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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2) 흔히 ‘인생은 여행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목적지를 물으면 선 듯 답하지 못할 겁니다. 왜 그럴까요? 딱히 목적지가 어디인지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어쩌면 목적지 없는 여행일 수도 있고요. 엄밀이 말하면 여행이란 말이 안맞을 수도 있죠. 여행이라고 하면 어딘가를 갔다가 내가 사는 곳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그렇지만 ‘인생은 여행이다’라는 표현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나름의 일리가 주장이 있고, 공감하는 논리가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여행처럼 분명한 삶의 목표를 정해 놓고 살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방황하지 말고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매사 허투루 살지 말라는 의미로 여행에 비유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인생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막연하게 물으면 .. 2023. 5. 23.
벨리댄스 아리따운 여인이 배꼽을 드러낸 채 묘한 율동으로 춤을 춥니다. 그녀가 객석의 시선을 모두 빨아들입니다. 날씬한 허리선은 지극히 관능적인 몸놀림으로 흔들고, 그녀가 골반을 비틀 때마다 부드럽게 흐느적거리는 몸이 S-라인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파란 눈빛은 강렬하다 못해 유혹의 눈빛을 발산합니다. 그 눈빛과 몸동작을 보노라면 어딘지 모르게 유혹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카파도키아에서 본 벨리댄스가 그랬습니다. 공연이 무르익을수록 열기는 뜨거워졌고, 무희의 장미꽃 같은 미소와 선명한 보조개는 객석의 남자들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백조처럼 긴 목선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풍만한 가슴이 때론 선정적인 느낌이 듭니다. 그녀가 가슴을 현란하게 흔들 때마다 객석 어디선가 환호성이 들렸습니다. 그.. 2023. 5. 22.
꽃은 유혹의 상징이 아닙니다. 양귀비꽃입니다. 물론 아편의 원료가 되는 그 양귀비꽃은 아닙니다. 불법이니 재배할 수도 없습니다. 아편전쟁이 생각납니다. 역사상 가장 부도덕한 전쟁이라고도 합니다. 영국이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아편을 만들어 청나라에 밀매(密賣)하면서 시작된 전쟁이거든요. 당시 200만 명이 넘는 중국인이 중독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심각했겠습니까. 요즘 심심치 않게 마약과 관련된 뉴스를 듣습니다. 인기 연예인과 관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굳이 실명을 거론하고 싶지 않습니다. 심지어 청소년을 대상으로 대치동 학원가에까지 번지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마약 청정국이라던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겠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스트레스를.. 2023. 5. 20.
데카포 호수 2023. 5. 19.
황혼 블루스(1) 일몰은 신비한 아름다운 빛의 극치입니다. 하루의 삶을 부둥켜안고 기우는 낙조(落照)는 황홀한 감동을 남깁니다. 하루를 마감하면서 오늘도 일몰이 남긴 노을빛이 가슴에 긴 여운을 새겨 봅니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를 잔잔하게 느끼게 해 주는 시간입니다. 살아 숨 쉬고 있는 인생에 고맙다고 말해 봅니다. 노을빛이 물러가면서 어둠은 일상이 남긴 모든 빛을 삼켜버립니다. 일몰의 잔해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정적이 물듭니다. 이어 하나, 둘 작은 별들이 깨어나 일어납니다. 빚의 죽음은 별로 환생하는 시간이 됩니다. 땅에서 자취를 감춘 빛이 온 밤하늘에 별이 되어 세상을 내려다봅니다. 우리는 그 별들을 흠모하며 꿈의 나라로 여행을 떠납니다. 바쁘게 살다 보면 해지는 풍경을 그냥 지나칠 때가 많.. 2023. 5. 19.
레이크 루이스 한바탕 비가 휘몰아치고 갔는지 산 능선 허리춤에 짙은 구름이 감싸고 있다. 아예 빅토리아산 정상은 보이지 않는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그러나 그런 느낌을 느낄 수 없다. 호수에 에메랄드 물감을 한껏 풀어놓은 듯 호수 장엄한 자연이 만들어 낸 신비함만 가득하다. 실감이 나는 것은 자연의 위대함 앞에 정말 인간이 보잘것없는 존재로구나 하는 정도뿐이다. 레이크 루이스와 더불어 유명한 곳이 바로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이다. 7성급 특급호텔로 총 599실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호수에서 호텔을 바라보면 마치 중세의 오래된 성처럼 보인다. 정말 캐나다 로키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레이크 루이스 옆에 자리하고 있는 Fairmont Chateau Lake Louise 호텔은 호수와 같이 말 .. 2023. 5. 18.
