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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브릿지 파리여행에서 센강을 만났다. 파리의 낭만을 느껴보려고 한 센강 유람선 투어는 사납게 내리는 비때문에 우울했다. 연인의 다리로 불리는 퐁네프 다리도,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라는 시(詩)로 유명한 미라보 다리도 제대로 구경할 수 없었다. 파리에서 만난 센강과 다리들은 여행의 낭만을 마음속에 가두어 버렸다. 피렌체여행에서 아르노강을 만났다. 아르노강에는 ‘성 삼위일체 다리’라는 산타 트리니타(Ponte Santa Trinita)다리와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애절한 만남으로 유명해진 베키오 다리가 있다. 하지만, 이 다리도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멀리 지켜보기만 했다. 여행 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패키지여행의 단점이다. 도시는 강을 품고 있어야 낭만적이다. 강이 없는 도시는 어딘지 모르게 .. 2023. 10. 15.
이슬이 그린 그림 2023. 10. 14.
'별을 죽인 달'을 마치면서(48) 어쩌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럴 만한 능력도 없었다. 글에 대한 지식도 없고, 평소에도 글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글이라고 해 봤자 회사 생활하는 동안 문서나 보고서 정도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굳이 쓰게 된 동기가 있다면 ‘어쩌다.’였다.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물으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이상한사람이 되어야 한다. 세상은 늘 시끄럽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속세의중생들은 그게 일상이다. 그러던 어느 날 놀랄만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시장이 실종되었다는 속보가 자막으로 TV 하단에 떴다. 그리고 그날 밤, 그가 발견되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는 뉴스가 거실에 있는 TV로 날아들었다. 다음 날부터 추한 뉴스가 온 나라를 흔들었다. 권력에 의해 자행된 비윤리적인 .. 2023. 10. 14.
가을 안개(5) 2023. 10. 13.
별을 죽인 달(47) Second life 소살리토(Sausalito)는 스페인어로‘작은 버드나무’라는 의미로 San Francisco에서 북쪽으로 7km 떨어진 작은 휴양도시다. 예쁜 상점과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동네로 경관이 아름답다 보니 영화의 촬영 장소로 자주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부촌이기도 하다. 나는 병원을 정리하고 Second life를 위해 이곳에 삶의 터전을 잡았다. 부촌이라 정착한 건 아니다. 동네가 조용하고 문학, 미술 등 예술인들이 많이 몰려 사는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 바닷가 절벽으로 된 지형으로 태평양 연안에 있어 주변 경치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곳은 금문교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철도와 교통의 종착지로 물류 기능의 중심지였다. 2차 세계 대전 당시는 조선소들이 자리 잡고 있어 공장지대 .. 2023. 10. 13.
가을 안개(4) 2023. 10. 12.
별을 죽인 달(46) 참회(懺悔)의 길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 오온개공 도일체고액 사리자 색불 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서 … 고설반야바라밀다주 즉설주왈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태백산맥 깊은 산속에 가을이 찾아왔다. 나그네처럼 단풍이 또 왔다. 매년 찾아오는 손님인데 올해는 유난히 색이 곱다. 사람이라고는 찾지 않는 깊은 계곡 산허리에 있는 자그마한 암자(庵子)가 보였다. 수행자만 홀로 기거하다 보니 속세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은 없다. 아침에는 햇살이, 한낮에는 숲 속 산새들이 손님이다. 불상 앞에서 반야심경 독경을 끝낸 해월스님이 툇마루에 앉아 가을 끝자락에 매달린 .. 2023. 10. 12.
가을 안개(3) 2023. 10. 11.
