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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던 밤에 어쩌다 우연히 본 밤하늘, 별이 보이지 않습니다. 찾아보기 힘듭니다. 자세히 보아야 보일까 말까 합니다. 먹고살기 바쁘니 사실 밤하늘을 볼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가끔은 별이 보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본 밤하늘인데 별을 볼 수 없으니 마음이 허전하기만 합니다. 그 많던 별이 다 어디로 간 걸까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인간은 오랫동안 밤을 무서워했습니다. 왜 그런지 몰랐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오래전부터 해가 지면 늘 찾아왔던 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인간이 낳은 어둠의 자식들이 나쁜 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어둠 속에 깊은 곳에서 작당하거나 음모를 꾸몄습니다. 그리고 이웃들에게 해서는 안 될 못된 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착한 이웃들이 나섰습니다. 빛을 만들.. 2023. 9. 26.
메밀꽃 필 무렵(2) 2023. 9. 25.
코스모스-3 2023. 9. 24.
별을 죽인 달(34) 배신(背信) 전임 대통령은 특검의 칼날을 피했다.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가 기습을 어쩌다 당했다. 그것도 자신이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 당선시킨 후임자에게 말이다. 불과 청와대를 나온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그는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밀었다. “이봐, 김 대표! 이참에 새살림 차려야겠어.” “저도 청와대가 배신할 줄은 차마 몰랐습니다. 각하!” “창당 자금은 걱정하지 말고, 조속한 시일 내 창당 준비 작업을 해야겠어.” “알겠습니다.” “창당 발기인 대표는 자네가 맡아. 이제 자네도 여의도에서 중진의원 아닌가. 큰 꿈을 한 번 키워 볼 때가 되었잖아. 지금이 딱 기회야.” “저는 각하처럼 카리스마가 없어서…” “이 사람아! 지금 청와대 주인은 카리스마가 있어?” “…” “여의도에 .. 2023. 9. 24.
아찔한 작업 영화 클리프 행어는 산악구조대원으로 일하던 게이브가 로키산맥에서 조난 당 한 동료 핼의 애인인 사라를 구하러 나서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관람객은 눈을 떼지 못한다. 아찔하다. 주인공은 자일 하나에 의지해 살고 싶어 외줄에 매달려 몸부림치는 사라의 손을 잡지만 놓치고 만다. 순간 내 마음은 사라와 같이 공포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영화 버티칼 리미트 오프닝 장면도 비슷했다. 크루즈 피터​와 애니​ 남매는 세계 최고 등반가인 아버지와 모뉴멘트 밸리 암벽 등반에 나선다. 그들이 정상을 향하던 도중 한 대원의 실수로 모두 아래쪽에 있던 애니의 자일에 매달리게 된다. 자일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칼로 줄을 자르라고 외친다. 그렇지 않으면 다 죽기 때문이다. 아들이 말을 듣지 않.. 2023. 9. 23.
넌 어쩌다 개나리가 되었니? ‘개-’로 시작되는 말을 보면 좋은 표현이 없다. 예를 들면 이렇다. 상대방에게 기분 나쁠 때 불쑥 툭 튀어나오는 욕부터가 ‘개 XX’다. 질서가 없는 상황을‘개판이다.’라고 하고, 마음에 썩 달갑지 않을 때 ‘개떡 같다.’라고 한다. 이외에도 개망신, 개꿈, 개나발, 개수작, 개소주, 빛 좋은 개살구, 개차반, 개구멍 같은 표현도 떠오른다. 뜬금없이 ‘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한 장의 사진 때문이다. 봄 분위기와 어울리는 풍경을 사진에 담으려 집을 나섰다. 도로변에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꽃을 보고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이때 한 남자가 강아지 한 마리를 끌고 지나간다. 순간 본능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우연히 담은 사진이다. SD카드를 컴퓨터에 꽂고 사진 파일을 불러왔다. 개나리꽃 길에 몰티즈로 보이는 .. 2023. 9. 22.
자금성 2023. 9. 21.
별을 죽인 달(33) 자매(姉妹) “오늘 시간 있니?” “언니가 부르면 언제든 총알 같이 갈 수 있어.” “Anna 문제만 매달리다 보니 내가 너무 무심했던 거 같아.” “내가 언니라도 그랬을 거야.” “이해해 주니 고맙다. 은영아!” “언니! 그나저나 Anna 문제는 왜 자꾸만 더 꼬여만 가는 거야.” “그러게, 말이다.” “언니! 그냥 가만히 있을 거야.” “그래서 오늘 좀 만났으면 하는데….” “어디서 볼까?” “점심이라도 같이 먹게 명동 어때? “그럼, R 호텔 커피숍으로 12시까지 갈게.” “차 갖고 올 거니?” “아니, 명동은 너무 복잡해서 전철 타고 가려고.” “그래, 호텔서 보자.” “언니! 좀 늦는다고 뭐라고 하지 마.” 예전 같았으면 지나가다 친구라도 우연히 만나 수다를 떨었을 거리다. 세월은 그녀를 바꾸어.. 2023. 9. 21.
