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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라떼별곡101

산골 마을에서 만난 봄 한적한 산골 마을의 봄은 적막하다 못해 낯설기만합니다. 봄의 정취가 무르익어 가는데 돌담길은 정적만 맴돕니다. 사람은 안 보이고, 돌담길 한쪽에 따사로운 봄볕에 고양이 한 마리가 졸음에 겨운 눈빛으로 앞다리를 쭈욱 뻗으며 기지개를 켜더니 슬금슬금 사라집니다. 비탈진 길옆 도랑에는 산 위에서 내려오는 물이 ‘졸 졸 졸’ 줄지어 마을 아래로 내달립니다. 새소리도 들립니다. 녀석들만 낯선 이방인의 등장을 알아본 듯합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걸 보니 경계하는 것 같습니다. 소리 없이 아우성치는 건, 봄을 맞아 꽃망울 터트린 산수유꽃들입니다. 샛노란 꽃망울이 마치 팝콘 기계에서 막 부풀어 올라 터진 듯합니다. 봄의 함성치고는 너무 고요한 외침입니다. 봄은 늘 이렇게 이곳에 찾아왔던 모양입니다.이른 봄에 가장 .. 2024. 4. 3.
빨간 장미와 가시 눈길이 갑니다. 꽃과 마주친 순간 시선이 이끌린 겁니다. 빨간 장미꽃입니다. 꽃이 먼저 나를 본 것인지, 내가 먼저 꽃을 본 것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추파(秋波)를 보낸 건 아닙니다. 시선이 이끌린 것을 보면 꽃이 먼저 손짓을 보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다면 애초부터 장미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 본능을 갖고 태어났을 겁니다. 어쨌든 빨간 장미꽃은 사람의 눈길을 잡아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장미꽃은 사랑을 상징해 왔습니다. 어떤 이는 에덴동산에 피어있는 흰 장미꽃에 이브가 입을 맞추었을 때 빨간 장미꽃 생겼다고 합니다. 고대 로마신화에 따르면 사랑의 신(神)인 큐피드의 피가 흰 장미에 뿌려져서 생긴 것이라는 설도 있습.. 2024. 4. 1.
고혹적인 꽃 : 화엄사 홍매화 벼르고 벼르다 잡았다. 그래서 다른 날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는다. 어쨌든 잠을 자야 새벽 운전을 편하게 할 텐데, 머릿속은 온통 탐매(探梅) 삼매경에 빠져있다. 그런 탓에 마치 어린아이처럼 가슴만 설렌다. 과연, 마음에 그리던 화엄사 홍매화 사진을 담을 수 있을까. 알람이 울렸다. 새벽 3시 30분, 제대로 잔 것 같지 않은데 침대를 빠져나와야 했다. 어제까지 봄비가 내렸다. 오늘은 구름이 많고 새벽에 짙은 안개가 낄 거라고 했다. 날씨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출사 장소가 멀어 가더라도 좋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기 어려울 것이다. 사진 명소는 늘 부지런한 애호가들로 붐비기 때문이다. 새벽 고속도로는 한산하다. 운전할 맛이 난다. 간간이 화물트럭이 무거운.. 2024. 3. 29.
황혼 블루스(2)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너마저 몰라주면 나는, 나는, 어쩌나./ /아,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소양강 처녀’ 1절입니다. 아주 오래된 노래입니다. 영화배우 김태희가 아니라, 가수 김태희가 불러 1970년대 유행했던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안다면 나이가 들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한때 나도 즐겨 불렀습니다. 뜬금없이 노래가 생각난 이유는 노래 첫 소절에 ‘황혼이 지면’이란 말 때문입니다. 노을이 지는 풍경을 보면 나도 모르게 이 노래가 생각납니다. 사랑이 그리워서 애를 태우는 소양강 처녀 같은 마음 때문이 아닙니다. 누구든 인생 여정의 종착역으로 가는 길목에 ‘황혼’이란 간이역에 서게 됩니다. 그.. 2024. 3. 27.
