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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컴퓨터를 배워본 적이 없다. 그저 어깨너머로 배운 실력이라 한글 워드로 문서 정도만 할 줄 안다. 아날로그 시대를 살다 디지털 문명을 접하다 보며 컴맹을 면치 못했다. 지금도 은행 ATM기계나 키오스크 앞에 서면 본능적으로 쭈볏쭈볏 머뭇거린다. 세상이 변했으니 어쩔 수 없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다. 야속하다 투덜댈 수도 없고 겨우겨우 서바이벌 수준으로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엊그제 평생학습원 블로그 프로그램 과정을 신청했다가 떨어졌다. 가을학기에 다시 신청할까 말까 생각하다 급한 성질을 못 이겨 검색창을 클릭했다. 대충 요령을 터득해 어설프게 겨우 문을 열었다. 열고나니 또 답답함이 가로막는다. 다시 또 검색창을 도움을 받아 나름의 방을 꾸며나갔다. 그간 저장해 두었던 사진과 글을 정리하며 블.. 2023. 2. 28.
To Have or to Be? 추억은 과거의 기억이다. 그 속에서 행복했었던 장면을 찾아보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내 경우는 내 집을 마련했을 때이다. 1998년 7월 드디어 나도 내 소유의 아파트를 가지게 되었다. 마흔한 살 때다. 등기부 등본에 내 이름 세 글자가 새겨진 서류를 손에 쥐고서 내 소유의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내 생애 처음 행복이란 단어를 만났었다. 그 순간 먼 과거 속에 얼룩진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주인집 눈치를 보며 셋방살이 생활을 했던 그 시절이 스쳐 지나갔다. 순간 집 없는 서러움을 벗어나 꿈을 이루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 나도 모르게 눈이 뜨거워졌었다. 그날 밤 조용히 동네 슈퍼마켓으로 가서 소주 한 병과 마른오징어 한 마리를 사 왔다. 달콤한 소주가 내 가슴을 타고 내려가면서 아팠던 상처.. 2023. 2. 28.
천문호선쇼 해외여행을 떠나면 여행지에서 보게 되는 쇼가 있다. 처음 본 게 태국 여행에서 본 사이먼 쇼(Simon Show)다. 사이먼 쇼는 여성으로 성 전환한 게이 쇼다. 남자라고 믿지 못할 만큼 미모도 뛰어나서 그 당시 태국의 밤 문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미 서부 여행 때도 쇼를 관람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르 레브 쇼(Le reve Show)다. 환상적인 무대가 쇼가 이어지는 동안 눈은 황홀했다. 화려한 무대와 조명 출연자들의 훌륭한 연기력은 쇼가 무엇인지 보여 주었다. 거기에 서커스적인 묘미와 스토리가 잘 어우러져 오랫동안 감흥이 지워지지 않았다. 이번 여행은 모든 옵션을 포함하고 있어서 여행일정에 있는 옵션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냥 신경 쓰지 않고 즐기면 된다. 상품에 있는 천문호선 쇼는 장가계 .. 2023. 2. 28.
시계가 죽었네 “시계가 죽었네.” 아내의 말에 벽시계를 보았다. 그네 타듯 움직여야 할 시계추가 제자리에 서있다. 멈춘 지 2시간 이상 되었다. 얼른 새 건전지로 교체하고 시침을 돌려 시간을 맞추었다. 다시 시계를 벽에 걸고 시계 몸통을 좌우로 흔들어 시계추가 다시 움직이게 한 다음 수평을 바로 잡았다. 죽었던 시계가 다시 살아 숨을 쉬기 시작한다. 얼마쯤 지난 뒤 아내가 다시 말했다. “시계가 가지 않는 것 같아.” 또 시계추가 움직이지 않는다. 건전지가 이상 있다 싶어 다른 건전지로 바꾸어 넣고 다시 벽에 걸고 시계추가 움직이도록 했다. 심정지 상태 같았던 시계가 정상적인 소리를 내며 다시 그네를 타듯 왔다 갔다 하기 시작한다. 혹시나 하고 잠시 동안 시계추를 보았다. 정상적으로 움직인다. 혹시나 해서 몇 분 뒤 .. 2023. 2. 28.
유통기한 일반적으로 식품에 표시된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기 마련이다. 냉장고에 보관 중인 식품 중 유통기한 임박했거나 지난 식품을 버리는 소비자가 생각보다 많다. 아깝기는 하지만 혹시나 탈이 날까 봐서다. 보통의 소비자라만 그런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아마도 그게 상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일 것이다. 2023년부터 이런 개념이 바뀐다. ‘유통기한’ 대신 실제로 섭취가 가능한 '소비기한'을 제품에 표시하도록 개정된 법이 적용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비기한'까지는 먹어도 도 괜찮다는 뜻이다. 주부라면 "유통기한이 일주일 지난 두부를 먹어도 될까? 아니면 "냉장고에 보관한 우유가 맛은 괜찮은 것 같은데 날짜가 지났으니 마시면 탈이 나지 않을까?" 이렇게 한 번쯤 의심해 본 주부들이 많을 것 .. 2023. 2. 28.
