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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꽃 배롱나무는 거추장스러운 걸 싫어하나 봅니다. 여름이라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본래부터 그랬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볼 때마다 자신의 멋진 몸매를 자랑하듯 드러내는데, 그게 내겐 거침없어 보였습니다.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어떤 나무와 비교해 봐도 나뭇결이 부드럽고 매끈해 보입니다. 이 때문에 투박한 다른 나무보다 매혹적입니다. 호기심에 살짝 만져 보았습니다.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꽃이 오래 피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나무 자체입니다. 여름이라 그런지 일단 패션이 시원해 보입니다. 살짝 건드리면 바로 껍질이 벗겨져 속살이 드러납니다. 마치 샤워를 하려고 금방이라도 벗어버릴 것 같은 모습입니다. 군살 하나 없는 매끈한 몸이 관능적인 느낌도 듭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 2024. 8. 2.
나도 '관종' 일까 '관종’이라는 용어를 접했을 때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이목을 끌기 위해 온라인이나 SNS에서 무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용어라는데 '관심종자'의 준말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타인에게 관심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많다는 방증일 겁니다. 과장일는지 모르지만, ‘관종’이 대세가 된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합니다. 요즘은 누구나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세상입니다. 사이버공간에서 타인과 의견을 나누며 지내고, 스마트폰이나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서로 일상을 공유하는 동시에, 이를 삶의 즐거움으로 여기며 지냅니다. 특히, SNS의 비중이 커지면서 ‘관종’이란 말이 자리 잡은 듯합니다. 블로그(수다 한 잔, 사진 한 장)를 시작한 지 1년 4개월이 지났습니다. .. 2024. 8. 1.
솔로 탈출 (1) 솔로이성을 보는 관점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눈이 높으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기 힘듭니다. 기회도 많지 않습니다. 자신이 인기도 있고 스펙도 괜찮은 편인데도 솔로라면 스스로 돌이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저것 조건을 깐깐하게 따지다 보면, 아예 상대방이 먼저 부담을 느끼고 마음을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솔로 탈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는 본인입니다. 그런데 스스로 자기가 눈이 높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반대로 본인이 자신이 마음에 드는 상대방을 만났을 때, 그 사람 눈높이에 내가 맞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본인보다 더 좋은 사람을 바란다면 그대로 솔로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2) 썸 타기‘썸 타기’는 자기 방어 심리가 깔려 있다고 합니다. 정식적으로.. 2024. 7. 31.
짝사랑 난 당신만을 바라봅니다. 낮엔 하얗게 눈이 멀고, 밤엔 까맣게 눈이 타들어 가도 어쩔 수 없습니다. 사랑이란 누군가를 평생 바라보다가 눈이 멀도록 꺼지지 않는 불꽃인가 봅니다. 당신이 존재하는 한 내 사랑은 변할 것 같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날 바보라고 합니다. 그러나 내겐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일 겁니다. 어쩌면 질투심에서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리 그런 소릴 한다고 해도 나는 신경 쓰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꽃이 된 이유도 사랑 때문일 겁니다. 그런 날 사람들은 해바라기라고 부릅니다. 하루 종일 해만 바라보는 바보 같아서 그런가 봅니다. 어떤 이는 그런다고 해가 하늘에서 내려와 내 사랑을 받아 줄리 없으니, 마음을 바꾸라고 합니다. 어릴 적에 .. 2024. 7. 30.
아우라가 느껴지는 꽃 살아있는 생명체는 아우라(Aura)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우라는 생명이 품고 있는 에너지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걸 뿜어냅니다. 아우라(Aura)는 그리스어로 ‘숨결’이나 ‘후광’을 의미하는 말로 예술작품을 설명하는데도 쓰이는 용어입니다. 작품의 분위기나 독특한 감정적 에너지를 설명할 때 쓰인다고 합니다. 어느 날 우연히 TV를 보다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끼리 ‘OO는 아우라가 있는 것 같아’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동석한 특정인을 가리키며 칭찬하는 말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사람에게 서려 있는 특별한 기운, 후광, 광채 같은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서 ‘아우라’라는 말을 꺼낸 듯합니다.  이때 ‘아우라’는 내면의 빛입니다. 시청자에게 잘 보이도록 화장하거나 꾸며서 만들 수 있는 아.. 2024. 7. 29.
