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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도시 '류블랴나' 빗줄기가 가늘게 몸매를 가다듬고 내린다. 아무래도 그칠 것 같은 비가 아니다. 걱정이 밀려온다. 사진 때문이다. 비야 맞으면 그만이지만 디지털카메라는 컴퓨터 같은 전자장비나 다름없어 아무리 방수가 완벽하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그런 걱정이 밀려오는 가운데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에 도착했다. 망설이다가 카메라를 버스에 두고 내렸다.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나저나 더 이상 빗줄기가 굵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버스에서 내려 중심가 뒤쪽의 아파트단지로 보이는 이면 도로에 내려 걷기 시작했다. 일행은 다시 수신기를 꺼내 귀에 꽂은 채 인솔자 뒤를 따랐다. 류블랴나는 류블랴니차강을 중심으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구분하는데 신시가지는 용의 다리를 건너 프레셰렌 광장을 중심으로 해서 이루어진다. 시내 투어는 이 .. 2024. 8. 28.
개망초꽃 개망초꽂입니다.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꽃 가운데가 노른자, 가장자리가 흰자위처럼 보여 달걀 꽃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안개꽃을 닮았습니다. 자세히 보면 작은 국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꽃모양을 제대로 갖추고 은은한 향기도 나는 예쁜 꽃입니다. 망초(亡草)보다 꽃이 크고 예쁘며 꿀이 많아 나비와 벌들이 많이 찾는 꽃입니다.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어디든지 빈 땅이면 어김없이 피는 꽃입니다. 반면 망초는 꽃이 아주 작은데다 비주얼이 형편없습니다. 거기에 ‘개’ 자가 들어가면 볼품이 없다는 뜻인데 개망초꽃은 망초꽃보다 훨씬 예쁩니다. 망초는 일제 강점기 때 유입되어 밭농사를 망치고 나라가 망했다는 뜻으로 붙여져다고 합니다. 농부 입장에선 망초에 비해 개망초가 뽑기도 쉽고 농삿일.. 2024. 8. 27.
빨간 태양 아직도 해가 빨갛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 미술 시간에 해를 그릴 때 하나 같이 빨간색 크레용으로 그렸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사진을 취미로 배우면서 알았죠. 위 사진 한번 볼까요. 어떻게 보이시죠? 빨간가요. 아니죠. 그런데 누구도 해가 빨갛지 않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해를 그릴 때면 빨갛게 그렸을 겁니다. 사실을 모르면 그럴 수 있습니다. 알면 고치면 됩니다. 어려울 거 없습니다. 언제나 진실은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진실을 호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스스로 한 말도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들 말이에요. 그런 사람들을 위선적이라고 .. 2024. 8. 26.
별을 죽인 건 너야 별이 죽었습니다. 캄캄합니다.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있다면 밤은 별의 시간입니다. 그런데 별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별이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왜 별이 안 보이는 걸까. 누가 별을 죽인 걸까. 아니면 누가 별을 사라지게 한 걸까. 별을 죽였다면 뭔가 흔적이 남아있을 텐데. 난 우주의 미아가 되었지만, 별을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럴즈음 별똥별 하나가 지나가더니 별빛이 희미하게 저 멀리서 다가왔습니다. 죽었던 별들이 돌아오기 시작한 겁니다. 그때가 밤 10시가 조금 지났을 때였을 겁니다. 오후 2시에 수술실에 들어갔으니 8시간 만에 마취에서 깨었던 겁니다. 무거운 눈꺼풀 사이로 들어온 빛이 뭉개져 몽글몽글한 별빛처럼 반짝이는 게 영롱.. 2024. 8. 23.
