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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96

Hot Dog(1) 엄마 가게 초복 날 보신탕집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엄마는 주문받으랴 홀 서빙하랴 정신없이 바빴다. 지영은 카운터 일을 보며 빈자리가 날 때마다 식당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을 안으로 불러들이는 일을 하고 있었다. “53번 손님 들어오세요.” 한 무리의 손님이 계산하고 빠져나가자, 지영은 문을 열고 나가 다음 손님을 불렀다. 그늘막 아래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담배를 태우며 기다리던 중년남성 6명이 황급히 담배를 끄고 안으로 들어왔다. “엄마! 여섯 분.” “안쪽 7번 방으로 들어가세요.” 엄마가 그들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야! 오늘 정말 덥네.” 흰색 반소매 와이셔츠 차림에 하늘색 넥타이를 맨 50대 중년 남자가 말했다. “부장님! 초복이잖아요,” 4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말하며 방바닥에 .. 2023. 12. 25.
살구(9) 할멈의 행방불명 신고를 받은 119 구조대가 마을에 도착했다. 용식 할멈이 마실 왔다가 인기척이 없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벨이 울리기에 문을 열어 봤더니 아무도 없었다. 구조대원과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봤지만, 할멈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수색작업은 내일 아침에 재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들과 딸, 사위는 불안했다. 딸이 대문을 열고 들어섰다. 웃으시며 반기던 엄마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아들도 침울한 표정으로 방에 들어갔다. 방바닥에 은행 대출서류가 보였다. 연필로 그려준 동그라미에 엄마의 도장이 찍혔다. 달빛 아래 살구나무와 덩그러니 빈 개집. 어쩌면 엄마에게 살구가 있으니, 무사할지도 모른다고, 남매는 희망을 품었다. 이튿날. 마을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수색작.. 2023. 10. 25.
살구(8) 할멈은 은행 서류에 도장을 찍을지 말지 고민했다. 맞벌이하는 데 왜 대출을 받는다고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다. 애들 학군인지 뭔지 때문에 이사 가야 한다는 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엄마다. 통화해도 괜찮니?” 할멈이 고민 끝에 딸에게 전화했다. “엄마. 무슨 일 있어?” “어제 동생이 왔다 갔어. 그런데 아직도 대출받아야 한다며 도장 좀 찍어 달라고 난리다. 어떡하면 좋냐?” “엄마. 해 주면 안 돼. 나중에 쫓겨나면 어떻게 하려고. 올케 하는 거 보면 뻔해. 안 모실 거라고. 그럼 엄마 갈 데는 요양원밖에 없어. 내가 모시려고 해도 시부모 다 살아계셔서 힘들어. 알잖아? 엄마.” 할멈이 고민 끝에 마음먹은 생각을 딸이 극구 반대했다. “그래. 알았어.” “엄마! 절대 안 돼. 알았지.” 살구가 공을.. 2023. 10. 24.
살구(7) 어제저녁 느닷없이 아들이 온다는 전화를 받았다. 할멈은 마을 어귀로 나와 아들을 기다렸다. 살구가 느티나무 정자 주변을 한가로이 왔다 갔다, 하더니 언덕으로 올라갔다. BMW 승용차가 마을로 들어와 마을회관 공터에 멈추었다. 아들과 며느리가 내렸다. “왜 둘만 와?” 할멈은 손자가 더 보고 싶었다. “할머니 집은 화장실이 무섭다며 안 가겠다는데 어떡해….” 아들이 투덜거리며 인사를 대신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봄에 아파트처럼 다 고쳐 놓았는데….” 할멈이 서운해서 말끝을 흐렸다. 건강은 어떠냐고 안부를 묻는 며느리가, 할멈은 달갑지 않았다. “나이 들면 다 그렇지 뭐.” 살구가 길을 안내하며 앞장섰다. 할멈이 손자 손녀가 학교에 잘 다니는지 묻지 않았다. 아들이나 며느리의 대답은 무성의할 것이고, 둘의.. 2023. 10. 23.
