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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101

가로수 길 빛을 지배하는 색은 하얀색입니다. 모든 빛을 빨아드리거든요. 무슨 말이냐고요. 세상에 있는 모든 빛을 섞으면 흰색이 됩니다. 그게 빛의 3 원색이죠. 마찬가지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을 섞으면 검은색이 됩니다. 색의 3 원색이죠. 아마 학창 시절 배워서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검은색이 모든 색을 지배하는 거지요. 쉽게 생각하면 낮과 밤이 그렇습니다. 말하고 보니 지배한다는 말이 조금은 귀에 거슬립니다. 좋은 말로 표현하면 조화인 동시에 공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빛의 밝음과 어둠에 의해 모습을 드러냅니다. 결론은 조화와 공존입니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흑백논쟁에 휩싸여 사는 게 속세의 인간 세상 같습니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으니까요. 서로 상대방을 비판합니.. 2023. 4. 26.
내 안의 나 점에서 점으로, 선에서 선으로, 면에서 면으로, 그것을 이은 것이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선과 선이 만나는 점이 소실점(消失點 : vanishing point))이다. 소실점은 물체가 없어지는 지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계절이란 공간 속에 봄을 만났다. 봄 또한 점과 선 그리고 면과 면이 만든 공간에 그려진다. 바람 한 점 없는 시냇가에 늘어선 나무들. 물속에 들어온 그림자가 서로 마주 보는 듯한 사진이다. 두 피사체는 봄이 만든 평행선을 달린다. 하나는 실상이고 하나는 허상이다. 하지만 사진 속의 풍경은 데칼코마니를 이루며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똑같다. 그런데 같아 보이는 피사체가 소실점에 이르게 되면 하나가 된다. 봄이 그린 그림도 점점 소실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라지는 봄의 종착역은 여름이.. 2023. 4. 25.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쇼의 의미는 이렇다. 무대에서 춤과 노래 등으로 시각적인 퍼포먼스를 다채롭게 보여 주는 예술의 한 장르이다. 무대 위 출연자들은 자신의 재능이나 끼를 보여 주며 관객의 인기나 공감을 얻기 위해 무한한 열정으로 노력을 기울인다. 이러한 쇼도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 남을 속이거나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해 작위적(作爲的)으로 행동을 보일 때를 말한다. 같은 쇼라도 전혀 다른 의미다. 아주 오래전 태국 파타야에서 본 알카자쇼가 생각난다. 태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구경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이 쇼의 주인공은 트랜스젠더들이다. 말 그대로 남자였던 사람들이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자처럼 분장하고 무대에 나와 노래도 하고, 춤도 춘다. 성전환한 걸 숨기지 않고 오히려 그걸 내세.. 2023. 3. 18.
사라진 풍경(4) 전월산 아래 옅은 안개가 깔려 있다. 발걸음을 옮겨 장남 들녘으로 가야 하는데 길이 없다. 불도저로 밀어 놓은 공사 현장은 온통 황톳빛이다. 울퉁불퉁한 공사 현장 끝머리에 서니 경사진 언덕 아래로 장남 들녘이 보였다. 모내기가 끝난 논길까지 내려가는가는 게 문제다. 길이 없는 40도 경사면은 온통 황토흙이다. 논까지 거리가 족히 20m 이상 되는 거리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발을 옮겨 내려갔다. 조그만 도랑이 가로막는다. 건너야만 논길 위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도랑은 어둠 속에 우거진 풀숲으로 덮여있어 물이 안 보인다. 졸졸졸 소리는 들리는데 말이다. 도랑 폭도 한걸음에 건너뛰기에는 넓다. 어떻게 건너야 좋을지 살펴보았다. 도랑에 가로놓인 나뭇가지를 밟고 건너면 되겠다 싶었다.. 2023. 3. 12.
사라진 풍경(3) 광활한 초원지대가 눈앞에 펼쳐졌다. 어른 키만 한 풀숲 사이를 헤치며 길을 따라 걸었다. 삘기 꽃밭이 펼쳐진 벌판이 지평선을 이룬다. 무릎 정도까지 자란 하얀색 삘기 꽃이 마치 넓은 억새밭처럼 군무를 이룬다. 이처럼 많은 삘기 꽃은 처음이다. 이렇게 광활한 초원풍경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니 그저 놀랄 일이다. 정말 장관이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옅은 어둠 속 지평선 끝에 옅은 안개가 솜이불처럼 깔려 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눈앞에서 나는 짧은 감탄사를 토해냈다. 그때 앞쪽 풀 숲 속에서 활들 짝 놀라 뛰어나가는 야생동물의 소리에 깜짝 놀랐다. 고라니인지 노루인지 비슷해 보이는 녀석이 저 멀리 달아난다. 탄자니아 사바나 초원지대를 연상케 하는 풍경이다. 그런 느낌을 들게 .. 2023. 3. 11.
