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에세이/라떼별곡101

한 해를 보내면서 8년 전, 사회생활의 종착역에서 내렸습니다. 명예퇴직으로 얻은 무한자유. 그러나 갈 데도 없고, 오라는 곳도 없었습니다. 준비 없이 내린 종착역, 그리고 보내야 할 긴 여정, 그렇다고 날마다 탑골공원 같은 곳에 나갈 수도 없고, 얼떨결에 장롱에 속에 잠자던 카메라를 깨워 친구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시간 죽이느라 사진을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백수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사진을 즐겼습니다. 그러다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사진을 즐기다 보니 글도 쓰게 되었습니다. 출사현장에서 느낀 것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출발점은 일출 사진이었습니다. 해를 기다리며 고독과 데이트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나 홀로 여명의 빛 속에 있었던 시간, 삶이 소중하고, 하루하루 아름답지 않은 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3. 12. 31.
나비의 삶, 나방의 삶 나비는 친근감을 주는 곤충입니다. 주로 꽃밭에서 많이 보게 되죠. 꽃밭을 거닐다 보면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꽃밭에서 나비를 잡으려고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꽃밭을 누비는 장면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행복해집니다. 이처럼 나비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나방은 친근감을 주는 곤충이 아닙니다. 그 반대입니다. 오히려 가까이 날아오면 본능적으로 손을 휘저어 피하거나 멀리 쫓아버립니다. 혐오의 대상이지 호감의 대상은 아닙니다. 나비나 나방이나 생김새도 비슷하지만, 받아들이는 느낌은 확연하게 다릅니다. 어쩌다 푸대접을 받게 되었는지 의문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세상은 빛이 지배하는 삶이 있고, 어둠이 지배하는 삶이 있습니다. 빛이 존재하는 공간에도 삶이 있고, 어둠이.. 2023. 12. 26.
눈의 미학 내리는 눈이 파란 하늘을 금방 하얀 하늘로 만듭니다. 그런데 하늘을 쳐다보면 눈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눈이 오는 사진을 찍어 보면 보기와 달리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습니다. 표현하기가 까다롭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함박눈이 내리면 소복이 쌓인 눈 풍경을 찍어 보기로 했습니다. 차라리 그게 낫다 싶었던 겁니다. 언젠가 인터넷으로 겨울 사진을 검색하는 데, 시선을 사로잡는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빨간 열매라 돋보이는 사진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산수유 열매였습니다. 하얀 눈과 산수유 열매가 예쁘게 보였던 겁니다. 기회가 되면 꼭 찍어 보고 싶었습니다. 기회란 게 별거 없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 날이면 됩니다. 함박눈이 내리던 날 근처 솔밭공원으로 갔습니다. 눈도 제법 많이 쌓였습니다.. 2023. 12. 21.
고독과 만나는 계절 첫 번째 사진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듭니까? 외로움, 고독, 노인 문제, 은퇴 후 내 모습. 느낌이야 다르겠지만, 긍정적인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게 보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고령 사회(어쩌면 초고령 사회일지도 모름.)로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중앙일보 보도(12월 14일 자)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이 전국 54만 명, 청년 인구의 5%에 달한다는 기사도 실렸습니다. 출산율도 급격히 감소되면서 국가의 미래까지 걱정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립니다.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 중 33.4%(716만 6천 가구)나 된다고 합니다. 북유럽 핀란드는 47%, 스웨덴은 45.4%에 이르고, .. 2023. 12. 16.
사는 게 뭔지 사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딱히 대답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답이 없을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질문이 어려워서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엄연히 살고 있는데, 사는 게 뭔지 우리는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이럴 때 대답할 수 있는 말이 뭘까. 누군가는 “골치 아프게 뭘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서 살아, 먹고살기 바쁜 데.”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단순하게 생각하면, 의외로 정답은 간단합니다. “먹고살기 바쁜데.”라는 말속에 힌트가 있습니다. 맞습니다. "사는 건 먹는 것"입니다.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이해합니다. “사는 건 먹는 것입니다.”라는 말이 어떻게 사는 의미를 다 설명할 수 있는지, 의문부호가 찍히는 건 당연.. 2023. 12. 14.
몽환적인 빛 12월을 들뜨게 만드는 이유는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딱 잘라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거리엔 성탄절 캐럴이 흘러나오고, 도심의 번화가엔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가득합니다. 구세군 자선냄비도 이때 등장합니다. 밤이 되면 백화점이나 교회, 성당 건물은 온통 멋진 조명등이 현란하게 반짝입니다. 게다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이기에 분위기에 휩쓸려 기분도 업로드됩니다. 요즘은 지구온난화 탓인지 눈 오는 날이 많지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겠지만 어떠할지 모르겠습니다. 막연한 희망 사항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어디까지나 날씨는 자연현상이므로 신의 영역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럴지라도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꿈을 이번에도 가져.. 2023. 12. 13.
