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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 된 것처럼 꽃밭에 오니 꽃들이 반깁니다.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순간 BTS 공연장 관람석을 꽉 채운 수많은 팬이 떠오릅니다. 마치 그들이 환호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 많은 관람객이 열광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손이라도 한번 잡아 달라는 듯 폴짝폴짝 뛰며 미친 듯이 환호성 치는 것 같은 상상에 젖어 봅니다. 꽃밭으로 더 들어가 봅니다. 천진무구한 꽃들이 좌우로 몸을 흔듭니다. 그들이 군무를 이루며 춤추듯 파도처럼 흔듭니다. 음악의 선율에 맞추어 리듬을 타듯 가벼운 여름 바람에 움직입니다. 나도 함께 두 팔 벌려 따라 해 봅니다. 지그시 눈을 감으니 무대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동영상이 그려집니다. 마치 연예인이 된 기분입니다.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사춘기에 공부에는 관심 없고, 노는 걸 좋.. 2023. 7. 3.
꽃처럼 밝고 아름답게 꽃은 아름답습니다. 이름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꽃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언어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여자들은 꽃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감출 수 없는 사실일 겁니다. 유달리 여자들이 꽃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꽃은 밝습니다. 꽃은 항상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화내거나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환한 미소로 반겨줍니다. 속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마음도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미소 천사가 따로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꽃을 세상에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꽃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꽃이 지닌 아름다움과 밝음 때문입니다. 거.. 2023. 7. 2.
별을 죽인 달(5) 방해 공작 Susan은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어젯밤 마신 와인 탓인지 갈증이나 눈을 떴다. 침대에서 일어나 딸이 자는 모습을 보았다. 이불을 걷어차고 자는 잠버릇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이불을 덮어 주고 나서 커피포트 옆에 놓인 생수를 컵에 따라 마셨다. 객실 창가로 가 커튼을 오른쪽으로 밀었다. 남산타워가 보였다. 어제저녁 일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어쩌다 딸이 이렇게 되었을까. 세상에 이런 악연이 또 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괴로웠다. “엄마! 벌써 일어났어?” “어, 일어났니? 갈증이 나서 물 좀 마셨어.” “나도 물 좀 마셔야겠네.” “엄마가 갖다 줄게.” “아니야, 어차피 나도 일어나야 해.” Anna가 물을 마시고 Susan 앞에 앉았다. “엄마! 괜찮아?” “난 괜찮아.” “피곤하실.. 2023. 7. 1.
아싸바스카 빙하 점심이 생각날 즈음에 멀리 빙하가 보이는 *샬레(chalet)에 도착했다. 빨간색 바탕에 단풍잎이 그려진 캐나다 국기가 파란색 하늘에 펄럭인다. 넓은 주차장에 많은 투어 차량과 여행자가 타고 온 승용차들이 정차해 있다. 이곳이 컬럼비아 빙원의 Base Camp라고 할 수 있는 아싸바스카 빙하 투어의 안내소 겸 휴게소이다. 콜롬비아 대 빙원은 아싸바스카, 서스캐처원, 돔(DOME) 등 8개 빙하로 이루어졌으며, 지구상에서 북극 다음으로 넓은 빙원이다. 빙하의 얼음덩어리 중 가장 두꺼운 곳은 365m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해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7~8m씩 녹아서 400~500년 후에는 얼음으로 덮인 대평원의 빙하가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믿기지 않았지만 안타까운 현실임.. 2023. 7. 1.
별을 죽인 달(4) 딸의 상처 멀리 조명 빛을 받은 남산타워가 등대처럼 보였다. 불과 두 시간 전만 해도 모녀가 식사하며 정담(情談)을 즐기던 곳이다. 시선을 돌려 아래쪽을 보았다. 소월길로 무언가에 쫓기듯 승용차 한 대가 빠르게 사라졌다. “엄마! 다 준비됐어. 근데 정말 엄마 놀라워.” “뭐가?” “와인잔까지 가져온 거 말이야.” “그게 뭐가 놀라워. 바늘 가는 데 실 가는 건 당연하잖아.” “그래서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는 건가.” “하하하… 모녀가 웃었다. “엄마! 우리 건배 하자.” “그래.” 와인잔 부딪히는 소리가 청아하게 호텔 방 안으로 퍼졌다. 두 사람이 와인을 한 모금씩 마신 다음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엄마! 다 이야기할게.” 청와대 경내에서 주말 테니스 시합이 있었다. 남·여 복식 게임에 우연히 .. 2023. 6. 30.
