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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슈타트의 달 할슈타트로 가는 동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알프스의 산자락이 어둠 속으로 잠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할슈타트는 찰츠카머구트의 진주라고 할 정도로 절경을 자랑하는 마을이다. 그런데 해는 이미 침몰해 버렸다. 빛이 사라진 시간에 도착하면 사진에 대한 기대치는 물거품이 된다. 인솔자는 오후 4시면 해가 진다고 했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이 벌써 저녁 무렵 같다. 투어버스는 S자 커브 길이 많은 산길을 빠르게 갈 수도 없다. 제시간에 도착해도 오후 4시 30분이나 되어야 할슈타트에 도착한다.여행 전 인터넷으로 본 할슈타트의 모습은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기에 매력이 넘쳐 보였다. 할슈타트 호수 변에 아기자기한 집들이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마을처럼 아름다웠다. 상상했던 로망이 현실이 된다는 사실 만으로도 여.. 2024. 5. 24.
벗어야 아름답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꺼내려면 시각적으로 사물의 느낌이 인지되어 뇌에 전달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어둠 속에선 이 말이 의미 없습니다. 단지 사전적 의미일 뿐이고, 무의미한 표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표현이 의미를 지니려면 일단 어둠을 벗어야 합니다. 그걸 벗지 않고서는 알 수 없습니다. 어둠이란 옷을 입고 있는 이상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어둠은 시각이란 감각을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아름답다’라는 말은 시각적인 관점을 전제로 합니다. 눈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영역에서만 선택하는 수사적(修辭的) 표현입니다. 대상은 다양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게 꽃이라 생각합니다. ‘꽃’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수식어가 ‘아름답다’라는 형용사입니다. 따라서 ‘꽃이 아름답다’라고 할 때, 제일 먼저 어.. 2024. 5. 23.
목화의 성(城)이라 불리는 ‘파묵칼레’ 넓은 광야를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쉬린제’ 마을에서 ‘파묵칼레’까지 남서쪽으로 2시간 30분을 달려야 한다. 점심 식사 후라서 그런지 눈꺼풀이 무겁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끈질기게 눈꺼풀을 끌어내린다. 말 그대로 비몽사몽 상태다. 그런 와중에도 차창 밖 풍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광활하게 펼쳐진 이국의 풍경이 신비롭다. 적막감 가득한 초원의 풍경도 아니다. 숲이라고 생각되는 풍경은 전혀 안 보인다. 그렇다고 끝없는 지평선도 아니다. 지평선과 구릉지가 적당하게 섞인 풍경이 줄곧 이어졌다. 그 순간 저 멀리 하얗게 보이는 언덕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가 ‘목화성’이라 불리는 ‘파묵칼레’인가, 짐작했다. 조금 더 가까워지니 시야에 들어왔다.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보았던 신비감이 보이지 .. 2024. 5. 22.
연등 하나쯤… 산사의 밤은 정적 속에 어둠이 스며듭니다. 하늘빛은 어둠과 섞여 에메랄드빛으로 변했습니다. 그것도 잠시 빛이 사라진 공간에 반짝이는 별빛이 도심의 하늘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연출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별빛입니다. 밤의 서정과 낭만을 상징하는 별빛, 감성 세포를 자극합니다. 갑자기 시인이 된 것처럼 별빛에 빠져들고 싶은 밤입니다. 누구라도 쏟아지는 별빛을 보면 그럴 거란 생각을 해 봅니다. 밤에 속리산 법주사를 찾은 이유는 하나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 연등 사진을 찍고 싶어서입니다. 일부러 밤에 왔습니다. 어둠 속에서 찍어야 연등이 돋보일 것이고 아름다운 사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낮과 달리 밤이 되면 다양한 색상의 연등이 마치 유치원 재롱잔치 때 아이들이 입는 예쁜 색동저고리처럼 아름답습합.. 2024. 5. 21.
데이트 기억하기 싫은 흑역사가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바람맞았던 일입니다. 나보다 못한 것 같은 친구들도 여친을 사귀고 데이트하는 데, 솔직히 부러웠습니다. 뭐가 문제일까. 결론은 연애 세포가 발달하지 못해 그런거다 생각했습니다. 여자를 만나면 별로 할 말이 없고, 그러다 보면 어색한 분위기 속에 어렵게 애프터 신청을 해도 결과가 뻔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이 문제라면 대학 시절 어떻게 과 대표나 학회장을 했는지, 설명이 안 됩니다. 단과대학 부회장까지 했으니까요. 그래서 내린 결론이 연애 DNA가 부족해서 그런가보다, 스스로 진단을 내린 겁니다. 상대적으로 키카 작은 것도 아니고, 외모도 나으면 낫지 떨어지지 않을 뿐더러 여자들한테 인기가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다방이.. 2024. 5. 20.
