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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블랙홀 덥습니다. 더워도 너무 덥습니다. 6월인데 한낮에는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립니다. 덥다고 온종일 집안에만 있을 수 없어서 아침 일찍 카메라를 둘러메고 나왔습니다. 날씨가 뜨겁기 전에 얼른 사진 좀 찍고 집에 들어갈 심산이었습니다. 출사지가 집에서 1시간 40분 정도를 달려야 하는 단양입니다. 서둘러 왔는데 도착하니 오전 9시 40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오전부터 햇살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래도 마음은 즐겁습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 겁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미친 짓이 아닐까? 아무리 사진이 좋다지만, 뙤약볕 아래에서 내가 지금 뭐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 괴롭히는 사람도 없는데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늘막에 가서 쉬면 그만인데 그게 마음대로.. 2024. 6. 21.
눈이 멀면 오래전 일입니다. 어느 날 눈에 뭔가 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편했습니다. 약국에서 안약을 사 며칠 넣어 보았지만, 증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일상생활에 크게 불편하지 않아 그냥 참고 지냈습니다. 그런가 싶더니 마치 유리창에 안개가 낀 것 같이 약간 뿌옇게 보이는 느낌이 들어서 거울을 보며 자세히 눈동자를 보았습니다. 아무리 거울 가까이 봐도 눈이 이상한 것 같지 않았습니다.  망설임 끝에 이튿날 안과를 찾았습니다. 진찰 결과 뜻밖에 백내장 초기 증상이라는 의사의 말에 놀랐습니다. 어차피 나이가 들면 오는 눈의 노화현상이라는 겁니다. 해법은 수술 이외 다른 방법은 없다는 말에 걱정이 되었습니다. ‘수술’이란 말은 더 이상 떠올리기 싫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고2~3년 때 두 번이나 외과수술을 받은 탓입니.. 2024. 6. 20.
뽀샤시한 사진 화장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에 갇혀 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맨얼굴에 덧칠한다고 원판이 바뀌면 얼마나 바뀌겠나 싶었던 겁니다. 그렇다고 평범한 얼굴이 하루아침에 클레오파트라나 양귀비가 될 리 없는데…. ‘안쓰럽다’라는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이런 딱 막힌 생각 때문에 성인이 되고 직장 생활하면서 30대 중반까지 목욕이나 세면을 한 후에 스킨이나 로션 한 번도 얼굴에 바른 적이 없습니다. 여자를 만날 땐 화장발에 속지 말고, 소개팅(예전엔 미팅) 장소에선 조명 발에 속지 말자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땐 편견이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여성의 외모를 예쁘게 가꾸려는 기본적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동시에 꼭 예뻐지고 싶어서만 화장하는 것은 아닐 거란 생각도 듭니다. 여자로서 기품 유지를 위해 단정.. 2024. 6. 19.
황혼의 의미 지는 해가 하루를 안고 무대 뒤로 사라지려합니다. 일상이 머물다 퇴장하는 뒷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시간은 늘 가 보지 않은 길로 떠납니다. 그 길은 누구도 가 보지 않은 길이자 영원의 길입니다. 인생은 늘 그와 동행해야 하는 여행길입니다. 세월과 더불어 덧없이 가야하는 그 길, 하지만 마지막 순간만은 홀로 가야만 합니다. 하루하루 무심코 지나쳤던 해넘이 풍경. 여유를 갖고 바라보노라면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참 멋지고, 아름답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황혼이란 낱말을 인생에 갖다 붙이면 무게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사뭇 삶을 뒤돌아 보게 만드는 순간입니다. 왜? 황혼이란 말을 인생의 마지막인 끝자락에 비유했을까.....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생각엔 시사(示唆.. 2024. 6. 18.
흔들리며 산다 “삐-삐-삐~” 긴급재난 문자 소리와 함께 거실 소파가 흔들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전율이 짜릿하게 온몸에 퍼졌습니다. 그 시각이 오전 8시 35분이었습니다. 잠시뒤 TV 화면을 보니 자막에 속보가 전해졌고, 12일 오전 8시 26분 49초 전북 부안 남남서쪽 4㎞ 지점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날 저녁뉴스에 진앙은 전북 부안군 행안면 진동리로 진원의 깊이는 8㎞로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이번 지진은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규모가 가장 크고, 내륙에서 규모 4.5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2018년 2월 11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4.6 지진이후 66년여 만이라고 합니다.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겁니다. 가슴을 쓸어내렸던 공포가 뇌리.. 2024. 6. 17.
