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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 스페인 광장 세비야는 안달루시아의 수도이자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에 이어 스페인에서 4번째로 큰 인구 70만의 도시이다. 세비야에 있는 스페인 광장은 1929년에 세비야에서 열린 미겔 데 세르반테스를 개최하기 위하여 건축가 아니발 곤살레스(Anibal Gonzalez)의 설계로 지었다. 지금은 세비야 주의 정부 청사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스페인 광장은 1916년 스페인의 대표적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사후 3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광장 중앙에는 세르반테스의 기념비가 있고 그 앞에는 애마 로시난테를 올라탄 돈키호테, 노새를 탄 산초 판사의 동상이 있으며, 또한 분수대가 있다. 광장 주변에 인공 연못을 조성하여 배도 띄웠다고 한다.  반달 모양의 건물을 배치하여 광장 공간을 에워싸고 있.. 2024. 4. 26.
나도 꽃이 되어 주고 싶다 참을 수 없는 유혹은 참지 않는 게 낫습니다. 그런 유혹이라면 거부하거나 참는다고 약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경계할 이유도 없습니다. 더더욱 눈치 볼 필요도 없습니다. 유혹이 내민 손을 모른 척하고 따라가면 그만입니다. 왜냐하면 꽃의 유혹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꽃의 아름다움에 이끌림은 참기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요. 그러니 시선으로 다가감은 마음의 창을 자극하는 것이고, 마음이 움직여 꽃에 머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사실 처음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유혹의 주체가 무엇인지. 꽃밭에 들어가기 전까지 봄의 유혹인지 꽃의 유혹인지 헷갈렸습니다. 봄날, 문을 열고 나오니 유채꽃밭이 보였습니다. 꽃을 보기도 전에 꽃이 먼저 손짓합니다. 유채꽃의 유혹을 기다려 온 것은 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 2024. 4. 25.
수채화 같은 봄날이 간다 깜박 졸고 있는 사이, 봄이 물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물에 들어간 봄, 어느새 물감을 풀어놓습니다. 세상이 연초록으로 변했습니다. 호수는 제 모습을 감추고 봄과 한 몸이 된 겁니다. 물빛과 봄이 어우러진 연초록이 수채화 같습니다. 눈 깜박할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귀신 곡할 노릇입니다. 봄이 이런 재주를 부리다니. 바람마저 잠들었습니다. 덩달아 깜박 졸다 잠이 든 모양입니다. 나른해지는 봄날입니다. 호수가 캔버스가 되어 연초록 가득한 그림에 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봄이 미리 준비한 물감으로 초라해 보이던 산과 들을 바꾸어 놓더니 맑은 호수마저 풍경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봄이 그린 수채화는 상상 이상입니다. 봄이 화가로 변신하기로 마음먹은 건 물빛 때문일 겁니다. 봄이 호수를 유혹한 건지, 호수가 봄을.. 2024. 4. 24.
중독일까, 폰-멍일까. 이런 경험 있을 겁니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 다른 사람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는데 내 것으로 착각하고 스마트폰을 꺼내 본 일 말입니다. 일상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실제 벌어지는 일입니다.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4사람은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이 실생활에서 장소 불문하고 필수품이 되었다는 방증입니다. 요즘은 숏폼 (15초~1분 정도 짧은 동영상)이 대세인 듯합니다. 대표적인 콘텐츠로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이 있습니다. 이런 숏폼을 보다 보면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져든다고 합니다. 심지어 침대나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다가 떨어뜨려 이마를 맞아본 일도 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디지털 마약’에 비유.. 2024. 4. 23.
