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667

몽환적인 숲에서 실망하고 돌아왔습니다. 안개가 낀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새벽길을 달려왔는데, 휑하니 쓸쓸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허탈한 마음으로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축 처진 내 모습이 안 되어 보였던 모양입니다. 소나무들이 측은하게 날 나를 보는 듯합니다. 녀석들이 웬일이지 하는 표정들 같았습니다. 안개 낀 날이 아닌데 왜 왔지…. 식당 개 삼 년이면 라면을 끓일 줄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이곳 소나무들은 그 정도는 될 겁니다. 안개가 끼지 않은 날은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주로 사진 애호가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보은군 탄부면 임한리에 있는 솔밭은 익히 그렇게 알려진 곳이다.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왜 안개 낀 날만 유독 이곳을 찾는지. 다시 왔습니다. 안개 낀 솔숲은 다릅니다. 뻔한 숲이 아닙니다... 2024. 10. 17.
에어쇼를 보면서 쇼는 볼만한 구경거리여야 합니다. 그런데 공짜로 보는 쇼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미 서부 여행 때입니다. 여행 전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벨라지오 분수 쇼는 반드시 봐야 한다는 여행 후기가 많았습니다. 유명한 쇼인가 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안 보면 후회할 것 같아 가보았습니다.  밤 9시, 조명을 받은 분수가 잠에서 깨어 요정이 춤추듯 했습니다. 음악의 선율에 따라 분수 쇼가 연출되었습니다. 고작 3분 정도였습니다. 시작인가 싶더니 끝이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더니 싱겁게 끝난 겁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가 무얼까? 공짜여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돈 주고 Wynn 호텔에서 본 르 레브 쇼(LE REVE SHOW)는 달랐습니다. 르 레브 쇼(LE REVE S.. 2024. 10. 16.
가을엔 업데이트하세요.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둘이서 만나요. 브라보콘//살짝-쿵 데이트♪ ○○ 부라보콘♬/ 흑백 TV 시절인 1970년대에 유행했던 광고음악입니다. 그 시절 남자애들은 이걸 짓궂게 개사를 해서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12시에 풀러요. 브라자 끈’ 누구나 연인이 되기 전, ‘데이트’란 단어를 현실에서 경험하게 됩니다. 탐색전 성격이 강한 만남이죠. 서로가 얼마나 호감을 느끼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잖아요. 연애 감정이 뜨거워지면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사이가 돈독해져 사랑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데이트’는 그런 만남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이 분야엔 별로 아는 게 없습니다. 그러나 모르긴 해도 초기엔 카페(옛날엔 다방)에서 커피 차 한잔 마시면서 시시콜콜한 주제로 이야기하고.. 2024. 10. 15.
야경이 아름답긴 한데 한국의 야경을 보고 외국인들이 물었다.“오! 뷰티풀, 이렇게 한국의 야경이 아름다운 이유가 무엇입니까?”한국인이 답했다.“야근이 많기 때문입니다.” 퍼 온 글입니다.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야근 때문이라니. 틀린 말은 아닌 듯합니다. 야근이 없으면 도심 빌딩의 불빛은 꺼져 있을 테니까요. 일부러 전기세까지 부담하면서 빌딩의 전깃불을 켜 놓을 리가 만무하잖아요. 많은 고층 건물의 대부분이 주거 공간이 아니니까 더욱 그럴 겁니다. 기껏해야 거리의 가로등 정도는 남아 있겠죠.   빛은 모든 아름다움의 바탕이 되는 존재입니다. 빛은 어둠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자연계를 지배하죠. 그러니 빛이 아름다운 영역을 지배한다면, 어둠은 그 반대 영역을 지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빛과 어둠은 낮과 밤을 양분하여 시간의 .. 2024. 10. 14.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파밀리아 대성당 앞에 도착했다. 건너편 도로에서 내려서 너나 할 것 없이 하늘 높이 웅장하게 치솟은 성당을 올려보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압도당해 버렸다. 그 순간에도 대성당의 타워크레인이 한쪽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대성당은 지금도 건설 중이다. 우리는 현장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넋 나간 듯 바라보았다.  이런 우리의 모습을 다그친 것은 가이드였다. 그녀가 성당은 조금 있다가 사진을 찍으라며 빨리 따라오라 재촉했다. 가이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말해 주고 싶은지 마음이 급했다. 이곳은 여행 시즌이면은 여행객들로 북새통이라 대충대충 설명하고 스치며 지나갈 수밖에 없는 곳인데 여러분은 복이 많다고도 했다. 지금도 사람이 적지 않은 데 성수기 때는 얼마나 사람이 이곳에 몰려든다는 말.. 2024. 10. 11.
