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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피아 성당 돌마바흐체 궁전 관람을 마치고 나온 우리는 트램을 타고 그랜드 바자르로 이동했다. 이스탄불 유럽 쪽 구시가지에 있는데, 가이드는 우리에게 8번째 정류장에서 내리라고 말했다. 서울의 지하철처럼 사람이 많았다.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들을 보면 왠지 아라비안나이트에 등장하는 도적들 같은 느낌이 든다. 눈이 마주칠 것 같아 얼른 시선을 돌렸다. 터키 남자들은 면도를 싫어하는 모양이다. 트램에서 내렸다. 가이드가 다 내렸는지 인원을 확인한 후 앞장섰다. 그를 따라 조금 걸어 그랜드 바자르 1번 게이트에 도착했다. 입구가 성문처럼 보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의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 시장이 아닌가 싶다. 규모가 크고 통로가 여러 군데 있어서 길을 잃어버릴 수 있으니 게이트 번호를 잘 기억하라 하면서 소매치기도 주의하.. 2024. 3. 5.
서부 영화의 무대 "모뉴먼트 밸리" 서부영화 가 떠오른다.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마카로니웨스턴 스타일의 미 서부 개척 시대 정통 서부극이다. 방랑의 유랑자가 부는 휘파람 소리를 배경으로 한 경쾌한 영화음악이 흐르면서 말을 탄 총잡이가 드넓은 황야를 달리는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상상의 날개를 펴고 먼 옛날의 추억을 불러왔다. 특유의 영화음악과 주인공이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모습은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멋진 서부 사나이 이미지로 가슴속에 스타로 남아 있었다. 서부영화의 줄거리는 미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인디언과 벌이는 전쟁이거나 아니면 살인범을 쫓고 때로는 은행 강도나 열차를 탈취하는 범인들을 응징하며 총질을 해대는 권선징악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 시대 서부영화 내용이야 결과를 안 봐도 비디오지만 한.. 2024. 3. 4.
나 홀로 행복하기(2) “어떻게든 1년은 버텨보자.” 티스토리를 시작하며 그렇게 다짐했습니다.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사실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 어떻게 하는지 공부도 하고 준비한 다음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컴맹이기 때문입니다.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온 나는 컴퓨터에 울렁증 비슷한 게 있었습니다. 제대로 배워본 적이 전혀 없습니다. 지금도 티오스크앞에 서면 낯설기만 합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 평생학습원에 블로그 시작하기 과목을 수강 신청했습니다. 그게 지난해 2월 초였습니다. 수강신청자가 많다 보니 추첨을 통해 합격자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기대했는데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망설이다 무작정 인터넷을 검색하며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경험자들이 올려놓은 정보를 보고 어설프게 꾸몄습니다. 은퇴 후 취미 삼.. 2024. 3. 3.
나 홀로 행복하기(1) 혹시 노예가 제일 싫어 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언뜻 들으면 떠오르지 않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답이 나옵니다. “(네가) 알아서 해.”라고 합니다. 시키는 일만 해 봤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맞는 말 같습니다. 그들에겐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남북전쟁이 끝난 후 상당수 노예가 자유를 얻었음에도 다시 농장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사회생활의 종착역에 도착하면 누구나 내려야 합니다. 일에 파묻혀 지내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는 순간입니다. 은퇴 생활의 첫걸음은 일로부터 해방입니다. 무한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노예 생활과 다르지만 스스로 알아서 새로운 내 삶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2024. 3. 2.
3월의 아침 2024. 3. 1.
봄바람, 겨울바람 그리고 치맛바람 봄바람은 꽃바람입니다. 봄의 태양과 꽃의 향기를 싣고 우리에게 옵니다. 봄바람의 따사로움은 대지에 사랑을 피어나게 합니다. 그 바람이 얼굴에 스치면 미소를 띠게 합니다. 젊은 아낙네들의 가슴에 파고들면 풋풋한 첫사랑의 꽃향기를 이야기로 만듭니다. 이렇듯 봄바람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훈훈하게 합니다. 그런데 겨울바람은 다릅니다. 마치 콩쥐 팥쥐에 나오는 팥쥐 엄마의 심술을 닮아서 그런지 살을 에는 듯 차갑습니다. 이 땅에 모든 걸 꽁꽁 얼어붙게 만듭니다. 생존을 어렵게 하다 보니 마음도 여유롭지 못합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겨울바람이 삭막하고 쓸쓸하게 만들어 삭풍(朔風)이라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바람이라도 너무 다릅니다. 바람은 누가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봄이 주인이 되면.. 2024. 2. 29.
