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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봐야 아름다운 꽃 연일 비가 내립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려니 생각했는데 장마철 비처럼 내립니다. 하늘 본 지 오래되었습니다. 별 볼 일 없는 우울한 하늘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날씨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입춘도 지났고 엊그제는 우수였습니다. 남녘에서는 벌써 꽃소식이 들려옵니다. 제주에는 유채꽃이 노란 물결을 이루고, 양산 통도사 매화꽃(자장매)도 피었다고 하니 봄이 성큼 한 발짝 곁에 왔음을 느낍니다. 봄의 알리는 전령사 중의 하나가 매화꽃입니다. 매화는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 옛날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매화는 꽃이 아나라 나무입니다. 꽃이 필 때만 매화이고, 꽃이 지면 매실나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매화를 나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매화와 매실을 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 2024. 2. 21.
자전거 타기 수없이 넘어졌습니다. 그때처럼 많이 넘어졌던 적이 없습니다. 어린 시절 자전거 배울 때 이야기입니다. 감당하기도 버거운 어른 자전거(그땐 어린이용 자전거가 없었음) 끌고 학교 운동장에 갔습니다. 처음엔 자전거 프레임(뼈대) 사이로 발을 넣고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익숙해지면 자전거 안장으로 올라가 타는 걸 연습했습니다. 하지만, 다리가 짧아서 페달이 닿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결국 붙잡고 있던 핸들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중심을 잃고 ‘꽝’하고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 무릎이 깨지고 피가 났습니다. 아기가 두 발로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다해 일어섰다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연습을 수없이 했던 것처럼 그렇게 자전거 타기를 배웠습니다. 사실, 자전거 타는 법은 책에 나오지 않습니다. 딱히 어떻.. 2024. 2. 20.
비 오는 날과 막걸리 어린 시절 궁금했던 게 있었습니다. 시장 골목 언저리를 지날 때마다 ‘대포집(표준어는 대폿집이지만 옛날에는 대포집으로 모두 표기했음)’ 또는 ‘왕대포집’이라는 간판이 도대체 뭘까, 도무지 이해 가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한두 집이 아니었습니다. 우스갯소리이지만, 그 시절에는 대포 한 대씩은 갖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냥 술집을 그렇게 부른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요즈음은 예전같이 않지만, 당시에 대폿집은 보통 막걸리를 파는 집을 뜻했습니다. 대포(大匏)는 큰 바가지라는 뜻입니다. ‘왕대포’는 ‘대포’에 왕자가 붙었으니 당연히 더 큰 바가지라는 뜻일 겁니다. 다른 ‘대포집’보다 더 큰 바가지로 술을 퍼 준다는 의미로 ‘왕’ 자를 붙였을 겁니다. 예전엔 술독에 있는 막걸리를 큰 바가지로 퍼서 주전자에 담.. 2024. 2. 19.
열기구 투어 저녁 늦게 카파도키아에 도착하자마자 식사를 마친 후, 벨리댄스를 구경하고 동굴 호텔로 돌아왔다. 몸은 피곤한 데 잠이 오질 않았다. 내일 새벽 열기구 투어 때문이다. 그런 사이 깜박 잠이 든 것 같은데 모닝콜이 울린다. 새벽 4시, 눈을 떠야 하는데 눈꺼풀이 무거워 올라가지 않았다. 잠을 내쫓아야 하는데 몸은 한 없이 무겁기만 하다. 패키지여행을 즐기는데, 고통스러운 것 중 하나가 새벽 단잠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다. 그래도 꿀맛 같은 단잠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터키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열기구 투어는 상상 이상의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고통이 있을지라도 이번 여행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나 마찬가지인 열기구 투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옵션이다. 그럼에도 단잠의 달콤함.. 2024. 2. 18.
