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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봄 사월의 신부가 서 있습니다. 아름답다 못해 우아하네요. 하얀 드레스 같은 옷을 입고 살랑이는 바람에 설레입니다. 저 언덕 위에 서서 님 기다리듯 지난겨울, 외로움을 벗어던지고 눈부신 가지마다 요정과 함께 흐드러지게 핀 꽃웃음 머금 채 어디선가 들리는 비발디 봄, 1악장 연초록빛 봄바람과 즐기는 데이트 여울져 휘날리는 하얀 꽃눈 봄 길 세월 속에 돌아가는 시계 서게 하고 그대, 잠시라도 내 가슴에 안고서 봄이 만든 황홀함에 젖고 싶습니다. 2023. 4. 8.
4월은 잔인한 달? 4월을 수채화로 그린다면 연두색이 떠오릅니다. 잔인한 달이라 했던 토머스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적(詩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색이지요. 자연은 화가가 되어 수채화를 그리듯 봄 풍경을 그린 것 같습니다. 먼저 연초록 물감을 풀어 온 산야에 붓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봄을 알리는 색은 연초록이 아닌가 싶습니다. 화가의 붓놀림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숲을 그려 넣으면 그 속에 새를 불러들이죠. 소리가 안 들리시나요. 눈을 감고 그림 속으로 들어오면 들릴 겁니다. 바람에 실린 봄의 교향곡이 우리의 희망과 힐링이 되어 줍니다. 한 폭의 수채화에서 음악까지 들려주는 자연의 경이로움, 그 자체가 놀랍지 않나요. 어느새 겨울이 만든 하얀 도화지는 흔적조차 사라져 버리고 없습니다. 봄 햇살에 빛나는 .. 2023. 4. 7.
벚꽃엔딩(1) 허공에 물든 파란 하늘 샛별처럼 피어난 요정 겨울이 왔다간 자리에 새 희망 가득히 안고서 흐드러지게 모여 앉아 새하얀 수다를 즐긴다. 청춘의 가슴 꽃이 피고 봄의 심장은 설레이고 너랑 나랑 걷는 꽃터널 스마트폰에 담은 사진 봄바람에 웃음꽃 피고 일장춘몽 봄날은 간다. 낙화유수 같은 나날들 아픈 이별 저미는 사랑 짝 없는 젊음은 외로워 소주 한잔에 담은 고독 부르는 노래 슬픈 연가 아, 잔인한 사월이여! 떨어져 휘날리는 꽃눈 참을 수 없는 눈물이다. 2023. 4. 4.
시드니의 랜드마크 모퉁이를 돌아가니 빨간색 2층 투어버스가 지나가고 모퉁이를 돌자 하얀 지붕이 조개껍질을 엎어놓은 모양의 오페라 하우스가 나타났다. 오른쪽 선착장에는 커다란 크루즈 선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오른쪽으로 하버브리지가 타원형의 구조로 건너편 시가지까지 길게 걸쳐져 있다. 시드니 하면 단언컨대 오페라 하우스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1973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2세에 의해 정식 개관했고, 1957년 국제설계공모전에서 당선된 덴마크의 건축가 욤 우촌의 작품이란다. 누가 보아도 인상적인 외관에 감탄사를 연발할 것 같다. 오페라 하우스의 지붕 디자인이 조개껍질이나 요트의 흰 닻을 형상화시킨 모양이라는 의견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이와는 달리 오렌지 조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2023. 4. 3.
목련 밤과낮 그사이로 하늘이 열리던날. 새하얀 면사포에 그리움 피었구나. 하지만 이마저도 사흘밤 꿈이련가. 못이룬 사랑일랑 봄비에 보내련다. 2023. 4. 2.
두브로브니크 골목길 골목길 접어들 때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좋아하는 애창곡 '골목길'의 첫 소절이다. 예전에 동료들과 한잔하고 하고 노래방에 가면 꼭 불렀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느린 리듬에 맞추어 목청을 한 번 가다듬고 나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 종로 3가에서 32번 버스(월계동 ↔ 후암동)를 타면, 종점인 후암동 용산고등학교 앞에서 내린다. 하숙집을 가려면 긴 터널 같은 어두운 골목길을 9~10분 걸어야 했다.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닌 탓에 골목길에 들어서면 취기에 젖었던 정신도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골목길에 들어서면 은근히 밀려드는 긴장감이 심장을 압박한다. 담장을 경계로 굴곡진 골목길을 걷다 보면 누군가 뒤에서 잡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나마 전봇대 위에 가로등이나 방범등이라도 .. 2023. 4. 1.