다람쥐 다람쥐는 삼화사를 지나 울창한 숲길을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만났다. 사진을 찍고 나서 미국서부 여행 때 보았던 다람쥐가 생각났다. 샌프란시스코 UCLA 대학캠퍼스에서 카메라에 담은 다람쥐는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먹이를 주면 사람에게 다가왔다. 지나가는 학생들은 아예 다람쥐에게 관심이 없다. 이방인인 나에게는 신기했다. 덩치가 우리나라 다람쥐에 비해 유달리 큰 것도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난 그때 다람쥐도 미국산이라서 양키처럼 큰가 하고 생각했다. 녀석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은근히 친근감이 갔다. 귀엽기도 하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으니 마치 애완동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다람쥐는 작기도 하고, 사람을 경계하는 듯 마주치면 도망간다. 녀석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도무지.. 2023. 2. 28.
콤플렉스 보리밭에 핀 꽃양귀비 한 송이가 있습니다. 내가 빨간 꽃의 주인공이라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다 초록인데 왜 나만 빨갛지. 당혹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왠지 나만 다르니 소외감이 들지도 모르고요. 콤플렉스란 말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열등감이라고 하던가요. 다른 사람에 비하여 뒤떨어졌다거나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감정이라 볼 수 있죠. 아마 이 단어를 가장 많이 차용해 갖다 붙이는 게 외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외모콤플렉스, 심할 경우 거울조차 보고 싶지 않을 정도라 하니까, 정말 당사자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고통이겠지요. 외모를 우선시하는 것 같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이를 더 부추기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요즘 취직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어렵게 1차 서류전형이나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최.. 2023. 2. 27.
우크라이나 가을 들녘, 파란 하늘 아래 벼가 영글어 갑니다. 평화로운 아침, 영롱한 이슬 머금고 있는 나락들 농부들 기다립니다. 문득, 이 풍경을 보고 떠오른 나라가 있습니다. 러시아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입니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다시 한번 잘 보세요. 그래도 모르신다면 부득이 말할 수밖에. 그 나라 국기 같지 않나요. 아니라 하시면 우기시면 우크라이나 국기 한 번 검색해 보시기길. 생뚱맞다. 생각하시는 분은 공감 능력 빵점? 아니면 말고요, 어쩌겠습니까. 나락(奈落)에 빠져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응원이라도 보내야겠습니다. 화-이-팅! We stand with you. 2023. 2. 27.
이름 모를 꽃 시선을 끌고 관심이 가는 대상을 보면 제일 먼저 궁금한 것이 이름이다. 이름은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는 명사인데 모르면 궁금증만 자아내고 마음은 답답하고 속이 타 들어간다. 이럴 때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알고 싶은 답을 알고 나면 다행인데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하면 속절없이 애간장만 타는 것이다. 다름 아닌 꽃 이름이 그랬다. 미 서부여행 그랜드 캐니언에서 우연히 사진에 담은 꽃이 그 주인공이다. 꽃이 한눈에 보기에도 신비스러웠다.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담은 꽃 사진은 묘한 매력을 발산하며 호기심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보고 또 봐도 그 꽃의 신비감에 빠져들어 이름이 뭔지 궁금했다. 당시 제이콥(가이드)에게 사진을 보여 주고 꽃 이름이 뭔지 물었다. 그 역시 이름을 알지 못했다. 여행 일정이 끝나면 사무실.. 2023. 2. 25.
꽃길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말이 있다. 들을수록 아름답고 정감이 갈 뿐 만 아니라 마음까지 포근해진다. 남에게 건네는 덕담으로 보이는 이 표현은 매우 은유적이다. '꽃길만 걸으라.'는 말은 곧 행복을 바라는 의미로 항상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꽃길만 걸으며 살 수 없다. 사실 불가능하다. 역설적이지만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말은 그만큼 우리의 삶이 행복과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 지금의 삶이 꽃길만 걷기에는 너무 고달프고 힘들다는 얘기다. 사람을 만나면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는 이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꽃길만 걷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렇다고 말 그대로 꽃길만 걸으며 사는 것이 과연 좋은 삶일까? 나는 이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 .. 2023. 2. 25.
브라이스 캐니언 설렘으로 다가가는 것은 심장을 뜨겁게 달군다. 무엇이 설렘을 만들까? 여행은 설렘을 만나는 것이다. 인천공항에서부터 시작된 설렘이 태평양을 건너 LA공항에 내리면서 짜증으로 변해 버렸었다.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여행객들의 길고 긴 줄이는 아나콘다 뱀 꼬리처럼 이어지며 설렘을 지치게 만들었었다. 긴 시간 동안 이어졌던 지루함은 미 서부여행의 첫날부터 즐거움을 주눅 들게 만들었다. 그러다 설렘이 다시 생기를 되찾고 살아난 것은 그랜드 캐니언 투어에서였다. 이어지는 미 서부 캐니언 투어는 드라마 연속극처럼 감질 맛나게 끝나고 궁금증을 자아내어 다음 편을 보게끔 만드는 기대와 흥분이 숨어 있다. 그런 까닭에 단잠을 깨우는 모닝콜 소리가 그다지 밉지가 않았다.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투어버스가 KBS 1-TV《걸어.. 2023. 2. 25.