사마귀와 장비 사마귀 한 마리가 노려 보고 있습니다.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썩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생김새부터가 그렇습니다. 녀석은 앞다리가 길고 크며,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있어 작은 벌레를 사냥하기에 적합한 모양새를 갖추었습니다. 녀석은 곤충치곤 육식성입니다, 특이한 것은 짝짓기한 후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곤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사람으로 치면 엽기적인 성폭력 살인범죄일 겁니다. 개체 간 차이가 있지만, 왕사마귀는 겁이 없습니다. 거짓말 같지만,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기는커녕 덤벼들려고 합니다. 천적인 새가 다가와 잡아먹으려고 해도 끝까지 바득바득 대드는 녀석입니다. 자기보다 큰 상대를 보면 날개를 펴며 몸을 크게 보이게 하면서 허세까지 부립니다. 그러나 그런 위협이 자신보다 크기가.. 2024. 6. 14.
꽃밭 힐~링 힐-링이란 말을 많이 합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역설적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 받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방증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사는 현대인의 일상은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이를 해소하는데 여유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게 현실일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 어느 날 갑자기 힐-링이란 말이 등장하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유행어가 등장하는 데는 그럴 만한 다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힐-링이 예전엔 건강 개념이 육체에 머물렀습니다. 분명 특정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쓰이던 용어였을 겁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정신 영역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입니다. 신체의 치료만이 아닌 몸과 마음의 치유하는 용어로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2024. 6. 13.
비 내리는 블레드 성(城) 블레드 호수를 떠난 투어버스는 불과 7분 정도 만에 블레드 성에 도착했다. 날씨는 반전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바뀌었다. 빗방울이 거세지고 있다. 이럴 때 하는 말이 있다.  “하늘도 정말 무심하시지.”  겨울인데 차라리 눈이 내려야지. 하늘이 제정신이 아니다. ‘그나저나 어떡하지?’ 망설여지는 까닭은 카메라를 갖고 내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결국 어떡해야 할까, 하다가 카메라를 내려놓고 버스에서 내렸다.빗속으로 들어갔다. 블레드 성으로 들어가기 전에 매표소에서 잠시 대기했다. 인원 파악 때문이다. 인솔자와 매표소 직원이 성안으로 들어가는 인원수를 일일이 파악한 후, 성안으로 들어왔다. 인솔자가 우산을 든 채 모이라고 하는 음성이 수신기를 통해 들려왔다. 궂은 날씨.. 2024. 6. 12.
라이더 “짜장면 시키신 분~” ‘90년대 후반 TV에 나왔던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 카피입니다. 짜장면은 지금도 배달 음식의 대표적인 선두주자입니다. 알루미늄 배달통을 들고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중국집 배달원이 떠오르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특히, 대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어울려 당구장에서 먹던 짜장면 맛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당구를 치는 동안 번갈아 짜장면을 먹었습니다. 당구장 안은 담배 연기와 짜장면 냄새가 섞여 진동했습니다. 게임에 열중하다 보면 어느새 면이 퉁퉁 불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짜장면 맛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우리뿐만 아니었습니다. 옆 다이도 같았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때는 그런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풍경이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음식.. 2024. 6. 11.
금계국과 디아스포라(Diaspora) 일렁이는 금계국이 노란 물결을 이루는 아침입니다. 둑 언저리는 다른 풀꽃이 발 붙일 틈 없이 금계국이 점령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녀석들은 원래 토종이 아닙니다. 북미가 원사진인 금계국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와 원예용으로 재배되었다고 합니다. 1980년대 꽃길 사업 조성에 보급되어 전국에 심어졌다는 겁니다. 황금 닭을 닮은 국화라는 해서 ‘금계국(金鷄菊)’으로 부릅니다. 다년생 꽃으로 번식력이 강해 어느 곳에서나 자라 황금빛 군락을 이루며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입니다. 환경부에서는 이꽃을 생태교란종으로 지정한 상태입니다. 금계국은 종자뿐만 아니라 뿌리로도 번식하여 다른 식물들이 자라는 공간까지 밀어내고 그 자리를 독차지해 버립니다. 금계국을 보노라면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 말은 ".. 2024. 6. 10.
나비의 사랑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습니다. 천방지축 이리저리 팔랑거리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그 모습이 마치 철없이 아이가 기분 좋아 이리저리 뛰어노는 것 같습니다. 삶이 자유로워서 그런지 집도 없습니다. 그저 혼자 꽃밭에서 놀다가 님을 만나 짝짓기 하고 생을 마감합니다.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단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리저리 상하좌우, 그러다 하늘로 높게 솟아다가 다시 아래로 흥에 겨워 날아다니는 모양이 자유분방합니다. 어쨌든 내가 보기에 예측불가한 비행곡예입니다. 그래서 천방지축이란 표현을 가져왔습니다. 혹시 나비를 손으로 잡아본 일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날개를 잡아보면 비늘 가루가 손에 묻습니다. 분가루처럼 부드럽게.. 2024. 6. 7.