나는 여름이 싫어요 저는 외모 콤플렉스가 있습니다. 사실 얼굴이 너무 크거든요. 키까지 큽니다. 다른 꽃들은 예쁘기도 하지만 얼굴도 작고 키도 크지 않습니다. 저하고 비교가 안 됩니다. 그래서 거울만 보면 짜증 납니다. 여름이면 저도 꽃인지라 몸단장하고 밖에 나가야 하는데,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니 고민입니다. 정말 속상해 죽겠습니다. 다 같은 꽃으로 태어났는데 왜 저만 이렇게 생겼을까요. 성형수술도 할 수 없고, 생긴 대로 살아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가끔 하늘을 원망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어쩌겠습니까. 운명인걸. 인간 세상은 노력 여하에 따라 운명도 바뀐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태생이 꽃인지라 그것도 가능하지 않답니다. 생각할수록 답도 없고 머리만 아픕니다.  마음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세상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2023. 6. 30.
별을 죽인 달(3) 엄마의 비밀 보여야 할 별들이 보이지 않았다. 삭막하게 느껴지는 밤하늘이다. San Francisco에서는 만날 수 있는 별들을 왜 서울에서 왜 볼 수 없을까? 왠지 꿈과 낭만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밤하늘이 아닌 것 같다. 도심의 밤이 눈 뜨기 시작했다. 서울의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불빛이 퍼져나갔다. 수많은 별이 떨어져 꽃밭에 핀 것처럼 반짝였다. 그 위로 봄바람이 살짝 불었다. 지나간 바람이 날개를 접으면서 한강 변에 내려앉았다. 남산타워가 조명을 받아 한결 돋보였다. Anna는 Seattle 타워보다 더 멋진 것 같다고 Susan에게 말했다. Seattle 타워는 도심 한복판 빌딩들과 어울려 있어 돋보이지 않는데 남산타워는 산 위에 우뚝 서 있어 서울의 랜드 마크 같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 2023. 6. 29.
달(4) 사랑도 떠나가고 낙엽도 떠나갔다. 이별은 추억으로 그리움 달빛으로 이제는 슬픈연가 겨울로 보내련다. 2023. 6. 29.
별을 죽인 달(2) 재회(再會) 입국장 문이 열렸다. 갑자기 공연무대에 오른 것처럼 한꺼번에 많은 사람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딸을 찾느라 잠시 두리번거렸다. “엄마! 여기야, 여기.” 마중 나온 사람들 사이로 딸이 보였다. 카트를 밀고 나가자 Anna가 달려들며 가슴팍에 안겼다. Susan은 딸을 안으며 격한 감정을 달랬다. 모녀는 이산가족이 상봉한 것처럼 서로를 안고 떨어지지 않았다. “어디 우리 딸 얼굴 좀 볼까?” “오랜만에 엄마를 보니까, 눈물이 다 나올 것 같아.” Susan이 Anna를 살짝 밀치며 얼굴을 봤다. 딸의 눈가에 살짝 이슬이 보였다. Anna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우리 딸 새벽부터 엄마 마중 나오느라 잠도 못 잤겠네.” “내가 보고 싶어 오라고 했는데 그깟 잠이 문제야.” “엄마.. 2023. 6. 28.
달(3) 밤하늘 클릭하니 그대는 뜨지 않네. 소리쳐 불러보니 가을은 날아가고 추억은 로그아웃 눈물은 달이 되네. 2023. 6. 28.
별을 죽인 달(1) 회상(回想) 만감(萬感)이 교차한다. 30년 세월이 지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조국을 등지고 떠날 때 다시는 이 땅을 밟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세상이란 게 내 마음 같지 않다. 차라리 여행을 떠나는 마음이라면 작은 설렘이라도 있으련만… 왠지 모르게 마음만 어수선하다. 비행기가 뒤로 움직였다. 기내 창에 보이는 탑승동 건물 불빛이 멀어져 갔다. 기체가 활주로로 진입하기 위해 달렸다. 동체가 크게 원을 그리듯 선회하자 기내 창에 활주로 유도등 불빛이 잠깐 보이다 사라졌다. 이어 곧 이륙할 예정이니 안전벨트가 제대로 착용되었는지 점검해 보라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 비행기 엔진에서 뿜어대는 굉음이 크게 들렸다. 동체가 활주로를 빠르게 질주했다. 좌석이 뒤로 기울면서 하늘로 뜨는 느낌이 들었다. 반짝이는 San .. 2023. 6. 27.
달(2) 그리움 떠나던 날 가을도 떠나가고 하늘로 흘러내린 이별의 하얀 눈물 아픔은 추억되고 달님은 남이 되네. 2023. 6. 26.
달(1) 구름도 잠이 들어 적막한 밤하늘에 별마저 자고 있는 외로운 밤하늘에 나는 그리움 되고 달은 그대가 됐네. 2023. 6. 25.
