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667

겨울속에 숨은 미학 아름다움에 시선이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 때문에 아름다움이 사라진 후 그 모습은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모든 아름다움의 이면에 감추어진 어둠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른 척하거나 외면합니다. 좋은 것만 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으니 굳이 뭐라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 뜨락에 떨어진 시들고 추한 꽃잎을 보고 다가가 반기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인간은 추한 모습을 싫어하는 본성이 있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마다 본래의 아름다움이 연출됩니다. 빛의 미학과 따뜻한 사랑이 그려낸 화려함입니다. 온갖 색이 지닌 개성과 멋스러움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고 즐겁게 해주는 건 자연의 미학입니다. 하지만, 겨울은 화려한 색의 무대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름다웠던 꽃들의 색을 다 지워버립니다... 2024. 1. 1.
Hot Dog(7) 꿈 토요일 저녁. 지영은 이모한테 Hot Dog를 맡겨 놓고 엄마 아파트로 갔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서니 엄마가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홈 쇼핑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엄마! 나왔어.” “강아지는 잘 있니?” “웬일이야, 강아지 안부를 물어보고.” “안부는 무슨 안부~.” “오다가 이모 집에 맡겼어.” “보아하니 나한테 할 얘기 있구나.” “엄마! 미아리 가서 돗자리 깔아도 되겠네.” “널 30년 가까이 키웠잖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네 속은 훤히 다 볼 수 있어.” “엄마! 커피 한잔할까?” “난 좀 전에 마셨어. 너나 마셔.” 지영이 주방으로 가 원두커피 한 잔을 내렸다. 엄마는 여전히 홈 쇼핑 채널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화면에 영국산 명품 커피잔 세트라며 쇼 호스트가 설명하고.. 2023. 12. 31.
한 해를 보내면서 8년 전, 사회생활의 종착역에서 내렸습니다. 명예퇴직으로 얻은 무한자유. 그러나 갈 데도 없고, 오라는 곳도 없었습니다. 준비 없이 내린 종착역, 그리고 보내야 할 긴 여정, 그렇다고 날마다 탑골공원 같은 곳에 나갈 수도 없고, 얼떨결에 장롱에 속에 잠자던 카메라를 깨워 친구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시간 죽이느라 사진을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백수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사진을 즐겼습니다. 그러다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사진을 즐기다 보니 글도 쓰게 되었습니다. 출사현장에서 느낀 것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출발점은 일출 사진이었습니다. 해를 기다리며 고독과 데이트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나 홀로 여명의 빛 속에 있었던 시간, 삶이 소중하고, 하루하루 아름답지 않은 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3. 12. 31.
Hot Dog(6) 트라우마 지영은 이모 집에 맡겨 놓은 ‘Hot Dog’를 데리고 나왔다. 부쩍 흰머리가 많아진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아파트로 돌아가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하지.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무슨 수를 내든 풀어야 하는데 자꾸만 떠밀려 Hot Dog 문제가 내일로 또 내일로 넘어간다. Hot Dog를 조수석에 내려놓고 시동을 켠 다음 에어컨 버튼을 누르고 바람 세기를 최대로 올렸다. 온종일 뙤약볕 때문에 차 안이 찜통이다. Hot Dog도 입을 벌리고 혓바닥을 내밀어 ‘헉!~헉!’ 댄다, 시원한 바람이 나오자, 지영은 열어 두었던 양쪽 차창 문을 올리고 좌우를 살피며 액셀 페달을 밟았다. 아파트를 빠져나오자마자 우회전했다. 교차로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어 브레이크를 밟았다. 이.. 2023. 12. 30.
야곱의 사다리 사실, 단순한 빛 내림 사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탄절에 찍은 사진이라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남 당진 신리 성지에 들러 잠시 사진 몇 장을 찍고 주차장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때마침 들녘으로 내려오는 빛줄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경험상 빛 내림 사진은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습니다. 블로그에 올리려면 보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찍었습니다. 더군다나 올해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이기에 반가웠습니다. 간간이 눈발도 날렸는데 함박눈까지는 아니었습니다. 황량하게 보이는 벌판에 하얀 눈이라도 내렸으니 제법 겨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사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풍경입니다. 단순한 날씨 변화가 만든 현상입니다. 구.. 2023. 12. 30.