사라진 풍경(2) 가을이면 정감 가는 추억의 꽃이 있습니다. 형형색색의 코스모스꽃입니다. 저 멀리 벌판 끝머리에서 기차 소리가 들리면 아득한 고향 시골 신작로가 떠오릅니다. 나훈아의 고향 역 노래도 생각나고요. 지난가을 옛 추억을 떠올리며 사진 속 풍경이 있던 미호천 고수부지를 찾아갔습니다. 들녘에 넘실대는 아름다운 코스모스를 상상하면서요. 아! 이럴 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어야 할 코스모스꽃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생활체육 다목적 구장이 들어서 있더군요. 시 당국에서 해마다 가을에 코스모스를 심어 놓아 많은 사람이 즐겨 찾던 곳이었거든요. 한때는 그곳에서 세종 코스모스 한마당 축제까지 열었던 장소이기도 하고요. 불청객 탓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여파로 축제가 중단되면서 .. 2023. 3. 9.
사리진 풍경(1) 당신은 항상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습니다. 늘 변함없는 그 모습으로 날 반겨주리라 생각했던 거죠. 그게 착각이고 오류였습니다. 세상은 늘 변하는 것인데 당신만은 그렇지 않을 거라 여겼거든요. 감당할 수 없는 세월의 무게를 견디었던 당신의 삶을 간과했던 거지요. 500여 년의 시간을 품고 지켜왔던 당신이었기에 적어도 당신만은 우리 곁에 더 있어 주리라 생각했습니다. 당신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따라 아련한 슬픔이 밀려옵니다. 존재하는 것은 언젠가 사라지는 법. 우리 그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데 그 또한 인간이 지닌 본성일지도 모르죠. 존재란 인간의 삶 속에서만 규정한 개념에 불과하니까요. 이렇게 슬퍼한다고 되돌리수 없는 일이지만 당신을 지켜.. 2023. 3. 9.
성당 유럽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이런 착각이 든다. 내가 성당 순례를 하러 왔나. 좀 과장하면 투어의 절반은 성당 구경을 하러 온 느낌이 들 정도다. 먼저 파리의 센 강 옆에 노트르담 성당과 몽마르트르 언덕의 사크레퀴르 성당이, 런던에 가면 ‘서쪽에 있는 대사원’이란 의미의 웨스트민스터 사원도 성공회의 성당이 있다. 바르셀로나에는 유명한 사그리다 파밀리아가 있고, 로마의 바티칸에는 성 베드로 성당이 있다. 여기에 프라하의 성 비투스 성당이나 부다페스트의 마차시 성당도 빼놓을 수 없다. 유럽의 끝자락에 있는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 성당도 이름값을 하는 곳이다. 이들 성당의 공통점은 역사적, 종교적 의미만 아니라 건축예술 측면에서도 가치를 지닌다. 이런 이유로 여행 일정에서 이들 성당이 빠지지 않는 명소로 자리 잡.. 2023. 3. 2.
Sun 처음엔 관심이 없었다. 널 볼 때면 언제나 변함없는 그 모습이 나에게는 매력이 없어 보였던 모양이다. 사실 너에 대한 신비와 경이로움은 익히 배워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시험 점수용 지식에 불과했다. 이후 너의 존재가 내 삶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게 없어서 그런지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지루한 장마철이 길게 이어지는 날이면 네가 그립기도 하고 보고 싶어지는 때도 있긴 했다. 상황이 바뀌게 된 시점은 카메라를 들면서부터다. 사진이 빛의 미학이라는 강사의 말을 이해하면서 너의 존재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게 반전의 출발점이다. 백수생활을 시작하며 나간 평생학습원, 디지털카메라 입문 과정 첫 시간 때 강사가 한 말이 가슴에 꽂혔고, 그 후 장롱 속에 잠자던 널 꺼내면서 카메라와 자주 데이트를.. 2023. 3. 1.
콤플렉스 보리밭에 핀 꽃양귀비 한 송이가 있습니다. 내가 빨간 꽃의 주인공이라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다 초록인데 왜 나만 빨갛지. 당혹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왠지 나만 다르니 소외감이 들지도 모르고요. 콤플렉스란 말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열등감이라고 하던가요. 다른 사람에 비하여 뒤떨어졌다거나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감정이라 볼 수 있죠. 아마 이 단어를 가장 많이 차용해 갖다 붙이는 게 외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외모콤플렉스, 심할 경우 거울조차 보고 싶지 않을 정도라 하니까, 정말 당사자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고통이겠지요. 외모를 우선시하는 것 같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이를 더 부추기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요즘 취직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어렵게 1차 서류전형이나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최.. 2023. 2. 27.
우크라이나 가을 들녘, 파란 하늘 아래 벼가 영글어 갑니다. 평화로운 아침, 영롱한 이슬 머금고 있는 나락들 농부들 기다립니다. 문득, 이 풍경을 보고 떠오른 나라가 있습니다. 러시아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입니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다시 한번 잘 보세요. 그래도 모르신다면 부득이 말할 수밖에. 그 나라 국기 같지 않나요. 아니라 하시면 우기시면 우크라이나 국기 한 번 검색해 보시기길. 생뚱맞다. 생각하시는 분은 공감 능력 빵점? 아니면 말고요, 어쩌겠습니까. 나락(奈落)에 빠져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응원이라도 보내야겠습니다. 화-이-팅! We stand with you. 2023.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