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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혹적인 꽃 : 화엄사 홍매화 벼르고 벼르다 잡았다. 그래서 다른 날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는다. 어쨌든 잠을 자야 새벽 운전을 편하게 할 텐데, 머릿속은 온통 탐매(探梅) 삼매경에 빠져있다. 그런 탓에 마치 어린아이처럼 가슴만 설렌다. 과연, 마음에 그리던 화엄사 홍매화 사진을 담을 수 있을까. 알람이 울렸다. 새벽 3시 30분, 제대로 잔 것 같지 않은데 침대를 빠져나와야 했다. 어제까지 봄비가 내렸다. 오늘은 구름이 많고 새벽에 짙은 안개가 낄 거라고 했다. 날씨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출사 장소가 멀어 가더라도 좋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기 어려울 것이다. 사진 명소는 늘 부지런한 애호가들로 붐비기 때문이다. 새벽 고속도로는 한산하다. 운전할 맛이 난다. 간간이 화물트럭이 무거운.. 2024. 3. 29.
여명을 만나는 시간(2) 밤과 낮은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그러나 그 경계는 모호합니다. 칼로 무 자르듯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밤에서 낮으로 넘어오는 시점이 그렇고, 다시 낮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시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밤과 낮의 주인은 다투지 않습니다. 지극히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 오히려 어둠과 빛, 빛과 어둠이 스스럼없이 어우러져 자연의 초연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낮에서 밤으로 가는 경계 지점을 ‘황혼’이라 하고, 어둠을 벗고 낮으로 태어나는 시점을 ‘여명’이라고 합니다. 단, 하루도 그 시점이 같은 날이 없습니다. 날마다 밤과 낮의 경계선이 변합니다. 아주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시점을 두루뭉술하게 추상적인 언어로 우리는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게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관습적으로 그렇게 인정해 .. 2024. 3. 28.
황혼 블루스(2)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너마저 몰라주면 나는, 나는, 어쩌나./ /아,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소양강 처녀’ 1절입니다. 아주 오래된 노래입니다. 영화배우 김태희가 아니라, 가수 김태희가 불러 1970년대 유행했던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안다면 나이가 들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한때 나도 즐겨 불렀습니다. 뜬금없이 노래가 생각난 이유는 노래 첫 소절에 ‘황혼이 지면’이란 말 때문입니다. 노을이 지는 풍경을 보면 나도 모르게 이 노래가 생각납니다. 사랑이 그리워서 애를 태우는 소양강 처녀 같은 마음 때문이 아닙니다. 누구든 인생 여정의 종착역으로 가는 길목에 ‘황혼’이란 간이역에 서게 됩니다. 그.. 2024. 3. 27.
덴마크가 너무 부러웠던 이유(2) 신기하게 보였던 게 있다. 자전거다. 지나치면 아무것도 아닌 데 그렇게 보였다. 덴마크는 선진국이다. 행복 지수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그럼에도 거리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나는 그게 신기하게 보였다. 우리나라와 대비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내 기억으로 90년도 중반이다. 일본 출장길에 도쿄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 그런데 덴마크는 이보다 한 수 위다. 가이드에게 왜 이렇게 자전거가 많냐고 물었다. 일본 출장길에 봤던 얘기도 덧붙였다. 그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사람 수보다 자전거가 더 많단다. 코펜하겐 시민의 56%가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취미나 운동이 아니고, 교통수단이란다. 헐! 나는 속으로 놀라움을 감추었다. 설마 ‘뻥’은 .. 2024. 3. 26.
여명을 만나는 시간(1) “매직아워(Magic hour)” 사진을 배우면서 알게 된 말입니다. 사진 용어입니다. 강사 말로는 하늘이 파랗게(Cobalt Blue) 찍히는 해뜨기 전 30분과 해가 진 후 30분, 하루 두 번 있다고 했습니다. 멋있는 사진을 찍기에 가장 좋은 시간대라고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카메라로 풍경사진을 찍으면 아주 멋진 색감을 표현해 낼 수 있는 시간대가 여명(黎明) 또는 황혼(黃昏)이 물 들 무렵이라고 했습니다. 널리 알려진 해외여행지 또는 TV 광고나 잡지에 나오는 유명한 관광명소 사진을 보면 욕심이 생깁니다. 나도 저런 사진을 찍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나만 그럴까요? 아닐 겁니다. 누구든 그럴 겁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 특히, 블로그에 괜찮은 사진을 올리고 싶은 사람은.. 2024. 3. 25.
