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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세이/아포리즘65

터널의 끝에서 만나는 빛 뉴질랜드 호머 터널 (Homer Tunnel))은 달랐습니다. 우선 조명시설이 없어 너무 어둡고, 내부는 자연 화강암 상태였고, 출구가 입구보다 55m나 낮아 터널이 내려가는 방향으로 5.7도 경사져 있습니다. 게다가 편도 1차선이다 보니 한쪽에서 진입하면 반대쪽에서는 기다려야 했죠. 이 터널은 1935년 시작해 1954년에 준공되었으며, 길이 1,219m로 해발 925m 높이에 있고, 오로지 다이너마이트와 망치, 정으로 만들었다고 가이드가 설명했습니다. 막상 차가 터널로 들어가니 원시 동굴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어두운 터널은 처음이라 실제 무섭기도 했습니다. 너무 어두워서 한밤중처럼 느껴졌고,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숨죽이며 답답함을 참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터널을 빠져나오자 마자 세상이 확 .. 2023. 5. 11.
황무지 황량하기 짝이 없는 풍경 사진입니다. 마치 황무지를 연상케 하는 땅끝에 덩그러니 집 한 채만 보입니다. 파란 하늘과 맞닿은 불모지 같은 들녘에는 풀 한 포기 없는 불모지 같은 분위기가 삭막해 보입니다. 홀연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가 떠오릅니다. 그가 쓴 황무지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꽃다운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뉴스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벌써 세 사람이나 됩니다. 그들이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그들이 무슨 죄를 저질렀습니까. 우리는 어떤 비극이 일어날 때마다 늘 반성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울먹이며 다짐하지요. 그런데 같은 일이 또 일어납니다. 세상을 등진 그들에겐 황무지에서 일궈낸 거나 다름없는 보금자리였을 것입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2023. 4. 19.
거미줄에 걸린 태양 촘촘하게 짜인 거미줄이 보입니다. 영어로 web이든가요. 우리는 거미줄 같은 망(web)으로 얽기 설기 짜인 세상에 살고 있죠. 아날로그 시대의 종말은 모든 걸 컴퓨터망으로 연결된 인터넷 문명을 열었습니다. 이제는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우리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히, 초정보화사회라고 할 수 있죠. 사진 속에 거미집을 보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묘한 느낌이 듭니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 같은 태양이 거미줄(web)에 걸린 모습이잖아요. 태양은 오래전부터 인류가 숭상해 온 절대적인 신앙이나 권력의 상징입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별로 사람이 없을 겁니다. 어쩌면 관심조차 없는 대상일지도 모릅니다. 삶을 지배하는 권력과는 무관하니까요. 태양은 빛을 우리에게 빛을 주고 삶을 영위해.. 2023. 4. 18.
벚꽃 길을 걷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걷는 게 싫습니다.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백화점도 차를 끌고 가야 할 정도죠.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귀찮거든요. 살 빼는데 걷기보다 좋은 게 없다는 걸 알지만 걷기 싫어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심지어 다이어트한다며 약을 처방해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만큼 걷는 게 일상에서 멀어진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걷기도 있습니다. 걷기 싫어하는 사람도 걷기를 좋아하는 곳이 있지요. 다름 아닌 벚꽃 길입니다. 봄이면 어딜 가나 벚꽃 명소는 주차 전쟁으로 몸살을 앓지요. 일부러 찾아가거든요. 오로지 벚꽃 구경 삼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는 이유는 딱 하나 아닌 가요. 그거 말고 다른건 생각나지 않네요.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닙니다. 봄의 정취를 느끼며 즐길만한.. 2023. 3. 31.
Spring 영어로 'Spring'은 봄이란 의미뿐만 아니라 ‘용수철’이란 뜻도 있고 ‘샘물’이란 뜻도 있지요. 동사로 쓰이면 ‘도약하다, 솟아 나온다.’ 뜻도 있고요. 가만히 생각하면 다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우 내내 얼어붙었던 들과 산이 봄이 오면 다 녹으면, 땅속 깊이 움츠리고 있던 새로운 생명들이 움트고 나오기 시작하잖아요. 그뿐 아니죠. 깊은 산속 옹달샘도 다시 흐리기 시작하겠죠. 한 마디로 많은 생명체가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거지요.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물이 올라 파란 새잎이 나오고, 봄의 전령사인 산수유 꽃망울도 터뜨리지요. 경칩이 되면 개구리도 겨울잠에서 깨어나거든요. 겨울이란 엄청난 힘으로 눌러도 때가 지나가면 용수철(Spring)처럼 다시 솟아오르잖아요. 복원력이 생기는 거죠. 봄이 영어.. 2023. 3. 21.