지나간 자리 제트기가 지나간 자리에 가늘고 긴고 흰 구름이 생겼습니다. 엔진에서 내뿜은 가스에 수증기가 있기 때문이랍니다. 하늘 높이 비행하는 탓에 공기 온도가 낮아 수증기가 곧바로 응축되어 작은 얼음 입자들로 변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흰 구름의 정체는 바로 이 얼음 입자입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습니다. 구름은 시간이 지나면서 수증기로 변하고, 얼마 후 흩어져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립니다. 겨울이 지나간 자리엔 봄이 채워질 겁니다. 봄은 바람과 함께 올 겁니다. 겨울이 바람과 함께 온 것처럼 말이죠. 봄바람은 같은 바람이지만 다른 바람입니다. 차갑고 혹독했던 바람이 아니라, 따사롭고 만물이 생동하게 만드는 바람입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겨울의 독재를 지워버린 것은 사랑이 실린 따뜻한 바람의 외침이었습니다. 오직.. 2024. 2. 17.
'슬픈 연가' 의 반전 산길로 접어들자, 어둠뿐이었습니다. 전조등 불빛이 짙은 어둠 속을 더듬으며 산길을 비추어 줍니다. 꼬불꼬불 구부러진 산길은 아나콘다가 지나간 듯 우거진 숲을 머리에 이고 야트막한 고개를 넘어 이어졌습니다. 내비게이션 화면에 왼쪽이 호수로 표시되어 있지만 보이는 건 검은 장막뿐입니다. 운전하는 게 우주선을 조정하는 기분입니다. 먹물을 가득 부어 놓은 것 같은 차창 밖은 어둠이 만든 우주공간이나 다름없습니다. 암흑의 세계는 사람의 심리를 두렵게 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전깃불이 없던 어린 시절 밤에 화장실 가는 일이 너무 무서워서 긴긴밤을 꾹 참았던 기억이 짧게 스쳐 지나갑니다. 드라마 ‘슬픈 연가’의 촬영지로 알려진 곳으로 일출 사진을 찍으러 가는 길입니다. 목적지(대전시 동구 마산동 산 45-6)에 도착.. 2024. 2. 16.
커피 한 잔의 행복 누군가는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수 심수봉은 그런 사람들의 옛 추억을 떠올리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언제나 슬픈 사랑의 추억은 비와 사뭇 잘 어울립니다. 비와 추억의 옛사랑은 낭만적이고 슬픈 사랑의 드라마 같은 분위기를 연상케 합니다. 그런 분위기에 젖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기억은 추억의 냄새를 찾아갑니다. 비 오는 날 잘 어울리는 게 또 있습니다. 따뜻한 한 잔의 커피입니다. 딱히, 정확한 이유는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윽한 커피 향이 평소와 달리 코를 진하게 자극합니다. 이런 생각은 나만이 아닐 겁니다. 분위기 좋은 카페의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감성에 젖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비는 젖게 합니다. 갈증에 메마른 대지를 촉촉하게 .. 2024. 2. 15.
“뽀뽀해! 뽀뽀해!” “뽀뽀해! 뽀뽀해!” 사진 애호가들이 언덕에 있는 연인을 향해 소리를 질렀습니다. 두 연인이 머뭇거리며 망설였습니다. 사진 애호가 한 사람이 연인에게 갔습니다. 그가 카메라 LCD 액정화면을 보여주며 가서 다시 말했습니다. 역광사진이라 실루엣처럼 이미지가 나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며 그들을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이메일만 알려주면 멋지게 나온 사진을 보내 준다는 말까지 하며 부탁했습니다. 사진은 노을이 짙게 물들어 가는 어느 날 늦은 오후, 해넘이 풍경 출사명소로 알려진 청주 정북 토성 풍경입니다.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 그날 연습 삼아 일몰이나 찍어 볼까, 하고 출사지에 갔는데 우연히 사진 애호가들 틈에 끼여 이 사진을 담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았던 겁.. 2024. 2. 14.
다람쥐 쳇바퀴 내 눈엔 흔한 다람쥐가 아니었다. 언 듯 보면 토끼 정도만 하다. 짙은 회색에 꼬리털도 풍성했다. 조금 전 눈앞에서 사라진 곰을 카메라에 담지 못한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녀석을 만났다. 제발 도망가지 않았으면 하는 조바심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그런데 거리가 좀 멀다. 가까이 가서 찍었으면 좋겠는데 녀석이 눈치채고 도망갈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그 자리에서 카메라에 담아야 했다. 줌을 최대한 당겨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눌렀다. 회색 다람쥐가 내 손안에 들어왔다. 같이 온 일행과 가이드에게 보여주었다. 가이드 왈, 회색다람쥐는 견과류나 씨앗을 좋아하고, 본능적으로 먹이가 없을 때를 대비해 여러 곳에 분산해 씨앗을 묻어 보관하는 것으로 유명하단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건망증이 심해 묻어둔 걸 꺼내먹는 것.. 2024. 2. 13.