기념사진 남기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지금의 순간을 추억으로 기억하고 싶을 때입니다. 방법은 글이나 사진, 동영상 정도일 겁니다. 글은 사진이나 동영상에 비해 같은 기록임에도 현장에서 문장으로 남기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반면 사진이나 동영상은 어려움이 없습니다. 요즘은 스마트 폰을 갖고 다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남기고 싶은 순간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예전엔 특별한 날이 아니면 사진 찍는 일이 없었습니다. 특별한 날이란 기념할 만한 이벤트가 있는 걸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아기 백일이나 돌, 입학과 졸업, 수학여행, 약혼과 결혼식, 회갑 같은 날이 이에 속합니다. 여기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살면서 기쁨과 즐거움이 넘치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훗날 이런 추억들이 행복으로 재현되는 즐거움이 있기에 우린 이를 기념.. 2024. 7. 26.
부러워마세요 ‘나는 언제 꽃이 되지.’ 여길 봐도 그렇고, 저길 봐도 피지 않은 꽃이 없습니다. 남들은 저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한껏 뽐내고 있는데, 정말 속상해 죽겠습니다. 이제 겨우 꽃봉오리에 머무르고 있거든요. 솔직히 남들과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걸 어떡합니까. 속절없이 애만 탑니다. 눈에 안 보이면 덜 할 텐데 눈만 뜨면 보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너도 머지않아 아름답게 필 거야.’ 누군가 기죽지 말라며 이렇게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그 말이 겉치레로 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내가 낙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미안하니까 으레 하는 말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솔직히 부럽습니다. 왜 난 이렇게 남들보다 늦게 피는지 은근히 질투가 납니다. ‘야, 제가 부럽다. 좋.. 2024. 7. 25.
겨울 사진 덥습니다. 너무 덥습니다. 여름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지냅니다. 그래도 몸은 짜증스럽게 반응합니다. 본능적으로 덥고 습한 날씨가 싫은 겁니다. 신은 인간을 그렇게 만들었으니, 우린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피서라는 단어가 국어사전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피할 피(避), 더위 서(暑), '피서(避暑)'는 숙명적으로 여름철에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단어입니다. 예전엔 소박한 피서도 낭만적이었습니다. 그땐 아날로그 시대였습니다. 동구 밖 느티나무 그늘에서 이웃들과 수박 한쪽을 나누어 먹으며 더위를 식히곤 했습니다. 어른들은 가까운 계곡을 찾아 탁족을 즐기기도 했고요. 그럴 여유조차 없는 서민들은 툇마루에 앉아 부채질하며 매미 소리를 들으며 지냈습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종일 개울가에.. 2024. 7. 24.
무아지경(無我之境)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뭔가에 몰입할 때가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업무에 집중할 때도 있고, 소설을 읽을 때도 재미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공부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해야 할 때 잘 됩니다. 반면 아이들은 컴퓨터게임 할 때도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철없는 어른들이 도박에 빠졌을 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도박은 아니지만 장례식장에서 밤새 고스톱 치던 생각이 납니다. 으레 상갓(喪家) 집에 조문 가서 재미로 치곤 했습니다. 화투장을 보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소주잔 기울이며 즐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아주 친한 친구 사이라면 밤을 새워 가며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게 우정이고 예의라고 여겼던 때도 있었습니다. 몰입은 어떤 것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중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측면.. 2024. 7. 23.