달링하버(Darling Harbour) “달링(Darling)~, 달링(Darling)~.” 무언가 로맨틱한 향기가 묻어난다. 초콜릿처럼 달콤한 향기와 연인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묻어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어로 ‘Darling’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항구라는 뜻의 ‘Harbour’라는 단어가 붙어 있으니 뉘앙스가 더 짙어진다. 시드니에 사는 사람들의 탁월한 언어감각에 감탄사를 연발할 뿐이다.   달링하버(Darling Harbour)라는 낱말을 아무리 입에 오르내려도 지겹지가 않다. 마음속으로 호주인의 언어적 표현능력에 찬사를 보냈다. 정말 아름다운 말이다. 그건데 그게 아니란다. 흔한 말이지만 “착각은 자유”라는 말이 있다. 달링하버라는 지명은 시드니 지사였던 랠프 달링(Ralph Darling).. 2024. 5. 18.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몬트제(Mondsee) 마을 오후 13:20분, 를 출발했다. 의 몬트제(Mondsee) 마을까지 30분 정도를 달렸다. 버스에서 내리자, 알프스의 산자락에 별장 같은 집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인솔자를 따라 호수 쪽으로 걸었다. 도로 양옆으로 차량 통행을 위해 치운 눈이 쌓여 있었고 일부가 햇살에 녹아 물이 도로 바닥으로 흐르고 있다. 아마도 며칠 전까지 눈이 많이 내렸던 모양이다. 아스팔트가 아닌 쪽으로 걸으면 길이 질퍽했다. 호숫가 선착장에 13:55분쯤 도착했다. 그러나 앞서 기다리는 여행객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4:30분 출발하는 유람선을 승선할 수밖에 없다. 그때까지 호수 주변을 구경하거나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예정에 없는 자유시간이 생긴 셈이다. 인솔자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도 좋으니 유람선 시간에.. 2024. 5. 17.
팬덤(fandom) 시대에 산다 서울에 왔습니다.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낯설지 않은 거리인데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많이 변했기 때문일 겁니다. 5월11일 토요일 오전, 지하철은 생각만큼 혼잡하지 않았습니다. 1호선 종로 3가에서 환승한 후 종로 5가에서 내렸습니다. 요즘 뜨겁다는 광장시장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주 오래전 딱 한 번 와봤던 곳입니다. 족히 30년은 된 듯합니다. 전통시장은 언제나 활기넘칩니다. 여기도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TV 화면에서 많이 봤던 먹자골목에 들어서자, 먼저 특유의 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합니다. 순간 입안에 군침이 돌았습니다. 달라진 풍경이 있다면 외국인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오전 11시가 좀 지났는데도 이 정도라면 오후가 되면 안 봐도 어떨지 짐작이 갑니다.먼저 찹쌀 꽈배기가 눈에 띄어 하나 샀.. 2024. 5. 16.
킬-링 보다 힐-링 역이나 터미널에서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을 보는 것, 직장동료들과 점심 식사 후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것, 친구들과 소주 한 잔 마신 후 노래방에 가는 것, 한가한 오후 시간에 잠시 멍하니 창밖을 보는 것, 주말에 특별한 약속이 없어 TV를 보는 것, 퇴근 후 자기 전까지 PC 앞에 앉아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SNS를 하는 것.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는 것, 일상에서 흔히 있거나 있는 일들입니다.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시간을 죽이는 것일 수도 있고(Killing time), 힐-링의 시간일 수도 있을 겁니다.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의미는 Killing일 것이고, 정신적으로 또는 감정적으로 안정을 취하거나 치유와 회복의 개념으로 보낼 땐 Healing일 겁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판단하는 상황은 다를 수도.. 2024. 5. 15.
초록의 꿈 (1)봄이 만든 작은 화단이 있습니다. 어느 날 봄비와 함께 초록빛 요정이 내려왔습니다. 녀석은 숲에서 날아와 땅속에 스며들었습니다. 바람 불어 좋은 날, 요정은 빛나는 태양의 사랑을 받아 눈을 떴습니다. 초록의 계절인데, 넌 왜 아직도 늦잠을 자고 있느냐며 봄이 내게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이젠 꿈을 펼칠 때야.” (2) 이른 아침, 작은 꼬마 아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엄마, 여기 새싹이 나와.”“꿈을 펼치는 계절이라 초록이 움트는 거란다.” “어떻게 꿈을 펼쳐?”“푸른 날개를 만들어 하늘로 오르는 거지.”(3)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들렸습니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아빠는.. 2024. 5. 14.