초록빛 행복 풀 향기 짙어가는 5월입니다. 꽃들이 행복을 만끽하는 계절입니다. 이때만은 꽃들이 여왕입니다. 하지만, 꽃의 행복은 잠시입니다. 꽃을 찾는 사람도 사람의 행복도 그리 길지 않습니다. 행복이란 잠시 왔다가 가는 봄바람인지 모릅니다. 행복은 누구나 원합니다. 그 말은 곧 누구나 행복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색으로 느끼는 봄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화려한 꽃이 행복을 준다면 봄이 만든 초록은 우리에게 힐~링을 선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초록이 주는 느낌에서 심리적 안정을 얻게 되는 것을 느낍니다. 마치 고향의 품처럼 초록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는 걸. 그것은 초록색에 차분함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람이 보입니다. 일렁이는 봄바람이 보입니다. 바람이 초록 물결을 이루며 .. 2023. 5. 17.
스토커(?) 늦은 밤, 누가 봐도 얼짱인 한 아가씨가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녀가 정신병원 앞을 지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벌거벗은 남자 한 명이 병원에서 뛰어나왔습니다. 얼떨결에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깜짝 놀란 나머지 불안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뒤를 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그녀는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 남자도 덩달아 뛰기 시작했습니다. 할 수 없이 따돌리기 위해 다른 길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길이 막다른 골목이었습니다. 아! 이럴 수가…. 어둠 속에서 정체불명의 그놈이 다가옵니다. 그녀는 무서웠습니다. 그놈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녀 앞에 왔습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체념하고 무릎.. 2023. 5. 16.
Virgin Road의 아침 '하루’라는 첫 문장을 쓰기 위해 아침을 만나러 왔습니다. 아침해는 하얀 솜이불속에 자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 숨소리만 산 능선 너머에서 들려옵니다. 강변 습지를 덮고 있는 수풀도 어둠을 덮고 누워 자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벽빛이 점점 옅어져 동이 틀 듯합니다. 5월의 봄 아침이 어제 처럼 또 그렇게 오고 있습니다. 강변에 안개가 깔려 있습니다. 안개는 농도에 따라 분위기가 있을 때가 있고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뭔가 세상에 보여주기 싫은 것이 있으면 한 치 앞도 안 보일 절도로 세상을 덮어 버립니다. 하지만 5월의 봄 아침을 보다 운치 있게 꾸미고 싶을 때는 하얀 신부의 면사포처럼 아름답게 연출하기도 합니다.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합니다. 행복한 신혼의 꿈을 앞두고 있는 여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설.. 2023. 5. 15.
고요함과 적막함 고요함을 만나러 왔습니다. 잔잔한 안개가 자고 있습니다. 그 옆에 바람도 함께 자고 있습니다. 숨소리마저 어디에 있는지 들리지 않습니다. 적막함은 아무런 소리가 없는 시간입니다. 다만 소리 없이 어둠 속에 침묵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침묵의 실체는 여명입니다. 고요함을 만나는 순간 저만치 적막함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적막함은 곧 쓸쓸함입니다. 쓸쓸함은 마음을 차갑게 합니다. 마치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마음을 젖게 합니다. 마음을 슬그머니 덮어버린 적막함이 순식간에 외롭게 만드는 새벽시간입니다. 어쩔 수 없이 외로움과 벗이 되어 이야기를 나눕니다.사실 저는 고요함과 적막함의 차이를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들 둘은 일란성쌍둥이로 태어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고요함이 적막함 같고,.. 2023. 5. 14.
꽃과 별 별을 만났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일출 사진을 찍으러 나섰다가 허탕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처음엔 무심코 지나칠 뻔했습니다. 캄캄한 밤도 아닌데 별이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혹시 헛것을 본 게 아닐까 하고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자세히 보니 분명 녀석은 별이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별은 밤하늘에 피는 꽃이고, 꽃은 사람 곁에 피는 별일거야.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감성이 부족한 사람에겐 좀 생뚱맞을 수 있겠지요. 집으로 갈까 하다가 꽃을 만나 보고 가기로 했습니다. 앙증스러운 작은 꽃들이 몽글몽글 무성하게 피어 있더군요. 사실 아름답다고 해야 하는데…. 너무 솔직한 탓인가요.아무리 보아도 별을 닮았습니다. 별이 꽃이 된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문득 엉뚱한 생각이 .. 2023. 5. 13.