꿈(5): 나는 나비다 삶은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벗어나도 다시 돌아와야 하는 게 일상입니다. 그런 삶에 얽매이고 싶지 않을 때 나는 나비가 됩니다. 자유를 얻은 영혼은 마음껏 춤추며 날아다닙니다. 나는 우주로 날아가 신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까마득한 그곳이 어딘지 모르지만, 내가 왜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왔는지 궁금합니다. 종교를 앞세워 우리는 신을 추방했습니다. 신은 우주 어느 별엔가 있을 겁니다. 그 별이 어떤 별인지 모르지만, 우리의 삶을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신을 버렸지만, 신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을 겁니다. 종교가 신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신은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기에 절대 버리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신의 아바타인 인간은 별이 되길 원합니다. 그게 꿈입니다. 인간은 욕망의 별을 하늘에 띄우.. 2023. 6. 24.
꿈(4) : 나는 너를 품는다. 새가 되려면 알을 깨고서 나와야 한다. 그전까지는 알에 지나지 않는다. 어미는 그때까지 알을 품어 준다. 온갖 정성을 기울여 따뜻한 온기로 감싸주며 천적으로부터도 보호해 준다. 그대로 방치하거나 지켜주지 않으면 세상의 빛을 만날 수 없다. 품는 과정 없이 알이 스스로 새가 되는 일은 절대 없다. 꿈도 알과 같다. 안에 갇혀 있는 꿈은 이루어질 수 없다. 꿈이 나올 수 있도록 따뜻하게 품어 주어야 한다. 꿈이 스스로 깨고 나오는 일이 절대로 없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자기애로 감싸주며 신념과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방관한다면 꿈은 멀어진다. 꿈은 피땀 어린 눈물과 사랑으로 품어 주어야 세상에 나올 수 있다. 줄탁동기란 말이 있다. 새끼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알 속의 새끼와 밖의 어미가 .. 2023. 6. 23.
반 고흐의 <아를 병원의 정원>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회색 건물에 라고 불어로 쓰인 게 보였다. 에스파스는 불어로 ‘장소’라는 뜻이다. 반 고흐가 발작을 일으켜 입원해 있었던 정신병원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늑한 정원이다. 가운데 정원은 반 고흐의 정원이라고 불리는데 연못과 아담한 화단이 있다. 고흐가 머물던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존해 놓았다. 고흐의 작품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그가 이 병원의 정원을 그린 작품이다. 병원의 복도가 아치형인데 작품 속 그림도 노란색으로 똑같이 그려져 있었다. 우리는 표지판에서 차례로 사진을 담았다. 지금은 ‘고흐’를 주제로 한 종합문화센터로 사용하고 있으며, 도서관. 영상자료관, 번역학교, 전시관 등이 함께 있다. 인솔자는 말했다. 고흐는 1888년 12월에 귀를 자른 사건을 저지른 이후 188.. 2023. 6. 22.
얘들아! 미안해 시선이 끌렸습니다. 시선을 빼었간 주인공은 어린 꼬마들입니다. 헬싱키 원로원 광장에서 어린 천사들을 만났습니다. 광장에 러시아 황제였던 알렉산드르 2세 동상이 있습니다. 그 앞에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들이 나란히 앉아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표정이 너무 귀여운 나머지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주변에 있던 중국 관광객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습니다. 중국어 특유의 시끄러운 언어가 소음공해처럼 들렸습니다. 그들이 저마다 스마트 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깜짝 놀란 아이 2명이 벌떡 일어나 뒤로 얼굴을 숙여 감춥니다. 미안했습니다. 아이들의 입장은 생각지도 않고, 사진도 허락받지 않았으니까요. 내가 왜 사진을 찍었을까. 당시는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굳이 말한다면 느낌이었습니다. 꼬마 .. 2023. 6. 21.
꿈(3) : 나는 너를 쫓는다 직장생활이 시작되었다. 쫓아야 하는 꿈이 무엇인지 정신없이 보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 와중에도 너를 쫓아야 한다. 냉엄한 사회생활 속에 허우적대면서도 너를 포기하지 않으려 애썼다. 현실은 낭만과 청춘을 희생하도록 만든다. 꿈이 삶의 목표이지만 세상에 샹그릴라(Shangri-La) 같은 곳은 없다. 초라한 젊은 날의 초상은 이상과 모순을 두고 타협을 고민한다. 자립의 기반까지 꿈은 사막의 신기루에 불과하다. 너를 부질없이 쫓으면서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청춘은 상처투성이가 되고 만다. 세속에 물든 영혼은 어느새 너를 어두운 감옥에 가두어 버린다. 이후 현실 속에 안주하며 늘 너를 쫓아야 한다는 생각을 잊은 적 없다. 2023. 6. 20.