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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해랑전망대입니다. 디자인이 독특해 보입니다. 도깨비방망이 모양의 전망대로 알려진 곳인데, 85m 길이로 바다 위를 걷는 것 같은 짜릿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해를 한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출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논골담길 위에서 내려다보니 그럴듯해 보입니다. 찍고 보니 마음에 듭니다. 이것도 소소한 행복입니다. 가까이 가보고 싶었습니다. 멀리서 보는 것보다 더 나을것 같아 가보기로 한 겁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머릿속에 남아 있던 풍경이 아닙니다. 분명 위에서 볼 때는 한 폭의 그림 같았는데 가까이 와 보니 실망스럽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던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뀐 겁니다. 마치 멀리서 봤을 땐 한눈에 들어온 여인이었는데 가까이서 가서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겁니다. 우리 눈.. 2024. 8. 20.
우물이 있던 시절 동네 아낙네들의 수다 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는 듯합니다.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리며 아랫집 뒷집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퍼졌던 시절, 개똥이네 집은 딸만 낳다가 이번에 아들을 봤다는 둥, 순이네가 송아지 낳았다는 둥, 이장 집 막내딸이 시집간다는 둥 별별 소식이 아침이면 우물가에서 이웃집 담장을 넘게 됩니다. 한나절이 우물가는 빨래터가 됩니다. 여인들의 고된 시집살이는 여기서 잠시 멈춥니다. 어른들 눈치 볼 것 없이 토해내는 시어머니 흉보기도 웃음소리로 서로 주거니 받거니 넘겨버립니다. 아낙네들 속을 썩이던 남정네들을 떠올리며 방망이로 빨래를 연신 두들기기도 합니다. 쌓였던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어대듯 팔에 힘을 주어 내리쳤을 겁니다. 한바탕 휩쓸고 간 동네 아낙네들의 웃음소리가 끊긴 우물가, 모처럼 고요 .. 2024. 8. 19.
‘오해’라는 바다 어둠 속 저 멀리서 바다가 다가온다. 사랑의 속삭임은 은밀하다. 밤 해변은 여름을 벗긴다. 태양이 침몰한 해변은 로맨틱한 밤이다. 파도의 손길이 부드럽다. 해변은 파도에 몸을 맡긴다. 화상으로 얼룩진 상처를 파도는 어루만져 준다. 상처가 남긴 아픔은 파도에 실려 어둠의 바다로 잠긴다. 사랑은 상처를 아물게 한다. 인파로 뒤덮였던 해변, 이제야 숨을 돌린다. 환호와 이우성이 사라진 해변은 적막하다. 그 공간에 남은 건 벌거벗은 해변과 밤바다의 속삭임뿐이다. 파도는 마지막 남은 태양의 열기까지 지워버린 후 말을 꺼냈다. “사람들이 널 찾은 건 사랑 때문이 아니라, 여름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몰랐었다. 날 사랑하기에 찾은 줄만 알았다. 그들이 어둠이 무서워 떠난 이유는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인간은.. 2024. 8. 16.
노래인지, 울음인지 헷갈립니다. 노래인지 울음인지. 물어볼 수도 없으니 듣기 나름입니다. 애절하게 들리는 듯합니다. 짝을 찾기 위한 소리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매미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갈 겁니다. 여름이 지나기 전에 짝을 찾아 인연을 맺어야만 하니까요. 늦은 밤까지 잠 못 이루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걸 보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노래로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노래로 듣고 싶은데 노래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사랑의 세레나데치곤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맑고 청아한 소리가 아닐뿐더러 마치 시위 현장에서 격렬한 투쟁을 벌이는 듯한 함성 같습니다. 노래라면 사랑의 감성을 담은 로맨스가 느껴져야 하는데 소음처럼 들립니다. 그럼에도 노래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녀석은 7년의 긴세월을 땅속에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고작 보.. 2024. 8. 15.
초록의 기억 초록의 풋풋함이 묻어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한여름의 숲처럼 새들의 보금자리를 품어주고, 녀석들의 경연 무대를 만들어 주며 노래를 들어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초저녁이면 풀벌레 소리마저 정겹던 여름, 청년은 보송보송한 솜털 피부를 벗어던지고 연초록의 얼굴로 그해 여름, 20대의 나이테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여린 연둣빛 나이를 넘어서니 짙은 초록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나에게 속삭이는 감성을 깨닫게 되었고, 여름의 숲 사이로 내려오는 햇살과도 수줍은 미소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청년이 되었던 나. 저 높은 세상을 향해 힘껏 날개를 펼치고, 꿈과 사랑을 향해 날아갈 것 같은 기개를 펼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날 이후 세월이 많이 지났습니다. 그 초록의 숲을 거닐어 봅니다. 여전히 초록의 향기는 그때와 다르.. 2024. 8. 14.