눈물 없이 피는 꽃은 없다. 같은 봄비라도 유난히 다를 때가 있습니다. 한여름 장맛비처럼 요란하게 내릴 때입니다. 그럴 때 날씨가 도대체 왜 이렇지? 하고 하늘을 쳐다보게 됩니다. 빗방울이 “따다닥” 소리를 내며 우산을 때립니다. 그 소리가 교향악단 작은북을 두드리는 소리같습니다. 봄을 재촉했던 비와는 전혀 다른 봄비입니다. 양귀비꽃이 한창인 카페 주차장 앞 청보리가 비바람에 힘겨워하더니 누워 버렸습니다. 청보리도 깜짝 놀라 기절한 모양입니다. 안간힘을 쓰며 버티다가 안쓰럽게 쓰러진겁니다. 사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건 사람이나 청보리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보리밭 한쪽에 핀 양귀비꽃도 덩달아 바람을 안고 넘어져 있습니다. 비에 젖은 청보리와 꽃들을 보니 마음이 안 좋습니다. 따뜻한 햇살만 즐기다가 갑자기 불어닥친 비바람에 끝내 눈물.. 2024. 6. 6.
원두막이 있는 풍경 이게 무슨 말이지?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원두막이란 말이 생소하게 들린다면 MZ세대일 겁니다. 하지만, 정겹게 느껴진다면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아날로그 시대를 산 사람일 겁니다. 꼭 그런 추억이 아니라도 악동(惡童) 시절 서리를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도 원두막 하면 입가에 미소를 지을 겁니다. 하지만 MZ세대라면 ‘서리’라는 말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원두막은 수박이나 참외 따위를 심은 밭을 지키기 위하여 밭머리에 높게 지어놓은 막입니다. 일종의 경계초소인 셈입니다. 서리는 가을에 수증기가 얼어 땅에 내리는 걸 말하기도 하지만, 떼를 지어서 주인 몰래 남의 과수원의 과일(수박이나 참외) 따위를 훔쳐 먹는 장난질을 뜻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비닐하우스에서.. 2024. 6. 5.
데이지꽃 꽃이 새벽을 열고 일어나 하얀 드레스를 입는다. 그꽃이 오월의 종착역에 서서 노란 손수건을 흔든다. 꽃은 언젠가 여길 떠나 밤하늘에 별이 되고 우리도 언젠가 별이 되어 우주로 여행을 떠난다. 2024. 6. 4.
신이여! 신이여! 나도 멋지게 살고 싶었습니다. 남자로서 남부럽지 않게 말입니다. 언제나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 잘 못 된 것은 잘못된 거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자식들 앞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정직한 아버지로 살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남자보다 아버지로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으니까요. 가족 모두가 나 하나만을 믿고 의지하며 살고 있으니, 가장으로서 강해져야 할 수밖에 없는 남자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던 나. 힘들어도 집에 오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과, 사랑스러운 아내를 위해 때론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이라 하며 비겁하게 살아야 하는 세상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습니다. 일상은 늘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낫겠지 생각했지만, 세상은 그리.. 2024. 6. 3.
블레드 호수 안개 낀 풍경이 차창 밖을 스치고 지나간다. 짙은 안개 때문에 먼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는 오스트리아나 슬로베니아는 자연 경치가 좋은 나라다.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알프스의 안개가 참 얄밉다. 여행객들이 아이 쇼-핑 하는 걸로 하늘이 착각하는 모양이다. 오스트리아에서 국경을 넘어 슬로베니아로 들어오기 전까지 그랬다. 안개는 계속 이어졌다. 국경을 통과하면 달라지겠지. 그런데 아니다 점점 더 상황이 안 좋아진다. 이젠 희미하게 보였던 풍경마저 완전히 삼켜 버렸다. 그때부터 차창 밖으로 향했던 시선을 돌려야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솔자는 슬로베니아에 대한 설명을 열강 하듯 토해 냈다. 꼭 백과사전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읽어 내려가는 느낌이다. 다른 인솔자와 달리 유머 감각이 완전.. 2024. 6. 1.
