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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수염 폭포 아오이케 청(靑)의 호수에서 차로 5분 정도의 거리에 흰 수염폭포가 있다. 흰 수염폭포는 지하수가 솟아 폭포를 만들었으며, 일본에서도 매우 드문 폭포의 형태로 알려져 있다. 해발 600m, 낙차 30m 지층 사이로 흐르는 폭포의 모습이 하얀 수염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폭포의 물은 하얀색인데 폭포수가 떨어져 파인 용소 부분은 파란색이다. 이 폭포수가 흘러 들어가 만들어진 호수가 아오이케 청(靑)의 호수다. 계곡에 걸쳐진 블루리버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폭포의 모습은 붙여진 이름대로 할아버지의 턱에 난 흰 수염을 연상케 한다.. 이 폭포의 특이한 점은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온천수이기 때문이다. 가이드는 간단하게 설명을 마치고 사진 찍을 시간을 주었다. 사진은 어떻게 찍어도 비슷하게 나온.. 2023. 11. 26.
빅뱅 뜬금없이 떠오른 단어입니다. 흐드러진 코스모스 꽃밭에서 사진을 담다가 생각난 게 빅뱅이었습니다. 영어로 ‘cosmos’는 우주라는 뜻이 있고, 우주는 빅뱅이라는 대폭발로 100억 년 전에 생겼다고 하니 그런 생각을 한 겁니다. 코스모스꽃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이 꽃들이 우주를 이루는 별이라면, 빅뱅(big-bang)이 아니었으면 태어나지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순간 들었습니다. 사진 기법 중에 줌~밍(zooming) 기법이 있습니다. 줌 렌즈를 살짝 돌리며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는 기법입니다. 연습 삼아 이 기법으로 코스모스 꽃밭을 몇 장을 찍어보았습니다. 어떻게 찍혔을까. 궁금했습니다. 평소에 별로 이렇게 사진을 찍는 일이 없습니다. 찍고 나서, 이미지를 자세히 보니 코스모스꽃들이 마치 대폭.. 2023. 11. 25.
서리꽃이 핀 가을 풍경(1) 2023. 11. 24.
추워야 피는 꽃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 가을은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낙엽이 지기 시작하면 종착역을 앞두고 달립니다. 따스하던 바람도 서늘해지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집니다. 계절의 시계는 변함없이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들의 외출을 더 이상 보기 어려워집니다. 짧은 계절이 아쉽습니다. 공허함이 짙은 그리움으로 가슴에 남는 시간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절기상으로 입동도 지났고, 첫눈까지 내렸으니까요. 가을은 떠나는 계절입니다. 꽃들이 떠났고, 낙엽도 떠나고 있습니다. 따스했던 바람도 떠났습니다. 그 자리를 밀치고 들어온 찬바람이 갈 곳을 잃고 보도 위에 뒹구는 낙엽을 몰고 갑니다. 꽃에 머물고, 단풍에 깃들었던 그리움도 이젠 갈 곳이 없어졌습니다. 어딜 봐도 꽃에 이끌렸던 사랑을 느낄만한 대상이 보이지 않습니다. 시선이 가.. 2023. 11. 23.
아름다운 길 길이 있습니다. 도심에 사람만 다니는 인도나 골목길이 있고, 자동차 전용도로도 있습니다. 도심을 벗어나면 강이나 하천에 자전거만 달리게 만든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고,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오솔길도 있습니다. 공원에 가면 가벼운 마음으로 걷는 산책길이 있고, 힐~링을 위해 걷는 숲 속 길이 있습니다. 산에 오르기 위해 걷는 등산로가 있고, 제주도에 가면 둘레길도 있습니다. 언급한 길은 모두 우리 눈에 보이는 길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길도 있습니다. 인생이란 긴 여정(旅程)입니다.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걷게 되는 길입니다. 인생이란 먼 길을 걷다 보면 쉬운 길도 있고 어려운 길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쉬운 길을 걷고 싶을 겁니다. 어려운 길은 힘드니까요. 모두 걸어야 할 길이지만, 같은 길을 걷.. 2023. 11. 22.