메밀꽃 필 무렵(1)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 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 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앞장선 허생원의 이야기 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서운한 제멋에 적적하지는 않았다./ 이효석의 단편 소설 에서 허생원, 조선달, 동이 이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장터로 가는 메밀꽃이 핀 달밤 풍경에 나오는 장면이.. 2023. 9. 20.
출사 현장 2023. 9. 19.
스치는 인연일지라도 비가 내린다. 오슬로에 도착하던 날 첫 인연이 비였다. 여행길에서 만난 비는 불청객이다. 그런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봄의 리듬을 담은 왈츠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수에 잠긴 소녀의 눈망울에 맺힌 애수(哀愁) 같았다. 나는 비에 대한 거부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감정일까 싶다. 시내를 벗어났다. 비가 굵어졌다. 신경 쓰이지 않았었다. 숙소인 와달(Wadal)에 도착해서도 그치지 않았다. 그저 지나가는 봄비에 지나지 않겠지 여겼다. 그래서 내일은 그치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빗나갔다. 여행의 즐거움이 떨어져 걱정해야 하는 순간인데도 무슨 까닭인지 차분하기만 했다. 비구름과 안개가 ‘게이랑에르’로 가는 63번 도로를 덮고 있다.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는 노르웨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유네스코 .. 2023. 9. 19.
깨어나는 도심 2023. 9. 18.
별을 죽인 달(32) 요한 신부 Susan은 특검이 부결된 후 딸의 표정에서 실망을 읽었다. 딸이 예전의 모습을 찾아야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그림자가 있어 보였다. 아직 정신적으로는 사고의 충격을 다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Anna가 김재형 변호사와 저녁 식사하러 나간 후 혼자 남았다. 여전히 딸의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Anna를 지켜보는 건 별 의미가 없어 보였다. Susan이 거실 창 쪽으로 다가가 화창한 봄 하늘을 바라보았다. 요한 신부님이 생각났다. 샌프란시스코 그레이스 성당에 다닐 때 일이다. 마음을 의지할 곳이 없어 성당을 다녔다. 요한 신부님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전에 보지 못했던 동양계 여성이 늘 미사만 마치고 조용히 성당을 빠져나갔다. 어느 날 요한 신부님이 Susan을 불렀.. 2023. 9. 18.
가을 들녘 2023. 9. 17.
새벽 마중 예전엔 새벽을 알리는 소리가 수탉 울음이었습니다. 날이 밝아 오면 어김없이 들었던 정감 어린 소리였습니다. 이른 아침 할아버지 손을 잡고 봄 들녘에 나가면 하늘에서 지저귀는 종다리 소리도 기억납니다. 제가 살던 시골 마을의 새벽 풍경이 그랬습니다. 이후, 마을회관 스피커에서 나오는 새마을 운동 노랫소리도 있었을 겁니다. 습지의 새벽은 이와 다릅니다. 캄캄한 숲에서 들리는 소리는 새소리입니다. 우리는 습관처럼 새 울음소리라 하는데 울음소리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슬프게 우는 것 같지 않거든요. 하지만, 녀석들의 소리 외에는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인간의 감각으로 알 수 없는 새벽의 발걸음을 녀석들은 알고 있는 듯합니다. 어쨌든 습지는 새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먼동이 트기 시작합니다. 새벽은 밤의 .. 2023. 9. 17.
광안대교 2023. 9. 16.
조약돌 강물이 흘러갑니다. 거칠고 사납게 흘러갈 때 저도 함께 휩쓸려 갔습니다. 세찬 물살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고 온몸에 상처투성이가 됩니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신 차릴 수도 없습니다. 심한 경우에 정신을 잃고 며칠 동안 앓아눕습니다. 어느 날 눈 떠 보니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움직이는 것은 물입니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던 상처가 아물 때 여기가 어딘지 살펴봅니다. 내가 살던 곳이 아닙니다. 흐르는 물이 나를 다른 세상으로 옮겨 놓은 겁니다. 온순해진 물이 상처를 어루만져 주며 천천히 지나갑니다. 물은 원래 내 모습을 시간의 무덤 속에 묻고,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옛 생각이 납니다. 한적한 시골의 한 개울가 생각이 납니다. 폴.. 2023. 9. 16.
별을 죽인 달(31) 신념과 현실 Susan은 허탈했다. 실낱같은 희망이 무너졌다. 아무래도 자신이 나서야만 될 시간이 온 것 같아 두렵고 무섭다. 피했으면 좋겠는데 그럴수록 고통이 깊어진다. 이제 막다른 골목인가? 운명은 자신이 고통의 늪을 직접 건너가도록 몰아가고 있다. 지난번 H 호텔 식사 때 남편이 말한 남산타워가 떠올랐다. 차라리 오늘 저녁 남편에게 판도라의 진실을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 진실을 말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Susan은 승부수를 던져야겠다는 결심을 굳혀갔다. Susan이 크게 숨을 쉰 후 휴대폰을 들었다. “여보! 저예요.” “어쩐 일로 전화를 다 했어.” “오늘 저녁 당신하고 모처럼 외식이나 했으면 하는데?” “외식이라고. Anna는?” “김 변호사와 저녁 약속 있데요.. 2023. 9. 15.
비행선 2023. 9. 15.
한섬해변 2023. 9. 14.
모뉴먼트벨리 2023.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