연꽃 저는 더러운 진흙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삶의 환경이 좋다고 볼 수 없는 곳이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저를 보고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롭다고 까지 합니다. 심지어 불가에서는 저를 상징으로 여기니 그저 황송할 따름이지요. 또 어떤 이는 저를 보고 을 떠올리며 이야기하지요. 사람도 모두 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생도 꽃처럼 피었다 지는 삶과 비슷하지 않나 싶거든요. 많은 꽃처럼 삶도 씨앗이 싹이 트고 자라는 환경이 다르잖아요. 삶은 운명으로 출발하여 눈물 속에 피는 꽃일지도 모릅니다. 저처럼 진흙에서 태어나 아름다운 꽃으로 역경을 이겨내고 반전의 삶을 일구어 내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잖아요. 꽃이 아름다운 것은 꽃으로 피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린 눈물이 많을 겁니다. 비바람을 맞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잖아요... 2023. 3. 17.
야경 별이 아름다운 이유를 아세요? 사실 저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듭니다. 노을 지고 캄캄해져야 별이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빛이 죽는 시간 태어나는 거죠. 빛이 없는 공간은 죽음의 시간인데 역설적으로 별은 삶의 공간으로 나와 우리의 밤을 로맨틱하게 해 줍니다. 별이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빛이 사라져 버린 도심. 도심은 새로운 빛으로 눈을 뜹니다. 바로 야경이죠. 도심의 화려한 변신은 별빛 서정을 망가트리지요. 예전엔 밤하늘을 보면 수많은 별이 온 세상에 함박눈처럼 쏟아지듯 반짝였거든요. 지금은 보기 힘들죠. 왜 그런지 아세요. 빛 공해 때문입니다. 우리가 별빛을 죽여버린 셈이죠. 물론 생명력이 강한 녀석들은 아직도 살아 있긴 합니다. 야경도 아름답긴 합니다. 빌.. 2023. 3. 16.
고독 어떨 때 고독이란 말과 마주하게 되나요? 우리는 고독과 외로움을 동일시하거나 혼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고독이란 말에 외로울 고(孤) 자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고 고독과 외로움이 같은 의미일까요. 같은 의미라면 두 낱말 중 하나는 국어사전에서 빠져야 할지도 모르지요. 어디까지나 저 개인의 생각입니다. 사진 속의 고목과 마주하면서 떠오른 단어가 고독이었습니다. 홀로 무슨 생각하고 있을까요. 아무도 없으니 대화할 상대가 없지요. 대화할 상대가 없으니 어떻게 보면 외롭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고독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요. 그럼 어떻게 해야죠? 그렇습니다. 바로 자신과 대화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고독은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독이 외로움을 부둥켜안고 있으면.. 2023. 3. 15.
썸타다(2) 무척 생소하게 들렸다. 우연히 TV에서 흘러나온 ‘썸 탄다.’라는 표현을 이르는 말이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너무도 많은 신조어가 너무 난무한다. 시대의 한 흐름인가 생각하고 넘기지만, 한편으로 우리말을 왜곡하는 것 같아 씁쓸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이런 말을 한다고 꼰대라면 어쩔 도리 없다. 남녀가 서로 호감은 있지만, 정식적으로 교제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마음에 두고 있는 이성을 사귀는 과정에서 남자와 여자가 사로 느끼는 불확실한 사랑의 감정을 뜻하는 모양이다. 진전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상대방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한 감정 상태를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 속에 꽃과 나비가 있다. 이들 한 쌍을 보며 ‘썸 탄다.’라는 말을 떠올려 보았다. 제목을 붙인다면 과.. 2023. 3. 13.
썸타다(1) ‘썸 탄다.’ 하는 말을 들으면 먼저 MZ세대가 떠오른다. 옛날 말로 하면 ‘연애하다.’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젊은 남녀가의 사랑에 이르는 과정의 시작단계인 연애로 보면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보통은 사춘기를 거치면서 이성에 눈을 뜨게 된다.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성숙 과정에서 오는 변화로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연애는 남녀가 서로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성적인 매력에 이끌려 만나 가까운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이다. 서로가 좋은 감정을 공유하면서 빠져들게 되면 행복을 느낀다. 눈에 보이는 세상은 온통 핑크빛이다. ‘썸 탄다.’라는 표현의 궁극적인 종착지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사랑에 눈멀 때가 제일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데 요즘 2030 젊은이들에게는 꼭 그렇지만 않은 것 같다.. 2023. 3. 13.
다람쥐 다람쥐는 삼화사를 지나 울창한 숲길을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만났다. 사진을 찍고 나서 미국서부 여행 때 보았던 다람쥐가 생각났다. 샌프란시스코 UCLA 대학캠퍼스에서 카메라에 담은 다람쥐는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먹이를 주면 사람에게 다가왔다. 지나가는 학생들은 아예 다람쥐에게 관심이 없다. 이방인인 나에게는 신기했다. 덩치가 우리나라 다람쥐에 비해 유달리 큰 것도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난 그때 다람쥐도 미국산이라서 양키처럼 큰가 하고 생각했다. 녀석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은근히 친근감이 갔다. 귀엽기도 하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으니 마치 애완동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다람쥐는 작기도 하고, 사람을 경계하는 듯 마주치면 도망간다. 녀석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도무지.. 2023.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