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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6) 2023. 10. 7.
별을 죽인 달(42) 타개(打開)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먼저 최근 전임 대통령의 Anna양 성추행 사건과 Susan여사 기자회견으로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Anna 양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정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도 본의 아니게 걱정을 드리게 된 점에 대해서도 송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전임 대통령이 실종되는 전대미문의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도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미궁에 빠진 채로 표류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 대해서도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Anna양 사건은 여성의 인권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 인식에서 비롯된 .. 2023. 10. 7.
코스모스-8 2023. 10. 6.
별을 죽인 달(41) 실종(失踪) “어쩌다 Anna양 사태가 이런 상황이 된 거죠?” “우리가 전임 대통령의 성범죄를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대응만 하다 보니 상황이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럼, 비서실장은 나 몰라라 해야 했다는 뜻인가요?” “대통령님! 불편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는 그 어른을 나름대로 지켜주었습니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을 공정하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오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우리 편이니까 무조건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집단논리에 빠져나오지 못한 거죠.” “비서실장 얘기를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군요. 차라리 Anna양 교통사고 때 정치적 결단을 내렸으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통령님! 어쨌거나 친.. 2023. 10. 6.
메밀꽃 필 무렵(5) 2023. 10. 5.
별을 죽인 달(40) 몰락(沒落) 충격은 외부에서 영혼의 내부로 전달되는 심장의 반응이다. 전직 대통령의 영혼이 벼락을 맞은 듯 흔들렸다. 심장이 용광로처럼 펄펄 끓어올랐다. Anna가 내 핏줄이라니? 심장에서 터져 나오는 인간적 굴욕감이 얼굴을 덮었다. 권력에 취해 지내던 자존심 영역에 수치심이 빛의 속도로 들이닥쳤다. 바로 어제까지 큰소리치며 반전을 시도했던 그였다. 하지만,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순간 그는 패닉(panic) 상태에(panic) 빠졌다. 당당하게 나서서 친자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에 나설 수가 없었다. 지금껏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권력과 금력을 동원해 안간힘을 다 쓰며 버텼지만, 더 이상 이 고비를 넘길 재간이 없어 보였다. TV를 끄고 거실 장식장 안에 있는 30년 산 위스키를 꺼내 잔에 따라 단숨에 .. 2023. 10. 5.
코스모스-7 2023. 10. 4.
별을 죽인 달(39) 판도라 상자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내성적인 성격 탓이다. 하지만 누구든 많은 사람 앞에 서게 되면 떨릴 수밖에 없다. 이제는 두려워야 할 이유는 없다. 딸을 위하는 일이고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일이다. 그래,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설은명’이란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으련만 누군가는 기억할 것 같다. 자꾸만 미스코리아 선이라는 사실이 신경이 쓰였다. 자신이 미혼모였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나서기 싫었던 이유다. 지울 수 없는 주홍 글씨였다. 당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대문 밖에 나서는 게 두려웠다. 결국 그녀는 조국을 떠났다. 다 잊고 지금껏 살아왔는데 누군가 이를 다시 들추어낼 같아 무서웠다. 그녀는 자신의 치부가 드러내는 것 같아 어젯밤 잠을 설쳤다. “여보! 너무 걱정하지 마.. 2023. 10. 4.
메밀꽃 필 무렵(4) 2023. 10. 3.
인증사진 행복이 따로 없습니다. 이름난 사진 명소에 와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저마다 스마트 폰을 들고 나를 찍고, 같이 온 사람도 찍어 줍니다. 찍는 사람도 즐겁고, 찍어 주는 즐겁습니다. 작지만 이러한 게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옛날과 달리 스마트 폰이 우리 일상생활 속 깊이 들어와 이처럼 작은 행복을 만들어 줍니다. 사진은 아름다운 풍경을 찍기도 하고, 그 풍경 속에 사람을 찍기도 합니다. 풍경 속의 사람이 나일 수도 있고, 함께 온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멋진 풍경 속에 들어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밝습니다. 울거나 화를 내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름다워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도 활짝 피게 됩니다. 어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즐거움이 .. 2023. 10. 3.
코스모스-6 2023. 10. 2.
별을 죽인 달(38) 외길 수순 우화(羽化) 과정은 고치를 벗고 날개를 펼치며 나비가 되는 마지막 과정이다. 이 순간이 가장 힘들고 고통스럽다. 이 과정이 너무 안쓰럽다고 도와주면 나비는 날 수 없다. 고통을 이겨낸 나비는 스스로 날 수 있지만 도움을 받은 나비는 날 수 없다. 날개가 있어도 날개를 펼칠 힘이 없기 때문이다. Susan은 Anna가 이 과정을 겪었다고 생각했다. 딸은 이제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달았다. 이를 지켜보는 엄마는 너무 힘들다. 그래도 딸이 겪었을 아픔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삶은 고통을 이겨내며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응급병동 병실은 고통에 겨워하는 앓는 소리가 가득했다. 밤사이 생과 사의 경계에서 허우적대는 소리가 형광등 불빛에 섞여 날아다녔다. Anna는 그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 2023. 10. 2.