덴마크가 너무 부러웠던 이유(1) 오늘은 현지 가이드가 인심을 쓴다. 특별히 일정표상에 없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한다고 했다. 특별하다면 기대가 된다. 우리는 ‘특’이란 글자가 들어가면 유난히 좋아한다. 왜냐하면 뭔가 대접을 받는 기분이 들어서다. 어쩌면 우리가 그만큼 대접받아야 하는데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람은 누구나가 동등한 법인데 아직은 거기까지 수준이 미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편법이 통하는 사회가 ‘특’이란 글자를 만들어 낸다. 생각해 보았다. ‘보통’이란 단어와 ‘특별’이란 낱말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들여다보면, 현실에서 정상적이지 않을 거라는 사회적 통념이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가 투명해지고 의사결정이 권력에 좌우되지 않고 원칙이 바로 서면 ‘특’이란 말.. 2024. 2. 28.
연날리기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 위에 모여서/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연을 날리고 있네./ /꼬리를 흔들며 하늘을 나는 예쁜 꼬마 연들이/ /나의 마음속에 조용히 내려앉아 세상 소식 전해 준다./ 1979년 제2회 ‘젊은이의 가요제’(TBC 동양 방송에서 주최)에서 그룹 라이너스가 불러 우수상을 받은 ‘연’이란 노래의 도입 부분 가사입니다. 민영방송이었던 TBC 동양 방송은 1980년 신군부 군사독재 권력에 의해 언론통폐합이란 명분으로 KBS2-TV로 흡수되어 사라졌지만, 암울했던 그 시대의 추억을 담은 이 노래는 젊은이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봄 방학입니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아이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재잘거리며 재미있게 노는 개구쟁이들이 보여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착각이.. 2024. 2. 27.
저녁이 있는 삶의 풍경 퇴근 시간이 다 됐는데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업무를 정리하고 일어나 사무실을 나가는 직원이 안 보였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윗사람 눈치만 보며 뭔가 업무를 하는 척하고 있었습니다. 부장님이 퇴근해야 차례로 퇴근할 수 있었던 시절의 풍경이 그랬습니다. 칼퇴근한다는 건 강심장 아니고는 감당하기 어려운 단어였습니다. 어쩌면 출근은 있는데 퇴근은 없는 것 같은 직장생활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당시는 모두 비슷했을 겁니다. 한때 유행했던 ‘워라벨’이란 말이 생각났습니다. 시대변화를 실감 나게 만든 말입니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일만 하며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 수 없는 시대입니다. 디지털 문명이 가져온 문화의 발달로 세상은 열심히 일하고, 여가 시간을 통해 자신만의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2024. 2. 26.
정월 대보름날 소원 빌기 보아하니 보름달 보기는 물 건너간 듯 보입니다. 일기 예보로는 저녁에 비가 나릴 것이라는 보도도 있고, 어쩌면 구름 사이로 볼 수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정월 대보름에 대한 세시 풍속이 남아 있어 대형유통점 식품매장이나 전통시장 골목은 분주합니다. 땅콩, 밤, 호두 같은 부럼이나 고사리, 버섯, 호박고지, 무말랭이, 가지나물, 산나물 취나물, 시래기 같은 건나물을 사러 나온 주부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요즘은 산불 위험 때문에 논둑에 불을 놓는 쥐불놀이는 금지시킨 듯합니다. 예전엔 쥐를 쫓는 의미로 아이들이 논두렁이나 밭두렁에다 짚을 놓고 해가 지면 다 같이 ‘망월이야’ 하고 외치면서 불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깡통에 구멍을 뚫어 철사 끈을 달아 불쏘시개를 넣고 돌리면 놀면 윙윙 소리가.. 2024. 2. 24.
낯선 행성 여행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아마도 내 생애 이런 황홀한 경험이 또 있을까 싶다. 환상 속에 머물다 온 것 같은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다시 카파도키아 일정이 시작되었다. 카파도키아 일정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패키지여행 특성상 일정이 빠듯하다. 어쩔 수 없이 휴가 일정에 맞추어 여행을 다녀야 하니 어찌하겠는가. 아침 식사 후 지하도시라 불리는 로 이동했다. 지하도시라 하니 매우 궁금했다. 하지만 이곳은 일종의 피난처다. 기독교인들의 종교적 박해를 피하려고 터키인들이 만든 곳으로 지하 38m까지 토굴로 만든 생활공간이다. 이미 입구에는 긴 행렬이 늘어서 있다. 한 줄씩 차례로 들어갔다. 폭이 상당히 좁다. 한 줄씩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굴이다. 좁은 통로라 올라오는 사람이 지나가야 다시 내려간다. .. 2024. 2. 23.