Hot Dog(5) MZ세대 엄마는 꽉 막힌 사람이다. 항상 자신의 처지에서만 말한다.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꼰대다. 이야기하다 보면 하나 같이 잔소리로 들린다. 말끝마다 ‘요즘 애들’ 하며 말하면 모든 게 부정적이다. 수의사가 된 딸이 나이 스물여덟이나 되는데 아직도 철부지로 보는 것 같아 언짢은 적이 한두 번 아니다. Hot Dog만 해도 그렇다. 딸이 키우고 싶다는데 왜 안 된다고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한 번뿐인 내 인생, 지영도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싶다. 엄마는 돈이 많이 든다고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핑계 같다. Hot Dog는 돈 주고 산 것도 아니다. 분양되지 못하면 안락사당하는 처지인데 불쌍하지 않은가. 강아지 키우는 문제로 엄마와 갈등을 빚을 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엄마는 왜 싸늘한 것.. 2023. 12. 29.
서해대교 일출 ※ 12월 26일 아침, 충남 당진 한진 포구에서 2023. 12. 29.
Hot Dog(4) Hot Dog “지영아!” 엄마 목소리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엄마의 성격은 표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영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엄마 표정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은 얼굴이다. “왜? 엄마!” 지영은 엄마 얼굴을 살피며 대답했다. “웬 강아지야?” “어, 내가 키우려고.” “엄마 허락도 없이 네 맘대로.” “아니,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데 허락받아야 해.” “그래도 그렇지, 사전에 엄마와 상의해야지.” “엄마! 내 나이가 몇인데 이런 걸 상의해?” 지영은 한 발짝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지영아! 이게 네 집이니? 엄마 집이지.” “엄마! 지금 내 집 네 집 따지는 거야?” “얘기하기 싫으니까, 그 강아지 갖다줘.” “난 못해.” “….”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2023. 12. 28.
스산한 풍경 농촌 들녘입니다. 풍요롭던 가을풍경이 다 지워졌습니다. 그 자리에 내려앉은 하얀 눈, 감성적인 시선으로 보면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다가서면 멋진 시 한 구절이라도 떠올 것 같습니다. 겨울이 그려낸 한 폭의 수묵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겨울 풍경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모처럼 눈이 내린 겨울 풍경이라 그렇게 보였습니다. 도심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입니다. 눈이 내린 도심은 목가적인 느낌이 없습니다. 회색 빌딩 숲, 넘쳐나는 인파, 오가는 차량 행렬, 때로 짜증스럽게 들리는 차량 경적, 이 모든 게 스산한 분위기와 먼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눈이 많이 오는 날의 도심 풍경은 농촌과 매우 대조적입니다. 여유와 낭만으로 바라보기 힘듭니다. 한 장의 사진이 때론 위안이 되고, 힐~링이 됩니다. 모든 사진이 그런.. 2023. 12. 28.
Hot Dog(3) 봉사활동 한적한 들녘을 지나 야트막한 야산 아래 경기도 ○○시 유기동물 보호센터가 보였다. 예전에는 마을 가까이 있었는데 민원 때문에 이곳으로 옮겼다고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불편하고 길도 외져서 여자 혼자 오기에는 무서울 것 같다.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 왔을 때는 그냥 개 짖는 소리였다. 지금은 다르다. 버림받은 원망과 학대받은 분노, 주인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감정이 뒤섞여서 들린다. 녀석들의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자신을 데려가달라고 하소연하는 것처럼 보였다. 회원으로 처음 봉사 나왔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냥 무서웠다. 개들의 눈빛은 분노 어린 표정에 가까웠다. 마치 인간을 향해 원망하는 것처럼 보였다. 함께 온 회원들이 없었다면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지금은 적응이.. 2023. 12. 27.
Hot Dog(2) 터닝포인트 엄마는 딸이 의사가 되길 원했고 지영도 엄마가 바라는 대로 의대에 갈 생각이었다. 지영이 수의대로 진로를 바꾼 건 고3 때였다. 고등학교 학생부 봉사 시간 점수는 입시를 위해 따야 하는 점수인데 지영에게 큰 고민이었다. 가능하면 의대 진학에 도움이 되는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데 그게 여의찮았다. 지영은 엄마에게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알아봐 달라고 했다. 엄마는 딸의 말에 백방으로 알아봤다. 심지어 단골손님에게 부탁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런 와중에 시장 입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P 사장 친척인 ○○구청 식품위생과 공무원을 통해 서울 근교의 ○○유기 동물 보호센터를 소개받았다. 집에서 좀 멀고 교통이 불편하긴 했지만, 지영은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했다. 학생 신분이라 그.. 2023. 12. 26.