여명에 물든 꽃밭에서 출사 전날, 가을 아침을 만날 생각 하면 설렙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모르는 사람은 뻥이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해뜨기 전 여명과 함께 만든 코스모스꽃을 만나 보면 그런 소릴 안 할 겁니다. 설렘을 유혹할 만한 가을빛이 다른 때와 달리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감성이 둔한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어둠을 덮고 잠든 코스모스밭은 분위기 있는 말로 고즈넉합니다. 행여 꽃들이 잠에서 깰까 봐 나는 숨을 죽이고 기다립니다. 이 시간이면 모두 단잠에 빠져있을 때이니까요. 그러나 조금 있으면 아침의 문을 열릴 겁니다. 원래 가을은 여름보다 잠이 많거든요. 성질만 급하면 속만 탑니다. 사진의 시작은 기다림입니다. 눈을 뜬 여명이 하늘 처마 끝을 물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코스모스 요정.. 2024. 10. 10.
그땐 메밀꽃을 몰랐습니다. 한겨울 어두운 골목길을 걷노라면 무서웠습니다. 달빛조차 없는 밤은 더욱 그랬습니다. 개 짖는 소리가 음산하게 들리면 마치 공포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옵니다. 그 시절 골목길은 왜 그리 어두웠나 모르겠습니다. 분위기 있게 전봇대 위에 방범등 하나라도 있었으면 무섭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궁이 굴뚝에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던 시절의 겨울이 그랬습니다. 해가 짧은 겨울밤은 길었습니다. TV도 없던 시절, 까맣게 그을린 아랫목 구들장으로 서로 발을 디밀었던 겨울밤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먼 아날로그 시절로 돌아가면 어느새 아련하게 옛 생각이 납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하려고 그러나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말해야겠습니다.  “찹.. 2024. 10. 9.
자유, 인간의 전유물인가 새를 보면 부러움을 느낍니다. 하늘을 난다는 것, 자유롭다는 것,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해 본 사람이 많을 겁니다. 이유는 다 알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단지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다면 꿈에서 새가 되어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우린 날개가 없습니다. 그러니 날지 못하는 걸 부럽다고 쳐도 자유롭다는 걸 부러워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 우리가 자유롭지 않다는 건데, 과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우린 자유를 누리고 있으니까,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겁니다. 감방에 갇혀 있는 죄수가 아닌 이상. 자유는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우린 자유를 쟁취하기 .. 2024. 10. 8.
노을 진 억새밭에서 고독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가을이 그런 계절입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콕짚어 말할 수 없는 답답함도 훌훌 털어내고 싶고요. 고요와 적막이 뒤섞인 곳을 거닐다 보면 외롭게 느껴지는 이 마음을 누군가 달래 줄 것 같은 생각이 막연하게 듭니다. 그때 누군가가 고독이었으면 합니다.  저물어 가는 가을 저녁, 억새밭을 혼자 걸어본 적이 있습니다. 노을이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말이죠. 은빛 억새 물결이 출렁입니다. 가을이 고독을 품에 안고 슬픈 표정으로 춤추는 것 같습니다. 다가올 이별 무대가 언제 인지 알고 있지만 모른척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을은 언제나 올 때부터 떠날 준비를 하고 온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해 질 무렵 억새밭에 서 본 사람은 알 겁니다. 가을.. 2024. 10. 7.
‘두브로브니크’ 성벽 투어 두브로브니크 성벽은 구시가지를 직사각형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다. 남서쪽에는 보카르(Fort Bokar) 요새 남동쪽에는 성 요한 요새(St. JohnFortress)가 있으며, 북서쪽에는 민체타 타워(Minčeta Tower), 북동쪽에는 루카 타워(Kula Luca)가 있어 각각 성벽 모퉁이를 방어하고 있다.  성벽 길이는 약 2km로 해안 쪽 높이는 25m, 성벽 안쪽으로는 최고 6m나 된다. 성벽 두께는 바다 쪽으로는 1.5~3.0m나 되는데, 오스만 튀르크가 침공해 오기 전 13~14세기에는 성벽이 훨씬 이보다 얇고 낮았다고 한다. 성에는 4개의 요새가 세워져 있고 성벽 밖에 1개의 요새가 있다.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고, 전쟁과 지진을 겪으면서 여러 번의 증개축.. 2024. 10. 4.
