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667

사라진 풍경(4) 전월산 아래 옅은 안개가 깔려 있다. 발걸음을 옮겨 장남 들녘으로 가야 하는데 길이 없다. 불도저로 밀어 놓은 공사 현장은 온통 황톳빛이다. 울퉁불퉁한 공사 현장 끝머리에 서니 경사진 언덕 아래로 장남 들녘이 보였다. 모내기가 끝난 논길까지 내려가는가는 게 문제다. 길이 없는 40도 경사면은 온통 황토흙이다. 논까지 거리가 족히 20m 이상 되는 거리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발을 옮겨 내려갔다. 조그만 도랑이 가로막는다. 건너야만 논길 위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도랑은 어둠 속에 우거진 풀숲으로 덮여있어 물이 안 보인다. 졸졸졸 소리는 들리는데 말이다. 도랑 폭도 한걸음에 건너뛰기에는 넓다. 어떻게 건너야 좋을지 살펴보았다. 도랑에 가로놓인 나뭇가지를 밟고 건너면 되겠다 싶었다.. 2023. 3. 12.
사라진 풍경(3) 광활한 초원지대가 눈앞에 펼쳐졌다. 어른 키만 한 풀숲 사이를 헤치며 길을 따라 걸었다. 삘기 꽃밭이 펼쳐진 벌판이 지평선을 이룬다. 무릎 정도까지 자란 하얀색 삘기 꽃이 마치 넓은 억새밭처럼 군무를 이룬다. 이처럼 많은 삘기 꽃은 처음이다. 이렇게 광활한 초원풍경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니 그저 놀랄 일이다. 정말 장관이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옅은 어둠 속 지평선 끝에 옅은 안개가 솜이불처럼 깔려 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눈앞에서 나는 짧은 감탄사를 토해냈다. 그때 앞쪽 풀 숲 속에서 활들 짝 놀라 뛰어나가는 야생동물의 소리에 깜짝 놀랐다. 고라니인지 노루인지 비슷해 보이는 녀석이 저 멀리 달아난다. 탄자니아 사바나 초원지대를 연상케 하는 풍경이다. 그런 느낌을 들게 .. 2023. 3. 11.
밀포드사운드 투어는 내 마음 같지 않다. 마음에 드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데 일정에 쫓긴다. 이미 예약한 크루즈 선에 타야 하기 때문이다. 내리자마자 줄을 서고 Real Journey 호에 곧바로 승선했다. 크루즈 선 출발시간이 11시다. 배에 오르자마자 점심 식사부터 먹었다. 배에 오른 모든 여행객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접시를 들고 줄을 섰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여행은 먹는 것도 전쟁이다. 맛있는 메뉴는 조기 품절이다. 한 접시를 비우고 다시 가보니 벌써 인기 메뉴는 동이 났다. 그래도 이것저것 아쉬운 메뉴로 대체해서 배를 채운다. 호텔식 뷔페는 아니지만, 먹을 만했다. 크루즈 선의 꽁지에서 하얀 우윳빛 거품을 수면으로 뿜어낸다. 크루즈 선이 선착장을 출발한 후 또 한 척의 크루즈 선이 뒤를 따라온.. 2023. 3. 10.
미켈란젤로 언덕 도시 전체의 풍경을 보려면 전망이 좋은 곳에 오르면 된다. 서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려면 남산에 오르면 되고, 파리풍경울 보려면 몽마르트르 언덕에 오르면 된다. 물론 남산 타워나 에펠탑 전망대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경우는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야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미켈란젤로의 언덕은 미켈란젤로 광장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은 아르노(Arno) 강 서편의 언덕에 있다. 언덕 아래쪽으로는 토스카나 아펜니노산맥에서 발원한 아르노강(240km)이 서울의 한강처럼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로지르며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피사(Pisa)를 거쳐 리구리아 해(海)로 흘러 들어간다. 광장 중앙에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복제품이다. 현재 진품은 갤러리아 델 아카.. 2023. 3. 10.
사라진 풍경(2) 가을이면 정감 가는 추억의 꽃이 있습니다. 형형색색의 코스모스꽃입니다. 저 멀리 벌판 끝머리에서 기차 소리가 들리면 아득한 고향 시골 신작로가 떠오릅니다. 나훈아의 고향 역 노래도 생각나고요. 지난가을 옛 추억을 떠올리며 사진 속 풍경이 있던 미호천 고수부지를 찾아갔습니다. 들녘에 넘실대는 아름다운 코스모스를 상상하면서요. 아! 이럴 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어야 할 코스모스꽃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생활체육 다목적 구장이 들어서 있더군요. 시 당국에서 해마다 가을에 코스모스를 심어 놓아 많은 사람이 즐겨 찾던 곳이었거든요. 한때는 그곳에서 세종 코스모스 한마당 축제까지 열었던 장소이기도 하고요. 불청객 탓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여파로 축제가 중단되면서 .. 2023. 3. 9.