건반 위를 걷는 여자 비가 내립니다. 예전 같지 않습니다. 우리가 보아왔던 여름철 장맛비가 아닙니다. 내리는 비의 양도 장난이 아닙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예년에 내리던 호우가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용어인 극한 호우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것도 낮에는 적게 내리다 밤에 집중적으로 한 지역에 퍼붓는 비라서 피해가 더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후 현상이 매년 되풀이될 것으로 예견합니다. 거세게 내리치는 빗방울이 바람에 날리고, 거실 유리창에도 부딪혀 흘러내립니다. 여름이 소리치며 우는 것 같습니다. 번개가 번쩍이더니 요란한 천둥소리가 대지를 흔들어 이에 빗방울이 놀라 어디론가 숨고 싶은 모양입니다. 낭만과 감성을 자극하는 비를 기대했는데,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합니다. 그윽한 커피 한 모금을 마시.. 2024. 7. 22.
여름 궁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를 벗어나 달린다. 한적하기 그지없는 초원지대를 거침없이 내달리는 버스는 한 마리 야생마 같다. 산이라고 생긴 건 하나도 없다. 그러더니 가로수가 아름다운 길로 접어든다. 여름 궁전에 도착한 모양이다. 현지 가이드인 리나 김이 서두른 덕분에 매표소가 별로 붐비지 않은 시간에 도착한 것이다.  패키지여행 동선은 여행사마다 별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유명 관광지마다 붐비기 마련이다. 불과 몇 분 차이로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차이 난다. 늦게 입장하면 그만큼 일정이 늘어져 시간에 쫓기게 된다. 이런 이유로 경험 없는 가이드를 만나면 여행객들은 피곤하다. 그런 면에서 리나김은 여자이지만 베테랑 가이드다.운이 따른다. 모처럼 파란 하늘이 우리를 반긴다. 모스크바에선 이런 하늘을 볼 수 없었다.. 2024. 7. 19.
나는 흙 수저 꽃입니다. 세상엔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나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어쩌다 이런 곳에서 태어났는지 모릅니다. 하늘을 볼 수 없고, 햇빛도 만날 수 없는 곳입니다. 척박해도 너무 척박한 곳입니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더러운 진흙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흙탕물속에 뿌리를 박고 있으니 답답해도 많이 답답합니다. 이런 곳에 살 수밖에 없는 내 처지가 왜 이런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난 꽃이라 행복합니다. 꽃이란 이름만 들어도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꽃이란 존재로 날 태어나게 해 준 흙이 고맙고, 감사합니다. 태어난 환경만 생각하면 없지 않아 원망스러운 점도 있지만, 원망한 들 어쩌겠습니까. 그런다고 지금의 상황이 바뀔 리 없는데. 그래서 마음먹었습니다. .. 2024. 7. 18.
날아야 하는 이유 1. 어떡하지?머물 것인지 떠날 것인지 주춤거리는 두루미 한 마리. 망설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성격 문제라면 결정장애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칼에 결정하는 녀석이라면 자신감에 차 있고 추진력 있다는 평가를 받을 겁니다. 선택은 교육과 경험을 통해 판단하는 영역입니다. 어떡하지? 주저한다면 녀석은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정은 학습과 경험의 산물입니다. 그런 결정이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인생은 답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답만 찾는 학교 교육을 줄곧 받아왔습니다. 시험문제에 없는 세상일은 경험을 통해 선택의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교육과정에서 배운 게 많을수록 지식이 쌓이면 최선에 가까운 선택을 할 확률이 높을 뿐입니다. 2. 여긴 아.. 2024. 7. 17.
Bed rotting ‘Bed rotting’ 이게 무슨 말이지? MZ세대 휴식법이랍니다. 침대에서 먹고, TV나 영화 보고, 스마트 폰으로 친구와 수다 떨고, 배고프면 배달 음식 시켜 먹고, 그걸 사진 찍어 SNS에 공유하며 쉬는 것을 뜻합니다. 피로가 일상이 된 정보사회 속에서 휴식이 새로운 놀이문화처럼 된 젊은 세대들이 하루 종일 침대에 꼼짝하지 않고 시간 죽이는 걸 말합니다. 영어로 쉰다는 의미의 단어는 break, relax, rest 등이 있습니다. break time은 하던 일을 일시적으로 잠시 멈추고 짧게 쉰다는 말이고, relax는 긴장을 풀고 여유롭게 쉴 때 씁니다. rest는 일을 끝내고 마음 편히 푹 쉰다는 뜻입니다. 영어는 이렇듯 휴식의 의미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씁니다. 아날로그 시대와 달리 현대인은 .. 2024. 7. 16.
