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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 나도 작가다96

별을 죽인 달(22) 대책 회의 “긴급현안이라도 있습니까?” “우선 보고부터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올라왔습니다.” “두 분이 같이 오신 것을 보니 저도 궁금하군요.” 대통령이 자리를 권하며 앉았다. 비서실장과 민정수석도 뒤이어 의자에 앉았다. 대통령이 차라도 한잔할 건지 물어보자 방금 마시고 왔다며 사양했다. “내용이 뭐죠?”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서울에 와 있습니다.” “사전에 올라온 보고내용에는 그런 게 없었잖습니까?” “그래서 올라왔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온 목적이 뭔지 모른다는 얘기네요?” “예, 그렇습니다.” “오늘 아침 미 대사관 직원들이 인천공항에서 누군가 기다리다 허탕하고 돌아가는 일이 있었답니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우리 요원들이 입국자를 전수 확인하는 과정에서 John Edward라는 이름을 미국 쪽 .. 2023. 8. 13.
별을 죽인 달(21) 경청(傾聽) 김재형 변호사가 문을 열고 병실에 들어섰다. Susan이 그녀를 보자 반가운 얼굴로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어머님은 이제 아프신 데 없으시죠?” “덕분에 저는 괜찮습니다.” “정말 다행이세요.” “하늘이 우리 모녀를 지켜주신 모양입니다.” 김 변호사는 Anna가 누워있는 침대를 쳐다보았다. Anna와 눈빛이 마주치자 김 변호사 눈에 이슬이 맺혔다. 그녀가 Anna에게 다가가 말없이 손을 잡았다. Anna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Anna가 일어나려 하자 변호사가 괜찮다며 그대로 있으라고 말했다. “Anna 씨! 어려움을 극복해야 별처럼 빛나는 인생을 살 수 있는 거예요. 딴생각하지 마시고 건강을 되찾는 것만 집중하세요. 아셨죠?” Anna는 .. 2023. 8. 10.
별을 죽인 달(20) 의혹 H 신문 1면에 ‘Anna 양 교통사고 은폐 의혹’이란 기사가 나갔다. 살인미수 성격의 사건을 경찰이 축소했다는 내용이다. 범행을 사주한 의혹에 대해서 수사조차 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경찰의 소극적인 수사에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기자는 제기했다. 전임 대통령 변호인단은 강하게 반발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마치 사실처럼 보도한 H 신문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들은 보도 내용을 가짜뉴스라 부인하며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한쪽에서는 보도와 관련하여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느라 당혹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되었다. 수사당국은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경찰 수뇌부는 실무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며 입단속에 나섰다. 여당과 정부 쪽.. 2023. 8. 7.
별을 죽인 달(19) 특종기사 “차 기자님! 김재형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한번 만나고 싶은데 어떠세요?” “전 괜찮아요.” “그럼, 우리 만나던 P 호텔 커피숍 있죠? 거기서 3시쯤 뵐까요.” “예, 그렇게 할게요.” 차수정 기자는 전에 부탁한 Anna 양 인터뷰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간 Anna 양 취재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 Anna 양이 사고 이후 심경의 변화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 변호사와는 신입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온 사이다. 두 사람은 한국 사회 여성 인권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친분을 쌓아 왔다. 김 변호사가 자신보다 나이는 많지만, 생각이나 가치관이 비슷했다. 두 사람이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다. 지금도 생각이 난다. 변호사가.. 2023. 8. 4.
별을 죽인 달(18) 그림자 최정수 : 안영재 씨! 피해 현장에서 조치도 안 하고 왜 도주했어? 안영재 : …. 최정수 : 뺑소니는 구속수사 원칙인 거 모를 리 없을 텐데, 현장을 방치하고 도주했다는 사실은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라는 얘기지. 왜 그랬습니까? 안영재 : …. 최정수 : 왜 묻는 말에 대답을 안 해? 묵비권을 행사하겠다. 이건가? 안영재 : …. 최정수 : 안영재 씨! 안 잡힐 줄 알았습니까? 요즈음은 CCTV가 거미줄처럼 쫘~악 깔려 있어서 웬만한 뺑소니 사고는 100% 검거된다는 건 상식이에요. 그 정도는 아실 텐데. 뛰어봤자 벼룩이란 말입니다. 그나저나 범행동기가 뭡니까? 용의주도하게 대포차를 범행에 이용한 다음 버리고, 미리 계획한 장소로 이동해서 당신 승용차를 이용해 도주한 걸 보면 나름 치밀하게 준비한.. 2023. 8. 1.