사리진 풍경(1) 당신은 항상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습니다. 늘 변함없는 그 모습으로 날 반겨주리라 생각했던 거죠. 그게 착각이고 오류였습니다. 세상은 늘 변하는 것인데 당신만은 그렇지 않을 거라 여겼거든요. 감당할 수 없는 세월의 무게를 견디었던 당신의 삶을 간과했던 거지요. 500여 년의 시간을 품고 지켜왔던 당신이었기에 적어도 당신만은 우리 곁에 더 있어 주리라 생각했습니다. 당신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따라 아련한 슬픔이 밀려옵니다. 존재하는 것은 언젠가 사라지는 법. 우리 그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데 그 또한 인간이 지닌 본성일지도 모르죠. 존재란 인간의 삶 속에서만 규정한 개념에 불과하니까요. 이렇게 슬퍼한다고 되돌리수 없는 일이지만 당신을 지켜.. 2023. 3. 9.
기다림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불행한 사람입니다. 삶이 불행하고 힘들다고 느끼시는지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렇게 느끼고 있을 뿐입니다. 그건 그냥 느낌이지요. 부정적인 것들에 익숙한 탓입니다. 행복은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밖에 있습니다. 찾아 나서야 한다는 뜻이지요. 마음 밖으로 나가면 여기저기 있는 게 행복입니다. 우선 느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뭘 하고 싶은지. 봄 햇살을 가슴으로 안아보세요. 만나고 싶어도 병실에 누워있는 환자들은 마냥 창밖만 바라보아야 합니다. 당신은 아니거든요. 지난겨울을 생각하며 지금 봄을 만나는 겁니다. 지금 바로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모든 건 마음의 문제이지요. 내 마음이 머무르고 있는 그곳. 바로 그곳에서 느낄 줄 알아야 행복한 겁니다. 당신이 있는.. 2023. 3. 8.
인어 동상 선착장에 요트가 정박해 있는 바닷가로 왔다. 건너편 부둣가에도 유람선이 보이고 크루즈 선 뒷모습도 보였다. 한 폭의 멋진 그림 같다. 코펜하겐의 여유 있는 오후의 모습이다. 호주 시드니에서 봤던 항구의 풍경이 스쳤다. 그때 시드니 가이드는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으면 골프를, 4만 달러 넘으면 요트를, 6만 달러가 넘으면 승마를 즐긴다고 했었다. 오른쪽으로 라일락 꽃나무가 일정 간격으로 향기를 날리며 뽐내고 서 있다. 해변 쪽에 있는 도로인데 왼쪽으로는 바다다. 조금 걸어가니 구경꾼이 많이 모여 있다. 그곳 사람들이 한 곳을 향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조금 더 다가가니 한 사람씩 차례로 인증 사진을 찍는다. 코펜하겐의 대표적인 상징물 인어공주 동상이다. 한적한 해변에 있는 인어 동상이 왜 유명한.. 2023. 3. 8.
풍차 마을 명작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를 끝낸 크리스가 우리 일행에게 경품을 걸고 퀴즈를 냈다. 경품으로는 스페인 전통 과자 ‘뚜론’과 ‘와인 한 병’이었다. 퀴즈는 그간 크리스가 투어 안내를 하면서 설명한 내용을 귀담아들었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답은 반드시 손을 들고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고 했다. 첫 번째 문제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3대 화가가 누구인지 이름을 맞히는 것이었다. 양양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부부가 주인공이 되었다. 정답은 엘 그레코, 프란시스코 고야, 디에고 벨라스케스였다. 두 번째 문제는 기원전 3000년경 지중해 동쪽의 시리아 중부 지방에 건설한 도시 국가로 항해술이 뛰어나 지중해 무역을 독점하였으며, 오늘날 영어 알파벳의 모체가 된 문자를 그리스에 전한 도시.. 2023. 3. 8.