겨울꽃처럼 아름답게 이른 봄, 봄의 전령사로 노란 꽃을 피우는 꽃이 산수유입니다. 그냥 보면 몽글몽글 노란 꽃송이가 모여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서 볼수록 달리 보입니다. 어찌 보면 앙증스럽고, 또 어찌 보면 노란 요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크기가 작고 예쁘기도 하지만, 향기도 그윽합니다. 산수유는 한 송이에 여러 개의 꽃이 같이 피는 것도 특이합니다. 우산 모양의 꽃차례로 20~30개의 작은 꽃들이 뭉쳐서 핍니다. 꽃잎과 수술은 각각 4개 있는데 그모양이 마치 왕관을 쓴 것 같습니다. 많은 봄꽃이 그렇듯 산수유도 꽃이 잎보다 먼저 피며, 개나리꽃보다 더 일찍 핍니다. 꽃이 청춘이라면 열매는 겨울은 노년에 해당할 겁니다. 꽃일 때가 아름답습니다. 사람도 청춘일 때가 아름답습니다. 민태원의 수필 ‘청춘 예.. 2024. 2. 22.
누워서 봐야 아름다운 꽃 연일 비가 내립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려니 생각했는데 장마철 비처럼 내립니다. 하늘 본 지 오래되었습니다. 별 볼 일 없는 우울한 하늘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날씨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입춘도 지났고 엊그제는 우수였습니다. 남녘에서는 벌써 꽃소식이 들려옵니다. 제주에는 유채꽃이 노란 물결을 이루고, 양산 통도사 매화꽃(자장매)도 피었다고 하니 봄이 성큼 한 발짝 곁에 왔음을 느낍니다. 봄의 알리는 전령사 중의 하나가 매화꽃입니다. 매화는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 옛날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매화는 꽃이 아나라 나무입니다. 꽃이 필 때만 매화이고, 꽃이 지면 매실나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매화를 나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매화와 매실을 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 2024. 2. 21.
자전거 타기 수없이 넘어졌습니다. 그때처럼 많이 넘어졌던 적이 없습니다. 어린 시절 자전거 배울 때 이야기입니다. 감당하기도 버거운 어른 자전거(그땐 어린이용 자전거가 없었음) 끌고 학교 운동장에 갔습니다. 처음엔 자전거 프레임(뼈대) 사이로 발을 넣고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익숙해지면 자전거 안장으로 올라가 타는 걸 연습했습니다. 하지만, 다리가 짧아서 페달이 닿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결국 붙잡고 있던 핸들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중심을 잃고 ‘꽝’하고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 무릎이 깨지고 피가 났습니다. 아기가 두 발로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다해 일어섰다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연습을 수없이 했던 것처럼 그렇게 자전거 타기를 배웠습니다. 사실, 자전거 타는 법은 책에 나오지 않습니다. 딱히 어떻.. 2024. 2. 20.
비 오는 날과 막걸리 어린 시절 궁금했던 게 있었습니다. 시장 골목 언저리를 지날 때마다 ‘대포집(표준어는 대폿집이지만 옛날에는 대포집으로 모두 표기했음)’ 또는 ‘왕대포집’이라는 간판이 도대체 뭘까, 도무지 이해 가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한두 집이 아니었습니다. 우스갯소리이지만, 그 시절에는 대포 한 대씩은 갖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냥 술집을 그렇게 부른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요즈음은 예전같이 않지만, 당시에 대폿집은 보통 막걸리를 파는 집을 뜻했습니다. 대포(大匏)는 큰 바가지라는 뜻입니다. ‘왕대포’는 ‘대포’에 왕자가 붙었으니 당연히 더 큰 바가지라는 뜻일 겁니다. 다른 ‘대포집’보다 더 큰 바가지로 술을 퍼 준다는 의미로 ‘왕’ 자를 붙였을 겁니다. 예전엔 술독에 있는 막걸리를 큰 바가지로 퍼서 주전자에 담.. 2024. 2. 19.
열기구 투어 저녁 늦게 카파도키아에 도착하자마자 식사를 마친 후, 벨리댄스를 구경하고 동굴 호텔로 돌아왔다. 몸은 피곤한 데 잠이 오질 않았다. 내일 새벽 열기구 투어 때문이다. 그런 사이 깜박 잠이 든 것 같은데 모닝콜이 울린다. 새벽 4시, 눈을 떠야 하는데 눈꺼풀이 무거워 올라가지 않았다. 잠을 내쫓아야 하는데 몸은 한 없이 무겁기만 하다. 패키지여행을 즐기는데, 고통스러운 것 중 하나가 새벽 단잠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다. 그래도 꿀맛 같은 단잠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터키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열기구 투어는 상상 이상의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고통이 있을지라도 이번 여행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나 마찬가지인 열기구 투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옵션이다. 그럼에도 단잠의 달콤함.. 2024. 2. 18.
