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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318

청개구리 청개구리 같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공부해라, 공부해라’ 하는 엄마 말을 한 번도 들을 적이 없습니다. 어쩌다 한 번은 하는 척하긴 했어도 실제로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때 엄마 말대로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마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거라 생각합니다. 어른들 말은 틀리지 않거든요. 어른이 된 지도 오래된 지금, 가끔은 청개구리 같은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친구들과 술 한잔하다 보면 그런 행동이 나옵니다. 별로 잘 난 것도 없으면 잘 난 척하거든요. 물론 술김에 하는 행동이긴 하지만, 언행에 진심이 아닌 가식이나 허풍을 떠는 거죠. 부질없는 짓인데 남자끼리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뿐만 아닙니다. 나보다 못했던 친구의 성공에 겉으론 박수를 치지만, 속.. 2024. 9. 14.
유통기한도 신경 쓰세요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을까? 미혼남녀 56%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D 결혼정보회사가 설문 조사를 한 결과입니다. 남성은 66.1%로 여성이 47.0%였습니다. 이유가 무얼까? 미혼 남성 48.8%는 '더 이상 설렘이 느껴지지 않아서'를 1위로 꼽았고, 여성 40.6%는 '감정이 항상 처음과 같을 수는 없어서'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친구 관계의 우정도 유통기한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정해져 있는 게 없습니다. 아니 정할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죽기 전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그것이  친구 간에 가장 바람직한 우정의 유통기한일 겁니다.  단언할 수 없지만, 우정에도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영원할 것 같지만, 끝이 있습니다. 언젠가 끝.. 2024. 9. 11.
사라짐은 아름다워야 수많은 찰나의 순간이 모여 시간이 되고, 그 시간 시간이 모여 오늘이 됩니다. 반복되는 오늘이 살아 숨 쉬는 삶이 됩니다. 그 삶 속에는 생명의 시간이 존재합니다. 시간은 모든 생명을 지배합니다. 하지만, 시간 속에서 내가 사라지는 순간 ‘나’란 정체성은 없어집니다. 그게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삶과 죽음입니다. 찰나(刹那)는 불교에서 말하는 시간의 최소 단위로, 지극히 짧은 시간을 뜻합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인지 알 수 없지만, 대략 75분의 1초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린 75분의 1초가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 모릅니다. 그냥 말로 표현한다면 ‘눈 깜빡할 사이’ 일 겁니다. 그것이 순간(瞬間)입니다. 그런데 순간은 ‘찰나’보다 길다고 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건 생겼다(生), 없어집니다(.. 2024. 9. 10.
빼빼로 과자를 닮은 꽃 여름에 피는 꽃 중에 맥문동이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요즘은 한여름인 8월에 많이 핍니다. 꽃이 피지 않을 땐 풀처럼 보이며, 대개 잔디가 자라지 않는 땅에 관상용으로 심는 경우가 많습니다. 뿌리는 약재로 쓰입니다. 대부분 음지에서 자라며 햇볕이 잘 들어오는 소나무 아래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맥문동은 한겨울에도 푸른색을 잃지 않습니다. 한때 진시황이 불로초로 불렀다는 설도 있습니다. 뿌리는 보리와 비슷하고 잎은 부추처럼 보이며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다고 해서 맥문동(麥門冬)이라 부릅니다. 이름에서 보듯 보리 맥(麥)이 들어가 있고, 겨울 동(冬)이 들어가 있음은 보리처럼 겨울을 견디어 낼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는 뜻입니다. 열정이 빨간색이라면 냉정은 파란색일 겁니다. 넘치는 에너지(.. 2024. 9. 9.