벚꽃 길을 걷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걷는 게 싫습니다.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백화점도 차를 끌고 가야 할 정도죠.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귀찮거든요. 살 빼는데 걷기보다 좋은 게 없다는 걸 알지만 걷기 싫어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심지어 다이어트한다며 약을 처방해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만큼 걷는 게 일상에서 멀어진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걷기도 있습니다. 걷기 싫어하는 사람도 걷기를 좋아하는 곳이 있지요. 다름 아닌 벚꽃 길입니다. 봄이면 어딜 가나 벚꽃 명소는 주차 전쟁으로 몸살을 앓지요. 일부러 찾아가거든요. 오로지 벚꽃 구경 삼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는 이유는 딱 하나 아닌 가요. 그거 말고 다른건 생각나지 않네요.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닙니다. 봄의 정취를 느끼며 즐길만한.. 2023. 3. 31.
벚꽃(3) 2023. 3. 30.
벚꽃(2) 2023. 3. 30.
벚꽃(1) 2023. 3. 30.
봄이 아픈가 봅니다 아직은 때가 아닌 듯한데 성미 급한 꽃들이 문밖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벚꽃 얘기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5일, 서울에서도 벚꽃이 피어 이번 주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하네요. 평년 보다 무려 14일이나 빨리 핀 셈이죠. 꽃을 일찍 보니 좋기는 한데, 마냥 반갑게 여길 기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은 때가 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때도 아닌데 꽃이 피니 분명 뭐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몇 년 전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거든요. 다들 아시겠지만 ‘지구온난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구가 더워져 기온이 올라가고 일조 시간이 길어지면서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된 탓이라고 합니다. 이러다 보면 땅속에서 겨울을 .. 2023. 3. 29.
교황청 근위병 제복은 소속감과 일체감을 부여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개개인이 갖고 있는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과거 신분과 계급이 존재하던 사회에서는 옷에 따라 구분이 되기도 했다.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만 해도 획일화된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녀야만 했다. 제복을 입은 대상이 부럽거나 선망의 대상이었던 적도 있다. 학창 시절 특정한 행사가 있는 날 보이스카우트 제복을 한 친구들의 모습이 그랬고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하는 사관생도의 보습이 그랬다. 사관생도의 제복이 멋져 보여 육군사관학교를 지원했으나 제복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성 베드로 성당 투어를 마치고 나오는데 멋진 제복을 한 근위병이 보였다. 내가 관심을 보이며 사진을 찍자 가이드가 근위병에 대한 설명을 했다. 바티칸을 지키는 근위병들은 이탈리.. 2023. 3. 27.
튤립 2023. 3. 27.
아이스크림 홋카이도 여행 때 삿포로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아들로 보이는 아이와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습니다. 정겹고 아름다워 보여 담았습니다. 하지만, 사진 속의 주인공이 초상권 침해라고 하면 내려야 하는 사진이죠. 일본사람이니 이 블로그에 들어 올 일은 없으리라 생각하며 올립니다. 그만큼 사진 속에 사람이 있으면 조심스럽거든요. 아이스크림의 유혹은 외면하긴 어렵죠. 특히나 아이들에게는 그럴 겁니다. 어쩌면 먹는 즐거움만큼 행복한 것도 없습니다. 요즘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참 ‘먹방’ 프로가 많잖아요. 유튜버도 많고요. 한때 골목식당이란 프로그램, 저도 즐겨 봤습니다. 맛집만 전문적으로 찾아다니며 올리는 블로그도 있을 정도니까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행복도 아이스크림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행복은 모.. 2023. 3. 26.
더 글로리 장안의 화제가 된 드라마 제목이다. 학교 폭력을 다루었다.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이기 때문에 시청률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학교 폭력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숨어있는 불법적인 폭력이 정의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시청률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은가 싶다. 이른바 금수저 부모들이 자행하는 부당한 권력이 힘없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거기에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커녕 오히려 뻔뻔함을 보이기까지 한다. 이 때문에 계층 간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사회적 통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피해자는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힘들다. 자존감이 무너지고 상처가 더 심한 경우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도 한다... 2023. 3. 26.
황홀한 행복 황홀하다는 말을 언제 할 수 있을까. 우선 이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면 매혹당할만한 무언가가 시각적으로 들어와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전적 의미가 눈에 어른어른할 정도로 화려하다는 뜻이니 억지스러운 주장은 아닌 듯싶다. 황홀이란 표현을 꺼낸 이유는 일출 사진 한 장 때문이다. 정말 무의식 중에 이 단어가 생각났다. 단언컨대 이렇게 멋진 일출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구름바다가 뒤덮은 산 아래는 사람 사는 세상이고, 내가 서 있는 곳은 천상의 세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좀 과장하면 환상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여명의 빛을 뚫고 올라오는 시간, 세상 그 어는 순간보다 아름다운 빛, 그것이 여명이다. 여명은 일출을 맞이하는 의식의 .. 2023. 3. 25.