날고 싶다면 남미대륙 안데스산맥에 사는 콘도르는 한두 번의 날개를 움직여도 멋지게 날 수 있다고 합니다. 3m에 이르는 날개 덕분입니다. 반면 벌새는 1초에 80회 이상 날개를 멈추지 않고 움직여야 합니다. 날개 길이가 5~10㎝ 정도 밖에 안되서 끊임없이 퍼덕거려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지상태에서 떨어지지 않고 꿀을 따 먹을 수 없습니다. 새들은 높게 날아다니든, 낮게 날아다니든 날개짓을 해야 합니다. 새는 소화기관이 짧다고 합니다. 몸을 가볍게 하도록 진화되어 오줌보도 없어 소변이 섞인 변을 함께 배설합니다. 소화가 다 되기도 전에 몸밖으로 내보내는 겁니다. 배설기관과 생식기관이 하나로 되어 있는 데 이를 총배설강이라 하고, 턱이나 귀도 없고, 뼈도 속이 비어 있어 가볍습니다. 또한 기낭이라고 하는 공기.. 2024. 8. 13.
비상 착륙 홍점알락나비의 최종 목적지는 자귀나무꽃이었습니다. 중간 경유지인 배롱나무꽃에는 오전 12시가 조금 넘어 도착할 예정이었습니다. 당시 배롱나무꽃 주변은 비구름이 많고 오락가락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착륙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이따금 번개가 치기는 했지만, 비행에 베테랑이었던 홍점알락나비는 착륙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배롱나무꽃 주변에 기상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 홍점알락나비는 예정했던 항로보다 약간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날았습니다. 예상보다 10~20분 늦어지더라도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행은 순조로웠습니다. 홍점알락나비는 비행메뉴얼대로 서서히 고도를 낮추었고, 곧 있을 착륙에 대비해 절차대로 .. 2024. 8. 12.
취하긴 했는데 왜 취하고 싶은가.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맨 정신으로 도저히 살 수 없는 세상이라고. 자살률이 우리보다 높다는 러시아 사람들이 독한 보드카를 물처럼 마시는 이유도 우리와 비슷한 모양입니다. 하기야 허구한 날 우크라이나와 끝이 안 보이는 전쟁 때문에 끌려가야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없을 겁니다.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특별히 벗어나거나 해소할 방법도 없습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야 하니 따뜻한 조직 문화보다 살벌하기 짝이 없는 냉혹하고 비정한 조직 문화에 익숙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오는 인간적 절망감과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을 견디기 위해선 술이라도 마셔야 하는 세상입니다. 혹시 삶은 개구리 증후군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펄펄 끓는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으.. 2024. 8. 9.
담장을 허물어 주세요 안에서만 살다 보니 밖이 궁금합니다. 누군가 날 찾아오지 않으면 이 여름날이 너무 쓸쓸합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화사한 아름다움을 보여 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습니다. 차라리 담장이 없으면 그나마 많은이들과 만날 수 있을텐데. 만나면 꽃다운 아름다움을 함께 할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왜 거추장스러운 담장을 만들어 놓았는지, 난 당신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안에만 있으려니 우울합니다. 삶을 구속받고 있는 것 같고 갇혀있는 느낌입니다. 당신이 만들어 놓은 담장 때문입니다. 죄지은 것도 없는데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것 같아 너무 외롭습니다. 사실 담장은 내 삶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립니다. 그렇다고 안 볼 수도 없고, 어쨌든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안에선 잘 보이.. 2024. 8. 8.
잠자리 잠자리가 불편합니다. 에어컨을 틀고 자면 시원하긴 합니다. 그런데 자다 보면 춥습니다. 본능적으로 리모컨을 찾아 꺼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한동안 잠이 듭니다. 얼마나 잤을까?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다 다시 에어컨을 켜게 됩니다. 몸이 끈적거려 잘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밤이면 밤마다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일입니다. 열대야와 불편한 동거를 피하기 위해선 에어컨 신세를 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요금이 부담스럽지만, 습한 더위와 동침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참으려다 보면 짜증이 임계점에 다다릅니다. 자칫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연일 이어지는 열대야는 잠자리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아침이면 머리가 개운하지 않습니다. 잠을 설쳐서 그럴 겁니다. 아마 이런 일이 나만의 .. 2024. 8. 7.