메뚜기도 한철이다. 어릴 적 시골 촌뜨기로 자랐습니다. 동구밖을 지나  들에 나가면 메뚜기가 지천으로 깔려있었습니다. 논두렁 길이나 콩을 심어 놓은 논 언저리 길을 걸으면 후드득 뛰는 메뚜기를 정신없이 잡아 강아지풀에 메뚜기를 주렁주렁 엮었던 추억이 아련합니다. 메뚜기를 한참 잡다 보면 녀석들이 붙어 짝짓기 하는 걸 한 번에 잡는 일도 있습니다. 두 마리를 잡은 거죠. 사람이나 메뚜기나 사랑을 할 땐 정신없는 모양입니다. 그땐 왜 녀석들이 붙어 있는지 몰랐었죠. 세월이 지나고 보니 웃음이 납니다. 아마 지금 같았으면 잡지 않았을 겁니다.  많이 잡아 올 경우 어머니께서 도시락 반찬으로도 싸 주시곤 했습니다. 어머니는 메뚜기를 뜨거운 물에 한 번 데친 후, 물에 한두 번 씻은 다음, 후라이팬에 간장과 기름을 적당히 부어 볶았.. 2024. 9. 5.
지겨웠던 여름 정말 지겨웠습니다.  사랑도 지겨울 때가 있을 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이젠 지쳤나 봅니다. 뜨거운 사랑이 날 언제나 행복하게 해 줄 것 같았습니다. 만날 때마다 가슴 설레던 마음마저 변한 지금, 난 당신이 지겨워졌습니다. 오죽하면 그대가 보기 싫어 가을이 빨리 오길 바라겠습니까. 한때 사소한 갈등으로 다투더라도, 때론 심하게 싸우더라도 연인이기에 헤어지는 게 두려웠습니다. 항상 마음속으로 우리의 사랑은 영원하길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작년과 달리 올해는 싫습니다. 너무 구질구질하게 진저리가 날 정도로 당신의 광기어린 사랑은 날 지겹게 만들었습니다.  왜 지겹다는 말을 꺼냈는지 당신은 아직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젠  말해야겠습니다. 과거와 달리 열대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 당신.. 2024. 9. 4.
Rush hour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시내버스나 전철을 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었습니다. 노인이 타면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대개 젊은 사람들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보기 힘듭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는 말할 것도 없고요. 어쩌다 한가한 오후 시간대에 전철을 타 보면 양보는커녕 하나 같이 스마트 폰을 보느라 아예 주변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심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뻔뻔하게 보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노약자석인데도 자는 척하는 건지, 정말 자는 건지 눈을 감고 못 본 척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본인이 내릴 정거장에 도착할 즈음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 재빨리 내립니다. 전철을 이용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더 보기 볼썽사나운 장면을 보기도 합니다. 나이 지긋한 노인.. 2024. 9. 3.
안과 밖 사는 건 늘 안에서 밖을 보며 삽니다. 보는 관점이 항상 이기 때문입니다. 싫든 좋든 밖에 있는 모든 풍경을 내 안으로 불러들이는 게 시선의 속성입니다. 시각이라는 영역을 관장하는 감각은 밖을 보고 판단합니다. 안에서 하는 일은 느낌을 전달받은 감정과 이성의 영역에서 삶을 풍요롭게 소화시키는 겁니다. 밖에 있는 풍경이 내 안의 미적 감각을 자극할 때 시선이 멈추게 됩니다. 마음속에 있는 정서를 사로잡는 거죠. 이럴 땐 잠시 그 풍경과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영혼이 잠시 쉬어가길 원하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풍경과 교감하면서 안에 있는 감성 영역에서 정서적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이와 전혀 다른 상황도 있습니다.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다 보면 사랑, 명예, 돈, 쾌락 등을 집착하게 됩.. 2024. 8. 30.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우리의 전통 놀이입니다. 술래가 벽을 보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크게 외치다 끝남과 동시에 뒤를 돌아보고 움직이는 사람이 있으면 잡아내는 놀이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이 놀이를 별로 즐기는 것 같지 않습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이런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어린 시절 술래가 되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호 앞부분을 천천히 하다 뒷부분을 빠르게 한 후 뒤돌아보면 움직이는 아이들을 쉽게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방법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속아 넘어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술래를 약 올리느라 그 상태로 계속 가만히 있거나 아주 조금씩 움직이곤 했습니다.세월이 흐르다 보니 아.. 2024. 8. 29.