게이랑에르 가는 길 비가 내린다. 노르웨이의 첫 인연이 비였다. 여행에서 만난 비는 반갑지 않다. 그래도 여행인지라 그땐 내색하지 않았다. 오슬로를 벗어나면서 빗방울이 굵어졌다. 애써 불편한 마음을 감추었다. 숙소인 와달(Wadal)에 도착해서도 그저 지나가는 봄비이려니 했다. 막연한 기대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일단 마음이 편했다. 야속하게도 다음 날 봄비는 그치지 않았다. 사실 걱정되었는지 새벽에 눈이 떠졌었다. 커튼을 거두어 보았다. 걱정이 현실이 될 것 같다. 실낱같은 기대가 실망으로 다가온다. 순간 잠자고 있던 체념이란 단어가 슬그머니 기어 나오더니 마음을 어수선하게 만든다. 나는 그 녀석을 가슴에 안고 침대로 들어가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비를 맞으며 투어버스에 오르자 인솔자가 최종 인원을 확인하고서 버스는.. 2024. 3. 23.
봄꽃이 노란 이유 /나리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불고요./ /병아리 떼 쫑쫑쫑, 봄나들이 갑니다./ 봄나들이 동요입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즐겨 불렀을 겁니다. 노란색이 도드라지는 봄입니다. 왜냐하면 봄이면 노란 꽃들이 피기 때문입니다. 개나리꽃도 그렇고 생강나무꽃이나 산수유꽃도 노랗습니다. 이미 남쪽의 봄은 산수유꽃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아주 오래전 일이 생각납니다. 수업이 끝나고 초등학교 정문을 나설 때였습니다. 모퉁이 담벼락에 아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궁금해 달려가 보았습니다. 종이 상자 안에 노란 병아리가 가득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병아리를 파는 아저씨였습니다. 삐악삐악 하는 소리가 엄마 닭을 찾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귀엽기도 하고 가엽기도 했습니다. 개중에는 집에 갖고 가서 놀겠다고 사 들고 가는 아이도 있었습니.. 2024. 3. 22.
로키의 보석 ‘에메랄드 호수’ 호수의 발견은 우연일 수 있지만, 호수에 이름을 붙인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이 호수의 이름은 인간의 내면에 있는 욕망에 대한 표출이라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왜냐하면 인간의 욕망을 상징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보석이고, 이 호수는 보석이 지닌 아름다움에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이 때문에 톰 윌슨이 에메랄드 호수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사실 이름을 어떻게 지었는지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호수의 이름이 에메랄드인 이유가 우연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 않을까 나름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에메랄드빛이 품고 있는 아름다움은 오래전부터 인간을 매혹시켜 왔다. 에메랄드 보석은 아름다움과 미래, 신록의 계절인 5월을 상징하는 보석이다. .. 2024. 3. 21.
사진 : 환상을 꿈꾼다. 종이비행기를 접어 하늘로 날려 봅니다. 하지만, 이내 하늘로 치솟다가 저만치 날아가 떨어집니다. 뻔히 알면서도 비행기를 다시 주어 날렸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높이, 더 멀리, 더 오랫동안 날아가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어릴 때 날렸던 종이비행기는 무지개 같았던 환상이었고, 날아 보고 싶은 꿈이었습니다. 막연한 꿈이 환상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종이비행기 대신 환상이 상상 속에 날개를 펴고 마음속에 날아다녔습니다. 가끔은 그 환상이 밤에 꿈속에 들어오곤 했습니다. 낮엔 환상과 함께 놀고 밤엔 그 환상을 꿈속에 초대해 즐기곤 했습니다. 실체도 없는 환상과 꿈이 낮과 밤을 오가며 내 안에 날아다녔습니다. 사진을 즐기면서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환상이 꿈속에 들어오곤 합니다. 하루 전날, 출사 장소를 정하고 .. 2024. 3. 20.
훌드라 요정과 효스 폭포 예전에 여름철이 되면 각 방송국마다 납량 특집(納涼特輯)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방송했다. 그중 여름철에 무더위를 잊을 만큼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한 프로그램 중 하나가 KBS에서 방영한 전설의 고향이었다. 전설의 고향 하면 무엇보다도 구미호(鳩尾狐)가 생각난다. 사냥꾼을 피하다 우연히 농사꾼을 만나 그의 아내가 되어 인간의 꿈을 기다리는 구미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노르웨이와 스웨덴에도 훌드라(Huldra)라고 하는 요정에 관한 전설이 있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꼬리가 9개 달린 천년 묵은 여우 구미호처럼 치마 밑으로 여우꼬리가 보이는 점은 비슷하다. 숲 속의 요정 훌드라(Huldra)는 구미호가 한복을 입고 나타나듯 스칸디나비아 여인들의 전통 의상을 입고 나타나는 점도 닮.. 2024. 3. 19.