노을에 빠지다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그 어떤 형용사로도 표현하기 힘듭니다. 그래도 생각나는 대로 써 보았습니다. 아름답다. 황홀하다. 환상적이다. 끝내준다. 멋지다. 과연 어떤 말이 이 상황에 딱 맞는 단어일까. 고르지 못하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단지 사진을 찍고 있는 이 순간조차도 아깝다는 생각만 듭니다.  노을 지고 있는 서쪽 하늘을 이르는 말입니다. 해 질 무렵 노을을 한두 번 본 게 아닙니다. 그때마다 노을은 다 그런 거지 하며 지나쳤습니다. 때론 아름다웠고, 때론 멋졌습니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노을 지는 풍경에 눈길을 던지긴 했어도 심장을 마구 두들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영혼을 유혹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빼앗긴 마음을 진정시켰습니다. 두근거리는 심장도.. 2024. 10. 3.
바람은 죄가 없다. 이해 못 할 때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왜 싫어하는지. 사실 모든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몇몇 사람입니다. 내가 특별히 그들에게 민폐를 끼치거나 잘못한 건 없습니다. 그런데 단지 바람이란 '이름' 때문입니다. 바람이란 이름도 사람들이 지어 붙여 놓은 겁니다. 그래 놓고 나를 미워하니 더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궁금하다면 어떤 사람들인지 말하겠습니다. 남녀불문하고 딴짓하는 사람들, 특히 외도하는 사람, 어엿한 애인이 있는데 몰래 다른 사람을 만나는 사람, 모두 바람피운다고 바람을 싫어합니다. 약속 장소에 상대가 나타나지 않을 때 또 바람맞았다고 바람을 싫어합니다. 도대체 그게 왜 나와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부들도 가끔은 날 싫어합니다. 마트나 시장에 가서 장을 봅니다. 장을 보다 보면 .. 2024. 10. 2.
부처님, 괴로워요. 왜? 미운 놈 떡 하나 주라는 거지. 그게 가능한가? 솔직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여태껏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혹시, 내가 부처님이 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문입니다. 미운 놈 보기도 싫은 데 떡을 주라니, 그게 말이 됩니까. 살다 보면 미워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요. 거기엔 미움을 받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콕 집어 이거다, 하기 어려워도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랑과 배신에서 오는 미움부터 자존심을 건드리는 사소한 오해, 사회적으로 어쩔 수 없는 갑과 을의 갈등으로 인한 갑질 등등. 미움은 감정입니다. 좋아하는 감정의 반대쪽에 있습니다. 그러.. 2024. 10. 1.
코스모스 핀 들녘에서 힘들었습니다. 여름 내내. 열대야는 연일 신기록을 경신했죠. 뉴스를 보면 하루라도 시끄럽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세상은 늘 그랬죠. 별별 일이 벌어져도 그때뿐이고, 그게 내 일이 아니면 무덤덤하게 지나치게 됩니다. 서로 어울려 살아야 아름다운 세상인데 저마다 세상사는 게 팍팍하면 마음까지 여유가 없어집니다.  하루라도 빨리 가을이 왔으면 했는데 늦더위가 강짜를 부리는 것처럼 가을을 시샘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가을에만 관심이 있으니 물러가기 싫은 가 봅니다. 우린 때가 되었으니 기다리는 것뿐인데 눈치 없는 여름이 고집스럽게 버티는 것 같아 보기 싫습니다. 뭐가 그리 아쉬운 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계절의 시계는 돌아갑니다. 늦었지만 가을이 성큼성큼 우리 곁에 왔습니다. 가을이 온 걸 어떻게.. 2024. 9. 30.
여행을 떠나는 이유 늘 즐거운 일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왔다 가는 인생이 그랬으면 할 겁니다. 반복되는 일상은 거기서 거깁니다. 변화가 없죠. 매일 먹는 밥이 그저 그렇듯이 우리의 삶이 따분하게 느껴질 때 밥맛과 비슷한 맛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뭔가 변화를 통해 벗어나고 싶을 때 활력소가 되어 주는 단어가 여행입니다.  여행엔 색다른 변화가 있습니다. 설렘도 있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험과, 우리가 생각지 못한 환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여행을 설명하는 데 이런저런 그럴듯한 단어를 늘어놓아 봤자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말뿐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재미가 있고, 즐거움이 있는 볼거리, 먹을거리, 놀거리가 다양하게 있다고 보면 됩니다.우선, 여행이란 단어를 상상해 볼까요. 어떤 생각이 들죠. 생각만 해도 재.. 2024. 9. 27.
