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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318

몽환적인 숲에서 실망하고 돌아왔습니다. 안개가 낀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새벽길을 달려왔는데, 휑하니 쓸쓸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허탈한 마음으로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축 처진 내 모습이 안 되어 보였던 모양입니다. 소나무들이 측은하게 날 나를 보는 듯합니다. 녀석들이 웬일이지 하는 표정들 같았습니다. 안개 낀 날이 아닌데 왜 왔지…. 식당 개 삼 년이면 라면을 끓일 줄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이곳 소나무들은 그 정도는 될 겁니다. 안개가 끼지 않은 날은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주로 사진 애호가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보은군 탄부면 임한리에 있는 솔밭은 익히 그렇게 알려진 곳이다.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왜 안개 낀 날만 유독 이곳을 찾는지. 다시 왔습니다. 안개 낀 솔숲은 다릅니다. 뻔한 숲이 아닙니다... 2024. 10. 17.
에어쇼를 보면서 쇼는 볼만한 구경거리여야 합니다. 그런데 공짜로 보는 쇼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미 서부 여행 때입니다. 여행 전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벨라지오 분수 쇼는 반드시 봐야 한다는 여행 후기가 많았습니다. 유명한 쇼인가 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안 보면 후회할 것 같아 가보았습니다.  밤 9시, 조명을 받은 분수가 잠에서 깨어 요정이 춤추듯 했습니다. 음악의 선율에 따라 분수 쇼가 연출되었습니다. 고작 3분 정도였습니다. 시작인가 싶더니 끝이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더니 싱겁게 끝난 겁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가 무얼까? 공짜여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돈 주고 Wynn 호텔에서 본 르 레브 쇼(LE REVE SHOW)는 달랐습니다. 르 레브 쇼(LE REVE S.. 2024. 10. 16.
가을엔 업데이트하세요.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둘이서 만나요. 브라보콘//살짝-쿵 데이트♪ ○○ 부라보콘♬/ 흑백 TV 시절인 1970년대에 유행했던 광고음악입니다. 그 시절 남자애들은 이걸 짓궂게 개사를 해서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12시에 풀러요. 브라자 끈’ 누구나 연인이 되기 전, ‘데이트’란 단어를 현실에서 경험하게 됩니다. 탐색전 성격이 강한 만남이죠. 서로가 얼마나 호감을 느끼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잖아요. 연애 감정이 뜨거워지면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사이가 돈독해져 사랑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데이트’는 그런 만남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이 분야엔 별로 아는 게 없습니다. 그러나 모르긴 해도 초기엔 카페(옛날엔 다방)에서 커피 차 한잔 마시면서 시시콜콜한 주제로 이야기하고.. 2024. 10. 15.
야경이 아름답긴 한데 한국의 야경을 보고 외국인들이 물었다.“오! 뷰티풀, 이렇게 한국의 야경이 아름다운 이유가 무엇입니까?”한국인이 답했다.“야근이 많기 때문입니다.” 퍼 온 글입니다.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야근 때문이라니. 틀린 말은 아닌 듯합니다. 야근이 없으면 도심 빌딩의 불빛은 꺼져 있을 테니까요. 일부러 전기세까지 부담하면서 빌딩의 전깃불을 켜 놓을 리가 만무하잖아요. 많은 고층 건물의 대부분이 주거 공간이 아니니까 더욱 그럴 겁니다. 기껏해야 거리의 가로등 정도는 남아 있겠죠.   빛은 모든 아름다움의 바탕이 되는 존재입니다. 빛은 어둠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자연계를 지배하죠. 그러니 빛이 아름다운 영역을 지배한다면, 어둠은 그 반대 영역을 지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빛과 어둠은 낮과 밤을 양분하여 시간의 .. 2024. 10. 14.