코스모스-5 2023. 10. 1.
별을 죽인 달(37) 오만(傲慢)한 권력 최지철 실장이 이른 새벽부터 안절부절못했다. 아침 TV 방송에서 CNN 서울 특파원이 보도한 충격적인 뉴스를 본 것이다. 최 실장은 곧바로 웹사이트 CNN 홈페이지에 접속해 사실 여부를 먼저 확인한 후 뉴스 파일을 내려받았다. 그는 영어에 능통한 비서관을 찾아 보도 내용을 한글로 번역해 A4용지로 정리했다. 정리한 내용을 빨리 보고해야 하는데 전임 대통령은 취침 중이다. 그가 망설이는 이유는 전임 대통령의 불같은 성격을 전임자로부터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기다리다 못해 침실을 노크했다.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다시 두드렸다.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보다 더 세게 두드렸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그가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각하! 접니다. 최 실장입니다.” 두 번을 반복하고 나.. 2023. 10. 1.
한 가위 보름달 2023. 9. 30.
가까운 사이일수록 /추운 겨울날, 몇 마리의 고슴도치가 모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들의 바늘이 서로를 찔러서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추위는 다시 고슴도치들을 모이게 했습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한 고슴도치들은 서로 최소한의 간격을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고슴도치들은 바늘이 없는 머리를 맞대어 체온을 유지하거나 잠을 잔다고 합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최고의 방법을 찾아낸 겁니다./ 위 이야기는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저서에 나오는 우화로 용어의 기원이라고 합니다. 실제 고슴도치 한 마리에 보통 5천 개의 가시가 있다고 합니다. 고슴도치는 이렇게 많은 가시를 가지고도 서로 사랑을 하고 새끼를 낳고 산다고 하는데, 어떻게 가능한 .. 2023. 9. 30.
일곱 자매 폭포와 구원 폭포 모퉁이를 돌아서니 게이랑에르 피오르드가 자랑하는 일곱 자매 폭포 보인다.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극작가 입센 (Henrik Ibsen: 1828-1906)의 장모 ‘막달레네 토레센’은 이곳 스카겐 지역을 보고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토레센이 말한 폭포 중 대표적인 것이, 유람선이 S자를 돌 때, 오른쪽으로 보이는 일곱 자매 폭포(Sju Systre)다. 폭포를 이루는 검은 암벽에는 하얀 구름이 드리워져 있고, 그 사이로 하얀 물줄기가 실타래처럼 떨어진다. 일곱 자매 폭포는 게이랑에르 피오르드의 하이라이트다. 일곱 개의 물줄기가 250m 아래 바닥으로 나란히 떨어지기 때문에 일곱 자매 폭포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들 일곱 자매 폭포 건너편 암벽 사이 골짜기로는 커다란 한 줄기 폭포가 쏟아지는데 그 이름이 프리.. 2023. 9. 29.
별을 죽인 달(36) CNN 속보 자정이 지난 시간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예, 국정상황실입니다.” “Washington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홍용기 공보관입니다.” “네, 말씀하세요.” “방금, CNN에서 긴급 뉴스가 방송되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라서 전화했습니다.” “충격적인 뉴스라뇨, 무슨 내용입니까? “전임 대통령에 관한 뉴스인데요. 동영상 뉴스 파일을 전송했으니 먼저 그걸 보셨으면 합니다. 한국어로 번역된 자막파일을 별도로 첨부했습니다. 궁금한 사항 있으면 연락해 주시길 바랍니다. 대기하고 있다 바로 답변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당직 비서관이 이메일을 열어 동영상 파일을 불러왔다. CNN Mary Robert 기자가 보도하는 장면이 화면에 떴다. 화면에 청와대가 .. 2023. 9. 28.
메밀꽃 필 무렵(3) 2023. 9. 28.
코스모스-4 2023. 9. 27.
별을 죽인 달(35) 혼절(昏絶) Susan은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화살은 시위를 떠난 셈이다. 전임 대통령은 심판받을 것이다.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넘어야 할 마지막 고비도 남았다. Anna가 고통을 견뎌내는 일이다. 문제는 고통을 덜어 줄 만한 진통제가 없다. 심장을 칼로 꽂는 아픔을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영혼을 흔들어댈 폭풍 속으로 스스로 헤쳐 빠져나와야 한다. Susan이 엄마로서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의 마음은 같다. 자식이 고통스러워할 때 그 고통이 자신의 고통이었으면 하는 그 마음 말이다. 그게 모성이다. 모성은 여자를 위대한 엄마로 만든다. Susan도 그런 평범한 엄마의 한 사람이다. 두려움은 종종 앞을 가로막는다. 두려움은 내 안의 문제다. 부딪혀 보.. 2023.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