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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입니다(7) 2023. 10. 31.
화장 한때 화장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화장을 통해 외모를 돋보이게 하는 것 자체가 솔직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스러운 외모를 화장하는 것이 일종의 자신감 없는 위선이라 생각했던 겁니다. 속된 말로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것은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던 겁니다. 이런 이유로 결혼 전까지 남성용 기초화장품(스킨로션, 밀크로션)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면도 후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자취생활 할 때도 모든 빨래는 손으로 직접 했습니다. 결혼 직전 아내를 만나고서야 주부습진인 것도 나중에 알았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막힌 사고방식의 사람이었습니다. 화장하는 이유는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하는 걸 겁니다. 왜 예뻐 보이려고 할까? 콕 집어 설명하긴 .. 2023. 10. 31.
가을입니다(6) 2023. 10. 30.
나와 너 너는 나를 모를 겁니다. 나도 너를 모릅니다. 우리는 그런 사이입니다. 아무런 관계도 아닌데, 나는 너를 만나러 다닙니다. 사진은 늘 모르는 너를 만나러 떠나는 시간입니다. 언제 어디에 있든, 너를 찾아 나서는 이유는 사랑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없는 사랑입니다. 그것은 운명입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너는 나에게 기쁨을 주고, 즐거움을 주니까요. 아무도 없습니다. 고요하다는 표현이 맞는지, 적막하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새벽 출사 현장에 나만 홀로 있을 때, 홀연, 느끼는 감정, 이럴 때 나는 있고, 너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착각입니다. 사진은 항상 너를 만나는 시간이고, 너와 함께 있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너를 깜박 무시할 때가 있습니다. 사실, .. 2023. 10. 30.
빅벤(Big ben) 영국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많다. 먼저 런던의 빅벤, 타워브리지, 웨스트민스터 사원, 대영박물관, 버킹엄 궁전 등이 생각난다. 그뿐만 아니다. 템스강, 2층 버스, 빨간 공중전화 부스도 생각난다. 좀 더 낭만적으로 생각하면 안개, 비, 대문호 셰익스피어도 떠오르고, 역사 속의 인물인 처칠, 빅토리아 여왕, 엘리자베스 여왕도 생각난다. 심지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표현도 생각난다. 런던 투어가 시작되었다. 마음속으로 투어 첫 일정은 ‘빅벤’ 아니면 ‘타워브리지 ’ 일 것으로 생각했다. 런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명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부슬부슬 겨울비가 가늘게 날리는 날씨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여행자로서는 낭만적이라 여길 수 있는 정도로 비가 날렸다 그쳤다 반복한다. .. 2023. 10. 29.
가을입니다(5) 2023. 10. 28.
포로 로마노 한 나라가 망한 이유를 딱 잘라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내적인 요인과 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천년 제국이라 일컫던 로마제국의 멸망도 마찬가지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듯이(Rome was not built in a day), 하루아침에 멸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세월 조금씩 붕괴의 조짐이 시작되어 멸망의 징조가 나타났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결론은 망했다. 정치적으로는 지배계급과 관료의 부패로 내부의 분열이 심했고, 피지배계층의 잦은 봉기와 반발을 불러온 무거운 세금과 착취였다. 경제적으로는 국부의 유출로 심각한 자금의 부족으로 허덕였다. 무역수지의 적자가 날로 심해져 로마제국기의 경제체계가 너무 악화하여 멸망에 영향을 준 것도 부정할 수.. 2023. 10. 28.
내 마음 같지 않네. 올가을 들어 제일 춥다는 일기예보가 딱 들어맞았습니다. 하지만, 별 사진 찍기에는 좋은 날씨였습니다. 새벽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유리처럼 깨끗했습니다. 초롱초롱 반짝이는 별들이 제법 보였습니다. 오리온자리도 눈에 띄었습니다. 도심 외곽에서 이렇게 별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일입니다. 그 설렘을 담아, 두고두고 보고 싶은 마음에 새벽잠을 설치며 나왔는데 그게 내 마음 같지 않습니다. 차가운 날씨에 손은 시리고, 누렇게 익어가는 들녘에 안개까지 어둠 속에 밀려옵니다. 캄캄한 새벽하늘, 20일 만에 다시 별을 만나러 지난번 왔던 곳에 왔습니다. 벌써 몇 번을 시도했는데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렌즈 방향을 요리조리 돌려 다시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간은 자꾸만 .. 2023. 10. 27.
가을입니다(4) 2023. 10. 26.