살구(6) 마당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집에 있어?” 할멈이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문을 열었다. 용식 할멈이 왔다. “해가 중천인데 자고 있었어?” “들어와.” “술 마셨어? 소주 냄새가 나는데.” “어제저녁 하도 적적해서 월류정에서 조금 마셨어.” “아이고 나라도 부르지. 할망구야.” “요즘. 내 맘을 나도 모르겠어. 자꾸만 허전한 게. 이 나이에 내가 계절을 타나?” “아직도 청춘이구먼. 하하하.” “내일모레. 수요일. 읍내에서 KBS 전국노래자랑 녹화방송이 있다는 데. 같이 구경이나 가지.” “전국노래자랑?” “다들 송해 오빠 보러 가자는데.” “그럼 나도 가지 뭐.” 모처럼 단장하고 나섰다. 살구가 의아한 표정으로 할멈 뒤를 따라왔다. 동네 노인들도 한껏 멋을 내고, 버스정류장에 모였다. 마을이 텅 비.. 2023. 10. 22.
살구(5) 추석에도 할멈은 설에 이어 혼자 성묘를 다녀왔다. 마음이 무거웠다. 고향을 누가 지키며 살 것인가. 시골은 고령화되어, 나이 육십이 면 청년이라는 말을 듣는 게 현실이다. 이대로 가다간 농촌이 사라질지 모른다. 걱정이다. 점심을 거른 채 TV를 켰다. 추석 특집 전국노래자랑이 방송되고 있었다. 유일하게 마음을 달래주는 프로였다. 재미있게 TV를 보는데, 살구가 멍멍 짖었다. 문을 열자 옆집 용식 할멈이 왔다. “뭐 해?” “뭐 하긴 송해 오빠 보고 있지. 용식이 올라갔어?” “고속도로 막힌다고 차례상 물리자마자 바로 올라갔어.” “할멈 아들은 안 왔어?” “부잣집 며느리 얻었다고 다들 부러워했는데. 장가가니까 소용없구먼.” “품 안에 자식이래잖아.” “예전엔 마을회관에서 윷놀이에다가 막걸리 한 사발 기울.. 2023. 10. 21.
살구(4) “벌초를 왜 힘들게 엄마가 해? 아들은 뭐 하고?” 딸은 남동생이 너무하다며, 할멈에게 투덜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올케가 엄마를 모시지 않으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바빠서 못 온다는 데, 어쩌겠냐? 나라도 해야지.” 할멈은 아들을 감싸며 에둘러 핑계를 댔다. “장모님. 건강은 좀 어떠세요?” 저쯤에서 멈칫거리던 사위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늙은이 몸이 그렇지. 뭐. 그나저나 자네 사업은 어떤가?” “미국산이다. 호주산이다, 수입 쇠고기가 워낙 많이 들어와 힘들죠.” “큰일이네. 이러다 축산농가 밥이나 먹고살 수 있는지 모르겠어. 과수농가도 바나나다 망고다 해서 수입 과일 때문에 힘든데….” “장모님. 힘들긴 해도 거래처 절반은 농협 매장이라 든든한 편이에요.” “엄마. 사위가 지난달 한우영농조.. 2023. 10. 20.
살구(3) 추석을 앞두고 할멈이 마루에 앉아 마당에서 놀고 있는 살구를 쳐다보았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냐? 네 팔자도 어지간하다. 어쨌거나 지난 일은 다 잊어. 알았지?” 조끼 주머니에 넣어 둔 휴대폰 벨이 울렸다. “엄마! 별일 없지?” 며느리를 앞세워 왔다 간 아들이 뜬금없이 전화했다. “별일은 무슨 별일, 벌초하러 언제 올 거야?” 추석이 다가오니, 먼저 저승 가신 영감의 벌초도 하고, 성묘도 해야 할 것이므로 할멈이 물었다. “엄마! 요즘 누가 벌초를 해. 대행업체에 맡겨.” 아들이란 놈이 불효를 당연하게 투덜거렸다. “오기 싫으면 그만둬. 말하는 내 입만 아프지. 됐고, 추석에 올 거지? 손자 얼굴이라도 보여줘야지.” 할멈은 화가 났지만, 손자는 보고 싶었다. “….” 대답은 없고, 곁에 붙어 앉은 며느.. 2023. 10. 19.