물-멍 때리기 멍 때리기 대회를 한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의아했습니다. ‘골 때린다’ 말은 들어 봤어도 '멍 때리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멍 때리기 대회를 열 정도면 우리 사회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그만큼 사회가 복잡해졌고, 디지털 문명이 만든 사이버 공간에 빼앗긴 삶이 많아졌기 때문에 생긴 이런 신조어가 등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이 있을 겁니다. 멍하니 먼 하늘을 바라보거나, 비 오는 날 창밖을 바라보며 넋 나간 것처럼 있었던 일 말입니다. 멍 때리는 게 예전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하는 말이었을 텐데, 아마 요즘은 정신적인 휴식이나 쉼의 개념으로 이 같은 말을 하는 모양입니다. 개념이 긍정적으로 바뀐 셈입니다... 2024. 4. 22.
밴쿠버섬 : 빅토리아 모닝콜이 울렸다. 커튼을 거두니 빅토리아항구 모습이 회색빛으로 눈에 들어왔다. 호텔 주변 풍경을 담아 보려고 카메라를 챙겨 조용히 혼자 나왔다. 호텔 주변이 잘 가꾸어진 느낌이 들었다. 건너편 주택가 건물도 가지런히 정돈된 모습이다. 호텔 로비를 나오니 주변에 나무와 인공 연못을 만들어 꾸며 놓았다. 호텔 건물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바닷가 쪽으로 산책로가 보였다. 걸음을 옮겼다. 정감이 느껴지는 산책로다. 그 길을 따라 걸었다. 우리가 하룻밤 숙박한 곳은 INN AT LAUREL HOTEL이다. 바닷가 옆 경관 좋은 위치에 있다. 건너편 항구엔 요트가 보였다. 조용해도 너무나 조용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조깅하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여름인데 초가을 날씨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소 쌀쌀한 그런 .. 2024. 4. 19.
문밖의 봄을 보면서 문을 열면 밖이 보입니다. 지금쯤 봄이 짙어가는 연초록이 보일 겁니다. 자연이 연출하는 풍경이 활기 넘치는 봄의 무대를 수채화처럼 그리고 있습니다. 연초록이 들녘을 물들이고, 봄꽃들이 모두 무대로 나와 재롱잔치를 펼칩니다. 움트는 새싹들은 모두 싱그러운 봄을 만납니다. 봄은 모든 생명에게 사랑을 불어넣어 주고, 문밖의 풍경을 생동감 넘치게 바꾸어 놓습니다. 우리는 그런 봄을 안에서 기다렸습니다. 봄과 겨울 사이에 어딘가에 경계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안도, 바깥도 없습니다. 항상 열려 있으니, 문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이렇듯 자연은 항상 열려 있는 공간입니다. 안과 밖을 구분하고, 그곳을 드나드는 문은 인간영역에만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문을 열어야 봄이 왔.. 2024. 4. 18.
꽃길은 둘이 걸으세요. 봄이면 걷고 싶은 길이 있습니다. 벚꽃길입니다. 이름난 곳은 봄나들이에 나선 사람들로 붐빕니다. 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봄이 연출하는 아름다운 향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벚꽃 시즌이면 봄축제가 여러 곳에서 열립니다. 봄의 낭만은 벚꽃과 함께 막이 오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겁니다. 해마다 그랬듯이 올 봄 벚꽃길도 나들이객들로 북적일 겁니다. 호젓한 벚꽃길을 혼자 걸어 본 적이 있습니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사람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야 합니다. 마음에 정해 둔 출사 장소에 이른 아침 일찍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빛이 좋은 시간에 맞추어 마음껏 사진을 담은 후 걸어 봤습니다. 그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봄의 향연을 독차지한 것 같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혼자 걷다 보면.. 2024. 4. 17.
일출을 만나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여명은 가슴 벅차게 합니다. 그냥 이대로였으면 좋겠습니다. 거짓말 같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진심입니다. 빛이 연출하는 하루라는 무대는 이처럼 아름답게 시작합니다. 새롭게 태어나는 오늘, 아름다움은 어둠 속에서 이렇게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하루가 잠에서 눈 뜨는 순간, 일출보다 아름다운 여명부터 만납니다. 은은하고 황홀한 빛을 볼 수 있음은 힐-링이요, 행복입니다.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새벽 공기가 내 안에 들어옵니다. 보이지 않는 순수(純粹)와 만질 수 없는 깨끗함이 여명의 빛을 안고 가슴에 들어옵니다. 우리가 상쾌한 아침이라 할 때, 들이쉬는 맑고 청량한 공기는 살아 숨 쉬고 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우린 그걸 잃고 나서야 소중함과 고마.. 2024. 4. 16.