개망초꽃 개망초꽂입니다.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꽃 가운데가 노른자, 가장자리가 흰자위처럼 보여 달걀 꽃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안개꽃을 닮았습니다. 자세히 보면 작은 국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꽃모양을 제대로 갖추고 은은한 향기도 나는 예쁜 꽃입니다. 망초(亡草)보다 꽃이 크고 예쁘며 꿀이 많아 나비와 벌들이 많이 찾는 꽃입니다.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어디든지 빈 땅이면 어김없이 피는 꽃입니다. 반면 망초는 꽃이 아주 작은데다 비주얼이 형편없습니다. 거기에 ‘개’ 자가 들어가면 볼품이 없다는 뜻인데 개망초꽃은 망초꽃보다 훨씬 예쁩니다. 망초는 일제 강점기 때 유입되어 밭농사를 망치고 나라가 망했다는 뜻으로 붙여져다고 합니다. 농부 입장에선 망초에 비해 개망초가 뽑기도 쉽고 농삿일.. 2024. 8. 27.
빨간 태양 아직도 해가 빨갛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 미술 시간에 해를 그릴 때 하나 같이 빨간색 크레용으로 그렸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사진을 취미로 배우면서 알았죠. 위 사진 한번 볼까요. 어떻게 보이시죠? 빨간가요. 아니죠. 그런데 누구도 해가 빨갛지 않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해를 그릴 때면 빨갛게 그렸을 겁니다. 사실을 모르면 그럴 수 있습니다. 알면 고치면 됩니다. 어려울 거 없습니다. 언제나 진실은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진실을 호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스스로 한 말도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들 말이에요. 그런 사람들을 위선적이라고 .. 2024. 8. 26.
별을 죽인 건 너야 별이 죽었습니다. 캄캄합니다.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있다면 밤은 별의 시간입니다. 그런데 별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별이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왜 별이 안 보이는 걸까. 누가 별을 죽인 걸까. 아니면 누가 별을 사라지게 한 걸까. 별을 죽였다면 뭔가 흔적이 남아있을 텐데. 난 우주의 미아가 되었지만, 별을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럴즈음 별똥별 하나가 지나가더니 별빛이 희미하게 저 멀리서 다가왔습니다. 죽었던 별들이 돌아오기 시작한 겁니다. 그때가 밤 10시가 조금 지났을 때였을 겁니다. 오후 2시에 수술실에 들어갔으니 8시간 만에 마취에서 깨었던 겁니다. 무거운 눈꺼풀 사이로 들어온 빛이 뭉개져 몽글몽글한 별빛처럼 반짝이는 게 영롱.. 2024. 8. 23.
거꾸로 보는 풍경 어린 시절 한 번쯤 얼굴을 앞으로 숙이고 가랑이 사이로 풍경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아니면, 친구들과 학교 운동장에 있는 철봉에 매달려 거꾸로 하늘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별것도 아닌데 재미있어서 개구쟁이 친구들과 까르르 웃고, 늘 보던 풍경임에도 새롭게 보여 신기하게 여겼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늘이 푸른 바다가 되어 구름이 배처럼 둥둥 배처럼 떠다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구나무를 서서 보면 마치 온 세상을 내가 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천하장사가 아니더라도 지구라는 땅덩어리를 두 손으로 들어 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세상을 거꾸로 뒤집어 보면 의외로 색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물 빠진 호숫가를 걷다가 우연히 찍은 사진입니다. 찍은 사진을 거꾸로 뒤집어 보았습니다. 초록의 숲이 시선을.. 2024. 8. 21.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해랑전망대입니다. 디자인이 독특해 보입니다. 도깨비방망이 모양의 전망대로 알려진 곳인데, 85m 길이로 바다 위를 걷는 것 같은 짜릿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해를 한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출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논골담길 위에서 내려다보니 그럴듯해 보입니다. 찍고 보니 마음에 듭니다. 이것도 소소한 행복입니다. 가까이 가보고 싶었습니다. 멀리서 보는 것보다 더 나을것 같아 가보기로 한 겁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머릿속에 남아 있던 풍경이 아닙니다. 분명 위에서 볼 때는 한 폭의 그림 같았는데 가까이 와 보니 실망스럽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던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뀐 겁니다. 마치 멀리서 봤을 땐 한눈에 들어온 여인이었는데 가까이서 가서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겁니다. 우리 눈.. 2024. 8. 20.