파리의 상징 에펠탑 앙숙(怏宿)은 ‘원한을 품고 서로 미워하는 사이.’라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독일과 프랑스는 앙숙관계다. 비스마르크가 독일 통일을 마무리하고자 했던 전쟁이 보불전쟁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독일은 1871년 1월 베르사유 궁전에서 독일 제국을 선포했다. 이 전쟁을 계기로 독일과 프랑스는 2차 대전 종전까지 앙숙 관계가 된다. 프랑스가 보불전쟁에서 독일에게 패한 치욕을 만회하고 국력을 과시하기 위하여 1889년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파리 만국박람회 때 구스타브 에펠의 설계로 세워진 탑이 에펠탑이다. 에펠탑은 센 강 서쪽 강변에 샹드 마르스 공원(Champ de Mars) 끄트머리에 세워졌다. 당시는 세계 최고 높이(300m)였다. 에펠 탑은 건축부터 많은 사람들의 반대가 심했다. 그 당시 파리 .. 2023. 2. 25.
인생은 여행이다(1) 원래 여행이란 떠날 때부터 돌아올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인생은 여행이다.”라는 말은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는 다. 인생이란 애당초부터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여행이란 말을 인생에 붙이면 안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여행이다.”라는 표현은 여전히 나에게 매우 매력적인 표현이다.  무엇보다도 이 표현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여행은 만남이다. 집을 떠나 여행지로 가면 새로운 사람, 색다르고 다양한 자연과 문화, 역사 등을  만난다. 거기에 인생에 대한 깊은 내면의 성찰의 시간도 가질 수 있어 좋다. 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면 더욱 좋다. 여행은 동행이 있어야  더욱 빛나는 단어다. 인생도 그렇지만......  여행의 .. 2023. 2. 25.
샤갈이 사랑한 생폴드방스 언덕의 시계탑이 나를 보면서 시간을 알려준다. 차창밖에 보이는 시계탑이 오전 10:25분이라고 손을 흔들었다. 우리 버스는 다시 해안 길을 따라 달린다. 해안은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Marseille) 남쪽 툴룽(Tulong)에서 이탈리아 인근 국경 도시 망퉁(Menton)까지 이어지는 지중해 해안을 말한다. '쪽빛 바다의 해안'이라는 뜻이다. 이름 그대로, 코발트 빛 지중해와 일 년 내내 내리쬐는 따뜻한 햇볕, 그리고 작고 예쁜 바닷가 마을이 어우러져 어딜 가나 여행자의 넋을 쏙 빼놓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지역이다. 일찍이 그런 빼어난 경관과 기후 때문에 이미 18세기부터 영국과 러시아의 귀족들이 추위를 피해 찾는 휴양지로 유명했다고 한다. 이 해안을 따라 , , 를 지나왔고 지금 로 가고.. 2023. 2. 25.
갈매기 애주가들이 좋아하는 술안주 중에 갈매기살이 있다. 본뜻은 돼지고기의 한 부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돼지의 횡격막과 간 사이에 붙어 있는 부위로 간을 막고 있다고 해서 ‘칸막이살’‘,"간막이살"이라 하고 또는 ‘가로막이살’ ‘가로막이살’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식당에 가보면 그렇게 표기한 식당을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의 선술집들이 갈매기살이라 이름 붙여 장사를 한다. 왜 돼지고기 부위를 새(鳥)인 갈매기로(鳥) 붙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직장생활을 하며 동료들과 선술집에서 소주 한 잔을 기울일 때였다. 벽에 붙은 메뉴에 낯선 단어가 삼겹살, 목살과 함께 나란히 붙어 있었다. 갈매기살이다. 처음에는 정말 하늘을 날아다니는 갈매기살 인 줄로 알았다. 나중에 고기를 아는 동료의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했다... 2023. 2. 25.
봄의 왈츠(1) 행복! 누구나 품고 산다. 하지만, 내게는 없는 것 같고, 남에겐 있는 것 같다. 왜 그럴까? 행복이란 개념을 상대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상대적 개념이 아니다. 내가 느끼는 주관적 개념이다. 내 안 어딘가에 숨어있을 행복 우리는 그걸 찾아야 한다. 하루의 일상은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아이들은 유치원으로, 학생들은 학교로, 어른들은 일터로, 그러나 날마다 일요일인 나. 갈 데가 없다. 오라는 데도 없다. 그럼, 어떡하지? 그래서 나왔다. 달랑 카메라 하나 들고 동구밖으로~ 어딘가에 있을 행복, 만나보자! 바람에 실려 온 꽃향기 Wow! Spring has come.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그대는 꽃, 나는 요정. 요한슈트라우스의 봄의 왈츠 하얀 면사포를 입은 그대, 손 내민다... 2023.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