부를 먹어도 될까? 아니면 "냉장고에 보관한 우유가 맛은 괜찮은 것 같은데 날짜가 지났으니 마시면 탈이 나지 않을까?" 이렇게 한 번쯤 의심해 본 주부들이 많을 것 .. 2023.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