우물이 있던 시절 동네 아낙네들의 수다 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는 듯합니다.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리며 아랫집 뒷집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퍼졌던 시절, 개똥이네 집은 딸만 낳다가 이번에 아들을 봤다는 둥, 순이네가 송아지 낳았다는 둥, 이장 집 막내딸이 시집간다는 둥 별별 소식이 아침이면 우물가에서 이웃집 담장을 넘게 됩니다. 한나절이 우물가는 빨래터가 됩니다. 여인들의 고된 시집살이는 여기서 잠시 멈춥니다. 어른들 눈치 볼 것 없이 토해내는 시어머니 흉보기도 웃음소리로 서로 주거니 받거니 넘겨버립니다. 아낙네들 속을 썩이던 남정네들을 떠올리며 방망이로 빨래를 연신 두들기기도 합니다. 쌓였던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어대듯 팔에 힘을 주어 내리쳤을 겁니다. 한바탕 휩쓸고 간 동네 아낙네들의 웃음소리가 끊긴 우물가, 모처럼 고요 .. 2024. 8. 19.
‘오해’라는 바다 어둠 속 저 멀리서 바다가 다가온다. 사랑의 속삭임은 은밀하다. 밤 해변은 여름을 벗긴다. 태양이 침몰한 해변은 로맨틱한 밤이다. 파도의 손길이 부드럽다. 해변은 파도에 몸을 맡긴다. 화상으로 얼룩진 상처를 파도는 어루만져 준다. 상처가 남긴 아픔은 파도에 실려 어둠의 바다로 잠긴다. 사랑은 상처를 아물게 한다. 인파로 뒤덮였던 해변, 이제야 숨을 돌린다. 환호와 이우성이 사라진 해변은 적막하다. 그 공간에 남은 건 벌거벗은 해변과 밤바다의 속삭임뿐이다. 파도는 마지막 남은 태양의 열기까지 지워버린 후 말을 꺼냈다. “사람들이 널 찾은 건 사랑 때문이 아니라, 여름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몰랐었다. 날 사랑하기에 찾은 줄만 알았다. 그들이 어둠이 무서워 떠난 이유는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인간은.. 2024. 8. 16.
노래인지, 울음인지 헷갈립니다. 노래인지 울음인지. 물어볼 수도 없으니 듣기 나름입니다. 애절하게 들리는 듯합니다. 짝을 찾기 위한 소리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매미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갈 겁니다. 여름이 지나기 전에 짝을 찾아 인연을 맺어야만 하니까요. 늦은 밤까지 잠 못 이루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걸 보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노래로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노래로 듣고 싶은데 노래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사랑의 세레나데치곤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맑고 청아한 소리가 아닐뿐더러 마치 시위 현장에서 격렬한 투쟁을 벌이는 듯한 함성 같습니다. 노래라면 사랑의 감성을 담은 로맨스가 느껴져야 하는데 소음처럼 들립니다. 그럼에도 노래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녀석은 7년의 긴세월을 땅속에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고작 보.. 2024. 8. 15.
초록의 기억 초록의 풋풋함이 묻어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한여름의 숲처럼 새들의 보금자리를 품어주고, 녀석들의 경연 무대를 만들어 주며 노래를 들어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초저녁이면 풀벌레 소리마저 정겹던 여름, 청년은 보송보송한 솜털 피부를 벗어던지고 연초록의 얼굴로 그해 여름, 20대의 나이테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여린 연둣빛 나이를 넘어서니 짙은 초록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나에게 속삭이는 감성을 깨닫게 되었고, 여름의 숲 사이로 내려오는 햇살과도 수줍은 미소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청년이 되었던 나. 저 높은 세상을 향해 힘껏 날개를 펼치고, 꿈과 사랑을 향해 날아갈 것 같은 기개를 펼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날 이후 세월이 많이 지났습니다. 그 초록의 숲을 거닐어 봅니다. 여전히 초록의 향기는 그때와 다르.. 2024.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