여명에 물든 꽃밭에서 출사 전날, 가을 아침을 만날 생각 하면 설렙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모르는 사람은 뻥이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해뜨기 전 여명과 함께 만든 코스모스꽃을 만나 보면 그런 소릴 안 할 겁니다. 설렘을 유혹할 만한 가을빛이 다른 때와 달리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감성이 둔한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어둠을 덮고 잠든 코스모스밭은 분위기 있는 말로 고즈넉합니다. 행여 꽃들이 잠에서 깰까 봐 나는 숨을 죽이고 기다립니다. 이 시간이면 모두 단잠에 빠져있을 때이니까요. 그러나 조금 있으면 아침의 문을 열릴 겁니다. 원래 가을은 여름보다 잠이 많거든요. 성질만 급하면 속만 탑니다. 사진의 시작은 기다림입니다. 눈을 뜬 여명이 하늘 처마 끝을 물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코스모스 요정.. 2024. 10. 10.
그땐 메밀꽃을 몰랐습니다. 한겨울 어두운 골목길을 걷노라면 무서웠습니다. 달빛조차 없는 밤은 더욱 그랬습니다. 개 짖는 소리가 음산하게 들리면 마치 공포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옵니다. 그 시절 골목길은 왜 그리 어두웠나 모르겠습니다. 분위기 있게 전봇대 위에 방범등 하나라도 있었으면 무섭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궁이 굴뚝에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던 시절의 겨울이 그랬습니다. 해가 짧은 겨울밤은 길었습니다. TV도 없던 시절, 까맣게 그을린 아랫목 구들장으로 서로 발을 디밀었던 겨울밤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먼 아날로그 시절로 돌아가면 어느새 아련하게 옛 생각이 납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하려고 그러나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말해야겠습니다.  “찹.. 2024. 10. 9.
자유, 인간의 전유물인가 새를 보면 부러움을 느낍니다. 하늘을 난다는 것, 자유롭다는 것,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해 본 사람이 많을 겁니다. 이유는 다 알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단지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다면 꿈에서 새가 되어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우린 날개가 없습니다. 그러니 날지 못하는 걸 부럽다고 쳐도 자유롭다는 걸 부러워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 우리가 자유롭지 않다는 건데, 과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우린 자유를 누리고 있으니까,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겁니다. 감방에 갇혀 있는 죄수가 아닌 이상. 자유는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우린 자유를 쟁취하기 .. 2024. 10. 8.
노을 진 억새밭에서 고독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가을이 그런 계절입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콕짚어 말할 수 없는 답답함도 훌훌 털어내고 싶고요. 고요와 적막이 뒤섞인 곳을 거닐다 보면 외롭게 느껴지는 이 마음을 누군가 달래 줄 것 같은 생각이 막연하게 듭니다. 그때 누군가가 고독이었으면 합니다.  저물어 가는 가을 저녁, 억새밭을 혼자 걸어본 적이 있습니다. 노을이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말이죠. 은빛 억새 물결이 출렁입니다. 가을이 고독을 품에 안고 슬픈 표정으로 춤추는 것 같습니다. 다가올 이별 무대가 언제 인지 알고 있지만 모른척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을은 언제나 올 때부터 떠날 준비를 하고 온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해 질 무렵 억새밭에 서 본 사람은 알 겁니다. 가을.. 2024. 10. 7.
노을에 빠지다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그 어떤 형용사로도 표현하기 힘듭니다. 그래도 생각나는 대로 써 보았습니다. 아름답다. 황홀하다. 환상적이다. 끝내준다. 멋지다. 과연 어떤 말이 이 상황에 딱 맞는 단어일까. 고르지 못하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단지 사진을 찍고 있는 이 순간조차도 아깝다는 생각만 듭니다.  노을 지고 있는 서쪽 하늘을 이르는 말입니다. 해 질 무렵 노을을 한두 번 본 게 아닙니다. 그때마다 노을은 다 그런 거지 하며 지나쳤습니다. 때론 아름다웠고, 때론 멋졌습니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노을 지는 풍경에 눈길을 던지긴 했어도 심장을 마구 두들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영혼을 유혹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빼앗긴 마음을 진정시켰습니다. 두근거리는 심장도.. 2024. 10. 3.