장독대 갑자기 추억을 쫓아갈 때가 있습니다. 뜻하지 않은 옛 시절의 기억을 떠올릴 때입니다. 추억이 머무는 곳에 다다르면 리트머스 종이에 젖어드는 것처럼 먼 아날로그 시절의 한 장면이 가슴을 젖게 합니다. 아련한 그 장면이 서서히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희미한 동영상이 스크린에 펼쳐집니다. 화면 속에 시골 마을이 보입니다. 옹기종기 이마를 맞대고 짚으로 이엉을 만들어 새끼줄로 엮은 초가지붕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고향마을에는 기와집이 딱 한 채 있었습니다. 우리집은 초가집이었습니다. 지금은 민속촌에나 가야 볼 수 있을 법한 풍경입니다. 이런 풍경과 빼놓을 수 없는 게 장독대입니다. 장독대가 없는 집이 없었습니다. 시골 아낙네들은 항아리가 있는 장독대를 신주단지 모시듯 지극정성이었습니다. 장독대에는 된장, 고추장, 간.. 2024. 8. 6.
호랑나비와 자귀나무 꽃 호랑나비는 기쁨과 행복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속설에 의하면 아침에 호랑나비를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했고, 이른 봄에 호랑나비를 보면 운수가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배추 흰나비를 보면 부모가 상을 입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나비를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눈이 먼다는 얘기도 어른들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침부터 호랑나비를 카메라에 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의미심장하게도 자귀나무 꼭대기였습니다. 의미심장하다는 이유는 자귀나무가 부부의 금실을 뜻할 뿐만 아니라, 화해의 상징인 상서로운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그럴듯한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힘이 장사인 장고라는 노총각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그가 이웃 마을 언.. 2024. 8. 5.
배롱나무꽃 배롱나무는 거추장스러운 걸 싫어하나 봅니다. 여름이라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본래부터 그랬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볼 때마다 자신의 멋진 몸매를 자랑하듯 드러내는데, 그게 내겐 거침없어 보였습니다.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어떤 나무와 비교해 봐도 나뭇결이 부드럽고 매끈해 보입니다. 이 때문에 투박한 다른 나무보다 매혹적입니다. 호기심에 살짝 만져 보았습니다.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꽃이 오래 피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나무 자체입니다. 여름이라 그런지 일단 패션이 시원해 보입니다. 살짝 건드리면 바로 껍질이 벗겨져 속살이 드러납니다. 마치 샤워를 하려고 금방이라도 벗어버릴 것 같은 모습입니다. 군살 하나 없는 매끈한 몸이 관능적인 느낌도 듭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 2024. 8. 2.
나도 '관종' 일까 '관종’이라는 용어를 접했을 때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이목을 끌기 위해 온라인이나 SNS에서 무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용어라는데 '관심종자'의 준말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타인에게 관심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많다는 방증일 겁니다. 과장일는지 모르지만, ‘관종’이 대세가 된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합니다. 요즘은 누구나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세상입니다. 사이버공간에서 타인과 의견을 나누며 지내고, 스마트폰이나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서로 일상을 공유하는 동시에, 이를 삶의 즐거움으로 여기며 지냅니다. 특히, SNS의 비중이 커지면서 ‘관종’이란 말이 자리 잡은 듯합니다. 블로그(수다 한 잔, 사진 한 장)를 시작한 지 1년 4개월이 지났습니다. .. 2024. 8. 1.
솔로 탈출 (1) 솔로이성을 보는 관점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눈이 높으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기 힘듭니다. 기회도 많지 않습니다. 자신이 인기도 있고 스펙도 괜찮은 편인데도 솔로라면 스스로 돌이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저것 조건을 깐깐하게 따지다 보면, 아예 상대방이 먼저 부담을 느끼고 마음을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솔로 탈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는 본인입니다. 그런데 스스로 자기가 눈이 높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반대로 본인이 자신이 마음에 드는 상대방을 만났을 때, 그 사람 눈높이에 내가 맞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본인보다 더 좋은 사람을 바란다면 그대로 솔로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2) 썸 타기‘썸 타기’는 자기 방어 심리가 깔려 있다고 합니다. 정식적으로.. 2024. 7. 31.
짝사랑 난 당신만을 바라봅니다. 낮엔 하얗게 눈이 멀고, 밤엔 까맣게 눈이 타들어 가도 어쩔 수 없습니다. 사랑이란 누군가를 평생 바라보다가 눈이 멀도록 꺼지지 않는 불꽃인가 봅니다. 당신이 존재하는 한 내 사랑은 변할 것 같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날 바보라고 합니다. 그러나 내겐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일 겁니다. 어쩌면 질투심에서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리 그런 소릴 한다고 해도 나는 신경 쓰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꽃이 된 이유도 사랑 때문일 겁니다. 그런 날 사람들은 해바라기라고 부릅니다. 하루 종일 해만 바라보는 바보 같아서 그런가 봅니다. 어떤 이는 그런다고 해가 하늘에서 내려와 내 사랑을 받아 줄리 없으니, 마음을 바꾸라고 합니다. 어릴 적에 .. 2024. 7. 30.