빅뱅 뜬금없이 떠오른 단어입니다. 흐드러진 코스모스 꽃밭에서 사진을 담다가 생각난 게 빅뱅이었습니다. 영어로 ‘cosmos’는 우주라는 뜻이 있고, 우주는 빅뱅이라는 대폭발로 100억 년 전에 생겼다고 하니 그런 생각을 한 겁니다. 코스모스꽃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이 꽃들이 우주를 이루는 별이라면, 빅뱅(big-bang)이 아니었으면 태어나지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순간 들었습니다. 사진 기법 중에 줌~밍(zooming) 기법이 있습니다. 줌 렌즈를 살짝 돌리며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는 기법입니다. 연습 삼아 이 기법으로 코스모스 꽃밭을 몇 장을 찍어보았습니다. 어떻게 찍혔을까. 궁금했습니다. 평소에 별로 이렇게 사진을 찍는 일이 없습니다. 찍고 나서, 이미지를 자세히 보니 코스모스꽃들이 마치 대폭.. 2023. 11. 25.
친구 오래전, “친구”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장동건, 유호성이 주연해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입니다. 죽마고우인 그들은 80년대 초 사춘기인 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며, 의리와 우정으로 다져진 친구들의 관계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는 친구와 그렇지 못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친구로 상황이 급변합니다. 친구이지만 그때부터 친구로서 걸어야 하는 우정의 흔들림이 영화의 발단입니다. 결국 우정은 배신으로 변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습니다. 친구(親舊)를 한자로 풀어보면 친할 친(親), 옛 구(舊) 자입니다.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온 사람 관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는 말이 있습니다. 친구 사이라도 서로가 만나지 않고 대화가 없는 .. 2023. 11. 16.
화장 한때 화장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화장을 통해 외모를 돋보이게 하는 것 자체가 솔직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스러운 외모를 화장하는 것이 일종의 자신감 없는 위선이라 생각했던 겁니다. 속된 말로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것은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던 겁니다. 이런 이유로 결혼 전까지 남성용 기초화장품(스킨로션, 밀크로션)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면도 후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자취생활 할 때도 모든 빨래는 손으로 직접 했습니다. 결혼 직전 아내를 만나고서야 주부습진인 것도 나중에 알았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막힌 사고방식의 사람이었습니다. 화장하는 이유는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하는 걸 겁니다. 왜 예뻐 보이려고 할까? 콕 집어 설명하긴 .. 2023. 10. 31.
가까운 사이일수록 /추운 겨울날, 몇 마리의 고슴도치가 모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들의 바늘이 서로를 찔러서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추위는 다시 고슴도치들을 모이게 했습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한 고슴도치들은 서로 최소한의 간격을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고슴도치들은 바늘이 없는 머리를 맞대어 체온을 유지하거나 잠을 잔다고 합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최고의 방법을 찾아낸 겁니다./ 위 이야기는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저서에 나오는 우화로 용어의 기원이라고 합니다. 실제 고슴도치 한 마리에 보통 5천 개의 가시가 있다고 합니다. 고슴도치는 이렇게 많은 가시를 가지고도 서로 사랑을 하고 새끼를 낳고 산다고 하는데, 어떻게 가능한 .. 2023. 9. 30.
아찔한 작업 영화 클리프 행어는 산악구조대원으로 일하던 게이브가 로키산맥에서 조난 당 한 동료 핼의 애인인 사라를 구하러 나서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관람객은 눈을 떼지 못한다. 아찔하다. 주인공은 자일 하나에 의지해 살고 싶어 외줄에 매달려 몸부림치는 사라의 손을 잡지만 놓치고 만다. 순간 내 마음은 사라와 같이 공포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영화 버티칼 리미트 오프닝 장면도 비슷했다. 크루즈 피터​와 애니​ 남매는 세계 최고 등반가인 아버지와 모뉴멘트 밸리 암벽 등반에 나선다. 그들이 정상을 향하던 도중 한 대원의 실수로 모두 아래쪽에 있던 애니의 자일에 매달리게 된다. 자일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칼로 줄을 자르라고 외친다. 그렇지 않으면 다 죽기 때문이다. 아들이 말을 듣지 않.. 2023. 9. 23.
여명(黎明)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된 밤입니다. 자정을 지나 새벽으로 가는 시간, 나는 그 어둠 속에 와 있습니다. 대지는 고요하고, 하늘은 졸음에 겨운 별빛만 가끔 눈을 떴다 감았다 하고 있습니다. 고요 속에 묻힌 시간은 숨결마저 잠들게 합니다. 이럴 때 침묵은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닙니다. 어둠과 함께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명을 만나려면 이런 상황에 익숙해야 합니다. 한때는 어둠이 무서웠습니다.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릅니다. 어른들이 만들어 낸 귀신 이야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많은 시간 함께 밤을 같이 보냈는데 그땐 그랬습니다. 귀신을 만날까 봐 그랬던 겁니다. 그게 무서워 밖에 나가기 싫었습니다. 대신 밤이 나를 꿈나라로 이끌었습니다. 덕분에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사진을 배울 때.. 2023. 9. 11.