나비의 삶, 나방의 삶 나비는 친근감을 주는 곤충입니다. 주로 꽃밭에서 많이 보게 되죠. 꽃밭을 거닐다 보면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꽃밭에서 나비를 잡으려고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꽃밭을 누비는 장면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행복해집니다. 이처럼 나비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나방은 친근감을 주는 곤충이 아닙니다. 그 반대입니다. 오히려 가까이 날아오면 본능적으로 손을 휘저어 피하거나 멀리 쫓아버립니다. 혐오의 대상이지 호감의 대상은 아닙니다. 나비나 나방이나 생김새도 비슷하지만, 받아들이는 느낌은 확연하게 다릅니다. 어쩌다 푸대접을 받게 되었는지 의문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세상은 빛이 지배하는 삶이 있고, 어둠이 지배하는 삶이 있습니다. 빛이 존재하는 공간에도 삶이 있고, 어둠이.. 2023. 12. 26.
Hot Dog(1) 엄마 가게 초복 날 보신탕집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엄마는 주문받으랴 홀 서빙하랴 정신없이 바빴다. 지영은 카운터 일을 보며 빈자리가 날 때마다 식당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을 안으로 불러들이는 일을 하고 있었다. “53번 손님 들어오세요.” 한 무리의 손님이 계산하고 빠져나가자, 지영은 문을 열고 나가 다음 손님을 불렀다. 그늘막 아래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담배를 태우며 기다리던 중년남성 6명이 황급히 담배를 끄고 안으로 들어왔다. “엄마! 여섯 분.” “안쪽 7번 방으로 들어가세요.” 엄마가 그들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야! 오늘 정말 덥네.” 흰색 반소매 와이셔츠 차림에 하늘색 넥타이를 맨 50대 중년 남자가 말했다. “부장님! 초복이잖아요,” 4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말하며 방바닥에 .. 2023. 12. 25.
울릉공((Wollongong) 시드니 공항에서 가이드를 만났다. 뉴질랜드 남섬 가이드는 58년생이었다. 그래서인지 비교된다. 보자마자 영업사원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인상이 아니다. 지극히 사무적인 인상이다. 첫 만남이라면 어색한 분위기를 유머나 위트로 긴장을 풀어주는 인사말을 할 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목소리에 대한 느낌도 사무적으로 들렸다.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점이 하나도 없다. 사람을 처음 대할 때 상대방이 주는 이미지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래서 관상이란 용어가 실생활에서도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생활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나 좋은 인상을 갖추기 위해 얼굴을 고치는 이른바 성형이 대중화된 지가 오래다. 사람은 내면보다 먼저 외모를 본다. 내면을 들여다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 2023. 12. 25.
별이 눈이 되어 온 이유 밤하늘에서 별 하나가 내려왔습니다. 어쩌다 먼 우주에서 지구별에 왔을까. 그것도 혼자서. 길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먼 여행길에 내비게이션이 고장 나 길을 잘못 들어 선 걸까. 매서운 추위, 칠흑 같은 밤, 외롭고 무서웠을 텐데, 별은 강심장을 갖고 태어났나 봅니다. 아마 길을 잃었다면 엄마나 아빠, 아니면 친구들이 지구별을 찾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별이 이 밤에 홀로 온 것은 무슨 사연이 있어 보입니다. 별이 내려온 곳으로 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습니다. 사방을 살펴봐도 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갔을까. 사람들이 몰려드는 게 무서워서 숨은 걸까. 그래서 멀리 도망간 걸까.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별을 흠모하는 인간들이 몰려와 서로 차지하려고 싸울지도 모르니까요. 탐욕에 .. 2023. 12. 24.
눈놀이 놀이터에 아이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추운 날씨 때문일 겁니다. 연일 영하권의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동장군의 기세가 쉽게 물러나지 않을 듯싶습니다. 며칠 전까지는 화창한 봄날 같았는데 갑자기 한파가 몰아닥쳐 더 춥게 느껴집니다. 겨울은 본래 추울 수밖에 없는 계절인데 지구온난화로 변덕스러워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추운 겨울, 딱히 아이들은 놀 만한 곳이 없습니다. 그나마 근처에 키즈카페가 있으면 다행인데, 없으면 집안이 놀이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아이들이 방학하면 엄마들은 더 신경이 쓰일 겁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학원만 빙빙 돌릴 수도 없습니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모처럼 눈이 내립니다. 눈을 싫어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하얀 눈은 곧 동심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은 눈처럼 .. 2023. 12. 23.