비가 오면 소리 없이 온다는 말 없이 네가 온다. 목마른 봄 널 반긴다. 사랑이 고픈 꽃 널 안는다. 그러나 나는 젖는다. 그리움에 옛사랑에 어느새 너는 우울한 눈물 되고 나는 슬픈 한 방울 삼켜버린다. 한 여자는 커피잔에 한 남자는 소주잔에 그 고독 한 모금 그 아픔 한 모금 상처뿐인 심장 그리움에 젖고 외로움에 젖은 지난날의 초상 이제 잊으련다. 돌아올 수 없는 잃어버린 사랑 로그 아웃 하면 과거로 떠난다. 2023. 3. 25.
동심에 빠져 보다 사진 속의 두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모른다. 굳이 알 필요도 없다. 다만, 그 속으로 들어가면 어른들이 모르는 순수한 동심의 세계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멀리서 오는 배를 보며 집으로 돌아오는 아빠를 생각할지, 아니면 호수 위의 갈매기를 보며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을 꿀지 그건 아이들의 몫이다. 그런데 왜 저 모습에 눈이 끌렸는지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었다. 사진 속의 장면을 찍고 나서도 나는 두 아이가 한가로이 노는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언가 찾고 싶은 언어가 있을 텐데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 어른들이었다면 셔터를 누르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아이라서 셔터를 눌렀다. 내 안의 나를 향해 질문을 던져본다. 왜 셔터를 눌렀는지.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다. 그냥 나만의 상상의.. 2023. 3. 24.
비운(悲運)의 황태자 비운의 황태자 ‘마호메트 오르한’의 슬픈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역사의 현장에 와 있다. 가이드는 역사의 시계를 되돌렸다. 1923년 3월 3일 자로 터키 공화국이 출범한 후 오스만 왕가에는 커다란 시련이 닥치게 된다. 그것은 모든 왕족에게 내려진 추방령이다. 15세의 어린 왕자 '마호메트 오르한'은 그날 오후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파악하게 된다. 2명의 경찰과 경시총감이 눈물을 글썽이며 종이 한 장을 어린 황태자에게 건네주면서 “저를 용서하십시오. 왕자님,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이제 막 학교에서 돌아와 자전거를 타려던 어린 황태자는 종이에 적힌 내용을 채 읽지도 못하고 서명합니다. 24시간 안으로 떠나라는 이 명령서는 왕족들에게 어떠한 이유도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재산.. 2023. 3. 23.
솜사탕 목련꽃이 필 때면 양희은의 노래가 생각나듯 가끔은 초등학교 시절 봄 소풍이 생각난다. 지금 초등학생들 마음은 어떤지 모르지만, 소풍 하루 전날 행여 비라도 오면 어쩌나 할 정도로 마음이 설레었다. 그 시절 소풍은 대개 학교에서 가까운 곳으로 걸어서 갔다. 요즘처럼 버스를 타고 가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즐겁고 신났다. 점심시간이 되면 김밥을 먹고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때로는 보물 찾기도 했었다. 그런데 소풍 가는 날을 어떻게 알았는지 솜사탕 아저씨가 점심 무렵 나타났다.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아저씨는 자전거 뒤에 싣고 온 작은 원형 틀로 된 솜사탕 기계를 연신 돌리며 솜사탕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아저씨는 하얀 설탕 한두 수저를 기계 가운데 작은 홈에 넣고 기계를 돌렸다. 그런데 설탕이 없어.. 2023. 3. 22.
빛 내림 스톡홀름(Stockholm)에서 옌셰핑(Jönköping)으로 가는 중이다. 스톡홀름에서 옌 셰핑까지는 4시간 반 정도 걸린다. 차창 밖에는 비가 내리다 그쳤다 반복한다.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비 오는 날씨와 커피의 조합은 연인처럼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 하지만 해외여행에서 마시는 커피는 조선시대 사약 수준일 때가 있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로맨틱한 상상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스웨덴의 시골풍경이 여행의 지루함을 위로해 준다. 졸리는 눈을 난 애써 붙들고 씨름했다. 풍경 때문이다. 하늘가에 걸린 비구름이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회색 하늘이 짓누르며 보슬비는 여전히 오락가락 내린다. 침묵이 흐르는 공간에 여행의 피로를 뿜어내는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선에 .. 2023.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