말(馬)과 말(言) 도심 아파트 단지에선 보기 힘들지만, 말타기 놀이가 있었습니다. 가위바위보 해서 진 편이 말이 되고, 이긴 팀은 말을 탑니다. 진 팀 한 사람은 마부가 되어 담에 기대고 나머지 아이들은 양손으로 앞사람의 양다리 사이로 머리를 넣고 허리를 잡습니다. 이긴 아이들은 멀리서 달려와서 진 편의 등허리 위에 타고, 말의 맨 앞에 탄 사람이 마부와 가위바위보를 합니다. 이기면 다시 말을 타고 지면 말이 되는 놀이입니다. 애나 어른이나 말을 탄다는 것은 즐거운 일일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말을 타고 나간다는 뜻이 출마(出馬)입니다. 선거에 후보로 등록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을 비추어 볼 때 출마는 곧 공천장을 받아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말(馬)이 아닌 말(言)이 난무하.. 2024. 3. 18.
사랑을 속삭이는 계절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합니다. 사랑도 그럴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어딘지 모르게 사랑은 진부한 단어라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랑은 추상적인 개념이고, 현실에서는 부딪쳐야 하는 주관적인 상황입니다. 따라서 사랑이란 말을 일반화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사랑이 뭔지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것 같습니다. 별로 경험이 없는 나도 예외는 아닙니다. 어쨌든 봄은 봄인가 봅니다. 인간에게 사랑은 가장 진부하고 뜨거운 말일 겁니다. 너무 가까이, 너무 멀리해서는 안 된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누구든 한 번쯤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울고, 사랑에 웃습니다. 일반적으로 이성에 눈뜨는 순간 본능적인 갈증을 느낍니다. 그 갈증을 풀 수 있는 묘약은 오직 사랑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과 사랑을 .. 2024. 3. 16.
아부하세요?! “내게 아부하면 반드시 불이익을 받을 것이오. 직언만 하시오. 아부란 무능력자나 하는 짓입니다.” 나폴레옹은 참모들에게 말했습니다. 며칠 후, 한 참모가 나폴레옹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황제 폐하, 폐하께서 아부하지 말라고 하신 지난번 그 강력한 말씀, 너무나 멋졌습니다. 모두 감동했습니다.” 나폴레옹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나폴레옹도 별수 없는 인간이었나 봅니다. 그의 반응이 의외였으니까요. 그는 참모의 말을 듣고 다음과 같이 말했답니다. “정말? 정말로 그랬어?” 나폴레옹 반응이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세상은 그런 겁니다. 저녁에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불만 있는 거 있으면 다 말해, 다 들어줄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 2024. 3. 15.
열애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예찬의 첫 문장입니다. 그럼, 연애(戀愛)나 사랑은 어떨까요. 두 단어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두 단어가 내 가슴을 설레게 한 기억이 없습니다. 이를 밀당에 비유하면 끊어지는 스타일입니다.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성격 탓일 겁니다.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도 여자의 속마음이나 내숭의 실체를 이해하지 못했고, 극장에 가도 영화를 보면서 손을 잡아야 할지 말지 몰라 버벅거리다 대부분 실패로 끝났습니다.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고 했던가요. 그래서 일방적으로 직진한 일도 많았습니다. 결과는 뻔했습니다. 그때마다 세상에 많고 많은 게 여자인데, 에둘러 쓰디쓴 소주를 기울이며 마음을 달랬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연정(戀情)은 짝사랑.. 2024. 3. 14.
뿡뿡 혹시 달이 방귀를 뀌면 뭐라고 하는지 아시나요? 정답은 문(moon)방구입니다. 썰렁했나요. 처음부터 민망한 이야기를 하기가 좀 그래서 먼저 우스갯소리를 꺼냈습니다. 눈치 빠른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장내시경 검사 때(관련 : 1월 29일 포스팅 글) 겪었던 일입니다. 건강검진(대장내시경)을 마치고 의사 상담을 기다릴 때였습니다. 복부 아래쪽이 매우 불편했습니다. 일반 대장내시경 검사 때 자세한 검진을 위해 대장 내에 가스를 주입해 발생한 현상이라고 검진 의사는 미리 설명했습니다. 의사 말로는 배출하면 곧 괜찮아질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마음 같아서 시원하게 밖으로 밀어내고 싶은데 상황이 그렇지 못했습니다. 대기실은 옷을 갈아입고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일반접수를 기다리.. 2024. 3. 13.
새가 되어 보고 싶다 막연하게 새를 동경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을 겁니다. 마음속으로 다시 태어나면 새가 되고 싶었습니다. 기껏해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려 보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는 것은 신의 축복일 것입니다. 인간에겐 왜 그런 축복을 주지 않았을까. 궁금했지만, 답이 없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늦가을 철새가 먼 하늘을 날아가면 어디로 갈까, 어떻게 저렇게 높이 날까, 신기한 눈빛을 쳐다보곤 했습니다. 그 위로 가끔 비행기가 궤적을 남기고 흔적을 볼 때가 있었습니다. 새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게 질투가 났는지, 인간은 비행기를 만들었습니다. 인간은 하늘을 나는 꿈을 이루어 냈습니다. 더 이상 새를 부러워할 이유.. 2024. 3. 12.