살구(2) “웬 개여? 장날 사 왔는가?” 할멈이 마실 오지 않으니, 용식 할멈이 왔다. “누가 버린 거 같아 데려왔어.” 앉을자리를 손바닥으로 쓸며 말했다. “잘 됐구먼 그려. 검둥이가 죽고 나서 많이 적적해하더니만.” 용식 할멈이 마루에 걸터앉아 살구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똥개는 아닌 거로 보이는데. 이름이 무엇이여?” “이름? 살구여.” “고향의 봄. 노래에 나오는 그 살구?” “맞아, 그 살구.” “듣고 보니 괜찮네.” “오늘 장날이라. 고추 좀 내다 팔러 갈 건데. 같이 가시려나?” 용식 할멈이 장에 갈 것인지 물었다. “지난 장에 갔다 왔어.” 할멈이 마른 고추 자루를 머리에 이고 장터로 나섰다. 살구가 촐랑촐랑 따라왔다. 늘 다니는 길인데, 장에 가는 날만큼은 멀게 느껴진다. 정류장에 도착해서야 할멈.. 2023. 10. 18.
살구(1) 늘 그러했듯, 새벽닭이 울자, 할멈이 산책을 나섰다. 들녘을 한 바퀴 돌고 마을 초입의 느티나무 정자를 지날 때, 마루 밑에 엎드린 낯선 개 한 마리가 보였다. 할멈이 다가가자, 녀석이 일어나 뒷걸음질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이놈아! 어디서 왔어?” 할멈이 개와 눈을 맞추며 쪼그려 앉았다. “멀뚱멀뚱 쳐다만 보지 말고 이리 와. 어서.” 녀석은 겁먹은 듯 경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자세히 보니, 상처 난 오른쪽 뒷다리에 피가 엉겨 붙은 채 파르르 떨었다. “버릴 거면 애초부터 키우지 말아야지. 누가 이런 시골에다 버렸을까?” 안쓰러운 표정으로 할멈이 혀를 차며 일어났다. 집으로 향하던 할멈이 몇 걸음 가다 뒤를 보았다. 개도 할멈을 뚫어질 듯 쳐다본다. 아침 햇살이 기지개를 켜며 올라왔다. 경운기가 느티.. 2023. 10. 17.
'별을 죽인 달'을 마치면서(48) 어쩌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럴 만한 능력도 없었다. 글에 대한 지식도 없고, 평소에도 글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글이라고 해 봤자 회사 생활하는 동안 문서나 보고서 정도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굳이 쓰게 된 동기가 있다면 ‘어쩌다.’였다.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물으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이상한사람이 되어야 한다. 세상은 늘 시끄럽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속세의중생들은 그게 일상이다. 그러던 어느 날 놀랄만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시장이 실종되었다는 속보가 자막으로 TV 하단에 떴다. 그리고 그날 밤, 그가 발견되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는 뉴스가 거실에 있는 TV로 날아들었다. 다음 날부터 추한 뉴스가 온 나라를 흔들었다. 권력에 의해 자행된 비윤리적인 .. 2023. 10. 14.
별을 죽인 달(47) Second life 소살리토(Sausalito)는 스페인어로‘작은 버드나무’라는 의미로 San Francisco에서 북쪽으로 7km 떨어진 작은 휴양도시다. 예쁜 상점과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동네로 경관이 아름답다 보니 영화의 촬영 장소로 자주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부촌이기도 하다. 나는 병원을 정리하고 Second life를 위해 이곳에 삶의 터전을 잡았다. 부촌이라 정착한 건 아니다. 동네가 조용하고 문학, 미술 등 예술인들이 많이 몰려 사는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 바닷가 절벽으로 된 지형으로 태평양 연안에 있어 주변 경치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곳은 금문교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철도와 교통의 종착지로 물류 기능의 중심지였다. 2차 세계 대전 당시는 조선소들이 자리 잡고 있어 공장지대 .. 2023. 10. 13.
별을 죽인 달(46) 참회(懺悔)의 길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 오온개공 도일체고액 사리자 색불 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서 … 고설반야바라밀다주 즉설주왈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태백산맥 깊은 산속에 가을이 찾아왔다. 나그네처럼 단풍이 또 왔다. 매년 찾아오는 손님인데 올해는 유난히 색이 곱다. 사람이라고는 찾지 않는 깊은 계곡 산허리에 있는 자그마한 암자(庵子)가 보였다. 수행자만 홀로 기거하다 보니 속세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은 없다. 아침에는 햇살이, 한낮에는 숲 속 산새들이 손님이다. 불상 앞에서 반야심경 독경을 끝낸 해월스님이 툇마루에 앉아 가을 끝자락에 매달린 .. 2023. 10. 12.