봄꽃이 노란 이유 /나리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불고요./ /병아리 떼 쫑쫑쫑, 봄나들이 갑니다./ 봄나들이 동요입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즐겨 불렀을 겁니다. 노란색이 도드라지는 봄입니다. 왜냐하면 봄이면 노란 꽃들이 피기 때문입니다. 개나리꽃도 그렇고 생강나무꽃이나 산수유꽃도 노랗습니다. 이미 남쪽의 봄은 산수유꽃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아주 오래전 일이 생각납니다. 수업이 끝나고 초등학교 정문을 나설 때였습니다. 모퉁이 담벼락에 아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궁금해 달려가 보았습니다. 종이 상자 안에 노란 병아리가 가득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병아리를 파는 아저씨였습니다. 삐악삐악 하는 소리가 엄마 닭을 찾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귀엽기도 하고 가엽기도 했습니다. 개중에는 집에 갖고 가서 놀겠다고 사 들고 가는 아이도 있었습니.. 2024. 3. 22.
말(馬)과 말(言) 도심 아파트 단지에선 보기 힘들지만, 말타기 놀이가 있었습니다. 가위바위보 해서 진 편이 말이 되고, 이긴 팀은 말을 탑니다. 진 팀 한 사람은 마부가 되어 담에 기대고 나머지 아이들은 양손으로 앞사람의 양다리 사이로 머리를 넣고 허리를 잡습니다. 이긴 아이들은 멀리서 달려와서 진 편의 등허리 위에 타고, 말의 맨 앞에 탄 사람이 마부와 가위바위보를 합니다. 이기면 다시 말을 타고 지면 말이 되는 놀이입니다. 애나 어른이나 말을 탄다는 것은 즐거운 일일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말을 타고 나간다는 뜻이 출마(出馬)입니다. 선거에 후보로 등록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을 비추어 볼 때 출마는 곧 공천장을 받아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말(馬)이 아닌 말(言)이 난무하.. 2024. 3. 18.
사랑을 속삭이는 계절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합니다. 사랑도 그럴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어딘지 모르게 사랑은 진부한 단어라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랑은 추상적인 개념이고, 현실에서는 부딪쳐야 하는 주관적인 상황입니다. 따라서 사랑이란 말을 일반화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사랑이 뭔지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것 같습니다. 별로 경험이 없는 나도 예외는 아닙니다. 어쨌든 봄은 봄인가 봅니다. 인간에게 사랑은 가장 진부하고 뜨거운 말일 겁니다. 너무 가까이, 너무 멀리해서는 안 된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누구든 한 번쯤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울고, 사랑에 웃습니다. 일반적으로 이성에 눈뜨는 순간 본능적인 갈증을 느낍니다. 그 갈증을 풀 수 있는 묘약은 오직 사랑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과 사랑을 .. 2024. 3. 16.
봄바람, 겨울바람 그리고 치맛바람 봄바람은 꽃바람입니다. 봄의 태양과 꽃의 향기를 싣고 우리에게 옵니다. 봄바람의 따사로움은 대지에 사랑을 피어나게 합니다. 그 바람이 얼굴에 스치면 미소를 띠게 합니다. 젊은 아낙네들의 가슴에 파고들면 풋풋한 첫사랑의 꽃향기를 이야기로 만듭니다. 이렇듯 봄바람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훈훈하게 합니다. 그런데 겨울바람은 다릅니다. 마치 콩쥐 팥쥐에 나오는 팥쥐 엄마의 심술을 닮아서 그런지 살을 에는 듯 차갑습니다. 이 땅에 모든 걸 꽁꽁 얼어붙게 만듭니다. 생존을 어렵게 하다 보니 마음도 여유롭지 못합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겨울바람이 삭막하고 쓸쓸하게 만들어 삭풍(朔風)이라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바람이라도 너무 다릅니다. 바람은 누가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봄이 주인이 되면.. 2024. 2. 29.
연날리기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 위에 모여서/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연을 날리고 있네./ /꼬리를 흔들며 하늘을 나는 예쁜 꼬마 연들이/ /나의 마음속에 조용히 내려앉아 세상 소식 전해 준다./ 1979년 제2회 ‘젊은이의 가요제’(TBC 동양 방송에서 주최)에서 그룹 라이너스가 불러 우수상을 받은 ‘연’이란 노래의 도입 부분 가사입니다. 민영방송이었던 TBC 동양 방송은 1980년 신군부 군사독재 권력에 의해 언론통폐합이란 명분으로 KBS2-TV로 흡수되어 사라졌지만, 암울했던 그 시대의 추억을 담은 이 노래는 젊은이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봄 방학입니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아이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재잘거리며 재미있게 노는 개구쟁이들이 보여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착각이.. 2024. 2. 27.