사진은 한 편의 시(詩)다. “사진은 한 편의 시(詩)다.” 오래전, 평생학습원에서 사진을 배울 때 첫 시간에 강사가 한 말입니다. 뜬금없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의아했습니다. 그는 이어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움과 철학을 담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사진을 배우는데 왜 문학이 나오고, 철학이 언급하는지 듣고만 있었습니다. 사진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문학이 나오고 철학까지 등장하는지. 강의실 불을 끄고 빔프로젝터 스크린에 사진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수강생들은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강사가 사진의 제목을 언급하며 설명을 이어 갔습니다. 시는 함축된 글로 아름다운 표현하는 장르라면, 사진은 빛으로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미학이라고 말했습니다. 표현의 도구는 다르지만, 예술의 장르는 같다고 말했습니다. 시인이 한 편의.. 2024. 3. 11.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유 카메라를 사게 된 이유는 신혼여행 때문이었습니다. 필름 카메라 시대였습니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사진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강변역 앞 테크노마트 카메라 상가를 갔습니다. 사진을 잘 모르니 대충 찍어도 잘 나오는 카메라를 추천해 달라고 했습니다. 요즘 말로 가성비가 좋은 카메라를 사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신혼의 추억을 담은 사진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후 아들이 자라면서 주말마다 카메라를 들곤 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되고 보니 어린 시절 내 사진이라곤 돌 사진 한 장밖에 없어 나중에라도 아들에게 원망을 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그런데 아들 녀석은 중학생이 되면서 사진 찍는 걸 싫어해 섭섭했습니다. 휴가 때 가족과 같이.. 2024. 3. 9.
용의 전설이 깃든 "하롱베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풍경이다. 하롱베이 일출 풍경을 본 느낌이 그랬다. 운이 좋았다. 여행지에서 멋진 일출을 보긴 쉽지 않다. 항상 그렇지만 날씨 신의 영역이다. 기분 좋은 아침이다. 아침 바다라 그런지 물결이 잔잔하다. 바다라 당연히 파도가 밀려오는 풍경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다. 오히려 호수같이 고요하다. 참 묘하다. 분명 바다는 맞는데 왜 바다 같지 않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다라면 끝없는 수평선이 펼쳐져 가슴이 탁 트인 기분을 느껴야 하는데 이곳은 그런 느낌이 없다. 어쩌면 이곳만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호수 같은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커다란 목선을 타고 출발했다. 특이게하도 나무로 된 유람선이다. 배 안에 신나는 한국 유행가 음악이 울려 퍼졌다. 관광버스 분위기 같은 트로트 노래.. 2024. 3. 8.
꽃보다 향기 백화점은 늘 여자들로 붐비는 공간입니다. 딱히, 쇼핑할 게 없어도 눈을 즐겁게 합니다. 특히, 유명 브랜드 매장은 지나가는 여성 고객들의 시선을 한 번씩 붙잡아 놓습니다. 소비의 주체를 추상적으로 고객이라 하지만, 추측하건대 백화점 고객의 80%는 여자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눈에 띄는 사람이 대부분 여자입니다. 하기야 백수의 시간을 누리지 않는 이상 이른 시간에 남자들이 백화점에 올 이유는 없을 겁니다. 아내와 같이 백화점에 왔습니다. 신발 A/S 받을 것도 있고, 식품매장에 세일 상품도 살 게 있다고 해서 따라나섰습니다. 오픈 시간이라 매장은 다소 한가한 분위기입니다. 매장마다 진열된 상품은 특유의 조명을 받아서 그런지 유혹의 빛이 도드라집니다. 진열된 과일은 너무 탐스럽게 보이거나 신선해 보입니다.. 2024. 3. 7.
나 홀로 행복하기(3) 어느 날 갑자기 중국발 역병이 밀어닥쳤습니다. 중국 우한발 역병은 걷잡을 수 없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고, WTO는 그 실체를 코로나라 명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세계 각국은 빗장을 걸고 방역체계에 돌입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비대면 사회로 바뀌었고,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살아야 했습니다. 신체적 자유가 하루아침에 제한받아야 하는 세상이 된 겁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혼란스럽고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일상의 굴레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나 홀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어떡하면 따분하지 않을까. 무얼 하면서 보내야 지루하지 않을까. 그러다 날씨 좋은 날 카메라를 챙겨 바람이나 쐬러 가고, 그렇지 않은 날은 사진 파일이나 정리하며 지냈습니다. 신문을.. 2024.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