푸카키 호수 광활한 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국적인 풍경은 경이롭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여행에서 경험하는 즐거움이다. 원래 남의 떡은 커 보이기 마련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풍경을 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수식어를 갖다 붙일 수밖에 없다. 눈앞에 펼쳐진 호수의 풍경을 보면서 예의상 갖다 붙인 표현이다. 그런데 아쉽다. 마운트 쿡은 흰 구름에 가려져 몸통만 보였다. 이름값을 하려고 그러는 것인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눈으로 덮인 설산이 마운트 쿡(3,754m) 임을 짐작할 뿐이다. 푸카키 호수는 거기서 80㎞ 떨어져 있고, 그곳에서 밀려 내려온 빙하가 녹아 형성되었다고 가이드는 말했다. 특이한 것은 호수의 물빛이 아주 짙은 푸른색이다. 영어로는 “milky-blue”라 부르는 모양이다. 빙하수에 .. 2024. 8. 22.
거꾸로 보는 풍경 어린 시절 한 번쯤 얼굴을 앞으로 숙이고 가랑이 사이로 풍경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아니면, 친구들과 학교 운동장에 있는 철봉에 매달려 거꾸로 하늘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별것도 아닌데 재미있어서 개구쟁이 친구들과 까르르 웃고, 늘 보던 풍경임에도 새롭게 보여 신기하게 여겼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늘이 푸른 바다가 되어 구름이 배처럼 둥둥 배처럼 떠다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구나무를 서서 보면 마치 온 세상을 내가 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천하장사가 아니더라도 지구라는 땅덩어리를 두 손으로 들어 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세상을 거꾸로 뒤집어 보면 의외로 색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물 빠진 호숫가를 걷다가 우연히 찍은 사진입니다. 찍은 사진을 거꾸로 뒤집어 보았습니다. 초록의 숲이 시선을.. 2024. 8. 21.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해랑전망대입니다. 디자인이 독특해 보입니다. 도깨비방망이 모양의 전망대로 알려진 곳인데, 85m 길이로 바다 위를 걷는 것 같은 짜릿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해를 한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출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논골담길 위에서 내려다보니 그럴듯해 보입니다. 찍고 보니 마음에 듭니다. 이것도 소소한 행복입니다. 가까이 가보고 싶었습니다. 멀리서 보는 것보다 더 나을것 같아 가보기로 한 겁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머릿속에 남아 있던 풍경이 아닙니다. 분명 위에서 볼 때는 한 폭의 그림 같았는데 가까이 와 보니 실망스럽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던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뀐 겁니다. 마치 멀리서 봤을 땐 한눈에 들어온 여인이었는데 가까이서 가서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겁니다. 우리 눈.. 2024. 8. 20.
우물이 있던 시절 동네 아낙네들의 수다 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는 듯합니다.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리며 아랫집 뒷집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퍼졌던 시절, 개똥이네 집은 딸만 낳다가 이번에 아들을 봤다는 둥, 순이네가 송아지 낳았다는 둥, 이장 집 막내딸이 시집간다는 둥 별별 소식이 아침이면 우물가에서 이웃집 담장을 넘게 됩니다. 한나절이 우물가는 빨래터가 됩니다. 여인들의 고된 시집살이는 여기서 잠시 멈춥니다. 어른들 눈치 볼 것 없이 토해내는 시어머니 흉보기도 웃음소리로 서로 주거니 받거니 넘겨버립니다. 아낙네들 속을 썩이던 남정네들을 떠올리며 방망이로 빨래를 연신 두들기기도 합니다. 쌓였던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어대듯 팔에 힘을 주어 내리쳤을 겁니다. 한바탕 휩쓸고 간 동네 아낙네들의 웃음소리가 끊긴 우물가, 모처럼 고요 .. 2024. 8. 19.
‘오해’라는 바다 어둠 속 저 멀리서 바다가 다가온다. 사랑의 속삭임은 은밀하다. 밤 해변은 여름을 벗긴다. 태양이 침몰한 해변은 로맨틱한 밤이다. 파도의 손길이 부드럽다. 해변은 파도에 몸을 맡긴다. 화상으로 얼룩진 상처를 파도는 어루만져 준다. 상처가 남긴 아픔은 파도에 실려 어둠의 바다로 잠긴다. 사랑은 상처를 아물게 한다. 인파로 뒤덮였던 해변, 이제야 숨을 돌린다. 환호와 이우성이 사라진 해변은 적막하다. 그 공간에 남은 건 벌거벗은 해변과 밤바다의 속삭임뿐이다. 파도는 마지막 남은 태양의 열기까지 지워버린 후 말을 꺼냈다. “사람들이 널 찾은 건 사랑 때문이 아니라, 여름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몰랐었다. 날 사랑하기에 찾은 줄만 알았다. 그들이 어둠이 무서워 떠난 이유는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인간은.. 2024. 8. 16.