궁평항 갈매기 북한산 들개 문제를 다룬 TV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녀석들은 우리에게 버림받은 유기견일 겁니다. 한때는 반려견으로 사랑을 받았을 녀석들이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졸지에 사회적 문제로 뉴스에 등장한 겁니다. 들개 무리는 야생에서 개체수를 늘리며 때론 사람까지 공격하는 모양입니다. 늑대의 후예로서 숨어있던 야생의 본능이 되살아나게 된 것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일 겁니다. 인간에 욕망에 의해 만들어진 동물원에 가 보면 동물의 왕국에서나 볼 수 있는 동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육사 손에 살고 있는 녀석들은 야생으로 돌아간다 해도 온전하게 살 수 없을 겁니다. 야생의 본능인 사냥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야생에서 생존하는데 필수적인 사냥하는 기술을 배우지 못했거나 배웠어도 잃어버려 할 수 없을 겁니.. 2024. 2. 12.
세뱃돈의 추억 설날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세뱃돈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풍요롭지 않았던 시절, 용돈이 따로 없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차례상을 차리고, 조상님께 차례를 지냅니다. 빨리 끝났으면 하는데 생각보다 길게 이어집니다. 차례가 끝나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왔습니다. 세배를 올릴 시간입니다. 세배가 끝나면 세뱃돈을 받습니다.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너무 행복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세뱃돈을 받기가 무섭게 엄마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세뱃돈 내 놔. 너희들은 아직 어려서 큰돈이 필요 없어. 엄마가 맡았다가 필요하면 줄게.” 어떤 때는 저금했다가 나중에 주겠다고 말하면서 세뱃돈을 모두 빼앗아 가셨습니다. 이때만큼 엄마가 얄미웠던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돈을 필요할 때.. 2024. 2. 11.
타이페이 101 전망대 오후 6시. 101 전망대가 있는 도로변에 도착했다. 타이베이에 오면 101 전망대 투어는 빼놓을 수 없다. 해가 빨리 졌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거리는 환하다. 비구름에 가렸던 하늘도 제 모습을 되찾았다. 마음속으로 멋진 일몰을 기대했는데, 기대에 못 미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야경을 구경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이드가 간단하게 101 전망대에 대해 말했다. 2010년까지는 세계 최고층 마천루였다. 정식 명칭은 ‘타이베이 금융센터’다. 높이가 509.2m로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이 건물은 지상 101층, 지하 5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91층과 89층에는 전망대가 있고, 지하 1층에서 지상 6층까지는 쇼핑몰이다. 1분당 1,010m의 속도를 자랑하는 엘리베이터.. 2024. 2. 10.
귀성길 의미를 생각해 보다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귀성길은 설레는 마음을 싣고 고향으로 향합니다. 매년 이맘때면 TV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요금소에서 방송기자가 리포팅하는 모습입니다. 기자는 서울 요금소 기준으로 대전, 부산, 광주, 강릉 등 지방 각 도시까지 소요되는 예상 시간을 실시간으로 전해줍니다. 그런데 고속도로는 이름값도 하지 못합니다. 꽉 막혀 심한 정체현상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급합니다.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북이걸음을 하듯 답답한 흐름에 합류해야 합니다. 이제 익숙해져 있는 풍경이니 대부분 그러려니 하며 하고 운전대를 잡습니다. 사실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나마 통행료가 면제되니 위안이라면 위안입니다. 총각 시절엔 고향길이 은근히 스트레스였습니다. 부모.. 2024. 2. 9.
역시 옷이 날개야! 패션은 권력이었습니다. 부정할 수 없습니다. 사실이었고 인류의 역사였습니다. 옷이 계급과 신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왕족이나 귀족은 화려한 색상의 옷으로 권력을 과시했습니다. 우리 조상만 그랬던 게 아닙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그랬습니다. 평민이나 하류 계층일수록 볼품없는 단색 옷을 입었습니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사람들은 옷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의식주(衣食住) 문제를 이야기할 때도 우리는 먹는 문제(食)나 주거 문제(住)보다, 입는 문제(衣)를 제일 앞에 내세운 것도 우연은 아닐 겁니다. 여기에 ‘옷이 날개’라는 말도 있고, 심지어 ‘못 입은 거지는, 얻어먹을 수도 없다’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옷은 사람을 규정하는 마력(魔力)이 있습니다. 예비군복이 그렇습니다. 예비군 훈련받는 날이면 .. 2024. 2. 8.