지나간 자리 제트기가 지나간 자리에 가늘고 긴고 흰 구름이 생겼습니다. 엔진에서 내뿜은 가스에 수증기가 있기 때문이랍니다. 하늘 높이 비행하는 탓에 공기 온도가 낮아 수증기가 곧바로 응축되어 작은 얼음 입자들로 변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흰 구름의 정체는 바로 이 얼음 입자입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습니다. 구름은 시간이 지나면서 수증기로 변하고, 얼마 후 흩어져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립니다. 겨울이 지나간 자리엔 봄이 채워질 겁니다. 봄은 바람과 함께 올 겁니다. 겨울이 바람과 함께 온 것처럼 말이죠. 봄바람은 같은 바람이지만 다른 바람입니다. 차갑고 혹독했던 바람이 아니라, 따사롭고 만물이 생동하게 만드는 바람입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겨울의 독재를 지워버린 것은 사랑이 실린 따뜻한 바람의 외침이었습니다. 오직.. 2024. 2. 17.
'슬픈 연가' 의 반전 산길로 접어들자, 어둠뿐이었습니다. 전조등 불빛이 짙은 어둠 속을 더듬으며 산길을 비추어 줍니다. 꼬불꼬불 구부러진 산길은 아나콘다가 지나간 듯 우거진 숲을 머리에 이고 야트막한 고개를 넘어 이어졌습니다. 내비게이션 화면에 왼쪽이 호수로 표시되어 있지만 보이는 건 검은 장막뿐입니다. 운전하는 게 우주선을 조정하는 기분입니다. 먹물을 가득 부어 놓은 것 같은 차창 밖은 어둠이 만든 우주공간이나 다름없습니다. 암흑의 세계는 사람의 심리를 두렵게 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전깃불이 없던 어린 시절 밤에 화장실 가는 일이 너무 무서워서 긴긴밤을 꾹 참았던 기억이 짧게 스쳐 지나갑니다. 드라마 ‘슬픈 연가’의 촬영지로 알려진 곳으로 일출 사진을 찍으러 가는 길입니다. 목적지(대전시 동구 마산동 산 45-6)에 도착.. 2024. 2. 16.
커피 한 잔의 행복 누군가는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수 심수봉은 그런 사람들의 옛 추억을 떠올리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언제나 슬픈 사랑의 추억은 비와 사뭇 잘 어울립니다. 비와 추억의 옛사랑은 낭만적이고 슬픈 사랑의 드라마 같은 분위기를 연상케 합니다. 그런 분위기에 젖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기억은 추억의 냄새를 찾아갑니다. 비 오는 날 잘 어울리는 게 또 있습니다. 따뜻한 한 잔의 커피입니다. 딱히, 정확한 이유는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윽한 커피 향이 평소와 달리 코를 진하게 자극합니다. 이런 생각은 나만이 아닐 겁니다. 분위기 좋은 카페의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감성에 젖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비는 젖게 합니다. 갈증에 메마른 대지를 촉촉하게 .. 2024. 2. 15.
“뽀뽀해! 뽀뽀해!” “뽀뽀해! 뽀뽀해!” 사진 애호가들이 언덕에 있는 연인을 향해 소리를 질렀습니다. 두 연인이 머뭇거리며 망설였습니다. 사진 애호가 한 사람이 연인에게 갔습니다. 그가 카메라 LCD 액정화면을 보여주며 가서 다시 말했습니다. 역광사진이라 실루엣처럼 이미지가 나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며 그들을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이메일만 알려주면 멋지게 나온 사진을 보내 준다는 말까지 하며 부탁했습니다. 사진은 노을이 짙게 물들어 가는 어느 날 늦은 오후, 해넘이 풍경 출사명소로 알려진 청주 정북 토성 풍경입니다.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 그날 연습 삼아 일몰이나 찍어 볼까, 하고 출사지에 갔는데 우연히 사진 애호가들 틈에 끼여 이 사진을 담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았던 겁.. 2024. 2. 14.
다람쥐 쳇바퀴 내 눈엔 흔한 다람쥐가 아니었다. 언 듯 보면 토끼 정도만 하다. 짙은 회색에 꼬리털도 풍성했다. 조금 전 눈앞에서 사라진 곰을 카메라에 담지 못한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녀석을 만났다. 제발 도망가지 않았으면 하는 조바심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그런데 거리가 좀 멀다. 가까이 가서 찍었으면 좋겠는데 녀석이 눈치채고 도망갈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그 자리에서 카메라에 담아야 했다. 줌을 최대한 당겨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눌렀다. 회색 다람쥐가 내 손안에 들어왔다. 같이 온 일행과 가이드에게 보여주었다. 가이드 왈, 회색다람쥐는 견과류나 씨앗을 좋아하고, 본능적으로 먹이가 없을 때를 대비해 여러 곳에 분산해 씨앗을 묻어 보관하는 것으로 유명하단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건망증이 심해 묻어둔 걸 꺼내먹는 것.. 2024.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