와카티푸 호수와 퀸스타운 퀸스타운으로 돌아가는 길은 피곤했다. 새벽 6시에 출발하느라 단잠을 설치며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비몽사몽의 경계를 넘나들며 잠을 자다 또 깼다. 목축의 나라로 알려진 뉴질랜드는 양, 소, 사슴, 알파카 등 많은 가축을 방목한다. Milford Sound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창 밖에 펼쳐진 풍경이 말 그대로였다. 호수를 끼고 달리던 투어버스가 멈추었다. 탤런트 이영애가 LG 에어컨 CF 촬영을 했다는 장소인데 호수가 보이는 언덕길이다. 도로는 구불구불한 산허리를 휘감으며 퀸스타운까지 이어진다. 내려서 보니 경치가 아름답다. 시원한 여름 바람이 뜨거운 햇살과 함께 얼굴에 스치고 지나간다. 차가 출발하자 무뚝뚝하던 가이드가 입을 열었다. 와카티푸 호수에 얽힌 전설을 말하고 싶었던 모.. 2023. 12. 22.
눈의 미학 내리는 눈이 파란 하늘을 금방 하얀 하늘로 만듭니다. 그런데 하늘을 쳐다보면 눈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눈이 오는 사진을 찍어 보면 보기와 달리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습니다. 표현하기가 까다롭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함박눈이 내리면 소복이 쌓인 눈 풍경을 찍어 보기로 했습니다. 차라리 그게 낫다 싶었던 겁니다. 언젠가 인터넷으로 겨울 사진을 검색하는 데, 시선을 사로잡는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빨간 열매라 돋보이는 사진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산수유 열매였습니다. 하얀 눈과 산수유 열매가 예쁘게 보였던 겁니다. 기회가 되면 꼭 찍어 보고 싶었습니다. 기회란 게 별거 없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 날이면 됩니다. 함박눈이 내리던 날 근처 솔밭공원으로 갔습니다. 눈도 제법 많이 쌓였습니다.. 2023. 12. 21.
지워야 아름다운 사진 겨울 속에 들어온 풍경은 어느 것 하나 화려함을 뽐내지 않습니다. 제아무리 멋있다고 자랑해 보려고 해도 우아하지 않습니다. 예쁘게 단장하고 외출해도 회색 구름 속에 갇힌 태양은 늘 우울한 표정입니다. 그가 그렸던 가을은 낙엽이 지면서 다 지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아름답던 시간이 시나브로 스산한 풍경으로 바뀐 것입니다. 겨울 들판에 남아 있는 그림도 눈이 내리면 색이 지워집니다. 대신 바탕에 하얀 도화지만 도드라져 보입니다. 지워지지 않은 색은 검은색입니다. 그나마 동양화 같은 풍경이 자못 은은하게 우리의 마음을 힐링해 줍니다. 해마다 그랬듯이 겨울이 모질게 괴롭히고 풍경을 지워버려도 눈이 내리면 조금은 마음 포근해집니다. 세상은 일 년에 한 번은 지워야 다시 새로운 봄을 그립니다. 겨울은 태양도 붓.. 2023. 12. 20.
여왕의 도시 퀸스타운 아침 8시에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해 탑승수속을 준비했다. 퀸스타운까지 에어뉴질랜드 항공편 10시 15분 비행기로 이동한다. 운항 시간은 1시간 50분이다. 공항 내에 전시된 현대차 제너시스 승용차가 시선을 끌었다. 반가웠다. 인상적인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게이트로 이동해 비행기를 탔다. 기체가 서서히 이륙 준비를 위해 움직인다. 잠시 활주로에 대기했다. 이륙 지시를 받고 엔진을 가속하면서 질주하더니 하늘로 박차고 올라간다. 이 순간이 긴장된다. 하늘로 치솟는 느낌이 일정 높이까지 느껴졌다. 긴장이 풀리면서 졸음이 쏟아졌다. 비행기 트랩을 내려서 걸었다. 시원한 바람과 파란 하늘이 청정 뉴질랜드의 상징 같다. 커다란 산줄기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높이 2,370m의 리마커블 산이다. 공항을 나와 작은 투.. 2023. 12. 19.
빨간색이 정겨운 달 빨간색이 정겨워 보이는 달입니다.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 하면 빨간색 모자를 쓴 빨간색 복장의 산타할아버지가 떠 오릅니다. 거기에 하얀 수염의 다정다감한 인상이 친근감을 줍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렸던 추억이 있을 겁니다. 산타할아버지는 겨울밤에 굴뚝을 타고 집에 들어와 머리맡에 선물을 주고 가곤 했다. 산타할아버지와 함께 정겨운 것은 귀여운 루돌프 사슴입니다. 도심의 번화가를 지나갈 때 빼놓지 않고 들리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루돌프 사슴코였습니다. 녀석의 상징은 앙증스러운 빨간 코입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누구나 한 번쯤 흥얼거리면서 따라 부른 추억이 있을 겁니다. 만약에 없다면,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12월은 송년 모임이 많.. 2023.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