야경 사진 서울야경은 아름답다. 한 여름밤 남산타워 회전 전망대 식당에서 본 야경이 그랬다. 후암동에서 하숙하던 시절이었다. 하숙집 노총각 3인방이 우연히 의기투합에 간 곳이 남산타워였다. 주말이면 산책 삼아 남산을 자주 찾았다. 남산 식물원 뒤쪽 길을 따라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면 숨이 찼다. 하지만 탁 트인 시가지를 내려다보면 가슴이 시원해졌다. 하숙집에서 팔각정까지는 15분이면 충분했다. 등산이 취미였을 때다. 직장 내 산악회 회원이기도 했고, 나 홀로 등산도 자주 다녔다. 그러다 길을 잃은 적도 있었다. 그때 사진을 좀 배웠다면 프로 수준의 경지에 이르고도 남았을 것이다. 여행 때문에 카메라를 샀다. 그러나 카메라는 장롱에 있는 날이 많았다. 기껏해야 1년에 한두 번 카메라를 손에 쥔다. 여행 가서 사진을 찍.. 2023. 9. 6.
꽃지의 전설 바닷물이 빠진 해변 앞바다에 이곳을 지키고 있는 할매 바위와 할배 바위가 서 있습니다. 두 바위에는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다고 합니다. 어디든지 전설은 애틋한 사랑을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런지 전설은 슬픈 사연이 담겨 있어야 심금을 울립니다. 사랑이 아름다워야 사랑인데 전설에는 그런 사랑이 드문 모양입니다. 『신라의 흥덕왕(재위기간 826~836년) 때 당시 바다를 주름잡고 있던 장보고는 청해진靑海鎭(전라남도 완도)에 거점을 정하고 해상활동을 펴가는 동시에 서해안의 견승포(안면도)에도 해상 전진기지를 두었다. 안면도(안면곶)에 전진기지를 설치한 장보고는 이 기지를 관할하는 책임자로 ‘승언’이라는 사람을 두어 다스렸다. ‘승언’은 아름답고 경치 좋은 견승포에 부임하게 된 것을 무척 기뻐했다. .. 2023. 9. 5.
결혼해 줄래! “청춘! 이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예찬’의 첫 문장입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보다 ‘청혼’이란 말이 더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생각만큼 사랑도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말이 들립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젊은 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몇 달 전 눈을 의심케 하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일부이겠지만 호텔 청혼(프러포즈) 상품을 찾는 이가 많다는 겁니다. 서울의 5성급 호텔엔 예약이 20~30건씩 밀려든다는 겁니다. 인스타그램에 ‘호텔 프러포즈’ 해시태그(#)를 치면 사진 수만 장이나 뜬다고 합니다. 게다가 청혼 명소까지 있다니 이런 세태를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2023. 9. 2.
사랑에 실패한 남자, 강태공 “세월을 낚는다.” ‘강태공’ 하면 떠오르는 말입니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없이 친근한 문장이기도 합니다. 시적인 표현이면서 여유롭고 낭만적인 뉘앙스까지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그는 70세가 넘도록 매우 가난 한 삶을 살았죠. 아내가 품을 팔아 겨우겨우 연명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결국 심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아내는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한마디로 무능했던 겁니다. 살림은 돌보지 않고 낚시로 소일을 즐기며 세월을 낚는 일만 했으니 아내가 보따리를 싸 들고 친정으로 도망가는 건 당연할 겁니다. 그런 그가 나이 팔십에 문왕을 만나 출세를 하자, 소문을 듣고 찾아온 아내에게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라는 말을 남겼으니 인생은 미스터리 같은 드라마 같습니다. 강태공의 좀스러운 사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2023. 8. 20.
“내 탓, 네 탓” 선진국 삼척 쏠비치 리조트 산토리니 광장에 ‘희망의 꽃(Hope-flower)’이라는 조형물이 있습니다. 이 작품엔 ‘삼척의 손가락’이라는 애칭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형물이 내 눈에는 누군가를 탓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치 조형물의 손이 ‘너 때문이야.’ 하는 모양 같기도 하고, 남을 비난하는 것같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조형물이 지닌 의미를 알지 못한 상상의 자유가 불러온 무지의 결과였습니다. 김병진 작가는 철을 자유자재로 다루는데 뛰어난 STEEL-ART 조형물 작가로 ‘희망의 꽃(Hope-flower)’에는 두 가지 의미의 이야기를 하나의 형상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을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면 꽃 모양의 개별 유닛들을 하나하나 제작해 용접으로 이어 붙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23. 8. 15.
달님! 밤보다 낮이 무서워요. 오래전에 KBS TV에서 방영하던 이란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납량 특집 드라마로 단골손님처럼 방영되곤 했습니다. 원한 맺힌 억울한 죽음이 귀신으로 나오는 옛날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철에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았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옛날에는 밤이 무서웠습니다. 특히, 밤에 화장실 가기가 겁이 났습니다. 귀신이 나올 것 같아서였죠. 불가피하게 밤에 화장실에 갈 때면 엄마를 불러 같이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처럼 먼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엄마가 화장실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며 엄마를 불렀던 추억이 있습니다. 밤이 무서웠던 이유가 귀신이었지만, 사실은 캄캄해서 무서웠습니다. 한밤중에 으슥한 길을 혼자 걸어 .. 2023.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