산에 가는 이유 높은 산에 오르면 굽이굽이 산 능선이 겹쳐 보이는 파노라마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들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이런 맛 때문에 등산을 즐기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를 때 ‘헉헉’ 가쁜 숨을 내쉬기도 하고, 중간중간 숨을 돌리느라 쉬면서 힘들게 올라왔던 과정을 순식간에 잊게 됩니다. 어차피 올라가면 내려와야 할 산을 왜 가는 걸 까요.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정상에 오르는 게 목적일 겁니다. 하지만 심마니는 정상이 목적이 아니라 산삼을 찾으려 산을 찾을 겁니다. 도를 닦거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스님도 산 정상이 목적은 아닐 겁니다. 몸이 허약해 요양하러 산을 찾은 사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처럼 산을 찾는 이유는 다릅니다. 그러나 산은 모든 사람을 품에 .. 2023. 5. 12.
터널의 끝에서 만나는 빛 뉴질랜드 호머 터널 (Homer Tunnel))은 달랐습니다. 우선 조명시설이 없어 너무 어둡고, 내부는 자연 화강암 상태였고, 출구가 입구보다 55m나 낮아 터널이 내려가는 방향으로 5.7도 경사져 있습니다. 게다가 편도 1차선이다 보니 한쪽에서 진입하면 반대쪽에서는 기다려야 했죠. 이 터널은 1935년 시작해 1954년에 준공되었으며, 길이 1,219m로 해발 925m 높이에 있고, 오로지 다이너마이트와 망치, 정으로 만들었다고 가이드가 설명했습니다. 막상 차가 터널로 들어가니 원시 동굴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어두운 터널은 처음이라 실제 무섭기도 했습니다. 너무 어두워서 한밤중처럼 느껴졌고,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숨죽이며 답답함을 참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터널을 빠져나오자 마자 세상이 확 .. 2023. 5. 11.
길 위의 행복 길은 애당초 아무도 가지 않았던 땅입니다. 처음부터 만들어진 길은 없습니다. 누군가 그곳을 지나갔을 것이고 또 누군가가 그 뒤를 이어서 갔을 겁니다. 거기엔 아주 희미한 흔적이 남아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점점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을 겁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선이었던 흔적은 점차 직선으로 변했겠지요. 그게 길이 아닐까요. 우리는 어제처럼 오늘도 그 길을 걸어서 혹은 차를 타고 다닙니다.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의 길을 우리는 다닙니다. 그 길이 우리가 말하는 출퇴근길입니다. 때론 출장길도 다니고 일상을 벗어나 다른 길을 걸을 수도 있을 겁니다. 주말이면 등산길에 나설 수도 있고, 여유로운 시간에 산책길을 걸을 수도 있습니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길이 달라졌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주인공이었던 길이 도로가 되.. 2023. 5. 10.
아침을 열며 바닷가에 가면 바다를 만납니다. 하지만 새벽 바다를 만나러 가면 바닷가 들려주는 숨소리를 먼저 만납니다. 캄캄한 어둠을 덮고 자는 바다는 그 어떤 모습도 보여 주지 않습니다. 대신 파도 소리만 속삭이듯 들려옵니다. 저 멀리서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파도 소리는 바닷가 모래밭에 그 숨결을 남겨 놓고 떠납니다. 새벽 바다를 만나는 시간, 그 어떤 것도 그 무엇도 하루를 깨우는 햇빛을 막을 수 없습니다. 찬란한 아침을 만나러 왔습니다. 그런데 바다를 덮고 있는 어둠이 물러난 자리에 회색 구름이 버티고 있습니다. 녀석들이 심술부리듯 아침 해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모처럼 찾은 바닷가에서 아침을 맞이하는데 은근히 부아가 납니다. 바다는 눈을 뜨고 일어나 일터로 나선 고깃배를 품에 안습니다. 나도 아침 해를 가슴에 안고.. 2023. 5. 8.
플리트비체 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3박 4일은 잡아야 한다. 여행 시즌에는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서 인증 사진을 찍는 것도 민폐가 될 정도라고 한다. 연간 100만 명 정도의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우리는 그중에서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코스를 둘러볼 예정이다. 소요 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라고 인솔자가 말했다. 공원 관리사무소 출입구 안으로 들어갔다. 공원 관리직원이 한 사람씩 검표를 했고 우리는 인솔자 뒤를 따랐다. 봄바람 같은 겨울바람이 부드럽게 얼굴을 스쳤다. 수신기를 오른쪽 귀에만 꽂고 왼쪽 것은 빼 버렸다. 답답해서였다. 앞쪽 먼발치 계곡 아래쪽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와!”하는 탄성이 합창 소리처럼 앞쪽에서 들려왔다. 동시에 인솔자 음성이 수신기를 타고 .. 2023. 5. 7.