성 바실리 성당 무명용사 묘 관람을 끝내고 다시 국립역사박물관 광장으로 나왔다. 건물 앞에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을 격퇴하고 모스크바를 방어한 러시아 영웅 주코프 장군 동상을 지나 오른쪽, 경사진 도로를 올라갔다. 왼쪽에 모스크바 국립역사박물관을 끼고 걷는다. 또 다른 광장이 보이면서 공사용 가림 막 뒤로 성 바실리 성당이 시야에 들어왔다. 와! 하고 감탄사가 터져 나와야 하는데 이런 된장. 하필이면 공사가림 막이 가려져 성당 모습이 안 보였다. 기대감이 슬며시 뒷걸음친다. 광장 왼쪽으로 굼백화점 건물이 베르사유 궁전처럼 웅장한 모습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오른쪽은 크렘린 붉은 성벽이 광장을 지키고 있다. 여기가 ‘붉은 광장’이다. 그런데 왜 ‘붉은 광장’일까? 공산주의 국가 상징이라서 그럴까. 아니란다. 아니면 붉.. 2023. 3. 7.
가을이 떠나던 밤 가을이 떠나던 밤 뜨겁던 사랑은 가버렸어요. 차가운 하늘마저 추억을 버리고 가버렸어요. 어차피 잊혀질 시간 당신은 나그네 가버렸어요. 뒤돌아 가던 오솔길 낙엽은 지고도 그리움 남아 남몰래 울어버린 밤 떨어진 눈물이 하얀 달 됐네. 2023. 3. 7.
아침을 달리며 꿈과 함께 이야기 하다 보면 시간은 그곳에 머문다. 시간이 빈공간에 서있는 동안 밤은 영혼이 잠시 쉬는 시간. 행복은 껍질을 벗어 던지고 자유는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그자유 굴종시키려는 인간 권력은 눈먼 악마로 깨어난다. 하늘가 어둠을 쓸어내며 여명이 일상의 얼굴로 태어난다. 또다시 시간속으로 들어온 빛 문열고 시계속으로 출근한다. 눈뜨면 자유를 내려놓고 삶은 언제나 떠밀려 달린다. 2023. 3. 7.
눈물 눈물 비 오는 날이면 슬픔이 내려요. 내리는 눈물이 마음에 젖으면 붉어진 눈망울 울지도 못하고 외로움 저미는 빠알간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꽃잎에 맺혀요. 2023. 3. 7.
이슬(2) 살면서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이 많습니다. 다행히 사진을 취미로 하며 조금은 달라졌지요. 그때부터 사소한 것도 눈여겨보게 되더군요. 혹시 사진의 주제가 될 만한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죠. 카메라를 들고 나서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런 증세가 심해집니다. 참 별일이죠. 나태주 시인의 들꽃이 생각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너도 그렇다. 새벽 출사길에 제 마음을 멈추게 한 게 이슬이었습니다. 유리 난간에 맺힌 이슬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죠. 들꽃 시의 표현대로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았습니다. 정말 너도 그럴까? 그렇게 머뭇거리다가 시인의 말대로 저는 마음을 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무심한 마음을 꺼내 멀리 던져 버렸죠. 일단 카메라를 들고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이슬이 녹.. 2023. 3. 6.
이슬(1) 난 이슬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원래 난 이 씨로 태어났는데 난데없이 내 성(姓)을 바꾼 거 있죠. 내 허락도 없이. 누구냐고요. 그게 술 만드는 회사거든요. 참나 어이가 없어서... 여러분은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술과 이슬, 솔직히 말해 안 어울리는 조합이죠. 그렇죠? 제 말이 맞죠? 사실 어쩌다 애주가들이 절 사랑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성(姓)이 바뀐 이후 저는 날이면 날마다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느라 고달픈 삶을 산답니다. 때로는 저를 통해 마음을 위로받는 것 같아서 뿌듯한 때도 있지요. 반대로 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정신 못 차리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답니다. 어쩌겠습니까? 그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걸~. 사실, 저는 태생적으로 바람과 햇빛을 싫어합니다. 왜냐고요.. 2023. 3. 6.
사랑 설명할 수 없고 풀 수도 없어요 아직은 어리죠 언젠가 알겠죠 만나고 싶어요. 그리움 반 조각 채우고 싶어요. 내 마음의 빈칸 노을 진 언덕에 바람이 보내준 설레는 뜨거움 퍼즐을 맞춰요 2023. 3. 4.