저녁이 있는 삶의 풍경 퇴근 시간이 다 됐는데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업무를 정리하고 일어나 사무실을 나가는 직원이 안 보였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윗사람 눈치만 보며 뭔가 업무를 하는 척하고 있었습니다. 부장님이 퇴근해야 차례로 퇴근할 수 있었던 시절의 풍경이 그랬습니다. 칼퇴근한다는 건 강심장 아니고는 감당하기 어려운 단어였습니다. 어쩌면 출근은 있는데 퇴근은 없는 것 같은 직장생활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당시는 모두 비슷했을 겁니다. 한때 유행했던 ‘워라벨’이란 말이 생각났습니다. 시대변화를 실감 나게 만든 말입니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일만 하며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 수 없는 시대입니다. 디지털 문명이 가져온 문화의 발달로 세상은 열심히 일하고, 여가 시간을 통해 자신만의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2024. 2. 26.
정월 대보름날 소원 빌기 보아하니 보름달 보기는 물 건너간 듯 보입니다. 일기 예보로는 저녁에 비가 나릴 것이라는 보도도 있고, 어쩌면 구름 사이로 볼 수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정월 대보름에 대한 세시 풍속이 남아 있어 대형유통점 식품매장이나 전통시장 골목은 분주합니다. 땅콩, 밤, 호두 같은 부럼이나 고사리, 버섯, 호박고지, 무말랭이, 가지나물, 산나물 취나물, 시래기 같은 건나물을 사러 나온 주부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요즘은 산불 위험 때문에 논둑에 불을 놓는 쥐불놀이는 금지시킨 듯합니다. 예전엔 쥐를 쫓는 의미로 아이들이 논두렁이나 밭두렁에다 짚을 놓고 해가 지면 다 같이 ‘망월이야’ 하고 외치면서 불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깡통에 구멍을 뚫어 철사 끈을 달아 불쏘시개를 넣고 돌리면 놀면 윙윙 소리가.. 2024. 2. 24.
겨울꽃처럼 아름답게 이른 봄, 봄의 전령사로 노란 꽃을 피우는 꽃이 산수유입니다. 그냥 보면 몽글몽글 노란 꽃송이가 모여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서 볼수록 달리 보입니다. 어찌 보면 앙증스럽고, 또 어찌 보면 노란 요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크기가 작고 예쁘기도 하지만, 향기도 그윽합니다. 산수유는 한 송이에 여러 개의 꽃이 같이 피는 것도 특이합니다. 우산 모양의 꽃차례로 20~30개의 작은 꽃들이 뭉쳐서 핍니다. 꽃잎과 수술은 각각 4개 있는데 그모양이 마치 왕관을 쓴 것 같습니다. 많은 봄꽃이 그렇듯 산수유도 꽃이 잎보다 먼저 피며, 개나리꽃보다 더 일찍 핍니다. 꽃이 청춘이라면 열매는 겨울은 노년에 해당할 겁니다. 꽃일 때가 아름답습니다. 사람도 청춘일 때가 아름답습니다. 민태원의 수필 ‘청춘 예.. 2024. 2. 22.
자전거 타기 수없이 넘어졌습니다. 그때처럼 많이 넘어졌던 적이 없습니다. 어린 시절 자전거 배울 때 이야기입니다. 감당하기도 버거운 어른 자전거(그땐 어린이용 자전거가 없었음) 끌고 학교 운동장에 갔습니다. 처음엔 자전거 프레임(뼈대) 사이로 발을 넣고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익숙해지면 자전거 안장으로 올라가 타는 걸 연습했습니다. 하지만, 다리가 짧아서 페달이 닿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결국 붙잡고 있던 핸들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중심을 잃고 ‘꽝’하고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 무릎이 깨지고 피가 났습니다. 아기가 두 발로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다해 일어섰다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연습을 수없이 했던 것처럼 그렇게 자전거 타기를 배웠습니다. 사실, 자전거 타는 법은 책에 나오지 않습니다. 딱히 어떻.. 2024. 2. 20.