별을 죽인 달(17) 첩보 호수에 떠 있는 백조는 정중동(靜中動)이다. 첩보를 다루는 요원들도 그렇다. 그들은 깃털처럼 스치는 바람조차 예사롭게 보지 않는다. 짧은 순간에도 단서를 찾아 퍼즐을 맞추는 게 그들의 활동이다. 실오라기 같은 정보 하나라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일이다. 인천공항에서 미 대사관 직원들이 움직이고 있을 때였다. 그들을 예의주시하던 눈빛이 있었다. 국정원 직원들과 경찰청 대외정보과 소속 요원들이다. 그들은 미 대사관 직원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본 직후 그들의 동선을 은밀하게 역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VIP 입국 통로 주변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디론가 전화를 한 후 사라졌다. 공항 귀빈실에도 잠깐 모습을 보였다. 항공사 데스크에 가.. 2023. 7. 29.
별을 죽인 달(16) VIP 인천공항 입국장에 정장 차림의 미국인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가 기내용 캐리어 하나를 끌고 입국장을 나와 곧바로 택시를 탔다. 한국말로 “강남 삼성병원으로 갑시다.”라고 말하자 운전기사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룸미러를 쳐다보았다. 특유의 외국인 억양의 말투였지만 발음은 정확했다. “한국말하실 줄 아세요?” “조금요.”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국은 처음이세요?” “예, 처음입니다.” 택시 기사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VIP 입국 통로 쪽은 긴박했다. 신사복차림의 몇몇 미국인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움직였다. 그중 한 사람이 어디론가 휴대전화로 상황을 보고했다. 다른 한 사람은 입국자 명단을 확인하기 위해 청사 안으로 급히 달려갔다. 책임자로 보이는 한 사람은 공항 서쪽 귀빈실.. 2023. 7. 26.
별을 죽인 달(15) 검사(檢事) 김재형 변호사가 사무실을 나왔다. 평소보다 늦은 퇴근이다. 그녀가 엘리베이터를 타며 휴대폰을 꺼내 시계를 보았다. 밤 9시 50분이다. 지하 주차장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실례지만 김재형 변호사님이십니까?” “예, 그런데요.” “저는 서산경찰서 최정수 형사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고 뺑소니 교통사고 피해자 신분을 확인하다 보니 변호사님 명함이 나와서 혹시 아는 분인가 해서 전화했습니다.” “피해자가 누군데요?” “Anna Edward라는 여자분입니다.” 그녀의 심장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예! 어디로 가면 되죠?” “서산의료원 응급실입니다.” “환자 상태는 상태요? 김 변호사는 다급해지면서 목소리가 올라갔다. “보기에는 심하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은 데 의식이 없습니다... 2023. 7. 23.
별을 죽인 달(14) 의문의 사고 모녀는 호텔에서 지내며 외출을 자제했다. 혹시 예기치 않은 불상사가 일어날지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텔 안에서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기에는 공간적인 제약이 있다. 지루한 일상을 감내해야 한다. 나름대로 호텔 내 시설을 최대한 이용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최선이었다. 두 사람은 호텔 내 있는 피트니스 클럽과 수영장을 다녔다. 그래도 호텔 방안에 머무는 시간은 따분했다. Anna는 주로 노트북을 꺼내 웹서핑으로 시간을 보냈고 Susan은 스마트 폰이 친구가 되었다. 호텔 앞에 남산공원이 있는 것도 위안이 되었다. 답답함을 달래는 데 한몫했다. 불가피한 일상의 변화다. Anna는 경우 주간에 외출할 때 의도적으로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나갔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주간 활동이 꺼려졌다... 2023. 7. 20.