바람은 죄가 없다. 이해 못 할 때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왜 싫어하는지. 사실 모든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몇몇 사람입니다. 내가 특별히 그들에게 민폐를 끼치거나 잘못한 건 없습니다. 그런데 단지 바람이란 '이름' 때문입니다. 바람이란 이름도 사람들이 지어 붙여 놓은 겁니다. 그래 놓고 나를 미워하니 더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궁금하다면 어떤 사람들인지 말하겠습니다. 남녀불문하고 딴짓하는 사람들, 특히 외도하는 사람, 어엿한 애인이 있는데 몰래 다른 사람을 만나는 사람, 모두 바람피운다고 바람을 싫어합니다. 약속 장소에 상대가 나타나지 않을 때 또 바람맞았다고 바람을 싫어합니다. 도대체 그게 왜 나와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부들도 가끔은 날 싫어합니다. 마트나 시장에 가서 장을 봅니다. 장을 보다 보면 .. 2024. 10. 2.
부처님, 괴로워요. 왜? 미운 놈 떡 하나 주라는 거지. 그게 가능한가? 솔직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여태껏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혹시, 내가 부처님이 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문입니다. 미운 놈 보기도 싫은 데 떡을 주라니, 그게 말이 됩니까. 살다 보면 미워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요. 거기엔 미움을 받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콕 집어 이거다, 하기 어려워도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랑과 배신에서 오는 미움부터 자존심을 건드리는 사소한 오해, 사회적으로 어쩔 수 없는 갑과 을의 갈등으로 인한 갑질 등등. 미움은 감정입니다. 좋아하는 감정의 반대쪽에 있습니다. 그러.. 2024. 10. 1.
코스모스 핀 들녘에서 힘들었습니다. 여름 내내. 열대야는 연일 신기록을 경신했죠. 뉴스를 보면 하루라도 시끄럽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세상은 늘 그랬죠. 별별 일이 벌어져도 그때뿐이고, 그게 내 일이 아니면 무덤덤하게 지나치게 됩니다. 서로 어울려 살아야 아름다운 세상인데 저마다 세상사는 게 팍팍하면 마음까지 여유가 없어집니다.  하루라도 빨리 가을이 왔으면 했는데 늦더위가 강짜를 부리는 것처럼 가을을 시샘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가을에만 관심이 있으니 물러가기 싫은 가 봅니다. 우린 때가 되었으니 기다리는 것뿐인데 눈치 없는 여름이 고집스럽게 버티는 것 같아 보기 싫습니다. 뭐가 그리 아쉬운 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계절의 시계는 돌아갑니다. 늦었지만 가을이 성큼성큼 우리 곁에 왔습니다. 가을이 온 걸 어떻게.. 2024. 9. 30.
해를 품은 달, 아니 물 사진을 찍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신비함을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예기치 않은 신비함에 몰입하다 보면 한동안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없는 겁니다. 수많은 시간을 그냥 지나쳤던 자연현상, 바로 윤슬입니다. 호수가 있는 곳에 일출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 보면 늘 보아 왔던 빛입니다.  이른 아침 해 뜰 무렵 또는 저녁때 해가 질 때쯤 호수나 강가를 거닐 다 보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물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잔잔한 물결 위로 햇빛이 반사되는 현상이 윤슬입니다.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말이 아름답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 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윤슬. 관심 없이 지나치면 사실 별거 없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윤슬의 신비함을 볼 수 있습니다. 문득.. 2024. 9. 25.