프라하 야경 프라하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찾는 곳이 다. 는 체코어로는 인데, 이 다리는 1357년 카를 4세의 지시로 건설을 시작하여 15세기 초에 완공되었다. 1172년에 완공된 유디트 다리(old Judith Bridge)가 1342년에 발생한 큰 홍수로 심각하게 파괴되어 처음에는 그저 돌다리(Kamenný most) 혹은, 프라하 다리(Pražký most)라고 불렀는데, 1870년부터 로 부르게 되었다. 블타바강의 는 1841년까지 프라하성과 구시가지를 잇는 유일한 다리였다. 길이 621m, 폭 10m로 게겐스브루크(Regensburg)에 있는 돌다리처럼 16개의 아치로 이루어졌다. 다리의 양쪽 난간에는 모두 15개의 동상 혹은 석상이 서 있다. 대부분 바로크양식으로 된 동상들은 1683년부터 1714.. 2023. 11. 21.
카메라 세례 카메라 세례를 받는 사람은 세간의 관심을 받을 만한 사건의 주인공인 경우입니다. 대개 장소가 경찰서 이거나 검찰청이면 범죄와 관련된 피의자이거나 참고인이고, 장소가 여의도 국회이거나 정당이면 정치인입니다. 이를 제외하면 TV나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이 인터뷰하거나 알 만한 스포츠 스타가 특정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경우일 겁니다. 일반인이 카메라 세례를 받는 경우는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좋은 일로 카메라 세례를 받는 경우 주인공의 표정이 밝습니다. 반대로 좋지 않은 일로 카메라 세례를 받으면 아예 모자나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리거나 고개를 푹 숙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이유는 다 알고도 남습니다. 우리는 그런 장면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요즘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런 장면이.. 2023. 11. 20.
따뜻한 슬픔 슬픔을 만져봅니다. 따뜻합니다. 차갑게 느껴질 줄 알았습니다. 사랑이 아직 식지 않아 그런가 봅니다. 아마 품속에 남아있는 그리움이 사그라들면 차가울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눈물이 이슬이 되어 아픔을 돋게 할 겁니다. 그때 서야 만져본 슬픔이 제대로 느껴져 마음에 통증이 전달될 겁니다. 슬픔이란 감정은 따뜻한 온기가 있습니다. 슬픔은 뜨거운 심장에서 흐르는 눈물이기 때문입니다. 볼 수도 보이지도 않는 슬픔의 실체를 만지는 일은 감각이 아니라 감정으로 전달됩니다. 감정은 마음의 감각입니다. 그러니 감정으로만 만질 수 있고 느낍니다. 그러나 감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얼어붙은 마음으론 슬픔이 만져지지 않습니다. 사는 동안 숱한 기억에 숨어있는 감정의 퍼즐이 마음의 호수에 흩어져 떠다닙니다. 흩어진 조각 속.. 2023. 11. 19.
낙엽이 되어 보다 낭만이라 할 때가 언제였던가 싶습니다. 이젠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나 봅니다. 떠나는 것도 아프고 슬픈데, 모두 외면합니다. 나 보기가 싫은 건지, 지겨운 건지, 사람들은 어느 순간 낭만을 슬그머니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외롭고 쓸쓸한 이 계절에 애물단지 취급받는 처지가 되어버린 나를 골칫덩어리로 여깁니다. 여기저기 볼멘소리가 들립니다. 이리 쓸고, 저리 치워도 끝이 없다고. 비가 내립니다. 울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하늘이 내 마음을 알았나 봅니다. 이별이 슬픈 건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가을이 낭만이라 생각했습니다. 헤어짐을 공감하며 노래할 땐 날 위로해 주는 줄 알았습니다. 심지어 사랑에 빗대어 이 가을에 이런저런 노래까지 불렀던 그들이니까요. 착각이었나요. 아니면 변심인가요. 낭.. 2023. 11. 18.
세종시 호수 공원 2023. 11. 17.
당신의 향기를 바꾸세요. 당신을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한여름엔 다른 나무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노랗게 단장한 당신의 모습을 보니 아름답습니다. 덕분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습니다. 한편으로 당신이 오래도록 장수하며 이 세상을 지키고 있으니 부럽기까지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떤 이는 당신을 영원함과 불변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종종 사랑과 결혼의 상징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안타까움도 느낍니다. 듣기 싫을지 모르지만, 신의 미움을 받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다른 나무들은 자웅동체(雌雄同體)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아닙니다. 무슨 사연이 숨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종족을 번식시킬 수 없도록 태어났으니, 신의 미움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 2023. 11. 17.