아우라가 느껴지는 꽃 살아있는 생명체는 아우라(Aura)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우라는 생명이 품고 있는 에너지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걸 뿜어냅니다. 아우라(Aura)는 그리스어로 ‘숨결’이나 ‘후광’을 의미하는 말로 예술작품을 설명하는데도 쓰이는 용어입니다. 작품의 분위기나 독특한 감정적 에너지를 설명할 때 쓰인다고 합니다. 어느 날 우연히 TV를 보다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끼리 ‘OO는 아우라가 있는 것 같아’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동석한 특정인을 가리키며 칭찬하는 말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사람에게 서려 있는 특별한 기운, 후광, 광채 같은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서 ‘아우라’라는 말을 꺼낸 듯합니다.  이때 ‘아우라’는 내면의 빛입니다. 시청자에게 잘 보이도록 화장하거나 꾸며서 만들 수 있는 아.. 2024. 7. 29.
기념사진 남기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지금의 순간을 추억으로 기억하고 싶을 때입니다. 방법은 글이나 사진, 동영상 정도일 겁니다. 글은 사진이나 동영상에 비해 같은 기록임에도 현장에서 문장으로 남기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반면 사진이나 동영상은 어려움이 없습니다. 요즘은 스마트 폰을 갖고 다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남기고 싶은 순간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예전엔 특별한 날이 아니면 사진 찍는 일이 없었습니다. 특별한 날이란 기념할 만한 이벤트가 있는 걸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아기 백일이나 돌, 입학과 졸업, 수학여행, 약혼과 결혼식, 회갑 같은 날이 이에 속합니다. 여기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살면서 기쁨과 즐거움이 넘치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훗날 이런 추억들이 행복으로 재현되는 즐거움이 있기에 우린 이를 기념.. 2024. 7. 26.
부러워마세요 ‘나는 언제 꽃이 되지.’ 여길 봐도 그렇고, 저길 봐도 피지 않은 꽃이 없습니다. 남들은 저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한껏 뽐내고 있는데, 정말 속상해 죽겠습니다. 이제 겨우 꽃봉오리에 머무르고 있거든요. 솔직히 남들과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걸 어떡합니까. 속절없이 애만 탑니다. 눈에 안 보이면 덜 할 텐데 눈만 뜨면 보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너도 머지않아 아름답게 필 거야.’ 누군가 기죽지 말라며 이렇게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그 말이 겉치레로 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내가 낙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미안하니까 으레 하는 말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솔직히 부럽습니다. 왜 난 이렇게 남들보다 늦게 피는지 은근히 질투가 납니다. ‘야, 제가 부럽다. 좋.. 2024. 7. 25.
겨울 사진 덥습니다. 너무 덥습니다. 여름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지냅니다. 그래도 몸은 짜증스럽게 반응합니다. 본능적으로 덥고 습한 날씨가 싫은 겁니다. 신은 인간을 그렇게 만들었으니, 우린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피서라는 단어가 국어사전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피할 피(避), 더위 서(暑), '피서(避暑)'는 숙명적으로 여름철에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단어입니다. 예전엔 소박한 피서도 낭만적이었습니다. 그땐 아날로그 시대였습니다. 동구 밖 느티나무 그늘에서 이웃들과 수박 한쪽을 나누어 먹으며 더위를 식히곤 했습니다. 어른들은 가까운 계곡을 찾아 탁족을 즐기기도 했고요. 그럴 여유조차 없는 서민들은 툇마루에 앉아 부채질하며 매미 소리를 들으며 지냈습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종일 개울가에.. 2024. 7. 24.
무아지경(無我之境)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뭔가에 몰입할 때가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업무에 집중할 때도 있고, 소설을 읽을 때도 재미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공부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해야 할 때 잘 됩니다. 반면 아이들은 컴퓨터게임 할 때도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철없는 어른들이 도박에 빠졌을 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도박은 아니지만 장례식장에서 밤새 고스톱 치던 생각이 납니다. 으레 상갓(喪家) 집에 조문 가서 재미로 치곤 했습니다. 화투장을 보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소주잔 기울이며 즐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아주 친한 친구 사이라면 밤을 새워 가며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게 우정이고 예의라고 여겼던 때도 있었습니다. 몰입은 어떤 것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중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측면.. 2024.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