봄이 미워진다. 꽃눈이 날립니다. 여름처럼 덥기까지 합니다. 아직은 아닌 데, 봄이 떠날 채비를 하는 모양입니다. 여름이 성질 급하게 봄의 자리를 밀어내는 것 인지, 봄이 급한 일이 생겨 자리를 비켜 주고 떠나려 하는 것인지. 아무튼 한낮엔 여름 같은 봄입니다. 주말 최고 기온이 29도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아니 벌써. 이건 아닌데 싶습니다. 봄이 미워집니다. 꽃이 지기도 전에 봄이 떠나가는 모양새입니다. 그럼, 꽃은 봄과 낭만을 즐기기도 전에 이별해야 한단 말인데. 이거 참, 매정하기 짝이 없습니다. 계절도 생존경쟁에 나선 것인지, 아니면 속세의 선거판에 뛰어든 것처럼, 죽기 살기로 작정하고 싸우는 것인지. 자연계의 질서도 아수라판처럼 어지럽습니다. 지난 월요일, 파란 하늘과 배경으로 벚꽃을 담으러 나섰습니다. 흐린 .. 2024. 4. 15.
꽃을 만나는 시간 기다림이 있습니다. 무엇을 기다리느냐가 설렘을 좌우합니다. 연인을 기다린다면 가슴이 뛸 겁니다. 하지만, 봄을 기다리는 설렘은 가슴을 뛰게 하지 않습니다. 딱히, 언제라고 정해진 정확한 시간도 없습니다. 게다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자고 약속할 수도 없습니다.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의 시간은 늘 그렇듯 무덤덤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오기 때문입니다. 나도 익숙한지라 그러려니 하며 기다립니다. 만나자고 약속한 것도 아닌데 기다립니다. 봄을 그렇게 기다렸습니다. 본래 기다림이란 말엔 즐거움이 있어야 이어지는 만남이 반갑고 행복합니다. 그런데 언제 어떻게 봄이 왔는지, 어느 날 보니 봄이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봄의 전령사라 부르는 꽃들이 하나둘 피기 시작하면서 우린 기다렸던 시간을 잊습니다. .. 2024. 4. 12.
꽃과 열매 노란 물감을 뿌려 놓은 듯 보였습니다. 온 동네가 노랗게 물든 구례 산동마을 풍경이 그랬습니다. 산수유는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입니다. 생강나무도 노랗습니다. 하지만 산속에 피니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산수유가 노랗게 물들었음은 울타리 밖에 봄이 왔다는 메시지입니다. 그래서 봄의 전령사라고도 합니다. 노란 요정처럼 핀 꽃도 꽃으로만 살 수 없습니다. 어차피 꽃이 지면서 봄이 떠나면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져 갑니다. 꽃으로 머물러 있을 때만 사랑을 받습니다. 이곳 마을도 그럴 겁니다. 춘삼월 산수유 축제 때만 상춘객들로 북적이다 언제 그랬냐는듯 한적해질 겁니다. 사람들은 오로지 꽃에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소담스럽게 춤추는 꽃들도 이젠 그걸 알 겁니다. 그윽한 향기라도 접하고 가면 덜 아쉬울 텐데 사람.. 2024. 4. 11.
튤립의 미학 벚꽃이 꽃눈이 되어 휘날립니다. 벚꽃엔딩이 아쉬운 찰나에 튤립이 피었습니다. 튤립의 아름다움은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튤립은 스스로 예쁘다, 곱다, 아름답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어떻습니까? 유별납니다. 아름답게 보이려고 안달입니다. 사람의 본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정의하고, 그걸 추구하며, 남다른 노력을 기울입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게 보입니다. 속은 어떨지 모르지만. 꽃은 아름다움의 상징입니다. 아름다움을 좇는 것도 인간의 본성입니다. 우리가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름다움 때문입니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봄을 기다린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이처럼 꽃의 아름다움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꽃처럼 아름답게 살고 싶은 욕망을 감출.. 2024. 4. 10.