별을 죽인 달(13) 파장(波長) 시민들이 응원하는 전화가 김 변호사 사무실에 빗발쳤다. 성금을 보내겠다는 사람들도 잇따랐다. 한국 여성의 전화와 한국 성폭력 사무실에도 온종일 격려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특히, 과거 성폭력을 경험했던 피해자들이 익명으로 성금을 보내오기도 했다. 대학가도 Anna 기자회견을 지지하는 성명서 발표가 잇따랐다. 특히, 서울시 내 여자대학교 학생들은 성 관련 피해자들이 음지로만 숨어 지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해 여성들이 가슴앓이하는 소극적인 자세보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신념을 갖고 양지로 나와 성폭력과 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 신문 차수정 기자는 Anna 사건 초기부터 관심을 보였다. 차 기자는 Anna와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김재형 변호사에게 부탁했었다. 그.. 2023. 7. 18.
별을 죽인 달(12) 분노 김재형 변호사는 각 언론사 법조팀과 사회부에 기자회견 계획을 알렸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 여성의 전화 등 유관 단체 관계자들과는 직접 만나 지원을 요청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을 비롯한 인권변호사 모임을 이끄는 관계자들과도 만나 Anna 문제에 뜻을 같이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성 법조인 모임 선후배들과도 접촉하여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유일하게 여당 소속 여성 정치인들만 Anna 문제에 대해 미온적이었다. 그들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만남 자체를 피했다. 그나마 야당 여성 정치인들이 관심을 보이기는 했으나 그 숫자가 많지 않았다. 기자회견 당일 Anna는 오전 일찍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김재형 변호사가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그녀는 질문에 응답하는 형식.. 2023. 7. 15.
별을 죽인 달(11) 성격 Anna가 아침 일찍 일어나 원두를 갈아 내려받은 커피 한 잔을 들고 의자에 앉았다. 노트북이 부팅되는 동안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커피 향이 가슴에 스며들었다. 순간 연인이 부드럽게 입맞춤해 주는 듯 눈을 감았다. 커피 향이 연인의 향기처럼 마음을 촉촉하게 젖게 해 주었다. 어제 밤늦게까지 작업한 문서 파일을 화면에 띄웠다. 터치패드를 움직여 첫 페이지로 이동시켰다. 중간중간 오타를 수정하며 문장을 다듬었다. 아침 식사 전 마무리하고 싶었다. 반복해서 몇 번 읽어 봐도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글쓰기 작업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정복하기 어렵다. 어려워도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 밤늦게까지 끙끙거리며 작업을 끝낸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이란 미루면 미룰수록 쌓이게 마련이다. 어차피 .. 2023. 7. 13.
별을 죽인 달(10) 번민(煩悶) 김재형 변호사로부터 1심 재판 패소 소식을 들었다. Anna는 어떻게 소송을 이어갈지 막막했다. 일단 항소를 결정했지만 2심 재판도 전망은 부정적이다. Anna는 자신이 이길 수밖에 없는 승부인데 현실은 그 반대다.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어렵다. 정말 세상이 왜 이런 것일까? 판결문을 보고 Anna는 대한민국 사법 정의를 의심했다. 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사법부의 정의가 겉으로 보기에는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누군가 정의를 기만하며 위협하고 있는 그림자가 장막에 가려져 있다. 그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민주주의를 우롱하는 의심이 든다. 정의롭지 못한 나라다. 판결문에 드러난 표현 중에 ‘… 정황상 일부 피의사실이 인정될 소지가 있기는 하나 이를 증빙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 2023. 7. 11.
별을 죽인 달(9) 언쟁(言爭) “Anna!, Anna!” 짙은 안갯속에서 헤매고 있다. 희미하게 Anna가 보였다. 손을 뻗어 딸을 잡으려 하는데 닿을 뜻 하면서 잡히지 않았다. “Anna! 제발 거기 서.” 녀석은 아무런 말이 서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딸을 향해 달려가도 제자리다. 딸의 이름을 절규하듯 불렀다. 두 팔을 벌려 소리쳤다. “Anna!, Anna!” Susan은 맨발로 달렸다. 날개를 단 듯 Anna가 안갯속으로 날아간다. 그녀가 벼랑 끝에서 몸을 날렸다. Anna는 안 보이고 그녀의 몸만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흔들림이 느껴졌다. 몸이 젖은 빨래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엄마! 엄마!” Anna 목소리가 들렸다. “정신 차려, 엄마!” 희미하게 보이던 Anna의 얼굴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평소와 달리 .. 2023. 7. 9.