가을이 왔습니다 설악산 대청봉에 첫서리가 내렸다네요. 아니 벌써! 서리는 절기상으로 상강(霜降:10월23일)이 되어야 내리는데 뜻밖이었습니다. 가을이 오자마자 겨울이 오려는 건가,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가을이 지각했습니다. 혼내 주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냥 슬그머니 안 그런 척하며 반갑게 포옹했습니다. 조금 늦긴 했지만, 녀석도 늦고 싶어서 늦었겠습니까.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겠지, 하고 넘어가려 합니다.여름과 겨울 사이에 낀 가을이 기죽어 힘들었나 봅니다. 여름에 밀리고 겨울이 치이다 보니 제 몫을 다 챙기지 못하고 갈수록 짧아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사계절 중 가을이 제일 마음이 여려서 그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가을은 사랑을 많이 받습니다. 시어머니 같은 .. 2024. 9. 26.
해를 품은 달, 아니 물 사진을 찍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신비함을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예기치 않은 신비함에 몰입하다 보면 한동안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없는 겁니다. 수많은 시간을 그냥 지나쳤던 자연현상, 바로 윤슬입니다. 호수가 있는 곳에 일출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 보면 늘 보아 왔던 빛입니다.  이른 아침 해 뜰 무렵 또는 저녁때 해가 질 때쯤 호수나 강가를 거닐 다 보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물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잔잔한 물결 위로 햇빛이 반사되는 현상이 윤슬입니다.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말이 아름답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 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윤슬. 관심 없이 지나치면 사실 별거 없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윤슬의 신비함을 볼 수 있습니다. 문득.. 2024. 9. 25.
해외여행 사람은 삶에 대한 선택과 자유를 갈망하는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선택과 자유를 포기하며 삽니다. 그런데 여행이란 단어를 마주할 땐 달라진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상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 있고,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게 바로 삶의 행복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행복을 떠올리는 단어가 뭐가 있을까. 세대별로 다를 게 분명하지만, 여행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젊은 층이 더 공감할 것 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은 이미 대학 시절 배낭여행을 통해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경험한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단언할 수 없지만 이런 측면에서 행복과 가까운 단어가 여행일 것 같은 생각합니다.  한때 코로나로 여행이란 단어가 실종된 듯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 2024. 9. 24.
꽃무릇 花葉不相見 想思草화엽불상견 상사초 꽃은 잎을, 잎은 꽃을 그리워한다는 꽃무릇. 한 뿌리에서 자랐음에도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는 꽃입니다.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아련함으로 남다 보니 꽃말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슬픈 사랑)이라고 합니다. 꽃무릇은 가을꽃 같지 않게 꽃이 진 다음 잎이 돋는 걸 보면 돌연변이 꽃이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꽃말이 그렇듯, 꽃무릇에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 있다고 합니다. 한 절의 스님을 짝사랑하던 여인이 상사병으로 죽어 묻었는데, 무덤에서 핀 꽃이 꽃무릇이란 설도 있고, 한 사찰을 찾은 아름다운 처녀에 반한 젊은 스님이 짝사랑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 피를 토하고 죽은 자리에 피어난 꽃이 꽃무릇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꽃을 보면 모양이 특이합니다. 자세히 보면 여자들이 화.. 2024. 9. 23.
가을 비 우산 속에 비 오는 날이면 아련히 떠오르는 풍경이 있습니다. 느닷없이 일기예보에도 없던 비가 내리면 지하철역 입구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우산이요.’ ‘우산이요.’ 하며 비닐우산을 파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모습을 오래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동요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비 오는 날이면 자주 불렀던 ‘우산’입니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좁다란 학교길에 우산 세 개가//이마를 마주대고 걸어갑니다./ Some feel the rain, others only get wet’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단지 젖을 뿐이지만, 어떤 이들은 비를 느낀다는 말입니다. 비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2024. 9. 20.
Morning Glory …/아침에 피웠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나팔꽃보다 짧은 사랑 아//속절없는 사랑 아/… 가수 임주리가 부른 립스틱 짙게 바르고>의 노랫말 일부입니다. 나팔꽃은 영어로 ‘Morning Glory’입니다. 기쁨, 영광, 결속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죠. 반면 ‘덧없는 사랑’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위의 노랫말이 ‘덧없는 사랑’이란 꽃말을 아주 짧게 설명해 주는 것으로 보여 가져왔습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나팔꽃일지라도 제대로 보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 보아야 합니다. 조금만 게으름 피우면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팔꽃은 해 뜰 무렵 활짝 폈다가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잎을 닫아버리고 오후가 되면 이내 시들어 버립니다. 영어로 꽃 이름에 ‘Morning’이 들어가 있는 걸 보면 이해가 될 겁니다. 나팔꽃을 말 그.. 2024.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