별을 죽인 달(45) 서울이여, 안녕 “아빠는 어디 가셨어?” “그간 대사관 직원들이 아빠 때문에 고생 많았다며 스티브 대사하고 몇몇 직원들에게 점심 한 끼 대접한다고 나가셨어.” “내일 비행기 탈 일만 남았네.” “그렇지.” “막상 서울을 떠난다니까 실감이 나지 않아.” “그건 너도 모르게 정이 들어서 그런 거야.” “커피 한잔할래?” “아니, 생각 없어. 엄마! 뭐 좀 물어봐도 돼?” “뭔데?” “엊그제 김 변호사님하고 모든 걸 정리하고 헤어지던 날. 눈물이 나서 참느라 힘들었어.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닌데 난생 이런 느낌 처음이야. 이 감정이 뭔지 잘 모르겠어.” “조금 전에 얘기했잖아. 정들어서 그런 거라고.” “정(情)…” “말로는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한국인 특유의 정서라고 말해야 하나, 이를테면 한국인만이 가.. 2023. 10. 11.
별을 죽인 달(44) 눈물의 의미 아침 일찍 눈을 떴다. 김재형 변호사가 한 말이 생각났다. 정말 내가 그렇게 달라진 걸까? 정말 그렇게 보였을까? “그 간의 열정, 그 용기 다 어디로 간 거예요? 자 힘내시고요. 우리 헤어지기 전에 이별을 아름답게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무슨 이유인지 머릿속에 그 말이 자꾸 메아리쳤다. Anna는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착각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변호사를 통해 자신이 변한 것 같은 모습을 알게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노-크 소리와 함께 엄마가 들어왔다. Anna가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 “오늘 기자회견 한다며?” “사실 난 하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김 변호사님 말씀을 듣고 보니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 “네가 고집을 꺾.. 2023. 10. 10.
별을 죽인 달(43) 이별 전야 Anna는 서울 생활을 정리했다. 가장 서두른 일은 오피스텔 처분이었다. 시세보다 싸게 내놓자, 매수를 원하는 이들이 아우성치듯 몰렸다. 사람들이 부동산에 대해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실감했다. Anna 희망자 중에 지방에서 온 젊은 여성 직장인에게 매도했다. 김재형 변호사와 이별이 남았다. 만날 때는 몰랐는데 이별하려니 왠지 떠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별 뒤 마음에 불어닥칠 눈물을 어떻게 감당할지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만날 때부터 이별은 예고되어 있었다. Susan이 Anna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한마디 던졌다. “변호사님하고 헤어지려니까 자신이 없지?” “맞아. 엄마!” “그게 세상이야.” “이별이 뜨거울수록 인연이 아름다웠다고 받아들이면 돼.” “그럼, 이별은 어떻게 해야 .. 2023. 10. 9.
별을 죽인 달(42) 타개(打開)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먼저 최근 전임 대통령의 Anna양 성추행 사건과 Susan여사 기자회견으로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Anna 양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정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도 본의 아니게 걱정을 드리게 된 점에 대해서도 송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전임 대통령이 실종되는 전대미문의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도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미궁에 빠진 채로 표류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 대해서도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Anna양 사건은 여성의 인권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 인식에서 비롯된 .. 2023. 10. 7.
별을 죽인 달(41) 실종(失踪) “어쩌다 Anna양 사태가 이런 상황이 된 거죠?” “우리가 전임 대통령의 성범죄를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대응만 하다 보니 상황이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럼, 비서실장은 나 몰라라 해야 했다는 뜻인가요?” “대통령님! 불편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는 그 어른을 나름대로 지켜주었습니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을 공정하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오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우리 편이니까 무조건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집단논리에 빠져나오지 못한 거죠.” “비서실장 얘기를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군요. 차라리 Anna양 교통사고 때 정치적 결단을 내렸으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통령님! 어쨌거나 친.. 2023.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