죽여야 맛이 나고, 행복한 세상 “아주 그냥 죽여줘요.” 트로트 가수 박현빈이 부른 노래 첫 구절에 나오는 가사입니다. 정말 죽여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노래를 전부 들어보면 무슨 의미인지 다 압니다. 아름다운 여인의 미모를 뜻합니다. 하지만 노래 가사만 놓고 보면 섬뜩한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거나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단어가 죽음일 겁니다. 그럼에도 ‘죽여줘요.’라는 표현은 역설적이면서도 재미있습니다. ‘죽여준다.’라는 말 여성의 미모에만 한정하여 쓰는 표현은 아닙니다. 유명한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에 가서 음식 맛이 있을 때도 ‘(맛) 죽여주는데.’ 하고 말해 본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겁니다. 이때 ‘죽여준다.’라는 말은 음식이나 요리에 대한 최고의 칭찬을 나타내는 표현일 겁니.. 2024. 2. 7.
에일리언(Alien) 초등학교(옛날에는 국민학교) 시절 호기심을 자극한 공상과학 만화에 푹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TV가 일부 부잣집에나 있어서 볼거리가 흔치 않았습니다. 그것도 흑백 TV였습니다. 기껏해야 동네 골목에 있는 만화방이 그나마 상상력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채워주는 유일한 공간이었습니다. 사실 컴퓨터 게임을 해본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당시에 접했던 공상만화가 지금의 컴퓨터 게임에 버금가는 즐거움이었을 겁니다. 외계인의 등장은 공상과학 세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최고의 이야기 소재일 겁니다. 지금도 우주 공간은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아직 실생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공간이기도 합니다. 우주 공간에 무수한 행성이 있습니다.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외계인은 여전히 우주 공간의 미스터리입.. 2024. 2. 6.
모스크바의 심장 '크렘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크렘린 입구는 한가해 보였다. 이윽고 한 사람씩 소지품 보안 검색을 마치고 통과시켰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크렘린으로 연결된 육교를 건너자, 양쪽은 성벽 형태 난간이다. 약간 가파른 그 다리를 100m쯤 올라가니 큰 아치 모양의 문이 나왔다. 들어가는 방향에서 볼 때 아치 모양 문 왼쪽에 검은 군인 제복에 노란 벨트를 한 군인이 차렷 자세로 서 있다. 무릎까지 올라온 군화를 신고 오른손에 총을 쥔 모습이 군기가 바싹 든 모습이었다. 아내에게 경비병 옆에 서 있으라 하고서 카메라를 들이댔다. “찰칵.” 드디어 베일에 가려졌던 크렘린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하늘은 좀처럼 본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치형 문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흰색 건물(인민대회장 : 현재는 국제회의장이나 제2의 볼.. 2024. 2. 5.
고드름이 되어 보다. 끝없을 것 같았던 유랑생활을 접었습니다. 지나가던 바람이 힘겨워 한숨 쉬던 내 소리를 들었나 봅니다. 지난봄부터 가을까지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바람이었습니다. 나는 바람이 몰고 다녔던 하늘 목장에 한 마리 양에 불과했습니다. 바람은 언제나 목동 행세를 하며 자유를 누렸습니다. 그랬던 바람이 겨울이 오면서 마음이 변했나 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마법을 부려 나를 하얀 별 요정으로 변신시켜 땅으로 내려보냈습니다. 내 모습은 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때부터 날 눈이라 불렀습니다. 난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바람과 함께 여행을 떠났습니다. 때론 캄캄한 밤에, 때론 회색빛 짙은 낮에 여행을 즐겼습니다. 일단 기분이 좋았습니다. 나를 이렇게 예쁜 모습으로 만들어 준 바람이 고마웠습니다. 땅으로 내려오던 날 .. 2024.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