하늘이 무심 할까 하늘 볼 때가 있습니다. 울적할 때도 보고, 마음이 허전할 때도 봅니다. 어디가 아파서가 아닙니다. 사는 게 뭔데 이렇게 아등바등하며 살아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 때 순간적으로 우울해지고, 마음 한구석에 쓸쓸한 바람이 휑하니 불어닥칩니다. 혼자 있을 때, 어느 날 지독할 정도로 좋은 하늘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예전에 한참 마음잡기가 힘들고 어려울 때 답답한 나머지 그냥 하늘만 본 적이 많았습니다. 멍하니 보기만했습니다. 그때 멀리 있던 하늘이 다가왔습니다. 주춤했지만, 그게 싫지 않습니다. 차갑게만 보이던 하늘이 따뜻한 시선으로 날 봅니다. ‘힘들지’ 하며 내마음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무심결에 튀어나오는 말이 ‘참, 하늘도 무심하지.’였습니다.그랬던.. 2024. 5. 13.
안개 속에서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안과 밖이 모호한 상황입니다. 어디가 안이고 어디가 밖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한 이유는 안개 때문입니다. 안개가 자욱한 강변 습지, 멀리서 보면 분명 어디서부터 안개인지 보였는데, 막상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안과 밖이 경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실루엣 형체만이 그림자처럼 보입니다. 수풀 속 주인공들, 키가 큰 녀석들은 대부분 갈대와 억새들입니다. 녀석들이 아침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도심지 번화가에서 흐느적거리는 풍선 인형을 닮았습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아무것도 모르게 바람에 리듬을 타고 즐깁니다. 바람도 좋고, 빛도 좋은 아침입니다.안개가 만든 고즈넉한 풍경입니다. 내가 불청객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안개가 만든 세상엔 아무런 일도 .. 2024. 5. 10.
보리밭 힐-링 바람이 붑니다. 평상시에는 그냥 바람이 부는가 보다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바람이 아닙니다. 지나치기엔 아쉬움이 남을 것 같은 바람입니다. 신록의 오월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연초록으로 물든 보리밭에 부는 바람이라 정감 어린 느낌이 힐-링으로 다가오는 기분이 듭니다. ‘쏴~악 스르르, 쏴~악 스르르’ 한줄기 초록 바람이 연주하고 지나갑니다. 잔잔하던 보리밭이 잠시 일렁였습니다. 연한 초록빛이 윤슬처럼 반짝이더니 잔물결처럼 보이기도 하고, 신록의 파도 소리처럼 보리밭에 은은하게 자연의 소리를 만들며 힐-링으로 귓전에 메아리 치기도 합니다. 바람이 이처럼 아름답게 들렸던 기억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청보리 축제가 한창인 고창 학원농장 보리밭 풍경입니다. 보리밭 풍.. 2024. 5. 9.
고독을 만나는 시간 고요 속에 고독이 있습니다. 시간의 침묵은 늘 고요했고 고독했습니다. 신이 밤이란 공간을 시간으로 정의했을 때 밤은 고요와 침묵의 시간이었습니다. 인간은 고독을 잊으려 밤새 침대로 들어가 보냅니다. 고독이 주는 외로움의 시간이 싫었던 겁니다. 시간이 잠든 밤, 세상은 잠시 고요 속에 잠듭니다. 적어도 밤이 퇴근할 때까지. 고요함이 짙게 물든 새벽, 고독이 눈뜹니다. 시간이 침묵의 빛을 깨우고 일어납니다. 밤에서 빠져나온 빛, 여명의 옷을 갈아입고 나설 채비를 서두릅니다. 시간은 빛과 어둠을 섞어 고요한 세상을 깨웁니다. 하지만, 그 어떤 소란도 없습니다. 빛은 정적으로 묻혔던 시간의 침묵을 거두어 내고 있을 뿐입니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 아침까지 고요 속에 보낸 외로움은 고독과 함께 일어납니다. 사실 .. 2024. 5. 8.
공주병? 아닐 거야.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를 한 글자로 줄이면? .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를 두 글자로 줄이면? . 세 글자로 줄이면? . 네 글자로 줄이면? . 그럼, 다섯 글자로 줄이면? . 퍼온 글입니다. 스스로 그렇게 대답한다면 거의 고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공주병 증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애를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지나친 자기중심적 태도가 문제일 겁니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도 생각해야 하니까요. 자칫 타인의 관점을 간과할 수 있습니다. 연애하기 힘들거나, 해도 오래가지 않는 여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반면, 스스로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 여기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일종의 열등감일 수 있으니까요. 건.. 2024. 5. 7.