“뽀뽀해! 뽀뽀해!” “뽀뽀해! 뽀뽀해!” 사진 애호가들이 언덕에 있는 연인을 향해 소리를 질렀습니다. 두 연인이 머뭇거리며 망설였습니다. 사진 애호가 한 사람이 연인에게 갔습니다. 그가 카메라 LCD 액정화면을 보여주며 가서 다시 말했습니다. 역광사진이라 실루엣처럼 이미지가 나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며 그들을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이메일만 알려주면 멋지게 나온 사진을 보내 준다는 말까지 하며 부탁했습니다. 사진은 노을이 짙게 물들어 가는 어느 날 늦은 오후, 해넘이 풍경 출사명소로 알려진 청주 정북 토성 풍경입니다.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 그날 연습 삼아 일몰이나 찍어 볼까, 하고 출사지에 갔는데 우연히 사진 애호가들 틈에 끼여 이 사진을 담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았던 겁.. 2024. 2. 14.
귀성길 의미를 생각해 보다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귀성길은 설레는 마음을 싣고 고향으로 향합니다. 매년 이맘때면 TV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요금소에서 방송기자가 리포팅하는 모습입니다. 기자는 서울 요금소 기준으로 대전, 부산, 광주, 강릉 등 지방 각 도시까지 소요되는 예상 시간을 실시간으로 전해줍니다. 그런데 고속도로는 이름값도 하지 못합니다. 꽉 막혀 심한 정체현상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급합니다.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북이걸음을 하듯 답답한 흐름에 합류해야 합니다. 이제 익숙해져 있는 풍경이니 대부분 그러려니 하며 하고 운전대를 잡습니다. 사실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나마 통행료가 면제되니 위안이라면 위안입니다. 총각 시절엔 고향길이 은근히 스트레스였습니다. 부모.. 2024. 2. 9.
에일리언(Alien) 초등학교(옛날에는 국민학교) 시절 호기심을 자극한 공상과학 만화에 푹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TV가 일부 부잣집에나 있어서 볼거리가 흔치 않았습니다. 그것도 흑백 TV였습니다. 기껏해야 동네 골목에 있는 만화방이 그나마 상상력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채워주는 유일한 공간이었습니다. 사실 컴퓨터 게임을 해본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당시에 접했던 공상만화가 지금의 컴퓨터 게임에 버금가는 즐거움이었을 겁니다. 외계인의 등장은 공상과학 세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최고의 이야기 소재일 겁니다. 지금도 우주 공간은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아직 실생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공간이기도 합니다. 우주 공간에 무수한 행성이 있습니다.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외계인은 여전히 우주 공간의 미스터리입.. 2024. 2. 6.
달빛 열차의 추억 세월이 지나면서 사라진 풍경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기차역에서 열차 타는 일입니다. 요즈음 스마트 폰에 코레일 톡 앱을 깔고 승차표를 예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역 창구에서 표를 직접 사거나 대합실에 설치된 자동발매기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KTX 등장으로 비둘기호나 통일호는 사라졌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개찰구에서 역무원이 하나하나 검표하는 일도 볼 수 없고, 승무원이 객실 안에서 불시에 표검사하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열차표를 회수했던 풍경도 없어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특히, 명절을 앞두고 오가는 귀성열차는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혼잡했습니다. 어렵게 열차에 오르더라도 말 그대로 콩나물시루 같았습니다. 좌석까지 가려면 통로에 입석 표를 끊고 서 있는 사람들을 지나가야.. 2024. 2. 3.
나만의 BTS 왜 BTS에 열광하는지 몰랐습니다. 속으로 공감 능력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세대 차이일까, 생각했습니다. 예전에는 트로트가 전부였습니다. 어느 날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했을 때 무슨 노래가 이렇지, 하고 의문부호를 찍었던 나였습니다. 모든 게 어떤 틀을 깨고 세상에 나올 때 ‘파격’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새로운 장르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새로운 스타의 탄생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아이돌이란 말이 생소했습니다. 시대변화에 둔감한 탓인지 모릅니다. 아날로그 시대 문화가 주류였던 세상이 바뀐 걸 너무 늦게 깨달았기 때문일 겁니다. 이 때문에 발라드, 록, 힙합, 랩 R&B, EDM 등은 물론 아이돌 가수의 등장이 눈에 거슬렸습니다. 문화가 급격히 변한 걸 무시하고, 외면한 것은 변화를 싫어하는 아날로그 사.. 2024.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