봄이 보낸 옐로카드 노란색은 봄을 상징하는 색입니다. 완연한 봄날, 돌담 울타리에 피는 개나리꽃이 노랗고 시골 앞마당에 돌아다니는 병아리도 노란색입니다. 춘삼월 유치원에 들어가는 꼬마들도 노란색 원복을 많이 입는가 하면, 귀여운 꼬마들을 태우고 다니는 어린이 집 버스도 노란색입니다. 뿐 만 아닙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우리가 일상에서 즐겨 쓰는 카카오 톡도 노란색입니다. 이처럼 노란색은 밝고 쾌활한 느낌을 준다. 이렇듯 봄은 노란색과 함께 오고 추운 겨울 꽁꽁 얼었던 마음도 따사롭게 해 줍니다. 한 마디로 봄은 모든 생명에게 즐거움을 주는 계절인 거죠. 반면,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축구경기를 관전하다 보면 가끔 심판이 옐로카드(노란색)를 꺼내듭니다. 상대 선수에게 위협적인 반칙을 하거나 비신사적 행위를 하면 경고를 보내는 .. 2024. 5. 31.
예쁘기만 하면 뭘 하니 한참을 찾아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눈에 띄지 않네요. 아파트 울타리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장미꽃이 절정에 이르렀는데 나비나 벌이 보이지 않습니다. 분명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나섰는데…. 장미꽃에 나비나 벌이 날아드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거든요. 결국 생각했던 사진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흔히, 장미는 꽃의 여왕이라고 합니다. 많은 사랑을 받기 때문이겠죠. 여태껏 장미꽃을 싫어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장미가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게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꽃으로 장미꽃이 손색이 없음에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꽃의 아름다움은 권력일지도 모릅니다. 누구든 꽃 앞에서는 마음이 무너집니다.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고 가까이 다가가게 됩니다. 특히.. 2024. 5. 30.
왜? 개양귀비꽂이야 까맣게 착색된 낡은 알루미늄 그릇에 까맣게 물든 칫솔 한 개 그리고 비슷하게 물든 플라스틱 빗 한 개 거울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었습니다. “엄마, 왜 불렀어?” “이걸로 희게 보이는 머리를 살살 문질러.” 엄마가 염색약이 묻은 칫솔을 주며 말했습니다. 염색이 끝날 무렵 손에 잘 닿지 않는 뒷머리는 항상 내게 시키곤 했습니다. 시키는 대로 흰머리에 칫솔을 갖다 대고 문질렀습니다. 염색약 심부름도 언제나 내 몫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때 ‘양귀비’ 하면 염색약인 줄로만 알았었습니다. 이후, 양귀비란 말은 다시 만난 건 고등학교 때였습니다. 양귀비는 염색약이 아니라 꽃 이름이었고, 예쁜 여자를 비유할 때는 역사 속의 여인이었습니다. 영국과 청나라 간에 벌어졌던 아편전쟁으로 꽃이름을 알렸고, 아름다운 여인의 이름으.. 2024. 5. 29.
페더데일(FEATHERDALE PARK) 동물원 여행을 떠날 땐 겨울이었는데 오클랜드 공항에서 내렸을 땐 여름이었다. 겨울과 여름을 오가는 여행은 적도 아래인 남반구 지역을 여행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그중 하나가 호주 뉴질랜드다. 북섬인 오클랜드에서 시작한 뉴질랜드 일정은 남섬 투어를 모두 마치고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끝났다. 오늘은 시드니 일정 이틀째다. 첫 일정은 동물원이다. 내겐 별로 호기심이 가는 일정이 아니다. 그러나 아내와 아들에겐 다르다. 무척이나 기대가 큰 모양이다. 짐작이 간다. 호주 대륙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동물들 때문일 것이다. 투어버스를 타기 전부터 눈빛이 달랐다. 모름지기 사람의 감정은 눈빛으로 먼저 말하는 것 같다. 페더데일(FEATHERDALE PARK) 동물원에 왔다. 지구상에 호주 대륙에서만 사는 동물을 만났다. 제일.. 2024. 5. 28.
혼자서 외롭지 않으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말은 하는 사람의 속마음은 정작 다를 겁니다. 은연중 나이 듦에 대한 서글픔이 있을 겁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따른 불변의 진리입니다. 피할 수 없는 생물학적 노화과정인 걸 알면서도 받아들이기 싫습니다. 허나 세월의 파도는 인생무상을 실감하게 만듭니다. 예전에 시내버스 차장 가로 스쳤던 풍경이 생각납니다. 종로 3가 종묘 쪽 탑골공원은 늘 노인들의 성지로 북적였습니다. 하지만 그곳을 지나 종로 2가에 이르면 젊음이 넘치는 거리로 변해버립니다. 그때 왜 탑골공원에 노인들이 많았는지 몰랐습니다. 단순히 나이듦이 초라해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속의 주인공,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데 왜 카메라에 담았는지, 나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 2024.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