'살구'를 마치며(10) ‘고향의 봄’이란 동요가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참 많이 불렀던 동요입니다. 시골 촌구석에서 자라서 그런지, 고향을 떠올리면 마을 언덕과 과수원길이 절로 그려집니다.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더더욱 그리워집니다. 늘 그렇듯 고향을 하면 늙으신 어머님 얼굴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평생을, 자식을 위해 일하느라 고생을 밥 먹듯 하시며 사셨을 어머님들이 한두 분이 아닐 겁니다. 특히나 촌구석에서 자식들을 도회지로 떠나보낸 부모님들은 추석 명절을 손꼽아 기다릴 겁니다. 배운 게 없어, 농사만 지을 줄 아는 노인들은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지 못하는 것을 팔자려니, 하고 고향을 지킵니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자식들은 생업에 바쁘다 보니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2023. 10. 26.
운해 일출 2023. 10. 25.
살구(9) 할멈의 행방불명 신고를 받은 119 구조대가 마을에 도착했다. 용식 할멈이 마실 왔다가 인기척이 없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벨이 울리기에 문을 열어 봤더니 아무도 없었다. 구조대원과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봤지만, 할멈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수색작업은 내일 아침에 재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들과 딸, 사위는 불안했다. 딸이 대문을 열고 들어섰다. 웃으시며 반기던 엄마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아들도 침울한 표정으로 방에 들어갔다. 방바닥에 은행 대출서류가 보였다. 연필로 그려준 동그라미에 엄마의 도장이 찍혔다. 달빛 아래 살구나무와 덩그러니 빈 개집. 어쩌면 엄마에게 살구가 있으니, 무사할지도 모른다고, 남매는 희망을 품었다. 이튿날. 마을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수색작.. 2023. 10. 25.
가을입니다(3) 2023. 10. 24.
살구(8) 할멈은 은행 서류에 도장을 찍을지 말지 고민했다. 맞벌이하는 데 왜 대출을 받는다고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다. 애들 학군인지 뭔지 때문에 이사 가야 한다는 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엄마다. 통화해도 괜찮니?” 할멈이 고민 끝에 딸에게 전화했다. “엄마. 무슨 일 있어?” “어제 동생이 왔다 갔어. 그런데 아직도 대출받아야 한다며 도장 좀 찍어 달라고 난리다. 어떡하면 좋냐?” “엄마. 해 주면 안 돼. 나중에 쫓겨나면 어떻게 하려고. 올케 하는 거 보면 뻔해. 안 모실 거라고. 그럼 엄마 갈 데는 요양원밖에 없어. 내가 모시려고 해도 시부모 다 살아계셔서 힘들어. 알잖아? 엄마.” 할멈이 고민 끝에 마음먹은 생각을 딸이 극구 반대했다. “그래. 알았어.” “엄마! 절대 안 돼. 알았지.” 살구가 공을.. 2023. 10. 24.
가을입니다(2) 2023. 10. 23.
살구(7) 어제저녁 느닷없이 아들이 온다는 전화를 받았다. 할멈은 마을 어귀로 나와 아들을 기다렸다. 살구가 느티나무 정자 주변을 한가로이 왔다 갔다, 하더니 언덕으로 올라갔다. BMW 승용차가 마을로 들어와 마을회관 공터에 멈추었다. 아들과 며느리가 내렸다. “왜 둘만 와?” 할멈은 손자가 더 보고 싶었다. “할머니 집은 화장실이 무섭다며 안 가겠다는데 어떡해….” 아들이 투덜거리며 인사를 대신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봄에 아파트처럼 다 고쳐 놓았는데….” 할멈이 서운해서 말끝을 흐렸다. 건강은 어떠냐고 안부를 묻는 며느리가, 할멈은 달갑지 않았다. “나이 들면 다 그렇지 뭐.” 살구가 길을 안내하며 앞장섰다. 할멈이 손자 손녀가 학교에 잘 다니는지 묻지 않았다. 아들이나 며느리의 대답은 무성의할 것이고, 둘의.. 2023. 10. 23.
가을입니다(1) 2023. 10. 22.
진실의 입과 영화 "로마의 휴일" 처음 본 순간 요정인 줄 알았다. ‘세기의 연인’ 또는 ‘불멸의 연인’이라 불리던 오드리 헵번에 대한 첫 느낌이다. 그녀는 에서 여주인공인 앤 공주역을 맡았고, 미남 배우 그레고리 펙이 신문기자 역인 조 브래들리 역을 맡아 열연했던 영화다. 이 영화를 서너 번은 본 것 같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긴 여운이 남았던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앤 공주(오드리 헵번)가 대사관에서 기자회견하는 장면이다. 기자인 줄도 모른 채 아쉬운 이별의 포옹을 하고 헤어진 앤 공주는 대사관 기자회견장에서 조 브래들리(그레고리 펙)를 마주한다. 앤 공주는 놀란 표정이었지만, 극도로 감정을 조절하며 우아하게 품위를 잃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의 눈빛으로 두 사람만의 교감을 나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가장 가슴.. 2023.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