친구 오래전, “친구”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장동건, 유호성이 주연해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입니다. 죽마고우인 그들은 80년대 초 사춘기인 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며, 의리와 우정으로 다져진 친구들의 관계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는 친구와 그렇지 못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친구로 상황이 급변합니다. 친구이지만 그때부터 친구로서 걸어야 하는 우정의 흔들림이 영화의 발단입니다. 결국 우정은 배신으로 변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습니다. 친구(親舊)를 한자로 풀어보면 친할 친(親), 옛 구(舊) 자입니다.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온 사람 관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는 말이 있습니다. 친구 사이라도 서로가 만나지 않고 대화가 없는 .. 2023. 11. 16.
걷다 보면 싫든 좋든 눈에 보입니다. 그게 무엇이든. 대부분 그냥 지나칩니다. 호기심이나 관심을 끌 만한 대상이 아니면…. 그게 우리의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여유롭게 산책하거나 집 밖을 나서 공원이나 거리를 걸을 땐 조금은 달라집니다. 주위에 관심을 끌지 않았던 사물이나 낯선 풍경도 눈에 들어옵니다. 카메라를 들고 나서면 확 달라집니다. 사진의 주제가 될 만한 게 없는지, 주변을 살펴보게 됩니다. 꼭 카메라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 그림이 되겠다 싶으면 카메라를 챙겨 나와 찍어 보곤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좋게 보면 열정이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면 미친 짓입니다. 사진에 대한 매력에 푹 빠지면서 생긴 일종의 실험정신입니다. 일단 찍어 봅니다. 눈에 이끌린 풍경이나 .. 2023. 11. 15.
가을입니다(14) 2023. 11. 14.
작별 떠난다는 건 이별이 아닙니다. 헤어지는 건 이별이 아닙니다. 기약도 없이 떠나거나 인사도 없이 헤어지면 그것은 이별입니다. 또 만나자고 약속했으니 다시 만나자고 인사 했으니 우리는 작별입니다. 2023. 11. 14.
탄식의 다리와 카사노바 ‘베니스’ 하면 물의 도시 또는 운하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원도심은 베니스와 석호(潟湖) 안쪽에 흩어져 있는 118개의 섬으로 약 400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으며 육지로부터 약 3.7 km 떨어져 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올라가 도시가 물에 잠기고 있지만, 여전히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매혹적인 도시라고 현지 가이드가 설명했다. 서둘러 선택관광으로 수상택시를 타고 운하를 한 바퀴돌며 구경한 후 내렸다. 걷는가 싶더니 다리위에서 멈추었다. 그가 가리킨 곳이 탄식의 다리 (Ponte del Sospri) ’ 다. 뜬금없이 탄식이라니 무언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의 표정을 보니 이곳은 사연이 있음이 분명하다. 탄식(歎息)은 근심이나 원망 따위로 한탄하여 숨을 내쉰다는 뜻이다. 주로 고통스럽거나 근심이.. 2023. 11. 13.
연출사진 재미있는 영화도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고, 결말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보면 재미없습니다. 소설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스포츠 경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녹화방송을 하지 않습니다. 현장 중계를 통해 실시간 TV 전파를 안방에 전달합니다. 결과를 알고 나면 궁금하지 않아 보기 싫은겁니다. 사진은 이와 다릅니다. 보는 순간 바로 느낌으로 받아들입니다. 아! 멋진데, 이런 느낌이 들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미(美)를 관장하는 뇌 영역에서 바로 결론을 내립니다. 보여주고 싶은 게 이미지 속에 다 있으니 더 이상 궁금한 게 없는 겁니다. 너무 단순하기 짝이 없습니다. 알고 볼 게 없는 장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작가들의 열정이 담긴 작품을 보면 하나 같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 2023. 11. 12.
가을입니다(13) 2023. 11. 11.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 봄은 아름답습니다. 만물이 소생하고 초록이 움트고 꽃이 피니까요. 하지만 가을의 초록이 아름답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단풍 때문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가을은 단풍이 있어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그럼,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얼까요. 뜨거운 태양의 열기와 모진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여름을 견뎌냈기 때문이 아닐까요. 초록이 여름이란 시련을 이겨내지 못하고 가을의 햇살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름다운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지 못했을 테니까요. 단풍나무 풍(楓) 자는 나무 목(木)에 바람(風)이 있습니다. 여기서 바람은 여름날의 시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을 많이 겪게 되는 게 인생입니다. 우여곡절 없이 꽃길만 걷는 인생은 없을 겁니다. 때론 아픔도, 슬픔도, 실패도 한여름날의 비바람일 .. 2023. 11. 10.
가을입니다(12) 2023. 11. 9.
물 안개(2) 2023.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