보리밭(1) 초록이 짙어 가는 5월입니다. 봄의 숲은 형형색색의 연초록에서 시작하여 점점 짙게 물들어 갑니다. 그러다 5월이면 계절의 여왕으로 등극하기에 이르지요. 들녘의 봄도 다르지 않습니다. 나뭇가지에 연둣빛 새순이 나오고 밭에는 보리가 자라납니다. 봄 풍경의 주인공은 두말할 것도 없이 초록입니다. 5월은 봄의 아름다움을 실감할 수 있는 절정의 시기입니다. 색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모든 색을 통틀어 가장 온화한 색으로 초록을 꼽습니다. 그들은 초록이 고요함과 평화로움의 색이자 안전함·성장·생명을 상징한다고 주장합니다. 다양한 색의 꽃들이 활짝 핀 풍경 속에 초록이 없다면 꽃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 겁니다. 홀연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 봄입니다. 이맘때면 들녘에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보리밭 .. 2023. 5. 6.
어린이 날 비 오는 어린이날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비가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날씨로 인해 어린이날을 위한 여러 행사가 많이 취소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을 많이 기대했을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안쓰럽기만 합니다. 그간 코로나 때문에 어린이날다운 어린이날을 즐기지 못한 것 같아 더욱 그런 생각이 드네요. 어렸을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왜냐고요. 요즘 애들 말로 ‘킹 받는’ 어른들의 잔소리 때문이죠. 아마도 제일 많이 듣던 소리가 공부는 안 하고 놀기만 한다는 소리였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자나 깨나 공부하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다니셨죠. 그때 어른이 되면 그런 소리를 듣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겁니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어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싶어 된 것도 아닙니.. 2023. 5. 5.
비상 행복은 보이지 않는 꿈입니다. 우리는 형체도 없는 꿈을 찾아 날마다 나섭니다. 지난밤 만났던 꿈은 허상이거나 환상이 아니었으면 하는데, 어쩌면 우리는 환상속에나 있을 법한 꿈을 꾸는지도 모릅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꿈을 좇는 영혼의 흙수저, 그들은 현실에서 오늘도 희망을 품고 비상(飛上)을 꿈꾸며 아침을 맞이할 겁니다. 고요한 아침 호수에 왔습니다. 어둠에 갇힌 새벽이 착륙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마지막 비행을 알리는 여명이 산능선 하늘끝에서 눈 비비며 일어나려 하네요. 스며드는 빛이 호수 위로 내려앉으며 아침이 일어납니다. 막 잠에서 깬 물오리 한 마리가 힘차게 수면을 박차고 달리며 비상합니다. 녀석도 어디론가 꿈을 찾아 비행을 하겠지요. 행복한 삶을 위해서... 2023. 5. 4.
그림 같은 사진 봄빛 가득한 5월이 오면 파스텔화 같은 아름다운 들녘을 만납니다. 지난겨울의 눈보라 빛 추억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잊은 지 한참 되었습니다. 길고 지루했었던 기억만이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지요. 그러다 어느 순간 눈부신 봄의 숨결이 땅속에서 움트기 시작했고, 세월의 묻어버린 봄이 되살아나 반갑게 찾아왔습니다. 초록의 삶처럼 우리의 삶도 동토의 계절 속에서 희망이 싹트는 것을 우리는 세월 속에서 무수히 봐왔습니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한 알의 씨앗은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예상치 못한 사랑을 만나 눈뜨기 시작합니다. 그 생명의 빛이 사월을 지나며 어느덧 연초록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봄이 드디어 계절에 여왕으로 등극한 것이지요. 연인이 자전거를 타고 그 언덕을 씽씽 달립니다. 봄이 만든 무대 위.. 2023. 5. 3.
비에이 ‘비에이’란 단어는 생소한 단어다. 처음 들었을 때는 단어의 의미를 몰라 어리둥절했었다. 이야기 내용을 한참 듣고 보니 사진 애호가들에게 널리 알려진 일본 북해도에 있는 출사 명소인 지명(地名)이었다. 그 당시 아무런 관심 없이 지나쳤다. 어느 날 친구 모임에서 사진작가이자 친구인 P로부터 그가 속해 있는 동호회 회원들과 겨울방학을 이용해 북해도 ‘비에이’로 출사를 다녀온 후 만든 작품사진집을 한 권을 받았다. 사진집을 펼치며 나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하얀 설원 속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을 담은 작품 사진이 정말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비에이’의 본래 이름은 ‘피예(Piye)’로 아이누 말이다. ‘기름지고 탁한 강’이란 뜻이다. ‘비에이’는 한자로 ‘미영(美瑛)‘으로 표기한다. ‘아름다운 옥빛’이란 뜻.. 2023.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