나이아가라 폭포 일출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틱한 스포츠 경기라도 재방송은 밥맛이다. 그런데 나이아가라 폭포는 다르다. 보고 또 봐도 꿀맛이다. 재방송이라도 좋다. 지겹다는 단어가 여기서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에‘중독’이란 낱말이 삐집고 들어온다. 어느새 나이아가라 폭포에 중독된 환자가 되어 버렸다. 이를 어쩌나? 약이 없다. 환자 스스가 깨어나야 한다. 중독되었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부작용이 없다. 건강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나이아가라에 흠뻑 빠져있는 황홀을 경험하고 있는데 아직도 2%가 부족하다. 부족한 것은 채우면 그만이다. 그것을 채우고자 크루즈 선착장으로 발걸음 옮겼다. 더 가까이 가고 싶다. 나이아 갈 품속으로. 새로운 유혹의 손짓에 속절없이 마음이 무너지고 있다. 마냥 어린아이처럼 즐겁다.. 2023. 3. 3.
스타리 모스트(StariMost) 다리에 얽힌 애절한 사랑을 떠올리면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생각난다. 하늘나라 옥황상제의 공주 직녀와 소몰이 총각 견우는 사랑에 빠져 결혼을 했지만 옥황상제의 눈에 거슬려 견우는 동쪽에, 직녀는 서쪽에 떨어져 살도록 하면서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1년에 한 번씩 만나도록 했다. 그러나 견우와 직녀가 이를 어기자 옥황상제는 은하수 다리를 끊어버려 그들은 서로 만날 수 없게 했다. 이런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까치와 까마귀는 해마다 음력 7월 7일이 되면 하늘로 올라가 은하수에 다리를 놓아주어 견우와 직녀는 1년에 한 번씩 해후(邂逅)를 하게 되어 애틋한 사랑을 나눈다.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만난다는 오작교(烏鵲橋)는 춘향전에서 이몽룡과 춘향이가 인연을 맺는 모티브로도 등장한다. 파리 센 강에 퐁네프다리.. 2023. 3. 3.
중꺾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 카타르 월드컵 이후 유행한 말이다. 맞다는 말이다. 공감이 간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서 승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는 한 문구이다. 가나전에서 우리는 3대 2로 졌다. 조규성이 터트린 두 골이 물거품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16강에 진출했다. 가나는 우릴 이겼지만 탈락했다. “중꺾마”는 지금 당장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말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결실로 돌아온다는 걸 강조하는 말로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승부의 세계에서 이기고 지는 일이 수없이 벌어진다. 항상 승리의 짜릿한 쾌감만을 느끼며 살 수 없다. 이기는 게 좋겠지만 무엇보다 최선을 다하며 포기하지 않는 스포츠 정신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사회적인 분위기가 다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겉으로는.. 2023. 3. 3.
성당 유럽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이런 착각이 든다. 내가 성당 순례를 하러 왔나. 좀 과장하면 투어의 절반은 성당 구경을 하러 온 느낌이 들 정도다. 먼저 파리의 센 강 옆에 노트르담 성당과 몽마르트르 언덕의 사크레퀴르 성당이, 런던에 가면 ‘서쪽에 있는 대사원’이란 의미의 웨스트민스터 사원도 성공회의 성당이 있다. 바르셀로나에는 유명한 사그리다 파밀리아가 있고, 로마의 바티칸에는 성 베드로 성당이 있다. 여기에 프라하의 성 비투스 성당이나 부다페스트의 마차시 성당도 빼놓을 수 없다. 유럽의 끝자락에 있는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 성당도 이름값을 하는 곳이다. 이들 성당의 공통점은 역사적, 종교적 의미만 아니라 건축예술 측면에서도 가치를 지닌다. 이런 이유로 여행 일정에서 이들 성당이 빠지지 않는 명소로 자리 잡.. 2023. 3. 2.
Sun 처음엔 관심이 없었다. 널 볼 때면 언제나 변함없는 그 모습이 나에게는 매력이 없어 보였던 모양이다. 사실 너에 대한 신비와 경이로움은 익히 배워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시험 점수용 지식에 불과했다. 이후 너의 존재가 내 삶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게 없어서 그런지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지루한 장마철이 길게 이어지는 날이면 네가 그립기도 하고 보고 싶어지는 때도 있긴 했다. 상황이 바뀌게 된 시점은 카메라를 들면서부터다. 사진이 빛의 미학이라는 강사의 말을 이해하면서 너의 존재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게 반전의 출발점이다. 백수생활을 시작하며 나간 평생학습원, 디지털카메라 입문 과정 첫 시간 때 강사가 한 말이 가슴에 꽂혔고, 그 후 장롱 속에 잠자던 널 꺼내면서 카메라와 자주 데이트를.. 2023.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