별을 죽인 달(8) 어색한 만남 Susan은 김재형 변호사에게 부탁한 편지가 잘 전달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마치 취준생이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듯 답장을 기다렸다. 아무리 세월이 지났어도 그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 석 자만 들어도 그는 분명 깜짝 놀라 만나자고 연락하고도 남을 인간이다. 승소하기 어렵다는 것은 김 변호사를 통해서 재차 확인한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로 오기 전 동생 은영을 통해서 무모한 소송이라 전해 들었다. 동생은 소송에 대해 객관적인 상황을 언니에게 이메일을 통해 전하며 되도록 이른 시일 내 Anna를 설득해 미국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Susan은 서울에 온 후 줄곧 딸과 함께 보냈다. Susan은 어제저녁 식사를 하면서 오늘 하루는 쉬고 싶다고 딸에게.. 2023. 7. 7.
별을 죽인 달(7) 변호사 승용차가 반포대교를 건넜다. 차가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지나 교대역 사거리에서 우회전했다. 모녀가 탄 차가 이면도로로 접어든 후 한 건물의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지하 1층에 주차 공간이 없자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Anna는 차를 엘리베이터 연결 복도 가까운 곳에 주차했다. 변호사 사무실은 10층 복도 끝 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Anna가 먼저 사무실로 들어갔다. 박 사무장이 Anna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가 “잠깐만요.” 하면서 변호사 집무실로 들어갔다. 안경을 쓴 여자가 나오더니 Anna를 포옹하며 등을 토닥거려 주며 맞이했다. “자, 들어갑시다.” 그녀가 모녀를 집무실로 안내하며 들어가 자리를 권했다. “그간 어떻게 지냈어요?” “본의 아니게 다른 때 보다 방콕 생활 좀 했습니다.” “.. 2023. 7. 5.
별을 죽인 달(6) 한(恨) “안녕하세요. 저 Anna입니다. 변호사님!” “Anna 씨! 지난번 보니까 매우 힘들어 보이던데 좀 어떠세요?” “괜찮습니다. 변호사님!” “말은 그렇게 하셔도 아주 힘드실 거예요. 어차피 어렵고 힘든 싸움이지만 힘내셔야 해요.” “알겠습니다. 변호사님!” “힘들 땐 언제든지 전화해 주시고 오세요. 제가 소주 한 잔 살 테니까.” “고맙습니다. 변호사님!” “혹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죠?” “아무 일 없어요.” “뭔가 하실 말씀이 있는 거 같은데?” “다름이 아니라 어제 미국에서 어머님이 오셨어요. 그래서 인사 좀 드리고 싶은데 일정이 어떠신지 전화를 드렸어요.” “어떡하죠? 오늘은 지방 출장 변론이 있어서…, 내일은 시간이 괜찮은데.” “그럼, 내일 몇 시쯤 뵐까요.” “오후 2시쯤 어떠세.. 2023. 7. 3.
별을 죽인 달(5) 방해 공작 Susan은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어젯밤 마신 와인 탓인지 갈증이나 눈을 떴다. 침대에서 일어나 딸이 자는 모습을 보았다. 이불을 걷어차고 자는 잠버릇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이불을 덮어 주고 나서 커피포트 옆에 놓인 생수를 컵에 따라 마셨다. 객실 창가로 가 커튼을 오른쪽으로 밀었다. 남산타워가 보였다. 어제저녁 일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어쩌다 딸이 이렇게 되었을까. 세상에 이런 악연이 또 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괴로웠다. “엄마! 벌써 일어났어?” “어, 일어났니? 갈증이 나서 물 좀 마셨어.” “나도 물 좀 마셔야겠네.” “엄마가 갖다 줄게.” “아니야, 어차피 나도 일어나야 해.” Anna가 물을 마시고 Susan 앞에 앉았다. “엄마! 괜찮아?” “난 괜찮아.” “피곤하실.. 2023.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