합장 연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았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두 손을 모아 합장(合掌)하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비슷한지 아닌지 한 번 두 손을 붙여 합장해 보았습니다. 무심코 보면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비슷하단 생각이 듭니다. 연꽃이 불교와 무관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연꽃은 부처님의 탄생과 인연이 있는 꽃입니다. 어머니인 마야 왕비가 그를 잉태할 무렵 태몽을 꾸는데, 하얀 코끼리가 내려와 연꽃을 들고 왕비를 세 바퀴 돈 다음 꽃을 건네주고 몸속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마야 왕비가 흰 코끼리로부터 연꽃을 선물로 받은 후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났습니다. 자연스럽게 불교의 상징될 수밖에 없는 꽃입니다. 절에서 스님을 만나게 되면 두 손을 모아 인사합니다. 합장은.. 2024. 7. 15.
육아 독박 오리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평생 부부로 산다고 합니다. 이런 점은 본받을 만합니다. 그러나 수컷은 가부장적인 측면이 있나 봅니다. 가정을 소홀히 하거든요. 암컷이 알을 낳아도 단 한 번도 품어 주는 법이 없습니다. 새끼가 알에서 부화해도 돌봐주지 않습니다. 다 커서 독립할 때까지 육아는 오로지 암컷의 몫입니다.  이른 아침 엄마 물오리가 아이들을 데리고 호수로 나섰습니다. 아빠 물오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서 무얼 하든 엄마 오리는 전혀 관여하지 않습니다. 엄마 오리는 육아에만 전념할 뿐입니다. 물살을 가르며 호수 가운데로 유영하는 모습이 마치 제트기가 푸른 하늘을 비행하는 것 같아 사진에 담아 보았습니다.  엄마 오리가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다 클때까지 키우는 건 모성에 의한 본능일 것이고, 새.. 2024. 7. 14.
호수가 만든 선 호수의 수면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여름철 장마를 대비해 미리 물을 뺏기 때문일 것이고, 또 하나는 5~6월 모내기 철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느라 물을 많이 방류해서 일 겁니다. 수면이 낮아지다 보니 물아래 잠겨져 있던 호수의 멋진 S-라인이 살짝 드러났습니다. 이때가 아니면 볼 수 대청호의 섹시한 몸매입니다. 호수는 늘 통통한 모습이었습니다. 매력적인 곡선 포인트가 없어 사진포인트를 잡을 만한 곳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비만에 가까운 호수의 허리선은 사진을 찍어 봤자 별 볼 일 없기 때문입니다. 사진에 대한 눈높이는 생각보다 높습니다. 매력 포인트가 없는 호반의 풍경에 쉽사리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는 이유입니다. 사진가에게 널리 알려진 슬픈 연가 촬영지 근처 호반에 잠시 멈추었습니다. 물 빠진 호반의 S-라.. 2024. 7. 11.
두루미와 멍 때리기 두루미 한 마리가 멍 때리기 하듯 호수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하면 멋지게 찍을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은 내가 의도한 대로 그림을 만드는 게 아니라 주어진 풍경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기에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카메라에 갖고 있는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빛을 묘사하는 게 최선입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고 싶은데 두루미가 눈치채고 날아갈 것 같아 더 이상 갈 수 없습니다. 생각보다 녀석은 귀가 밝습니다. 전에도 조심스레 이 정도면 되겠지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녀석은 도망가곤 했습니다. 이런 기회가 많지 않아 오늘만은 반드시 실패하지 않으려고 신중하게 접근했습니다. 조리개를 맞추고 렌즈를 들여다보며 화각과 구도를 잡았습니다. 숨죽이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2024.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