봄나들이 종잡을 수 없는 날씨입니다. 봄은 봄인데 봄이 맞나 싶습니다. 아침저녁으론 쌀쌀하니 초가을 같고, 한낮이 되어야 봄입니다. 며칠 전 지방자치 단체마다 벚꽃 때문에 머리가 골치를 앓는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벚꽃 없는 축제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비상이 걸렸다는 겁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피던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지 않으니, 애타는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떡합니까, 누굴 탓할 일도 아닌데. 지구온난화 탓이라 생각합니다. 기후변화는 오래전 얘기가 아닙니다. 벚꽃 개화 시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과값이 고공행진을 한지 한참 되었습니다. 사과값이 폭등하다 보니 ‘금사과’라는 말까지 합니다. 사과 주생산지였던 대구·경북도 옛말입니다. 앞으로 강원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사.. 2024. 4. 9.
사랑의 랑데뷰 외롭습니다. 왜 나는 혼자일까. 날 아무도 사랑해 주지 않아서일까. 사랑을 나 혼자 마음속으로만 키워서일까. 그래서 외로울 수밖에 없는 걸까. 이 봄, 외로움을 피하려 할수록 자꾸 쓸쓸해집니다. 잊으려고 음악을 들어도 왠지 우울하고 슬픔에 젖어드는 느낌을 지울수 없습니다. 봄은 왜 이렇게 외로움에 젖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알 수 없는 이유로 외로움이 봄과 함께 내 마음에 스며듭니다. 어쩌면 봄을 타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외로움이 뭔지, 나만 그런 건지, 누구나 느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이렇게 살아있으니까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그게 정답이라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홀로 핀 꽃은 외롭게 보입니다. 그러나 외로움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랑을 찾아 헤매고 있는 외로.. 2024. 4. 8.
벚꽃엔딩 떨어진 꽃잎들이 나 뒹굽니다. 이 봄날 모든 걸 다 바쳐 꽃으로 살다 졌는데 무슨 여한이 있겠습니까. 짧지만 이 봄과 춤추고 나면 기다리는 건 이별입니다. 마지막 춤을 추고 나면 초연하게 돌아서야 합니다. 이별은 아무런 미련도 남기지 말고 떠나야 합니다. 행여 봄비가 눈물 되어 슬픈 연가라도 불러주면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꽃으로 살던 화려했던 시절은 잊어야 합니다. 당신을 사랑했던 것처럼 보였던 것은 착각일 수 있습니다. 속세의 사랑은 위선적인 믿음일지도 모릅니다. 겉으로는 환호작약(歡呼雀躍)하며 두 팔 벌려 반기던 사람들, 그런데 뒤돌아서며 화무십일홍이라며 눈물도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과 마주 보며 보였던 그 미소. 그건 사랑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건 아닐 겁니다. 떠나가는 .. 2024. 4. 6.
봄이 슬픈 '봄까치꽃' 딱 마주치면 앙증스러워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그 순간 이게 무슨 꽃이지? 하면서 자세히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아 더 가까이 가서 보게 되는 꽃입니다. 주인공은 봄까치꽃입니다. 하지만, 실제 이 꽃의 이름을 입에 올리면 웃음이 납니다. 어른들은 민망한 표정을 짓지만, 아이들은 ‘빵’ 터집니다. 모두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게 되니까요. ‘개불알풀’로 알려진 꽃이기 때문입니다. 꽃 이름을 몰랐던 나도 처음엔 무슨 꽃 이름이 이렇지 의아했습니다. 성 관련 비속어가 귀를 의심케 했기 때문입니다. 이 꽃이 열매를 맺으면 모양이 개의 고환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어 이름을 우리말로 바꾸다 보니 그렇게 불렀다고 합니다. 실제 열매 모양을 보면 이해가 되고도 남을 겁니다. (.. 2024. 4. 5.