별을 죽인 달(45) 서울이여, 안녕 “아빠는 어디 가셨어?” “그간 대사관 직원들이 아빠 때문에 고생 많았다며 스티브 대사하고 몇몇 직원들에게 점심 한 끼 대접한다고 나가셨어.” “내일 비행기 탈 일만 남았네.” “그렇지.” “막상 서울을 떠난다니까 실감이 나지 않아.” “그건 너도 모르게 정이 들어서 그런 거야.” “커피 한잔할래?” “아니, 생각 없어. 엄마! 뭐 좀 물어봐도 돼?” “뭔데?” “엊그제 김 변호사님하고 모든 걸 정리하고 헤어지던 날. 눈물이 나서 참느라 힘들었어.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닌데 난생 이런 느낌 처음이야. 이 감정이 뭔지 잘 모르겠어.” “조금 전에 얘기했잖아. 정들어서 그런 거라고.” “정(情)…” “말로는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한국인 특유의 정서라고 말해야 하나, 이를테면 한국인만이 가.. 2023. 10. 11.
가을 안개(2) 2023. 10. 10.
별을 죽인 달(44) 눈물의 의미 아침 일찍 눈을 떴다. 김재형 변호사가 한 말이 생각났다. 정말 내가 그렇게 달라진 걸까? 정말 그렇게 보였을까? “그 간의 열정, 그 용기 다 어디로 간 거예요? 자 힘내시고요. 우리 헤어지기 전에 이별을 아름답게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무슨 이유인지 머릿속에 그 말이 자꾸 메아리쳤다. Anna는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착각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변호사를 통해 자신이 변한 것 같은 모습을 알게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노-크 소리와 함께 엄마가 들어왔다. Anna가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 “오늘 기자회견 한다며?” “사실 난 하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김 변호사님 말씀을 듣고 보니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 “네가 고집을 꺾.. 2023. 10. 10.
가을 안개(1) 2023. 10. 9.
별을 죽인 달(43) 이별 전야 Anna는 서울 생활을 정리했다. 가장 서두른 일은 오피스텔 처분이었다. 시세보다 싸게 내놓자, 매수를 원하는 이들이 아우성치듯 몰렸다. 사람들이 부동산에 대해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실감했다. Anna 희망자 중에 지방에서 온 젊은 여성 직장인에게 매도했다. 김재형 변호사와 이별이 남았다. 만날 때는 몰랐는데 이별하려니 왠지 떠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별 뒤 마음에 불어닥칠 눈물을 어떻게 감당할지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만날 때부터 이별은 예고되어 있었다. Susan이 Anna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한마디 던졌다. “변호사님하고 헤어지려니까 자신이 없지?” “맞아. 엄마!” “그게 세상이야.” “이별이 뜨거울수록 인연이 아름다웠다고 받아들이면 돼.” “그럼, 이별은 어떻게 해야 .. 2023. 10. 9.
가을 들녘 2023. 10. 8.
핑크뮬리와 여인 정체가 꽃인지 풀인지 알 수 없어 검색창에 ‘핑크뮬리’를 쳤더니, ‘벼과 쥐꼬리새 속의 여러해살이풀. 가을에 분홍색, 자주색, 보라색 꽃이 풍성하게 핀다. 같은 벼과 식물인 억새와 닮아 분홍 억새라고도 부른다.라고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풀이었습니다. 이름에 '핑크'라는 말이 들어가서 혹시나 했습니다. 분홍색이 유난히 시선을 유혹합니다. 핑크뮬리를 카메라에 담으로 나왔더니 풀밭에 여인들이 가득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분홍색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꽃을 좋아하는 여자의 본성은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그런데 핑크뮬리는 꽃도 아닌데 왜 좋아할까, 생각해 보니 분홍색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누군가 선천적으로 분홍색을 좋아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말합니다. 태초에 인류는 수렵과.. 2023. 10. 8.
메밀꽃 필 무렵(6) 2023. 10. 7.
별을 죽인 달(42) 타개(打開)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먼저 최근 전임 대통령의 Anna양 성추행 사건과 Susan여사 기자회견으로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Anna 양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정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도 본의 아니게 걱정을 드리게 된 점에 대해서도 송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전임 대통령이 실종되는 전대미문의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도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미궁에 빠진 채로 표류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 대해서도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Anna양 사건은 여성의 인권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 인식에서 비롯된 .. 2023. 10. 7.
코스모스-8 2023.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