꽃무릇 花葉不相見 想思草화엽불상견 상사초 꽃은 잎을, 잎은 꽃을 그리워한다는 꽃무릇. 한 뿌리에서 자랐음에도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는 꽃입니다.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아련함으로 남다 보니 꽃말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슬픈 사랑)이라고 합니다. 꽃무릇은 가을꽃 같지 않게 꽃이 진 다음 잎이 돋는 걸 보면 돌연변이 꽃이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꽃말이 그렇듯, 꽃무릇에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 있다고 합니다. 한 절의 스님을 짝사랑하던 여인이 상사병으로 죽어 묻었는데, 무덤에서 핀 꽃이 꽃무릇이란 설도 있고, 한 사찰을 찾은 아름다운 처녀에 반한 젊은 스님이 짝사랑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 피를 토하고 죽은 자리에 피어난 꽃이 꽃무릇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꽃을 보면 모양이 특이합니다. 자세히 보면 여자들이 화.. 2024. 9. 23.
가을 비 우산 속에 비 오는 날이면 아련히 떠오르는 풍경이 있습니다. 느닷없이 일기예보에도 없던 비가 내리면 지하철역 입구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우산이요.’ ‘우산이요.’ 하며 비닐우산을 파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모습을 오래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동요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비 오는 날이면 자주 불렀던 ‘우산’입니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좁다란 학교길에 우산 세 개가//이마를 마주대고 걸어갑니다./ Some feel the rain, others only get wet’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단지 젖을 뿐이지만, 어떤 이들은 비를 느낀다는 말입니다. 비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2024. 9. 20.
Morning Glory …/아침에 피웠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나팔꽃보다 짧은 사랑 아//속절없는 사랑 아/… 가수 임주리가 부른 립스틱 짙게 바르고>의 노랫말 일부입니다. 나팔꽃은 영어로 ‘Morning Glory’입니다. 기쁨, 영광, 결속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죠. 반면 ‘덧없는 사랑’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위의 노랫말이 ‘덧없는 사랑’이란 꽃말을 아주 짧게 설명해 주는 것으로 보여 가져왔습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나팔꽃일지라도 제대로 보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 보아야 합니다. 조금만 게으름 피우면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팔꽃은 해 뜰 무렵 활짝 폈다가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잎을 닫아버리고 오후가 되면 이내 시들어 버립니다. 영어로 꽃 이름에 ‘Morning’이 들어가 있는 걸 보면 이해가 될 겁니다. 나팔꽃을 말 그.. 2024. 9. 19.
구름에 달 가듯 어제 스마트 폰으로 찍은 달 사진입니다. 아쉽지만 구름 사이로 한가위 보름달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구름 속에 달을 보니 박목월의 시 나그네>가 생각납니다. 강나루 건너서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잠시 달 사진을 찍으려고 하늘을 보았습니다. 구름이 물처럼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마치 달은 물속에 둥둥 떠내려 가는 느낌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세월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렇게 흘러갔을 겁니다. 나그네처럼요. 아쉽지만 흘러가고  있는 것들을 붙잡을 수 없습니다. 하늘에 구름, 냇가에 시냇물, 언덕을 넘나드는 바람 그리고 우리의 인생이 그렇습니다. 이름하여 세월 속에 모든 것은 흐르는 게 순리이니 안 흘러가겠다고 버.. 2024. 9. 18.
달을 보며 앞만 보고 살다 보면 뒤를 신경 쓸 여유가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하나둘 아닙니다. 나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추석이 다가오면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왜 그렇게 살아온 걸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먹고살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거울을 볼 때가 있습니다. 습관처럼 앞모습만 신경 씁니다. 뒷모습이 어떤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금껏 살아온 내 삶의 모습이 그렇게 반복되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내 뒷모습을 보았으면 어떻게 보였을까. 뭔가 중요한 걸 잊고 산 게 아닐까. 가끔은 무거운 마음으로 날 돌아보곤 합니다. 사실, 지난날 내 삶의 뒷모습이 어땠는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켜 본 사람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신경쓰지 .. 2024.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