장제스와 고궁박물관 첫 일정은 고궁박물관이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오른 시간이 12시 30분, 고궁박물관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고 가이드가 말했다. 그가 대만 고궁박물관은 파리의 루브르, 런던의 대영박물관, 미국의 메트로 박물관과 함께 세계 4대 박물관이라며, 중국 5,00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 한다. 고궁박물관으로 이동하면서 가이드는 장제스와 고궁박물관에 얽힌 이야기도 했다. 어느 나라든 문화재나 사람이나 전쟁이 나면 비슷한 운명에 놓인다. 피난 가야 하니까. 6.25 전쟁 때 그랬던 것처럼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양안 갈등이 심상치 않다. 중국의 무력 침공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문화재도 정치적 소용돌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그 출발 시점이 국공내전이었고, 당시 총통 장제스는.. 2024. 4. 4.
산골 마을에서 만난 봄 한적한 산골 마을의 봄은 적막하다 못해 낯설기만합니다. 봄의 정취가 무르익어 가는데 돌담길은 정적만 맴돕니다. 사람은 안 보이고, 돌담길 한쪽에 따사로운 봄볕에 고양이 한 마리가 졸음에 겨운 눈빛으로 앞다리를 쭈욱 뻗으며 기지개를 켜더니 슬금슬금 사라집니다. 비탈진 길옆 도랑에는 산 위에서 내려오는 물이 ‘졸 졸 졸’ 줄지어 마을 아래로 내달립니다. 새소리도 들립니다. 녀석들만 낯선 이방인의 등장을 알아본 듯합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걸 보니 경계하는 것 같습니다. 소리 없이 아우성치는 건, 봄을 맞아 꽃망울 터트린 산수유꽃들입니다. 샛노란 꽃망울이 마치 팝콘 기계에서 막 부풀어 올라 터진 듯합니다. 봄의 함성치고는 너무 고요한 외침입니다. 봄은 늘 이렇게 이곳에 찾아왔던 모양입니다.이른 봄에 가장 .. 2024. 4. 3.
나는 봄입니다 나는 봄입니다. 자연이 만든 계절이란 무대의 막이 오르면, 나는 여러분과 마주합니다. 그럴 때마다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막이 오르고 나면 모두가 환한 얼굴로 나를 반겨줍니다. 낯선 만남인데 나를 많이 기다렸나 봅니다. 어떤 이는 저를 여러 번 만났는지 스스럼없이 다가와 안아주기도 합니다. 사실, 나도 그게 싫지는 않습니다. 나는 모든 이의 마음을 잘 모릅니다. 어렴풋이 다른 생명체처럼 똑같이 사랑받고 싶어 하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것은 자연의 본성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사랑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몸부림의 본성을 지니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나에겐 그런 내재적 본성이 없습니다. 다만,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을 품에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 2024. 4. 2.
빨간 장미와 가시 눈길이 갑니다. 꽃과 마주친 순간 시선이 이끌린 겁니다. 빨간 장미꽃입니다. 꽃이 먼저 나를 본 것인지, 내가 먼저 꽃을 본 것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추파(秋波)를 보낸 건 아닙니다. 시선이 이끌린 것을 보면 꽃이 먼저 손짓을 보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다면 애초부터 장미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 본능을 갖고 태어났을 겁니다. 어쨌든 빨간 장미꽃은 사람의 눈길을 잡아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장미꽃은 사랑을 상징해 왔습니다. 어떤 이는 에덴동산에 피어있는 흰 장미꽃에 이브가 입을 맞추었을 때 빨간 장미꽃 생겼다고 합니다. 고대 로마신화에 따르면 사랑의 신(神)인 큐피드의 피가 흰 장미에 뿌려져서 생긴 것이라는 설도 있습.. 2024.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