노래인지, 울음인지 헷갈립니다. 노래인지 울음인지. 물어볼 수도 없으니 듣기 나름입니다. 애절하게 들리는 듯합니다. 짝을 찾기 위한 소리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매미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갈 겁니다. 여름이 지나기 전에 짝을 찾아 인연을 맺어야만 하니까요. 늦은 밤까지 잠 못 이루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걸 보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노래로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노래로 듣고 싶은데 노래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사랑의 세레나데치곤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맑고 청아한 소리가 아닐뿐더러 마치 시위 현장에서 격렬한 투쟁을 벌이는 듯한 함성 같습니다. 노래라면 사랑의 감성을 담은 로맨스가 느껴져야 하는데 소음처럼 들립니다. 그럼에도 노래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녀석은 7년의 긴세월을 땅속에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고작 보.. 2024. 8. 15.
초록의 기억 초록의 풋풋함이 묻어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한여름의 숲처럼 새들의 보금자리를 품어주고, 녀석들의 경연 무대를 만들어 주며 노래를 들어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초저녁이면 풀벌레 소리마저 정겹던 여름, 청년은 보송보송한 솜털 피부를 벗어던지고 연초록의 얼굴로 그해 여름, 20대의 나이테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여린 연둣빛 나이를 넘어서니 짙은 초록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나에게 속삭이는 감성을 깨닫게 되었고, 여름의 숲 사이로 내려오는 햇살과도 수줍은 미소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청년이 되었던 나. 저 높은 세상을 향해 힘껏 날개를 펼치고, 꿈과 사랑을 향해 날아갈 것 같은 기개를 펼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날 이후 세월이 많이 지났습니다. 그 초록의 숲을 거닐어 봅니다. 여전히 초록의 향기는 그때와 다르.. 2024. 8. 14.
날고 싶다면 남미대륙 안데스산맥에 사는 콘도르는 한두 번의 날개를 움직여도 멋지게 날 수 있다고 합니다. 3m에 이르는 날개 덕분입니다. 반면 벌새는 1초에 80회 이상 날개를 멈추지 않고 움직여야 합니다. 날개 길이가 5~10㎝ 정도 밖에 안되서 끊임없이 퍼덕거려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지상태에서 떨어지지 않고 꿀을 따 먹을 수 없습니다. 새들은 높게 날아다니든, 낮게 날아다니든 날개짓을 해야 합니다. 새는 소화기관이 짧다고 합니다. 몸을 가볍게 하도록 진화되어 오줌보도 없어 소변이 섞인 변을 함께 배설합니다. 소화가 다 되기도 전에 몸밖으로 내보내는 겁니다. 배설기관과 생식기관이 하나로 되어 있는 데 이를 총배설강이라 하고, 턱이나 귀도 없고, 뼈도 속이 비어 있어 가볍습니다. 또한 기낭이라고 하는 공기.. 2024. 8. 13.
비상 착륙 홍점알락나비의 최종 목적지는 자귀나무꽃이었습니다. 중간 경유지인 배롱나무꽃에는 오전 12시가 조금 넘어 도착할 예정이었습니다. 당시 배롱나무꽃 주변은 비구름이 많고 오락가락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착륙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이따금 번개가 치기는 했지만, 비행에 베테랑이었던 홍점알락나비는 착륙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배롱나무꽃 주변에 기상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 홍점알락나비는 예정했던 항로보다 약간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날았습니다. 예상보다 10~20분 늦어지더라도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행은 순조로웠습니다. 홍점알락나비는 비행메뉴얼대로 서서히 고도를 낮추었고, 곧 있을 착륙에 대비해 절차대로 .. 2024. 8. 12.