달콤한 유혹, 악마의 유혹 애주가라면 술자리에서 피하기 힘든 말이 있었습니다. ‘딱 한 잔만 더’라는 말입니다. 취기가 올라 기분이 막 좋아지는 상태인데 그대로 일어나면 아쉬움이 남기 때문입니다. 그럴 찰나에 ‘더’라는 말은 거부하기 힘든 달콤한 유혹입니다. 나도 이런 경험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우리 음주문화의 한 단면인 것은 사실입니다. 유혹은 달콤합니다. 달콤한 유혹의 실체는 욕망입니다. 욕망을 자극하는 주체는 다양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본능이고, 대표적인 게 사랑입니다. 초콜릿이 달콤한 유혹의 상징이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를 가장 잘 이용한 인물이 전설적인 바람둥이 카사노바입니다. 그는 사랑의 속삭임을 담아 많은 여성을 유혹했다고 합니다. 초콜릿은 대항해시대에 유럽으로 전해져 카사노바가 여성들에.. 2024. 5. 6.
원종 튤립 : 산자고(山慈姑) 서산 문수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꽃 이름이 뭔지 몰라 앱(모야모)을 클릭했습니다. 원종 튤립이랍니다. 야생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산자고’라고도 부르는 모양입니다. 검색해 보니 귀하게 대접받아야 할 토종 자생식물이라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봄에 숲이나 언덕 등 시원하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서 자생하는데, 꽃대가 가늘어 오후가 되면 꽃 무게를 잘 이기지 못하고 조금씩 구부러져 애처롭게 보이는 꽃이랍니다. 의외였습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튤립이 있다니. 튤립 하면 네덜란드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원산지가 중앙아시아 튀르키예라고 합니다. 네덜란드 국화라는 건 알았지만, 튀르키예 국화라는 사실은 검색을 통해 알았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흔히 알고 있는 튤립은 개량종으로 캐서 다시 심지 않으면 다음 해에 꽃이 .. 2024. 5. 3.
한(恨)의 흔적일까? 남원 서도역 목조건물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 장소라고 해서 왔습니다. 70년대 시골 간이역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집니다. 열차가 다니지 않는 폐역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스산한 느낌마저 듭니다. 봄이지만 봄다운 분위기가 아직 스며들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조그만 목조건물이라 더 정감이 갔습니다. 시골 고향마을 초등학교 건물도 목조건물이었습니다. 건물 외벽에 검게 그을린 듯한 나무로 마감되어 있었습니다. 시선이 결 모양에 멈추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어 보였습니다. 그냥 스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중 하나가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데 뚫어지게 보았습니다. 보면 볼수록 기이한 형상입니다. 사진을 배우면서 생긴 일종의 버릇인지도 .. 2024. 5. 2.
먹구름 …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 먹구름이란 말이 아름답게 쓰인 것은 ‘국화 옆에서’ 시(詩)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몇 번을 더 생각해 봐도 변함이 없을 .. 2024. 5. 1.
민들레 홀씨 어느 봄날, 눈 떠보니 내 모습이 구름으로 변했습니다. 구름이 될 운명은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서글퍼집니다. 태어날 땐 꽃이었으니까요. 생을 마감할 때도 당연히 꽃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홀연 바람과 함께 떠난 봄나들이, 저 구름과 함께 가면 여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겁니다. 착각이었습니다. 놀던 아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해맑은 미소를 띤 꼬마, 나를 두 손에 꼭 쥐고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호기심 어린 눈빛, 내가 사랑스러운지 입 맞추려 다가옵니다. 두 입술을 모으고 눈을 감았습니다. 부끄러워 눈까지 감았습니다. 순간 '후~욱' 소리와 함께 뜨거운 바람이 내 얼굴에 불어닥쳤습니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눈을 떠 보니 날아갑니다. 내 모습이 파란 하늘에 구름처럼 보였.. 2024. 4. 30.
별을 찾아 떠나는 여행 밤하늘엔 하늘이 없습니다. 파란 하늘은 해가 있을 때만 있기 때문입니다. 빛이 사라진 하늘은 얼굴 없는 하늘이 됩니다. 하늘이란 이름의 정체성은 파란색이거나 푸른빛을 있을 때 가능합니다. 하늘빛이 지워진 밤이 되면 하늘은 우주로 바뀝니다. 하늘은 해를 품을 때 하늘이고, 별들 품을 땐 우주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밤은 별들의 세상입니다. 별을 품은 우주는 낮엔 볼 수 없습니다. 눈으로 만나지 못하고 과학으로만 만날 수 있습니다. 만나더라도 인간이 아우를 수 없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언제나 꿈의 영역이고, 신화와 전설이 깃든 신의 영역이었습니다. 아직도 과학으로 다가가기에 너무 먼 공간입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린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그럼에도 우린 상상으로 달을 만나고 별을 만납니다. 어릴 땐 동요를 부.. 2024.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