취하긴 했는데 왜 취하고 싶은가.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맨 정신으로 도저히 살 수 없는 세상이라고. 자살률이 우리보다 높다는 러시아 사람들이 독한 보드카를 물처럼 마시는 이유도 우리와 비슷한 모양입니다. 하기야 허구한 날 우크라이나와 끝이 안 보이는 전쟁 때문에 끌려가야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없을 겁니다.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특별히 벗어나거나 해소할 방법도 없습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야 하니 따뜻한 조직 문화보다 살벌하기 짝이 없는 냉혹하고 비정한 조직 문화에 익숙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오는 인간적 절망감과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을 견디기 위해선 술이라도 마셔야 하는 세상입니다. 혹시 삶은 개구리 증후군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펄펄 끓는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으.. 2024. 8. 9.
담장을 허물어 주세요 안에서만 살다 보니 밖이 궁금합니다. 누군가 날 찾아오지 않으면 이 여름날이 너무 쓸쓸합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화사한 아름다움을 보여 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습니다. 차라리 담장이 없으면 그나마 많은이들과 만날 수 있을텐데. 만나면 꽃다운 아름다움을 함께 할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왜 거추장스러운 담장을 만들어 놓았는지, 난 당신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안에만 있으려니 우울합니다. 삶을 구속받고 있는 것 같고 갇혀있는 느낌입니다. 당신이 만들어 놓은 담장 때문입니다. 죄지은 것도 없는데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것 같아 너무 외롭습니다. 사실 담장은 내 삶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립니다. 그렇다고 안 볼 수도 없고, 어쨌든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안에선 잘 보이.. 2024. 8. 8.
잠자리 잠자리가 불편합니다. 에어컨을 틀고 자면 시원하긴 합니다. 그런데 자다 보면 춥습니다. 본능적으로 리모컨을 찾아 꺼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한동안 잠이 듭니다. 얼마나 잤을까?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다 다시 에어컨을 켜게 됩니다. 몸이 끈적거려 잘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밤이면 밤마다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일입니다. 열대야와 불편한 동거를 피하기 위해선 에어컨 신세를 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요금이 부담스럽지만, 습한 더위와 동침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참으려다 보면 짜증이 임계점에 다다릅니다. 자칫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연일 이어지는 열대야는 잠자리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아침이면 머리가 개운하지 않습니다. 잠을 설쳐서 그럴 겁니다. 아마 이런 일이 나만의 .. 2024. 8. 7.
장독대 갑자기 추억을 쫓아갈 때가 있습니다. 뜻하지 않은 옛 시절의 기억을 떠올릴 때입니다. 추억이 머무는 곳에 다다르면 리트머스 종이에 젖어드는 것처럼 먼 아날로그 시절의 한 장면이 가슴을 젖게 합니다. 아련한 그 장면이 서서히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희미한 동영상이 스크린에 펼쳐집니다. 화면 속에 시골 마을이 보입니다. 옹기종기 이마를 맞대고 짚으로 이엉을 만들어 새끼줄로 엮은 초가지붕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고향마을에는 기와집이 딱 한 채 있었습니다. 우리집은 초가집이었습니다. 지금은 민속촌에나 가야 볼 수 있을 법한 풍경입니다. 이런 풍경과 빼놓을 수 없는 게 장독대입니다. 장독대가 없는 집이 없었습니다. 시골 아낙네들은 항아리가 있는 장독대를 신주단지 모시듯 지극정성이었습니다. 장독대에는 된장, 고추장, 간.. 2024. 8. 6.
호랑나비와 자귀나무 꽃 호랑나비는 기쁨과 행복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속설에 의하면 아침에 호랑나비를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했고, 이른 봄에 호랑나비를 보면 운수가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배추 흰나비를 보면 부모가 상을 입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나비를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눈이 먼다는 얘기도 어른들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침부터 호랑나비를 카메라에 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의미심장하게도 자귀나무 꼭대기였습니다. 의미심장하다는 이유는 자귀나무가 부부의 금실을 뜻할 뿐만 아니라, 화해의 상징인 상서로운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그럴듯한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힘이 장사인 장고라는 노총각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그가 이웃 마을 언.. 2024.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